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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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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3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5.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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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골드룬 vs 실버룬

DUMMY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테리오를 바라보는 요룬의 눈빛이 탐탁지 않아 보였다.

아마도 부른지 며칠이 지나서야 부름에 응한 테리오에게 무언의 항의를 하는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곳에 와본지 너무 오래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테리오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그리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았다.

나무들이 더 커졌고, 그에 따라 방도 더 커졌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방 한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큰 거울이 있을 뿐이었다.

테리오는 별로 오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을 숨기지도 않은 채 요룬과 마주했다.



-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군. 테리오.

- 그러네요. 골드룬.

요룬은 이름으로 테리오는 가문의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다.


- 멀리 있어나 보군. 오는데 시간이 걸린 거 보니.

-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즉각 부름에 응할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테리오는 요룬의 반응을 살피려 일부러 건드리는 말을 던졌다.


- 여전하구만. 아직도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건가?

- 세상일에 관심 가질 이유가 있습니까?

- 그래도 너무 무심한 건 아닌지.

- 무심하려고 그 자리를 드린 거 아닙니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면 넘겨 줄리 없죠.


테리오의 대답에 요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마치 지금 그 자리를 내가 양보하지 않았다면 넌 그 자리에서 나를 쳐다볼 일이 없다는 뜻의 말이 테리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 그 말을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절 부른 이유나 말씀하시죠. 이런 거 피곤해서 싫습니다.

딱 부러지는 테리오의 말에 요룬은 잠시 창 밖을 바라보는 듯하더니 말을 꺼냈다.


- 요즘도 여신은 자네를 찾나?

- 그게 궁금해서 저를 부르신 건 아닌 거 같군요.

- 그게. 여신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 같아서 말이네.

- 그렇담 직접 물어보시죠. 세상일에 관심 없는 자가 신들의 일에는 관심 있겠습니까?

- 하하~ 거 참 딱 부러지는구만.

- 전 모든 권한을 드린 그 날부터 어떤 일에도 끼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여신이 실버룬을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 그건 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제가 복종하지 않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신들이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 맘에 안 들면 다시 만들겠죠...

의미심장한 침묵이 흘렀다.

요지부동 테리오의 말끝 하나하나엔 가시가 박혀 있었다. 요룬은 테리오를 떠보려는 것을 그만두었다.


- 헬렌의 일은 유감이네..


- 헬렌을 여기에 끌어다 놓지 마시오! 이미 내친 아입니다!


헬렌까지 들먹이며 속을 알아보려던 요룬의 계획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 한 가지만 묻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을 생각인가?


- 되어가는 대로 두고 볼 겁니다. 대답이 되었다면 이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요룬은 말없이 테리오를 쳐다보았다.


여신이 만든 종족이지만 성격은 여신을 닮지 않은 거 같다. 그랬다면 아주 오래전에 루니엔은 피바다가 됐을 테지.


- 여신이 루니엔 전사들을 소집할 예정이네. 무슨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는가?


- 알 수 없죠. 그 속은.


- 흠.. 그렇겠지.


- 분명하게 대답하죠. 절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말을 마친 테리오는 요룬의 대답도 듣지 않고 걸어 나가 버렸다.



그런 테리오의 뒷모습을 보면서 요룬은 당장에라도 끌어다 놓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가 보건대 테리오는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는 관심 없는 거 같았다. 어떤 욕심도 없는 자였다. 그러니 이 자리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던졌겠지만.


분명히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어떤 일에도 관련되기 싫어하는 거 같았다. 그렇기만 하다면 실버룬은 그닥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여신이 아무리 회유한다 해도 테리오가 여신에게 넘어갈 일은 없을 테지.


여신이라면 저 무심한 테리오도 이를 갈 테니...




***



- 리오. 전사들은 어디에 있지?


- 루니엔 외곽 숲 근처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 그들의 수장은?


- 예?.. 그게..


어쩐일인지 리오는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 누군데 그래?


테리오의 물음에 리오는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 테리오님 이시잖아요! 설마 잊고 계셨습니까?


- 나라고? 골드룬에게 모든 걸 넘겨줬는데?


