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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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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최근연재일 :
2021.10.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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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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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DUMMY

022.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나는 나가들에게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숙지시켰다.

경건한 자세로 눈을 깜빡이는 나가들.

왕이 엄선해서 선발한 가장 똑똑하다는 이들

나이 많고 학자풍(?)인 나가들이 내 뒤를 졸졸 따른다.


“자, 이 구멍으로 이렇게 흙을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여길 누르면 종류에 맞는 무기가 출력되죠.”


-지이이이잉.


내가 버튼을 누르자 작은 출력기에서 천천히 금속 창날이 출력된다.

다른 버튼을 누르자 화살촉이 12개씩 세트로 나왔다.


“오오오오!!”


놀란 나가들이 탄성을 지르며 눈을 반짝인다.

출력된 도구들을 살펴보며 감탄 연발.

이건 뭐 원시인 놀이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상황이 우습다.


“이것은 태양의 빛을 받아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 이 판들이 항상 태양을 향하게 해야 해요.”


내가 태양 전지판의 위치를 조정하자 이 출력기의 운용을 맡은 나가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열심히 가져온 나무판에 손톱으로 긁어 무언가를 적는다.


“이 태양의 빛을 모으는 판은 모래 먼지나 이물질이 붙지 않도록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알겠죠?”

“알겠습니다.”


모든 점검이 완료되자 나가의 왕이 나에게 다가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무기와 도구를 낳아주는 기계라니···, 선물이 너무도 과분하여 어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 마력의 보주 셋이라면 보상은 충분하죠.”


이 소형 프린터 세트 하나를 출력해주는 대가로 나는 수박만 한 보주 셋을 받아냈다. 소금 평원의 그 거대한 장어를 잡아도 얻을 수 없는 크기. 이 정도라면 저런 프린터는 백 대라도 아깝지 않았다. 특히 단순 주조 정도로 출력물에 제약을 걸어둔 초기모델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지도 몰라요. 최대한으로 돕겠으니 부족을 강하게 이끄세요.”

“그러겠습니다.”

“일 주에 한 번, 5분 정도 저 강철 인형을 통해 제가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이야길 해주세요.”


내가 바라본 곳에는 안드로이드 한 대가 새로 출력한 최소형 프린터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안드로이드는 태양열 패널 4개와 전체적인 프린터의 운용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AI를 새로 설계했다. 물론 통신과 충전기의 역할도 대행이다. 거기에 가우시아의 13,452개의 모드 중에서 찾아낸 ‘무술’ 관련 데이터도 옮겨두었다. 나가의 전사들은 저 안드로이드를 통해 검술과 각종 격투기를 배운다. 이들의 신체 능력이라면 적절한 방어구와 무술만 연마해도 꽤나 믿음직한 병력이 될 터.


우주에 있는 우주선을 통해 통신이 닿는 상황에서라면 이 안드로이드에 다시 링크할 수 있다. 나가 족과는 앞으로의 동맹에 관해 지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었다.


난 네오이데아의 범죄자 네 명과 비교해서 내 부족한 전력을 이렇게 이 별에서 사는 문명 부족들을 포섭할 생각이었다. 나가, 라쿤, 오크 족, 또 다른 부족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정복이 아닌 교화가 이후 행성의 관리에도 최선이다.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제 출발할 시간.


- 구우우우웅웅웅


호버크래프트가 바람을 뿜어내며 스커트를 키운다. 맹렬한 바람에 호버의 몸체가 살짝 부상했다. 나와 아리스가 왕과 그간 정이 든 나가 족 전사와 보모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근 7천이 넘는 안드로이드를 태운 십여 대의 호버크래프트가 떠나가는 모습을 나가 족 왕은 한 손에 금안의 아이를 안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떠나가는 신을 배웅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깊게 무릎을 꿇었다. 그 뒤로 도열한 수만의 나가 족이 떠나는 우릴 향해 절을 올렸다.




***




옥색으로 반짝이는 평온한 바다.

