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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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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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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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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명령권자 신규 등록

DUMMY

029. 명령권자 신규 등록






빼앗긴 쉘터.

전사들은 어젯밤의 전투로 피곤에 찌든 상태.

여기저기 누울 수 있는 곳에는 전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전사 루온은 어디 누울 곳이 없나 살피고 있었다.


어젯밤 전투엔 여신의 가호가 있었고, 여신이 나누어준 약을 먹거나 갑옷에서 주사기에 의해 자동으로 주입된 후 고통도, 불안도, 공포도 없이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루온도 약 때문에 잔뜩 고양된 상태로 밤새 싸웠었다.


루온은 불을 뿜던 적의 탑이 능선 위 대포를 날리고 폭파했지만, 그래도 두려움은 없었다. 여신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아래에서 둥근 방패를 들고 올라온 기계로 된 적들의 모습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전 황제와 같은 기계 인간의 모습.

아니 지금 자신의 뒤에서 우릴 독려하는 여신과도 같은 모습. 온몸이 기계로 만들어진 그들은 백 명이 마치 한 사람인 양 똑같은 동작으로 자신의 친구, 전사들을 죽였다. 용맹한 전사들이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목이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도 픽픽 쓰러졌다.


눈앞의 줄이 하나둘 줄어들수록 공포가 몰려왔지만, 약은 그를 두려움보다는 광기에 떨게 만들었다. 분노가 공포를 몰아내고 용기보다 환희가 자신을 지배했다. 그는 검을 치켜들고 울며 웃었다.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등이 떠밀려 앞으로만 나아간다.


[나의 무적의 전사들이여, 적을 향해 돌격할 것이다. 무기를 들어라.]


적의 탑이 무너지고, 적의 성에서 무언가 커다란 물체가 날아간다. 그들이 도망치자 전투는 끝이 났다. 기계의 인간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나의 무적의 전사들이여, 적들이 도망친다. 우리가 이겼다.]


모두 크게 함성을 지르며 울었다. 공포가 환희가 승리감에 불탔다.

전사들은 여신의 권능을 찬양했다. 승리의 기쁨을 노래했다.

루안은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이겼다.

하지만, 그 후 상황은 처참했다.


능선의 포병들은 거의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손발이 끊기거나 배에 구멍이 뚫려 죽었다. 능선에서부터 피가 냇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아래로 몰아쳐 갔던 전사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슴에, 특히 심장에 창을 맞은 전사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누워 죽어있었다. 목이 잘린 이들 또한 마찬가지. 잠깐의 전투였음에도 사상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죽은 이들 모두가 웃고 있다. 루안은 생각했다.


‘아마도··· 그 약 때문이겠지···.’


기계의 몸을 한 여신의 호위를 받으며 새 황제가 내려왔다.

루안은 고개를 깊게 숙여 그에게 예를 표했다. 발만 보이는 그는 뭐가 신이 나는지 걷는 스텝이 무슨 춤을 추는 것 같았다.


***


전사 루안은 덜덜 떨며 마지막 남은 물을 마셨다.


여신이 준 약은 전투에서 두려움을 밀어냈지만, 전투가 끝난 지금 그 후유증이 대단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고, 침이 끈끈해서 뱉어낼 수도 없었다. 춥고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렸다. 온몸이 가려워 아무리 긁어도 시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뜨면 자꾸 헛것들이 보였다. 죽은 전우들이 눈앞에서 휙휙 지나다녔다.


루안은 떨리는 몸으로 붉은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해바라기를 했다.

망토를 모포처럼 두르고 벽에 기대에 친구들과 줄줄이 앉아 어서 이 추위가, 이 가려움이 끝나길 기다렸다.


시체들을 찾아 내려온 까마귀와 독수리들이 머리 위에서 맴을 돌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전사들은 모두 상처 입은 사슴이 웅크리듯 숨죽여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다. 루안도 고개를 깊게 파묻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옆에서 졸리는 눈을 비비며 육포라도 있을까 가방을 뒤지던 전사 하나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루안도 그를 따라 하늘을 봤다.


“어?”


하늘의 한쪽.

작은 점들이 점점 커진다.

루안은 자신의 눈에 상처가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아무리 비벼도 그 점은 없어지지 않았다.


-까아아!

-까아아아!!


위험을 감지한 새들이 한순간 날아갔다.

옆에 있던 전사가 하늘을 보며 묻는다.


