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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58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3.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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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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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DUMMY

모두가 슬퍼하는 하루였다.


테리오의 보이지 않는 눈물도, 룬의 애통한 눈물도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침울한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는지 두 정령들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거 같다. 꽃들만이 슬픔이 뭔지 모르는 거 같았다. 그 꽃들을 바라보며 루리프와 조제프는 서로를 의지한 채로 앉아 있었다.



- 누나.. 아까는 왜 그런 거야?


- 내가 어땠는데?


- 누나 몸에서 붉은빛이 점점 커지면서 눈도 새까맣게 변하고 커지더라.. 아주 무섭게..


- 그렇구나.. 나도 내가 왜 그렇게 변하는지 모르겠어. 그 순간이 생각이 나지 않아.


- 아까 누나가 변할 때 마리엘이 '분노' 라고 소리치며 다들 피하라고 했어.


- 분노?


루리프는 분노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 안에 있는 분노가 어떤 건지를. 칼멘을 떠올리면 자연히 알렉에게로 생각이 갔다.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 자체로 루리프는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저 바닥 밑에서부터 뜨거운 게 치솟아 올랐다. 아까 룬은 알렉이 그럴 리 없다고 했다. 하지만 루리프의 머리엔 칼멘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다. 모든 게 다 알렉이 계획한 거라 했다. 알렉의 지시로 루리프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알렉의 여왕은 자신뿐이라고 했다. 그 생각을 하니 또 이상해지려고 해서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누가 뭐라 해도 알렉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칼멘의 말을 없던 걸로 할 수 없었다. 룬이 틀렸다. 알렉은 모두가 생각했던 대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 어떻게 생각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불의 정령과 함께 한적한 숲으로 들어온 마리엘이 물었다.


- 뭘?


- 루리프 말이야!

- 흠...


- 내가 보기엔 분노에 빠진 거 같아.


- 글쎄..


- 아까 봤잖아? 깨어날 때도 그랬고.


- 아직은 알 수 없어.


- 아직은 알 수 없다니?


- 그 아이 마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거든.


- 그럼. 마음이 정해지면 어떻게 되는데?


- 아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지.


- 무엇에?


- 앞으로 벌어질 일에..


- 흥! 잘도 그러겠다.


- 후후..


- 내가 널 모를까 봐? 저 애를 이용해서 네 힘을 부활하려는 거지? 그래서 세상을 또 난장판을 만들려고?


- 내가 그러면 네 여신이 가만있을까?


- 당연히 가만있지 않으시겠지!


- 그럼 지금은 왜 가만있는데?


마리엘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불의 정령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불의 정령이 이곳 루니엔 숲 가까이까지 당도하지도 못했을 거였다. 루리프를 깨어나게 하려고 불의 정령을 찾긴 했지만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게다가 자신을 이렇게 인간처럼 변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이상했다.


- 여신이 뭔가 꾸미고 있어.

- 말도 안 돼! 우리 여신님이 뭘 꾸민다는 거야? 그러실 분이 아니거든?

- 마리엘... 얼마나 살았지? 너의 그 여신님에 대해 나만큼 알아?

- 나 꽤 오래 살았거든!

- 세 번의 잠을 자고 일어난 것만 빼면.


불의 정령은 모르는 게 없었다. 마리엘은 세 번의 잠이라는 소리에 호기심이 생겼다.


- 세 번의 잠이라고? 그게 어쨌다는 거지?

- 정말 모르는군.. 달의 정령이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면 그 전의 일은 모조리 잊어버리지. 넌 새로 세 번을 태어난 거야.

- 거짓말!

- 물어봐. 너의 사랑스러운 여신님에게.


마리엘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세 번의 깊은 잠을 잤다고? 깊은 잠에서 깨면 그전의 기억을 모두 잊는다고?]

-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여신님은 자신에 대해 네가 모든 걸 다 기억하는 게 싫을걸. 그래서 널 재워버린 거야. 네가 기억하지 못하게.


말 많던 마리엘도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자신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리엘은 처음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룬은 가슴이 미어져 내렸다. 어머니는 죽음의 순간에 아들을 불렀다.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룬은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리프를 죽이려 했던 게 칼멘이고, 칼멘은 알렉이 시킨 일이라고 했다면 테리오 말대로 룬도 뮤리엔에선 살아나지 못 할 터였다.


[도대체 알렉이 왜! 그건 사실이 아니야..]


믿고 싶지 않은 맘과 믿을 수밖에 없는 맘 사이에서 룬은 갈팡질팡했다. 이 궁금증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러려면 뮤리엔으로 가야 했다. 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알렉을 만나야 했다!



- 다들 모이시래요. 불의 정령 호출이요!


조제프는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불의 정령이 회의를 소집했음을 알렸다.


모두가 뜰안으로 모여들었다.



-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누군가가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착실히 한 거 같군. 오랫동안.


정령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 말 많은 마리엘조차도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 어느 누가 이런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모인건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획하는 게 우선일 거 같군.


- 뮤리엔으로 가야 해요!


룬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 왜지?


- 가서 루리프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룬의 말에 루리프가 발끈했다.


- 못 믿겠어. 내가 아는 알렉은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지 않아!


- 칼멘이 분명..


- 칼멘은 알렉을 좋아했어. 어쩜 너랑 결혼한 거에 대해 질투해서 그런 건지도 몰라.