우리는 해변에 바짝 붙어서 남동쪽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따듯하게 데운 코코아를 조타를 잡은 아리스에게 건네자 그녀가 물었다.


“목표는?”

“남동쪽으로 680km”

“거기 뭐가 있어?”

“컨테이너 둘, 그리고 클론 배양기도 하나!”

“무조건 가야겠네.”

“그렇지.”


할 일이 많다.

컨테이너를 수거해 안드로이드의 수를 늘리는 것도 그렇지만, 아리스의 뇌를 치료하는 것도 필히 해야 할 일. 초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치료는 이제 끝났다며 재차 치료술을 펼치더라도 더는 진전은 없을 거라 단언했다. 그러니 초코가 속한 신전을 찾아 라쿤 족의 대사제를 만나야 한다. 나가에게 받은 보주라면 아리스를 치료할 수 있을 터.


바쿠얀의 골렘도 그렇다.

그는 당장이라도 골렘을 만들 수 있지만, 정령 왕이나 그에 준하는 최상급 정령을 부르려면 마력의 기운이 넘치는 장소로 가서 골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골렘 제작에도 명당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세 개의 달이 만드는 조력과 중성자별의 중력렌즈. 그것이 만드는 재난도 피해야 했다. 자칫 중성자별의 공전궤도와 일직선 위에 놓이면 우린 돋보기 앞의 개미 신세처럼 타버릴 터였다. 그걸 적절히 이용해 적을 상대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반은 우리를 직접 공격하거나 받아치지 않고 안드로이드만 쏙 빼서 전투를 피했다. 알들만 부수어 자신은 쏙 빠졌다. 나와 나가의 전투로 이끌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 1:1:1:1:1 다섯이 각자 싸우는 와중이라면 전략적으로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적들끼리만 서로 싸우길 기다리는 게 최선. 아무리 대승을 거두더라도 피해는 누적되기 마련이다. 적을 잡아먹어 덩치를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싸울 이유는 없...


‘잡아먹어?’


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방금 생각난 방법을 빠르게 정리했다.

전쟁은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대소멸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행성과 행성이 충돌하여 더 큰 행성이 될 수도 있다.

약육강식은 먹고 먹히며 성장한다.


지금 내 전략은 넷.

이 별에 살고 있는 부족들을 교화, 동맹으로 포섭한다는 것이 하나.

안드로이드들을 업그레이드하고 갑옷을 입혀 일당백의 용사로 레벨업하는 것이 둘.

보주와 마력을 어떻게든 활용해 마법을 이용해보겠다는 것이 셋.

그중 가장 유력한 활용법이 바로 골렘이고.

마지막으로 우주에서 우릴 기다리는 수송선을 전력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 우주에서 쏴주는 위치정보나 감시만으로도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거기에 중력 무기를 이용한 공격이라면 금상첨화.


거기에 더해서, 적을 제압하고 그 병력을 잡아먹는다?


안드로이드는 부서져도 남은 신체는 부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또 준비만 잘하면 그것들을 모아 새로운 안드로이드로 재생산도 가능하다. 대형 프린터를 들고 우주에서 내려온 것은 나뿐이니, 그것만 잘 활용해도 병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이겼을 때 이야기.

준비된 계획이 잘 맞는다면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벌써 이반은 3만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를 모았다.

다른 셋이 어떤 짓을 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보가 전혀 없으니···.

정보 없이 총력전으로 붙는 건 도박.

놈들의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


이 별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네오이데아의 네 명의 떨거지들은 꼭 제거해야 한다. 그들을 가만두었다가는 바퀴벌레가 집안에 퍼지는 것처럼 다른 네오이데아의 잔당들을 끌어들이고 이곳을 벌집으로 만들어 그들만의 거점으로 삼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그들을 제압하고 자원을 모아 우주선을 수리한다. 암흑 에너지를 활용한 성간 통신망에라도 살려 외부와 접속할 수 있어야 아리스와 날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려놓을 수 있다. 그래야 이 별 가지고 장사를 하든 아리스의 아버지에게 연락해 보상을 받든 한다. 선물로 우주선 하나만 받아낼 수 있어도 난 부자······.