“저게 보여?”

“뭐지?”

“설마··· 익룡?”


괴수의 소리에 익숙한 전사 몇이 눈치를 보더니 재빠르게 부서진 돌벽 사이로 숨었다. 쉬고 있던 전사들 사이가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뭔가 무서운 것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몸도 움직임을 거부했다. 루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세상일을 다 한 냥 무력했다.

그리고 능선 뒤에서 거대한 몸체의 ‘와이번’이 나타났다.


크아아아아!!


“와이번?!”

“와이번이다아!!”


와이번이 등을 보이며 폐허가 된 건물을 따라 맴을 돈다.

전사들은 신기한 듯 와이번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 사내가 말했다.


“여자가 타고 있다.”


눈을 비비고 와이번을 살폈다.

그때 하늘에서 마치 물새가 물고기를 잡으러 물에 뛰어들 듯, 익룡들이 전사들을 향해 몰아쳐 왔다. 머리를 물린 전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하늘로 딸려 올라갔다. 끌려 올라간 사내가 발버둥을 쳤지만 두세 마리의 익룡에게 팔다리가 따로 물려 찢겨 죽었다. 투두두둑 하늘에서 피가 비처럼 떨어졌다.


“피해!”

“으아아아악!!”


아비규환.

익룡의 공중에서 내려찍는 무차별적인 공격은 막을 방도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와이번이 천천히 선회한 후 정면으로 내려오며 불까지 뿜었다.


콰아아아!


루안은 본능적으로 돌 뒤에 숨었다.

건물을 기대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백여 명의 전사들이 한순간 숯덩이가 되었다. 불길 속에서 괴로워 지르는 비명은 마치 굵은 관악기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황제와 함께 온 기계 인간들이 창을 하늘 위로 던졌다.

그 모습을 보던 루안은 익룡을 향해 날아갔다 다시 떨어진 창에 쇄골을 맞았다. 창을 붙잡고 뽑아보려 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약 기운이 남았는지 아프진 않았다.


루안은 황제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에선 피만 왈칵왈칵 쏟아졌다. 그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


전사 루안은 그렇게 부서진 쉘터의 구석에서 그대로 절명했다.




***



“이런 빌어먹을!”


매튜는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링크한 안드로이드의 눈을 통해 확인한 와이번. 그 등에 탄 알렉사의 모습에 분노했다. 알렉사는 거대한 와이번의 등을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며, 자신의 인간 클론 병사들을 통구이로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의 한 장면이 겹쳐진다. 마틴 옹의 시그니처, 그가 가장 그리고 싶은 장면이었다.


‘제기랄! ’


매튜는 자신의 뇌에 있는 나노 머신에 연결된 안드로이드로 통신 신호를 증폭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그녀를 향해 네오이데아의 통신 주파수로 신호를 걸었다.


“알렉사!”

[어머! 깜짝이야. 매튜?]

“그래! 나다.”

[그럼 저 아래 있는 병사들이 네 꺼였어?]

“그래. 네오이데아 시민끼리 진짜 이러기야?”

[아. 한참 재밌었는데, 웃기게 됐네. 여기 쉘터는 레오 거 아니었나?]

“어제까진 그랬지! 내가 왔을 땐 레오는 없고 헤베 그 새끼만 있었어.”

[헤베? 그 멍청한 생물학자? 잡았어?]

“튀었어.”

[아깝네. 내가 하루만 일찍 올걸.]

“여긴 이제 내 꺼야. 그러니 이쯤 하고 가시지?”

[아니, 우리 아이들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을 좀 많이 해서 말이야.]

“음?”

[배를 매우 고파하더라고.]

“야!”

[뭐 어때? 어차피 클론이잖아. 안드로이드를 부수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래도···.”

[쩨쩨하게 왜 이래? 어차피 꼴을 보니 약물 과용으로 곧 죽을 거 같이 생겼던데.]

“······.”

[그냥 적선한 샘 쳐. 넌 쉘터 털어서 얻은 것도 많을 거 아니야.]

“헤베 그 새끼가 다 부수고 떠났어. 남은 거라곤 커피 원두 한 컵 있더라.”

[원두?]

“그래. 내려와. 내가 아메리카노나 한잔 타 줄 테니까.”

[아. 마음만 받을게. 그리고······.]


대화 중이었지만, 와이번이 메튜가 있던 쉘터의 건물을 향해 불을 뿜었다.