- 루니엔은 넘겼어도 전사들은 실버룬 책임입니다. 그걸 잊으시다니... 어쩐지..


- 어쩐지라니?


- 요룬이 개인적으로 전사를 가지고 있는 거 같아서요.


- 언제부터?


- 오래됐습니다..


- 알아봐. 전사들에 대한 모든 걸. 요룬의 손에 넘어가면 안 돼!


- 이제 와서 그러시면..


말이 별로 없는 리오가 울상이 되어 대답한다.


- 실버룬의 책임이라면 나는 잊었어도 전사들은 잊지 못하지.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사로 길러지고 실버룬에 대해선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들었을 테니. 네가 그들에게 내 명령을 전달해라. 절대로 내 명령 없이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여신님이 부르셔도.


테리오는 일부러 하늘을 보고 소리 지르듯 명령을 전달했다.


-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리오는 그 길로 루니엔 외곽 숲으로 그의 유니크와 함께 사라졌다.



- 누나. 로리엔에서 소식이 왔어.


-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 룬 왕자에게 도움을 청하래.


- 무슨 도움?


- 형이 누나를 찾아오라고 틸리온을 뮤리엔으로 보냈데.


- 내가 아직도 죽은 줄 아는 거야?


- 아니야. 틸리온을 로리엔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그런 거 같아. 틸리온이 없는 사이에 틸리온을 칠 준비를 하는 거지. 어머니 말씀으론 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데. 우리 편이 없으니 룬 왕자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는데.


- 룬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 전에 룬 왕자가 로리엔에 왔었어.


- 룬이?


- 응. 누나 결혼식을 취소해 달라고.


- 룬이.. 그래서..


루리프는 룬이 그래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았다. 로리엔까지 찾아가다니...


- 그때 어머니가 룬을 잘 봤나 봐. 아마도 몰래 룬 왕자를 만나서 루니엔에 도움을 청하라고 하신 거 같아. 어머니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너를 둘러싼 진실을 알아?] 앙칼진 칼멘의 목소리가 루리프의 귓가에 울렸다.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도 자신은 정말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루리프는 또 한번 무력함을 느꼈다...


- 누나. 일단 룬 왕자에게 이 소식을 알리는 게 좋겠어. 그리고 모두와 상의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우리에겐 우리를 지지해 줄 우리 편이 필요하니까.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자신보다 똑 소리 나는 말을 하자 든든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창피해진 루리프는 말없이 조제프의 어깨를 감싸 안고 룬에게로 향했다.



- 그럼 로리엔으로 가는 걸로 결정하고 테리오가 오면 의논해보자.


꼬마왕자의 이야기를 들은 룬은 모두를 소집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테리오가 돌아오면 상의하기로 결정을 했다.


틸리온이 뮤리엔으로 갔다면 로리엔이 일을 꾸미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게다가 틸리온은 여러 가지 사건에서 의심을 샀다. 그가 없는 틈에 그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게 여러모로 일을 진행하는데 편리할 거라는 모두의 의견이었다.


- 혼자 오셨습니까?


돌아온 테리오를 반기며 같이 간 리오가 보이지 않자 카오가 물었다.


- 리오는 전사들에게 보냈다. 내가 전사들의 수장이라더군.


- 모르셨던 건 아니죠?


- 골드룬에게 양위했을 때 전사들도 넘긴 거라 생각했지.


- 여신님이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전사들은 실버룬이 관리합니다.


- 그런 분이 골드룬에게 전사를 청해?


- 전사를 소집했나요?


- 그랬다더군. 아무래도 요룬이 뭔가를 꾸미고 있어. 리오 말로는 개인 전사도 두었다던데.


- 요룬의 야망은 루니엔에서 끝나진 않겠죠.


- 뭘 하려는 건지 알아야겠다.


- 다들 로리엔으로 가려하고 있습니다. 로리엔에서 꼬마왕자에게 소식이 왔는데 로리엔 왕이 틸리온이란 자를 뮤리엔으로 보냈답니다. 루리프를 찾아오라고요. 로리엔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 틸리온이 뮤리엔으로 갔다고?


- 그런다 하고 떠났지만 뮤리엔엔 가지 않은 거 같습니다..


- 뭔가 본 게냐?


