퀵바

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42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23 01:45
조회
116
추천
0
글자
12쪽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DUMMY

아무것도 먹을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다.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고,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공허함이 그를 휩쓸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기도 전에 사랑이 시작된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실감은 난생 처음이다.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도 처음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루가 가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한인지 오싹함인지 모르게 자꾸 소름이돋게 만든다. 이 세상에 마음 붙일 곳이 없다는게 이런건가... 어릴때 부터 나를 위로하던, 아니 내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용기를 내던 그 장소에서도 나를 추스리기 힘들다. 나만의 비밀장소를 공유한 그녀 때문에... 어디를 가도 그녀의 흔적이 나를 괴롭힌다.


내가 방심했었나? 내가 너무 상대를 만만히 본건가? 내가 그녀의 위험을 너무나 방관했던가? 나는 왜 그렇게 안전하다고 생각 한 걸까?


왜 그 배안에서 그렇게 풀어져 버린걸까? 왜 그녀를 그렇게 혼자 보낸거지? 왜 그렇게 술을 마셨지? 왜 그녀에게 가지 않고 잠들어 버린 거지?


왜? 왜? 왜!!!!!!!!!



하루에도 수백번 그의 머릿속에 울리는 말이었다.


왜?!!!


모든게 자신의 실수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 생각이 그를 점점 좀먹어갔다. 그녀는 찾을 수 없었다. 밤사이 그녀가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그 시간에 그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사실이 그를 분노케도 하고 좌절하게도 만들었다. 뮤리엔에 온지도 며칠 되었지만 알렉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서 모든 감정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모든 행동도 사라져 버렸다...



우당탕.


- 안됩니다! 멈추세요!


경비병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 왕자님...


낯선 여인의 말소리에 알렉이 느릿느릿 뒤돌아 본다.


- 왕자님.. 흑흑...


루리프의 유모다. 통통한 그녀의 볼살이 쑥 빠져서 주름진 얼굴이 갑자기 수십년의 나이를 먹은거 같다.


모든게 느리게 흘러가는 알렉의 머릿속에 자신이 유모의 모습을 평하고 있다는게 우습게 느껴졌다.


- 제가. 그날.. 봤어요.. 방에서 뭔가 불빛이 번쩍이며 바다로 떨어지는거 같아서... 그래서 보니 루리프님이 안계시기에.. 방으로 가려는데.. 경비병이.. 공주님은 방으로 가셨다고... 알렉님도 곧 들어가실거 같으니 오늘밤은 그냥 쉬라고 해서.. 그래서... 제가.. 제가 그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흑흑.. 제가 이 바보 멍충이가... 그만 맘이 헤이해져서는.. 흑흑.. 어쩜 좋아요.. 흑흑...




알렉은 지금 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멀리서 말하듯이 느껴지는 이 모든 상황이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그는 마치 공중에 떠서 이 모든걸 지켜보는 영혼처럼 생각되었다.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거 같은 이 상황. 유모의 우는 모습조차도 웃기게 보였다. 그는 자기가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유모를 달래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한발짝 다가가려고 발걸음을 떼었다. 그 발걸음이 공중에서 헛발을 디딘것처럼 힘없이 꺾였다. 그리곤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 아이고 왕자님!! 이를 어째!


유모의 외침에 카릴이 어디선가 달려왔다. 그는 쓰러진 알렉을 들쳐 메고 침대에 뉘였다.


- 왕자님이 어째서..


- 그 후로 아무것도 못드시고, 잠도 못 주무세요.


- 흑흑.. 이를 어째.. 내가 또 잘못을...


- 유모! 정신을 차리셔야 해요. 우리라도 정신을 차려야죠. 공주님과 왕자님을 위해서...


카릴의 말에 유모는 흐느낌을 멈추고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 왕자님 수발을 들게 해줘요.. 우리 공주님 모시듯 모시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왕자님 건강을 챙길께요.


