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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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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최근연재일 :
2021.10.05 16:22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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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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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962

작성
21.08.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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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0화 - 으악! 이게 뭐야?

DUMMY

010.




해안선을 따라 갈대 같은 키 큰 식물이 가득한 넓은 평야.

트럭이 그곳을 지나고 있을 때, 앞서가던 정찰 드론이 이상한 영상을 출력했다.

아리스와 내 눈이 게슴츠레하게 바뀐다.


“이거 무슨 구조물 같은데?”

“다시 한 번만 더 돌아봐 줘!”

[알겠습니다. 함장님.]


드론이 해당 지역을 넓게 선회한다. 돌탑과 돌벽, 정확히는 선사의 유적이다. 인간의 거주구와 흡사한 모습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우린 마을 형태의 폐허를 발견했다.


“와!”


아리스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유적을 살핀다.

어쩌면 우리가 새로운 외계문명과의 조우를 할 수도 있다. 우주적 발견을 이룰 수도 있다는 넘치는 기대감.


유적은 중심으로 갈수록 점점 깔끔한 석조 건물로 변했다. 로마시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석주들, 판판하게 다듬어진 바닥. 작은 수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아. 꼭 기원 전 유럽 같네.”

“진짜······.”


트럭의 전면창이 드론의 카메라와 연결되며 수십 개로 분할된다. 각각의 드론들이 유적을 날며 보내오는 영상들. 도시 전체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3D 스켄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한번 볼까?”


장소를 트레일러로 옮기자 그곳의 중앙에 도시의 삼차원 영상이 출력된다. 도시는 대략 1만 명 정도가 지낼 수 있는 규모, 원시의 부락이라 하여도 제법 넓다.


그리고 우리가 삼차원 영상을 돌려가며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을 때,


[항해사님. 여길 보십시오.]


가우시아의 지적.

지도의 한쪽에 붉은 삼각형이 빙글 돌고 있었다.


“확대해.”


그곳. 영상의 한 곳을 확대하자 그곳에 [ANUKA]라고 정확하게 양각되어있는 석주가 보였다. 아리스의 실망감이 비명이 되어 돌아왔다.


“아악! 이게 뭐야?”

“허, 거참! 김빠지네.”

“어째서 영문이 표기되어 있는 거지? 이 별에 인간이 살았어?”

“300년 전의 개척단이지 않겠어?”

“그럼 이 정도로 발전했다가 그 쓰나미인지 밀물인지에 쓸려간 거야?”

“그럴지도······. 하지만 유적이 너무 깨끗한데? 뭐 전염병 같은 게 돌았을 수도 있지. 그리고 여긴 고도가 상당히 높아. 쓰나미가 미치진 못할 거야.”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돌아보자.”

“응.”


폐허에 도착한 우리는 트럭에서 내려 직접 발로 살폈다.

안드로이드를 사방에 보초로 세우고 유적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니······.


유적을 살펴본 후 맞닥트린 문제는 세 가지.


첫 번째는 이 유적이 아누카(ANUKA)라는 이름의 인간 문명이었지만, 거의 석기 시대나 쓸법한 도구와 그릇들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 문명이라고 할 것도 아닌, 그냥 급조된 쉘터 같은 느낌.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문명 같았다. 대충 제례 의식을 행하는 신전과 그 주변의 배수 시설, 고인돌과 석관 정도만이 남았다. 그리스-로마 시대를 연상시키는 정도.


두 번째는 유적이 오랜 시간 이 자리에서 유지되어왔음을 암시하는 여러 증거가 나왔다. 즉, 이 유적은 80년마다 온다는 그랜드 쓰나미에도 그걸 여러 번 버텼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도시의 형태를 유지했다. 한쪽에 있는 무덤 군락은 거의 작은 산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세 번째는 이 유적이 최소 2천 년에서 2천오백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것. 그리고 대략 천 년 전에 멸망했다는 이야기. 연대측정의 결과 값이다.


우리는 이 마지막 결과에서 맨붕이 일어났다. 아리스의 목소리 톤이 한껏 높아졌다.


“어떻게 탄소 연대 측정이 2천 년 전 수치가 나오지? 지구에서 떠난 개척단의 테라포밍은 300년 전 아니었나? 이 유적대로라면 인간의 외계인 정착 설 주장을 믿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인간의 고향별에 온 거야?”

“그러게. 이걸 보니 나도 예수나 석가가 외계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믿고 싶어지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유적의 여러 곳,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고인돌과 무덤을 발굴하던 가우시아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보탰다.


[고인돌에서 발굴된 유골, 인간 형태의 뼈를 조사한 결과 2세대 클론 모델 2.0RP의 유전형질과 98.7% 일치합니다.]

“뭐?”

“여기 살던 놈들이 다 클론이야?”