- 그래? 그럼 네 어머닌? 그것도 질투로 그런 거야?


맞받아치는 루리프의 몸에서 열기가 흘렀다. 또다시 루리프가 변할까 모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 루리프.. 너.. 어떻게 그런 말을..


상처받은 룬의 모습에 루리프는 주춤했다. 하지만 이 정체 모를 감정은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루리프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이런 말로 엄마를 잃은 룬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다시금 루리프는 화가 치밀었다. 왜 룬이 자기의 말을 믿지 못하는 건지 그녀는 그게 못마땅했다.


잠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불의 정령이 말했다.


- 좋아. 그럼 뮤리엔으로 가기로 하지.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룬! 네 슬픔은?


- 그게 무슨 뜻이죠?


- 너의 그 슬픈 마음을 여기 두고 갈 수 있겠니?


룬은 대답하지 않았다.


- 네가 그걸 가지고 간다면 우린 뮤리엔에 가지 않을 거다.


- 말도 안돼요! 뮤리엔으로 가지 않으려는 핑계죠?


-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하거라. 너의 슬픔이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할게다. 네 어미의 죽음에 대한 복수만을 원할 테니까. 어떤 상황에서건 냉정해질 자신이 있을 때 얘기해라.


불의 정령의 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룬을 비롯한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루리프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녀의 마음은 그녀도 몰랐다. 변한 건 비단 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투도 생각도 마음까지도 변해 버렸다. 루리프는 두려웠다. 이대로 자기를 찾지 못하고 이상태로 살지도 몰라서...


그녀가 숲길을 거닐고 있을 때 어디서부터 따라왔는지 불의 정령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


- 마음이 복잡하니?


-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 왜 그런지 너는 알 텐데?


- 아까처럼 제게 있는 이 힘을 다 가져가시면 안 될까요?


- 어째서?


- 지금 이 모습은 내가 아니에요. 마음도, 생각도, 말도 다 내가 아니에요!


- 그럼 뭐가 진짜 너지?


- 그건..


- 얘야.. 네가 나를 믿지 않는 건 알고 있다. 넌 지금 그 누구도 믿고 있지 않지. 하지만 네가 그걸 알고 싶다면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야 한다. 솔직하게.


- ...


루리프는 정령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아닌 정령의 모습이 조금은 그녀의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 알렉이라는 남자. 네게 어떤 의미지?


- 모르겠어요...


- 그 남자를 사랑하니?


루리프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보았다.


- 네 마음을 알지 못하면 넌 평생 그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게야. 자신을 찾고 싶다면 네 마음을 다치게 한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나를 죽이려고 한건 칼멘인데.. 그 칼멘만 생각하면 알렉이 떠올라요.. 그리고 알렉을 떠올리면 아까처럼 돼버리죠.. 그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아요...


- 그건 분노란다. 그 남자의 무엇이 너를 분노케 하는 거지?


- 그걸.. 모르겠어요..


- 모른다.. 그가 널 죽이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 말에 루리프는 정령을 쳐다보았다.


- 얘야.. 너는 모르겠지만 너는 그 남자를 믿었구나. 네 마음은 그를 믿고 있는데 네 생각이 그를 믿지 마라 하는구나. 사랑이라는 게 그렇지... 마음은 진실을 안다. 네 마음을 들여다보거라.




정령의 말에 루리프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 몰라! 몰라! 모르겠어! 도대체 정령 따위가 내 맘을 어떻게 안 다는 거야? 감정도 없으면서!!


두 눈에 불꽃이 튀는 루리프를 바라보는 정령의 표정이 슬퍼 보였다.


- 그래.. 정령은 감정이 없지.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세상에 대한 이해라는 게 생긴단다. 나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 그런데 왜 다시 세상에 나온 거죠? 그냥 그렇게 숨어 지내버리지! 왜 나한테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 네 어미가 나를 찾아왔다. 자신의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네 어민 후회하고 있더구나. 네 아비가 죽었을 때 나를 찾지 않은 것을.. 네 어미의 부탁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신중해야 할 때 신중하지 못했지... 그래서 많은 실수를 했단다. 그 실수가 많은 목숨을 가져갔지... 나는 인간의 분노와 슬픔을 이용했다. 그들을 움직이는 도구로 사용했지. 감정이란 한번 빠지게 되면 조절이 안된단다. 지금 너처럼... 너의 슬픔이 분노를 만들고 그 분노가 너를 불의 아이로 만들었다. 슬픔을 간직하지 말거라... 때론 슬픔은 그 자리에 두고 오는 게 좋단다. 네 자신을 위해서. 너의 슬픔으로 인한 실수가 누군가를 해치지 않길 바란다. 그게 내가 네 곁에 있는 이유다.


정령은 이야기를 끝내고 홀연히 사라졌다.



- 흥! 슬픔을 그 자리에 두라고? 정령이라고 말은 잘하네!


[슬픔을 간직 하지 마라... 내가 이러는 게 정말 슬프기 때문일까?]


루리프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말과 입으로 뱉어내는 말이 다르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이 불의 아이 속에 갇혀버린 루리프의 영혼이 예전으로 되돌아가려 할수록 또 다른 루리프는 점점 포악해져 갔다.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루리프는 불의 정령이 이 불의 아이를 가져가 버리길 바랬다.


하지만 정령은 그녀를 위해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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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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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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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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