- 그런 모습으로요?


- 아니요! 이제 부터 정신 똑바로 차릴께요. 왕자님 마저 잃을 순 없어요...


결연한 눈빛에 눈물이 맺혔다. 두 손을 불끈 쥔 유모에게 미소를 지으며 카릴이 대답했다.


- 그럼 앞으로 왕자님 건강은 유모 책임이에요. 아셨죠? 근데.. 유모말고는 이름이 없어요?


싱긋 웃는 카릴을 보며 유모가 대답했다.


- 이름.. 유모가 내 이름이에요.. 모두의 유모라고 공주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이후로는 그게 내 이름이 되었죠..



[참견쟁이 유모~ 유모는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유모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공주님?]


[유모는 나 말고도 모든 사람한테 신경을 쓰잖아? 그러니까 모두의 유모지!]


[호호~ 우리 공주님 질투 하시네요?]


[질투 아니거든!! 칫! 앞으론 유모가 유모 이름이야! 메롱~]


심술굿게 토라져서는 혀를 쏙 내밀던 어린 루리프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그 이후로 유모는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았다. [모두의 유모] 라는 별명처럼 그녀는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했다. 그게 그녀의 천성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루리프는 그런 그녀의 천성을 꿰뚫어 보고는 그런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녀는 그 별명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녀는 늘 유모로 불려지는걸 원했다.


여기 기운없이 쓰러진 이 냉정맞은 왕자에게도 그녀는 유모가 되고 싶었다. 그녀의 공주님을 보살피던 그 솜씨로 그를 보살펴야 하는게 그녀의 의무처렴 여겨졌다. 그래서 그녀는 슬픔따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왕자가 건강해져야 공주님도 찾을 수 있고, 혹시라도 공주님을 못 찾는다면... 그렇다면 더더욱 왕자가 건강해야 했다. 그녀를 위한 복수를 해야 하니까..




창문없는 방안은 하루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


며칠새에 수척해진 왕비는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자신이 마나프를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자신은 루니엔과는 영영 이별한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인간으로서만 살기위해 그녀가 가진 루니엔의 모든것들을 버렸다.


그녀는 인간들 사이에선 루니엔 여자였지만 정작 루니엔에선 인간취급을 받았다. 오래전 인간과 루니엔족이 사이가 좋았을때 서로 섞이며 살았던 때 그 어딘가에서 그녀의 핏줄이 엉켰다. 그리고 그 엉킴은 수대가 지나서 헬렌에게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위해 루니엔 외곽에 집을 짓고 그녀를 머물게했다. 그녀는 다른이들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그곳이 좋았다. 그곳에서 그녀는 맘껏 자유로울 수 있었다. 루니엔들은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집안에 가둬두었다고 믿었다. 그녀가 태어난걸 다 같이 축복했던 사람들이 그녀가 점점 성장 할 수록 인간과 가까워지자 그녀를 외면했다. 그녀를 인간이라 내치던 그들은 그녀가 마르텔과 결혼한다고 하자 그녀를 루니엔이라고 또 한번 내쳤다. 하지만 헬렌은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의 역사엔 인간들로 인한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헬렌은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건지 되짚어 봤다. 아마도 알렉이 궁을 피해 자주 도리엔에서 머물던 그때부터 누군가의 이간질이 시작된거 같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알렉의 그 차가움은 나이때에 찾아오는 그런 반항끼가 아니라 분노였다. 자신을 향한 그 분노와 증오가 알렉을 그렇게 딱딱하고 냉정하고, 무섭게 만들었던 거였다.


헬렌은 알렉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루리프와 알렉이 서로 외면 할 줄 알았는데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행복해했다. 그 모습이 의외로 느껴졌지만 헬렌은 그들의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주 짧은 시간에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는건 앞으로 사랑으로 발전 할 수 있다는 얘기였고, 그건 정략결혼을 하는 두 사람의 앞날이 행복으로 완성될거라는 뜻이었다.