“으아앗!”


그녀의 손가락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난 기겁을 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일할 생각.”

“할 일이고 자시고 저길 좀 볼래?”


내가 뒤를 돌아보자 클론 배양기의 유리통 안에서 가만히 눈을 뜬 금안의 아이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 언제 꺼낼 거야?”

“지금?”


나와 아리스는 운전을 가우시아에게 맡기고 배양기를 향해 다가갔다.


“귀엽긴 한데······.”


줄기세포 치료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금안의 나가 아이의 허리 아래가 문제다. 척추 부상 때문에 신경이 끊어진 여파로 발육이 전혀 이루어지질 않았다. 즉 아이는 커다란 머리와 몸, 팔까지는 얼추 정상으로 자랐지만, 허리 아래의 발은 마치 올챙이의 막 자라나기 시작한 뒷다리처럼 볼품없이 작게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뭉뚝한 꼬리라도 있어 다행.


- 금안의 아이는 마법을 쓰지요.


나가 왕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나는 아이를 조심히 배양액에서 꺼내 안았다. 파충류의 새끼이니 젖이나 우유를 먹일 이유는 없다. 난 나가 족에게 받아온 항아리를 뒤져 손가락 굵기의 굼벵이를 꺼내 먹였다. 아이는 처음 받아먹는 것임에도 허겁지겁 굼벵이를 입에 물고 꿀꺽 삼킨다.


“아리스. 어때? 네가 먹여볼래?”

“아으으으으··· 절대 싫어!”


아리스는 굼벵이 덕인지 저만치 달아나 초코를 꼭 붙들고 입을 삐쭉 내민다. 난 아이에게 몇 마리의 굼벵이를 더 먹인 후 작은 바구니에 아이를 눕혔다.


“이 아이, 이름으로 뭐가 좋아?”


아리스는 멀찍이서 아이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골디!”

“음. 좋은 이름이네. 골디, 앞으로 잘 부탁해.”

“밥은 레오가 먹여!”

“물론이지.”


난 바구니를 조심히 들고 마오른의 보주가 들어 있는 마력봉인 상자를 열었다. 영롱하면서도 은은한 오색의 빛이 보주를 타고 흐른다. 이제 내 심장도 그 보주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마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후우. 역시 대단하네.’


난 조심스럽게 그 보주 위에 바구니를 올렸다. 아이는 쏟아지는 마력 속에서도 편안한 자세로 단잠에 빠져들었다.




***




12시간이면 도착하리라 생각한 컨테이너로의 여정에 문제가 생겼다.


해안을 따라 보이는 거대한 침식 절벽.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나간 해안은 마치 병풍처럼 우리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높이가 무려 120m, 절벽을 따라 80km째 달리고 있지만, 전혀 절벽 위로 올라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아리스가 궁금한 듯 묻는다.


“절벽을 부수면?”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 하지만 그도 시간이 꽤 걸릴 거야.”

“밀물이 오면 절벽까지 오르지 않을까?”

“지금이 밀물이거든?”


우선 여기서 잠시 대기.

난 무작정 달리기보다 지형을 먼저 파악해야겠기에 화살촉새 드론을 사방으로 날렸다. 해식애와 해식 동굴. 시스텍과 무수한 아치들. 지구였다면 천혜(天惠)의 관광 자원이 되었을 멋들어진 해안을 누비던 드론이 15km 전방에서 드디어 완만히 절벽 위로 오르는 해식 동굴 하나를 찾아냈다. 문제는 그 동굴에 이미 터를 잡은 주인이 있다는 것.


“바다코끼리야?”

“듀공 닮았네.”

“크지만, 귀··· 귀여워.”


허리 아래는 물범 같은 꼬리지느러미, 그리고 상체는 바다코끼리를 닮았다. 머리는 듀공을 닮아 순하디순한 외모. 하지만 덩치는 산만 한 놈들 수천 마리가 해식 동굴 가득 들어차 잠을 청하고 있었다. 동굴은 길게 분지까지 완만히 이어져 있다.