- 사라졌습니다.


- 사라지다니?


- 어느 시점에서 사라지고 말았어요.. 제가 볼 수 없는 곳으로..


테리오는 카오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잠시 생각했다. 틸리온이 뮤리엔으로 가다가 사라졌다니.. 그것도 카오가 볼 수 없는 곳으로.. 그런 곳이 있다면 한 곳뿐이었다.


- 요룬이 말한 게 그거였군... 틸리온이었어. 틸리온에게 사주한 게 골드룬이군.


- 어쩌시겠습니까?


- 글쎄... 섣불리 움직였다가 꼬리를 잡히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일단 리오가 돌아올 때까지 생각해보자. 전사들이 우리 편이어야 움직일 수 있을 테니.


- 다른 이들은 어찌 할까요?


- 룬을 불러와.


카오가 룬을 부르러 간 사이 테리오는 피곤한 몸을 앉히고 생각에 잠겼다.


요룬이 한 말의 의미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편을 들지 않을 바에는.


그건 실버룬에게 속해있는 전사들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요룬이 무엇을 위해 그런 일들을 벌이는 건지 그걸 알아야 했다.


일이 테리오의 생각보다 복잡해졌다.


[헬렌의 일은 유감이네.]


갑자기 요룬의 말이 생각난 테리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설마 그렇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헬렌의 죽음을 요룬이 알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 설마. 그자가 헬렌을? 아니야. 헬렌을 죽인 건 칼멘이야. 칼멘은 알렉이 명령을 내린 거라 했고... 하지만 룬은 알렉을 믿고 있던데..


생각을 아무리 해도 칼멘과 요룬을 연결 짓기는 힘들었다.


- 부르셨어요?


룬이 들어왔다. 서성이는 테리오의 표정이 밝지 않아서 룬은 걱정스러웠다.


- 무슨 일 있으세요?


- 룬. 알렉은 어떤 사람이지?


- 왜 그러세요?


- 알렉이 정말 네 어미를 죽이라 명령을 했을까?


- 알렉형이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만약 어머니를.. 그렇게 하려 했다면 칼멘 따위에게 시키지 않았을 거예요. 루리프도 마찬가지고요.


- 그럼 칼멘이라는 여자는 어떤 사람이지?


- 아마 도리엔에서 왔을 거예요. 어느 날 알렉과 궁에 같이 왔는데 그때 알렉이 도리엔으로 사냥을 갔다 왔거든요. 그때부터 알렉의 심복으로 늘 함께 였어요..


- 그 외에는?


- 알렉과 꽤 가까운 사이였죠.. 도리엔 여자라는 것 외엔 아는 게 없어요.


- 흠.. 도리엔 여자라..


- 도리엔 여자라고 하기엔 조금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도리엔에서 온건 확실해요.


- 네 생각엔 어떤 거 같니? 루리프와 헬렌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칼멘의 짓인데. 칼멘이 알렉 외에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고 있는 거 같니?


- 죄송하지만 저도 그건 모르겠어요. 그닥 관심을 둔 사람이 아니기에.. 하지만 알렉형의 명령 없이 그런 짓을 했다면 아마 질투 때문이었을 거예요. 칼멘과 알렉은 그... 그런 관계였거든요...


- 루리프일은 그렇다 쳐도 칼멘이 헬렌을 죽인 건 맞지가 않아. 뭔가 이상한 게 있어.


- 그래서 뮤리엔으로 가자 한 거예요. 칼멘을 잡아서 물어봐야죠. 알렉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말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도 확인해 보고.


- 아무래도 편을 나눠야겠구나. 로리엔으로 가는 편과 뮤리엔으로 가는 편으로.


- 그게 도움이 될까요?


- 도움이 되게끔 나눠야지. 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잘 못 했다간 세상이 쑥대밭이 될게다..



테리오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신은 다녀간 후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분명 돌아가는 상황을 다 알고 있을 텐데도 아무런 언질이 없다.


테리오는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게 요룬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이미 짜여진 판 위에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그 제멋대로인 여신이 다녀간 거였다. 각자에게 다른 임무를 주려고...





세상에 미련은 없었지만


비극으로 끝맺게 놔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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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1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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