“야!!”


문제는 헤베 박사의 표본이 깨지면서 바닥에 흥건하게 깔린 포르말린. 이 포름알데히드 수용액이 불이 붙으며 알파 쉘터 전체에 불이 옮겨붙었다.


매튜는 쌍욕을 하며 밖으로 나왔지만, 알렉사를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와이번은 불에 타버린 클론 전사들을 한입에 삼키고 있었다. 그 주위로 수많은 익룡이 그녀를 지키고 있다.


“씨X년이 무슨 짓을 한 거야? 괴수 조련이라니···.”


그는 숨어서 자신의 신경을 안드로이드에 링크했다. 그리고 죽은 전사를 먹기 위해 내려선 익룡을 향해 달렸다. 갑자기 달려온 안드로이드에 놀란 익룡이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려 했지만, 안드로이드가 달려들어 익룡의 피막을 찢고 목에 검을 꽂았다. 익룡은 몇 번 퍼덕거리더니 금방 축 늘어졌다.


“뭐야? 이건.”


안드로이드가 익룡의 목에서 기생충 하나를 뽑아냈다. 엄지손가락 두 개 크기의 커다란 기생충이 꿈틀거리며 반항하더니 축 늘어진다. 기생충에 심어둔 기계장치가 하얀 증기를 뿜으며 과열되더니 퍽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이봐! 매튜?]

“······.”

[매튜? 죽었어?]

“······.”

[까불지 말고. 이 정도로 죽진 않잖아? 너 아직 접속 로그도 뜨거든?]

“대충 먹었으면 그만 지랄하고 가라.”

[마지막으로 경고를 좀 해주려고. 이 대륙은 이제 내꺼야. 그러니 1주일 안에 모두 정리하고 떠나. 안 그러면 내 꼬룡이들에게 냠냠 당할 테니까.]

“하!”

[난 이미 경고했다. 또 보면 알지?]


그녀의 와이번이 거대한 날개를 다시 흔들자 검은 매연이 흩어지며 사그라지던 쉘터의 불꽃이 다시 크게 올라왔다. 천천히 떠오른 와이번은 주위를 한번 훑어보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매튜는 숨어있던 벽 뒤에서 나와 안드로이드에게 빠르게 명령했다.

다른 건 몰라도 쉘터가 무너지가 전에 탑에 있는 발칸포만은 살려서 챙겨야 했다. 탈출선의 소형 프린터로도 20mm 발칸탄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으아아악!!”


그는 이가 부서져라 입을 앙다물었다. 그의 아구에서 근육이 불끈불끈 움직인다.


“소설이나 쓰고 있으니 내가 우습지? 좋아! 제대로 붙어주마. 네년은 상상도 못 할 스토리로 네년 인생에 갈아 마셔주마.”


그의 머릿속에 엄청난 상상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허공에 키보드 자판을 열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씨바알. 이런 걸 진즉 소설로 썼어야 했는데······.”


그는 그 상상들을 빠르게 메모하며 광인처럼 웃었다.




***




알렉사는 와이번의 등에서 에취에취 기침을 했다.

그리곤 와이번을 좀 더 천천히 저공으로 날도록 조종했다.


‘으으으, 생각보다 엄청 춥네.’


그녀를 따라서 익룡의 무리도 낮게 활강한다.

그렇게 날기를 잠시.


부글.


수면으로 올라오는 공기 방울.

갑자기 자신의 아래 늪 쪽이 울렁 올라오더니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뛰어올라 익룡 한 마리를 물고 떨어졌다. 그녀가 깜짝 놀라 자신의 랩톱에서 방금 사라진 익룡의 기생체를 찾았다.


‘하! 이런 횡재가 있나?’


그녀가 기생체에 명령했다.


- 숙주의 뇌를 기어 나와 더 큰 숙주의 뇌로 이동하라.


와이번과 함께 맴을 돌며 거대한 괴수가 보이길 기다리자 몇 분 지나지 않아 물 위로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몸을 일으켰다.


<포획 완료>


그녀가 선택한 기생체의 코드 옆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곤 거대한 괴수가 뒤뚱뒤뚱 춤을 추기 시작했다.

포섭이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자 장난삼아 끼워 넣은 아기 체조.

얼핏 악어처럼 생긴 거대한 괴수는 힘겹게 두 발로 서서 뒤뚱거리며 춤을 춘다.


‘이거 좋네. 굳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잖아?’