“저놈들을 치우고 저 길을 올라가자고?”

“안 되겠지?”

“오늘 저녁은 바비큐?”

“아, 옙!”


드론의 근접 영상을 살펴보고 있을 때 수천 마리의 놈들이 갑자기 동요하기 시작했다. 위쪽 무리는 황급히 절벽 위 평원을 향해 움직였고 아래쪽은 아비규환. 바다가 폭발하듯 거대한 뭔가가 튀어나왔다.


퍼어엉!

꾸억!


갑자기 바다 쪽에서 나타난 괴수. 저 거대 듀공 코끼리 한 마리를 잽싸게 물곤 집어삼킨다.


“뭐지?”

“봤어?”

“와~!”

“뭐라고 생각해?”

“펠리컨?”


왜가리. 아니 킹가리.

물속에 사는 미끈한 거대 왜가리가 저 큰 덩치의 듀공코끼리를 무슨 열매 따 먹듯 한 마리씩 따먹기 시작했다. 이제껏 만났던 괴수들 중에선 킹 오브 킹. 덩치며 생긴 것이며 풍겨오는 포스가 상상을 넘어선다.




***




영상으로 킹가리를 봐서인지 난 다큐멘터리 감독의 자세가 떠올랐다. 절대 자연에 간섭하지 않는다. 펭귄들이 얼어 죽어 나가도 그건 펭귄과 자연의 생존 결과, 거기에 간섭한다면 그건 자연의 섭리에 혼선을 주고 인위적인 결과를 만들기...는 개뿔. 내가 방송인도 아니고, 저 듀공코끼리들은 너무 귀엽잖아!


“어쩔까?”

“당연히 구해야지. 노예 1호, 출동해!”


아리스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난 공중에서 그 장면을 촬영 중인 화살촉새 드론을 급강하시켰다. 마치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급강하폭격기가 일본 군함을 향해 공격하듯 킹가리의 머리로 돌진해 들어간다.


쾅!

콰광!

쾅!


음?


“뭐야? 꿈쩍도 안 하잖아?”


연기를 한번 털어낸 킹가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머릴 두어 번 흔든다.

연기가 가시자 털에 싸여 있어 보이지 않던 놈의 본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리스의 탄성.


“우와~! 포스 개쩔어!”


고대의 물고기 중엔 ‘판피어(板皮類 / Placoderms)’라는 종류가 있다.


머리에서부터 마치 중세시대 투구를 쓰듯 단단한 골질성 판피(板皮)로 무장해 무슨 갑옷을 입은 것처럼 생긴 놈들이다. 갑피류(甲皮類), 갑주어(甲胄魚)같이 단단한 껍질을 가진 놈들보다 더욱 강력한 놈. 판피어의 대표 종은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

둔클레오테누스.jpg

<둔클레오스테우스 화석 :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


지금 내 앞 화면에 보이는 놈의 모습은 이 판피어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갖춘 갑 오브 갑 포식자. 화살촉새 드론의 꼬라박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모습. 딱 둔클레오스테우스에 왜가리의 부리가 합치된 무시무시한 모습은 어떤 공격에도 데미지를 입지 않을 듯 단단했다.


놈은 벌써 여섯 마리 째 듀콩코끼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먹어.

먹는다.

먹는다고?

아까부터 잡아먹는 것만 머리에서 돌더니······. 먹는 것만 생각난다.

잠깐! 그럼 먹힐까? 먹히면?


난 남은 드론들을 모두 지금 놈에게 물려 버둥거리는 듀공코끼리의 꼬리 쪽에 쑤셔 박았다. 이미 머리가 반쯤 목으로 넘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듀공코끼리의 외마디 비명. 킹가리의 목 판피갑이 듀콩의 절규에 부르르 떨렸다. 두공의 소리가 더 두껍게 울린다.


퀘어어어어!