룬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알렉과 루리프 둘 다 그녀에겐 아들과 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혼식이 무사하게 끝났을때 그녀는 모든 근심도 함께 사라졌다고 믿었다. 근데 며칠사이에 그 행복은 정말 꿈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지옥이 또 있을까...


자신이 루리프를 죽였다고 믿는 알렉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운한게 헬렌의 마음이었다. 알렉이 자신을 충분히 그런일을 꾸미고도 남을 사람으로 생각했다는게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다.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때 그녀는 멀리서 진동이 오는걸 느꼈다. 누군가 그녀와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헬렌은 그게 룬이라 생각하고 얼른 반원을 그리고 진동이 느껴지는 곳으로 머리를 돌리며 눈을 감고 집중했다.



[별일 없는게냐..]


[아.. 오라버니.. 전 괜찮아요. 룬은요?]


[잘있다. 룬과 루리프 둘 다 우리가 데리고 있다.]


[아!! 루리프가 살아있다구요? 정말인가요?]


[룬이 루리프를 구했지.]


[오.. 알렉에게 알려야겠네요.. 그 아이가 좋아하겠어요!]


[헬렌! 누가 이런짓을 했는지 짐작가는거라도 있느냐?]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누가? 이런짓을 벌인 걸까요?]


[최대한 정보를 모아봐. 아무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거 같다.]


[알겠어요. 이 소식을 알렉에게 알려줘야겠어요. 그럼 절 의심하는것도 멈추겠죠.]




찰칵.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테리오. 누가 오나봐요. 잠시만요..]


[헬렌?]



헬렌은 눈을 뜨고 문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 너.. 너는..


- 훗. 왕비마마 이 감금상태가 썩 즐거우신가 봐요?


- 여긴 어쩐일로..


- 왕자님께서 뭐하고 계시나 살피고 오라셔서요.


칼멘의 건방진 말투와 행동이 거슬리긴 했지만 헬렌은 기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전하고 싶었다.


- 알렉을 만나게 해다오.


- 왕자님은 무슨일로요?


- 할 말이 있다.


- 나에게 먼저 하시죠. 내가 듣고 전할께요.


칼멘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헬렌은 팔로 반원을 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테리오. 아무래도 이상해요..]


[무슨일이냐? 헬렌!]


[칼멘이란 여자가 알렉의 심부름이라고 나를 찾아왔는데.. 느낌이 이상해요]


[네 마나프를 몸에 지니고 있겠지?]


[그게...]





- 홋~ 왕비님? 뭘 그렇게 뜸을 들이시죠? 하실 말씀이 뭔가요?


- 칼멘. 네게 할 말은 아닌거 같다. 왕자나 왕께 고해야 하는 말이다.


그 말에 왔다갔다 하며 그녀의 신경을 긁어대던 칼멘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 그 할 말이라는게 뭐지?


- 네가 알바 아니래두!


- 흥! 그러면 내가 겁낼 줄 알아? 당신이 루리프를 죽였지? 알렉도 알고 있어. 내가 여기 왜 왔게? 알렉의 명으로 온거야. 차마 아비 앞에서 새어미를 죽일 순 없으니까... 내게 명을 내린거지. 이제 상황이 이해가돼?


헬렌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알렉이 정말 그랬을리가 없다!


- 거짓말!! 알렉은 그런 아이가 아니다!


- 물론. 알렉은 그런 아이가 아니지... 그런 어른이지!



헬렌은 외마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달려든 칼멘의 칼이 그녀의 생명줄을 앗아가 버렸다...



[헬렌!!!]



테리오는 숨이 막히는 느낌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그는 두 손으로 목을 감싸쥔채 바닥을 굴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숨 쉴 수 없는 고통과 함께 그의 시야에서 헬렌이 사라지고 말았다.





영원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니엔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3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3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1 0 13쪽
»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7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4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5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