먹이 사슬을 이용한다.

먹히고 먹고 먹히고,


그렇게 최종으로 올라가면 이 별에서 가장 강한 놈을 포획할 수 있다.


그녀는 와이번을 제외한 모든 익룡을 수면 가까이 날도록 조종했다.

그리고 그렇게 날리길 몇 분, 곧 비슷한 종류의 괴수들이 물에서 튀어나와 익룡들을 집어삼켰다.


‘좋아! 아주 좋아!’


잠시 기다리자 뒤뚱거리며 춤을 추는 괴수가 셋으로 늘었다. 곧 넷, 다섯 숫자가 점차 늘어난다.


와이번이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뒤로 습지의 괴수들이 천천히 그녀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불 꺼진 클론 배양실.

난 가만히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클론 아기를 살폈다.


[ 생산 코드 - 001 / 인간형 클론 / Female / 메이드 ]


생장 속도 : 218% (정상)

영양 공급 : 212% (정상)

체중 : 652g (정상)

체온 : 37.0도 (정상)

상태 : 수면 중.


이제는 주먹만 한 크기. 그 작은 몸에도 손발이 있고 심장이 꿈틀거린다. 검은 눈이 작게 반짝인다. 인공 태반과 연결된 탯줄이 길게길게 늘어져 아이와 연결돼있다.


“가우시아. 상태는?”

[일반적인 클론 양생 기준보다 2.13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그렇게나 빨라? 문제는 없겠지?”

[성장 속도에 맞춰 영양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클론 태아는 건강합니다.]


헤베 박사의 말이 맞았다.


이 별에서 태어난 생명체는 뭐든 빠르게 성장하고 늙는다.

그게 이 별의 유전자와 아무 관계 없이 생성된 클론 배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결과치. 그렇다면 그 마력의 보주를 만드는 사이오닉 에너지의 파장이 전 행성의 생물 성장에 관여하고 있을 터였다.


‘양식장으로는 최고의 조건이네···.’


그때 아리스가 배양실로 들어왔다.


“뭐해?”

“그냥. 잘 크나 싶어서.”

“으음. 미녀로 설정했더니 예쁜지 보러왔구나?”

“설마.”

“왜? 싫었어?”


저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알고 있지만, 오글거려서 말을 못 해주겠다. 그래도 해주긴 해야겠지?


“설마 아리스보다야 이쁘려고?”

“칫! 대답이 너무 늦었잖아.”


입은 삐쭉거리지만, 정답은 맞은 모양.

그녀가 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청 빨리 크네?”

“두 배는 빨라.”

“두 배?”

“이 별에서 클론이나 축산업자가 사업을 하면 대박이겠다.”

“헤베 박사 이야긴 들었어. 최적화까지 이루어지면 엄청나겠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우선은 이 별을 차지해야 분양을 하든 뭘 하든 하겠지만.”

“그렇겠네.”


그때 가우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 나가의 의족 출력이 완료되었습니다.]


“가우시아. 그 아이의 이름은 ‘골디’야!”


아리스의 외침에 가우시아가 답한다.


[아기 나가의 이름을 ‘골디’로 등록합니다. 이제부터 아기 나가는 ‘골디’로 호칭하겠습니다.]


우린 클론 배양장을 나와 골디가 자고 있는 컨테이너로 조심히 들어갔다.

아이는 우리가 모아둔 보주 상자 안에서 보주를 안고 놀고 있었다.


“골디! 이리 와!”


내가 가까이 손을 뻗자 아이도 양손을 벌린다. 조심히 들어 올리려고 하는 순간 찌릿! 마치 정전기가 통하듯 아이와 나 사이에 방전이 일어났다.


“이크! 따가워!”


아이는 미안했던지 한쪽 눈을 혀로 핥는다.

난 아이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눈을 맞췄다.

아이의 커다란 눈이 금빛으로 빛난다.


“자. 오늘은 네 다릴 붙일 거야. 알겠지?”




***




골디의 잘 발달하지 못한 하반신.

그곳에 붙이려고 준비한 인공 골반과 의족에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골디의 몸이 이미 골디가 품었던 보라색 보주, 즉 전격의 사이오닉 에너지에 적응해버렸다는 것. 첫 번째로 만들었던 의족은 그 스파크 한 방에 신경이 다 타버렸다.


전격 마법.