놈은 축 늘어진 듀공코끼리를 하늘 위로 번쩍 들고 중력의 도움을 받아 긴 목으로 쑤셔 넣는다. 놈의 목이 불룩해지며 그 큰 덩치의 듀공이 쑥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그럼··· 작전 시작?”


난 화살촉새 드론에게 킹가리의 뱃속을 헤집어 놓도록 명령을 넣었다.


꾸룩!?


아리스는 무슨 생각인지 5백 년도 더 된 사이버 펑크 곡을 틀었다.

퉁퉁 튀는 베이스에 신나게 드럼이 질주를 시작한다.

삐슝빠슝 신디사이저의 화려한 음색, 그리고 달리는 기타, 그 박자에 맞춰 아리스와 함께 덩치가 100m는 되는 킹가리가 춤을 춘다. 돌벽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힌다. 킹가리의 지느러미 공격에 원치 않게 얻어맞은 두공코끼리가 하늘을 난다. 그 사이로 아리스가 신나게 머릴 흔들어 댔다.


드쁑드쁑삐슝빠슝

두쿵두쿵두쿵두쿵

지이지이지이징


“아, 오!”

“예!!”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인지 부조화?

아니면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인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뱃속 고통에 발악하는 놈에게 음악이 덧입혀지자 그 어떤 신동이 추는 댄스보다 멋진 퍼포먼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도 재앙적 규모로 괴수가 몸을 흔들어대니 여기까지 땅과 바다가 울린다.


그런데 왜 난 저놈의 몸속에 박혀 살을 째고 있는 칼날촉새 드론을 음악과 동기화시키고 있는 거지?


쿵-찍 쿵-찍 쿵-찍 쿵-찍

삐슝-빠슝 삐슝-빠슝


음악과 동기화가 만들어낸 카타르시스.

난 그 음악의 마성에 빠져 아리스와 머릴 흔들었다. 괴수와 함께. 미친 춤판


쿠아아아아!

과지지지지직!


신명 난 듯 춤을 추던 놈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온몸에서 전기를 뿜어냈다.


[항해사님. 드론과 통신이 끊겼습니다.]


“뭐야? 저놈 전기뱀장어야?”


분노한 듯.

거대한 킹가리의 몸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우리 쪽을 스윽 바라보곤 바다로 들어갔다. 아리스는 추던 춤을 정지한 채 멍하니 바다로 도망치는 놈을 바라봤다.


“뭐지? 놈이 우릴 본 거 같은데···?”

“설마.”

“레오도 봤잖아. 이렇게 턱 들고 스윽 쳐다보는 거.”


아리스가 놈의 표정을 흉내 낸다.

하지만 놈의 지능이 그렇게 높으리라 생각되진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배도 한껏 채웠을 텐데 다음 사냥까지는 시간이 있겠지.”

“좋아. 댄스파티 끝났으니 바비큐라도 굽자.”


지금 눈앞엔 킹가리가 춤추다 날려버린 듀콩이들이 쓰러져 뒤뚱거리고 있었다. 난 장비를 차려입고 긴 대검을 들었다.

노예 1호의 노동의 시간이다.




***




해변 깊이 호버크래프트를 정차시키고 난 죽은 듀콩이를 끌어와 해체했다.

거대한 모닥불에 쇠꼬챙이에 꿰어 지글지글 구워지는 듀콩의 갈비.

한참 바비큐 파티를 시작하려 할 때쯤 통신이 들어온다.


“헤베 박사님?”

[레오. 들리나?]

“잘 들려요. 무슨 일이시죠?”

[문제가 생겼네. 이 영상을 봐주게.]


영상을 다운로드해 밤하늘 위에 영사했다.

아리스가 내 옆으로 바짝 와 붙는다.

화면은 우리와 같은 어두운 밤.


그곳에 안드로이드 한 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안드로이드 얼굴에 파란색으로 인간의 얼굴이 3D랩핑 되어 있다는 것.


/ 이봐! 거기, 날 알아보겠나? /

[누구냐.]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

[매튜? 여긴 왜 왔지?]

/ 뭐. 어찌어찌 이웃이 된 듯해서 말이야. 온 김에 인사나 좀 나누려고. /

[이웃?]

/그래. 난 저 산맥 너머야, 추운 데서 이사 힘들게 왔는데, 넘어와 보니 여기네? 너희가 있을 줄은 몰랐어./


화면 속 안드로이드는 과장된 몸짓으로 헤베 박사 쪽으로 귀족처럼 한 팔을 돌리며 인사를 한다.


/그러니 어쩔래? 한판 붙을까? 아니면 사이좋게 지낼까? 결정되면 연락하라고, 난 뭐든 준비되어있으니까./


영상은 여기까지.

난 화면 속 통신 중인 헤베 박사를 향해 소리쳤다.


“무조건 도망쳐요. 가져올 수 있는 것만 챙겨서! 지금 당장”

[아··· 알겠네. 자... 잠깐!]

/와장창, 쾅! 쾅!

[아악! 이런 제기랄! 레오! 놈들이 지금··· 놈들이···. 코코! 위험!]

/으아아아악!

/삐욧! 삐요오옷!!

[모카야! 안 돼!]

/펑!


지지지지직


통신화면의 강제 종료.

난 황당한 표정으로 화면 꺼진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매튜? 그 미친 요리사?”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작가의말

판피어의 대표 종은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는 대전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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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꿈길™
    작성일
    21.08.12 18:30
    No. 1

    엇, 이제 의성어 앞에 / 가 붙네요.
    신선한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레드풋
    작성일
    21.08.12 21:30
    No. 2

    아. 아닙니다.
    저 상황은 통신으로 들려오는 의성어였기에 좀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넣어본 것입니다. 좀 달라보였다면 불편하였을까 걱정이네요. 이해를 바랄께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영협
    작성일
    21.08.15 04:23
    No. 3

    잡아다 발전기로 쓰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레드풋
    작성일
    21.08.15 04:55
    No. 4

    와하하.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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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 제2쉘터 아사스 (2) +4 21.08.28 382 14 16쪽
39 38화 - 싱크로율 +4 21.08.27 373 15 11쪽
38 37화 - 구출 (4) +8 21.08.26 360 16 12쪽
37 36화 - 구출 (3) +6 21.08.25 356 14 13쪽
36 35화 - 구출 (2) +10 21.08.24 378 17 14쪽
35 34화 - 구출 (1) +6 21.08.23 375 13 14쪽
34 33화 - 흡혈충 +8 21.08.22 417 11 14쪽
33 32화 - 제2쉘터 아사스 (1) +6 21.08.21 399 14 14쪽
32 31화 - 아누카 (2) +8 21.08.20 407 18 11쪽
31 30화 - 아누카(1) +4 21.08.20 397 11 13쪽
30 29화 - 명령권자 신규 등록 +8 21.08.19 453 11 19쪽
29 28화. 그렇다면 재능을 한 가지 설정하시죠. +10 21.08.18 438 13 16쪽
28 27화 - 그래도 무척 절박했을 것 같지 않아? +10 21.08.17 420 18 16쪽
27 26화 - 이제 넌 내꺼야. +4 21.08.16 457 17 17쪽
26 25화 - 왜? 아쉬워? 좀 더 기다려 줄 걸 그랬나? +6 21.08.15 451 14 15쪽
25 24화 -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잡아라. 알겠지?” +8 21.08.14 480 14 14쪽
24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9 21.08.13 492 18 16쪽
»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4 21.08.12 518 21 19쪽
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492 19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8 21.08.10 536 22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524 22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528 22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550 17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540 21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607 20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625 25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617 28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680 28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691 30 16쪽
11 10화 - 으악! 이게 뭐야? +6 21.08.03 711 30 21쪽
10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759 29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774 32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4 21.07.31 852 31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991 37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203 49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340 58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1,743 59 15쪽
3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218 80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2,801 103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28 21.07.26 3,168 1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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