뭐 솔직히는 의도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거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골디는 수시로 온몸에서 전기를 뿜어내며 놀고 있었다. 골디를 돌보도록 붙여두었던 안드로이드의 데이터를 살피니, 그 발전 속도가 상당했다.


방전 기능을 추가하고 누전차단. 신경 보호.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골디의 전격에 의족이 터졌다.


이번이 여섯 번째. 더는 나도 방법이 없다.

차라리 이 아이가 전기의 힘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난 바크얀을 불러 부탁했다.


“통역 마법을 시전해줘.”

“아이에게 직접 말이오?”

“가능한 지금 상황은 개선해야지. 아이의 재능이 우릴 잡아먹게 놔둘 수는 없잖아.”


바크얀의 주문에 나와 골디의 뇌가 직링크. 텔레파시로 연결됐다.

난 아이에게 언어가 아닌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내 상상력이 아이에게 전기에 대한 지식, 위험성, 공포, 소용, 사용법 등 다양한 상황을 직관으로 전달했다. 아이는 금빛의 눈을 가만히 뜨고 내 메타 인지가 뭉뚱그려 갈무리한 정보를 빠르게 흡수했다. 마치 꿈을 꾸듯.


“됐다.”


아이가 금빛 눈을 깜빡인다.


“알겠니?”

-쿠익


귀엽다고 해야 할까? 징그럽다고 해야 할까?

아이가 처음으로 내뱉은 단어는 꼭 ‘걱정하지 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의 몸에 흐르던 전자기, 정전기가 스르륵 갈무리됐다.


“후~!”

-퀴이익

“알았어. 자 이제 한번 붙여볼까?”


난 조심히 아이를 잡아 마치 보행기에 아이를 태우듯 내가 만든 여섯 번째 의족 골반에 아이의 발달하지 못한 하반신을 넣었다. 아이의 새끼손가락만큼이나 작은 다리가 구멍에 쏙 들어가며 정확하게 맞는다. 아이는 기계로 된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꾸익

-꾸위익


“좋아?”


도마뱀이 ‘웃는다’라는 표정은 모른다. 하지만 골디와 연결된 텔레파시는 그 아이의 기쁨을 올곧이 나에게 전했다.


‘그래. 무럭무럭 자라라.’


입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저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랄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내가 아이를 안아 올리자 내 머리가 골디가 뿜어낸 정전기에 폭탄 맞은 사람처럼 풍성해졌다.




***




“저기 보인다.”


트럭이 도착한 곳은 평야가 끝나고 계곡과 새로운 분지가 시작되는 곳.

두 개의 컨테이너가 찢어진 낙하산과 함께 땅에 반쯤 파묻혀있다.

지난 3개의 달이 만든 쓰나미의 영향이려나? 하지만 특별하게 이상은 없는 듯. 그리고 저쪽 500m쯤 뒤에 또 다른 컨테이너 하나. 저건 클론 배양기다.


“아리스 준비됐지?”

“응.”


아리스가 컨테이너를 인증하자 문이 열리고 예의 안드로이드들이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난 내 랩톱과 컨테이너를 접속해 안드로이드의 로그 파일을 확인했다.


“명령권자 신규 등록”

[이미 명령권자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 명령권자 : [이반 아비노프]

“뭐?”


그때. 어두운 컨테이너 속 안드로이드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난 무의식적으로 아리스의 뒤 깃을 잡아 뒤로 던지며 말했다.


“도망쳐! 아리스!”


컨테이너에서 안드로이드가 날 향해 쏟아져 나왔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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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 명령권자 신규 등록 +9 21.08.19 556 1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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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 이제 넌 내꺼야. +4 21.08.16 556 19 17쪽
26 25화 - 왜? 아쉬워? 좀 더 기다려 줄 걸 그랬나? +6 21.08.15 543 16 15쪽
25 24화 -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잡아라. 알겠지?” +8 21.08.14 580 17 14쪽
24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9 21.08.13 589 20 16쪽
23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4 21.08.12 621 24 19쪽
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595 21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9 21.08.10 643 24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628 24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629 24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661 19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655 23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726 22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749 28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751 30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810 29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834 32 16쪽
11 10화 - 으악! 이게 뭐야? +7 21.08.03 868 34 21쪽
10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906 30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938 33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6 21.07.31 1,030 33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1,207 39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464 53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633 62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2,096 65 15쪽
3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683 86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3,380 111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30 21.07.26 3,962 12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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