[유적에게서 나온 세 명의 유골을 살펴봤습니다만, 데이터는 클론 모델 2.0RP과 거의 유사합니다.]

“맙소사. 그런데 그놈들이 살던 때가 2천 년 전이라고?”


그럼 결과는 간단하다.

아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설마··· 시간 역전···?”

“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300년 전, 테라포밍을 시도하려고 나섰던 그 이름 모를 지구의 개척단.

정착 시기와 지금은 전혀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

2천 년, 아니 정확하게 따지면 1700년이라는 시간의 오류.


“차원 항로를 빠져나올 때 시간이 얽힌 것 같은데?”


개척단은 외행성 개발 초기, 처음 차원 항법이 시도된 암흑 에너지 엔진 세대다(지금은 블랙홀 엔진 세대). 만약 그게 문제가 되서 차원 도약을 할 때 훨씬 이전, 즉 과거의 시간대로 날아와 시간 역전이 이루어졌을 수 있다. 타임 슬립 현상.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아마도 문제는 우리 쪽이었겠지···.”


아니면 우리가 중력파 간섭에 워프홀에서 사고로 튕겨져 나왔을 때, 상당한 거리를 타임 슬립 했을 가능성. 결과적으로 최소 2천 년 이후의 미래로 와버렸다는 것.


그러니까 타임 슬립은 우리냐 그들이냐의 문제일 뿐, 이 유적만 본다면 어찌 되었든 이 행성을 기준으로 인간이 클론을 대리고 최소 2천 년 전에는 왔었다는 결론. 시간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우리 쪽에 있었다. 난 그 놀라움에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우~!”

“아. 믿기 싫어지네.”


결론은 우리 쪽이 타임 슬립이란 말이지······.


“레오. 우리가 진짜 이천 년 넘은 미래로 온 거야?”

“아직 확답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은 그거야.”


이 별의 역사부터 알아봐야겠다.

난 초코에게 적극적으로 면담을 신청했다.




***




걱정이 가득, 새치름한 표정의 초코.


“그러니까··· 이 별에는 생각보다 문명화된 종족이 많구나?”

“그렇습니다. 저도 다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책에서 읽어 배운 것뿐이에요.”


초코가 알고 있는 것을 말했다. 이 별에는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형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 그가 주로 알고 있는 종류는 큰 카테고리로 묶는다면 세 가지.


첫 번째는 수인 족.

수인 족에는 자신과 같은 라쿤 족, 늑대 족, 표범 족, 산양 족, 등 다양했다. 이 대륙에만 12개 이상의 종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종족 중 가장 두려운 존재인 용인 족은 현재 전설로만 전해진다. 직접 보거나 만나 적은 없단다. 천 년 전에 멸종되었다나?


두 번째로는 우리가 판타지 소설에서나 익히 알고 있던 고블린, 오크, 오우거, 트롤처럼 녹색의 피부를 가진 네 개의 종족, 수인 족과는 대척점을 두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종종 이 종족들과는 수인 족 사이에는 전쟁도 있었다나? 뭐 그 종족의 이름이 판타지처럼 그렇다는 건 또 아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나 아리스와 같은 외모를 가진 두 종족이 존재한다.

인간과 엘프.(그리고 예로 든 설명이 난 인간이고 아리스는 엘프···. 쳇!)


초코는 이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반대편 대륙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걸 책에서 봤고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코나 다른 라쿤 족 아이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다 그 이유다.


초코의 설명을 들은 아리스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


“대박이네.”

“대박?”

“그렇잖아. 이렇게 다양한 생물군이 이미 수백, 수천 세대에 걸쳐 존재해왔다면, 이 별만 문명화해도 그게 어디야?”

“······?!”

“이미 여긴···.”


테라포밍.


누군가를 정착시키고, 그들에게 세금을 걷고. 그 지난한 과정 없이도 초기 정착도시를 건설하기에 이미 인력과 장비를 수급할 여건이 충분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 별은 ‘테라포밍’이 벌써 완료된 시점과 같았다.

궤도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세일즈만 시작하면 되는 상황.

판매 가능한 모든 요소를 갖춘 원석이다.


“저 라쿤 족 아이들만 하더라도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은 사람들이 세상에 아니 전 우주에 넘치고 넘칠 거야.”


이미 귀여운 고양이나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의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가 가정용으로 활용한다. 그런 예는 벌써 몇 백 년 전 유행, 숨 쉬는 진짜 리얼한 감정이 있는 생물이 인간과 함께 교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가치다. 거기에 저 정도 지능? 저 정도 포퍼먼스? 번역기만 있으면 대화도 한다?


“대박이겠네. 초코 정도면 부르는 게 값일걸?”

“정말 그렇겠지?”


특히나 남과 다름에 목을 매는 현 인류라면? 저 라쿤 족과 같은 외형과 그 유니크함은 우주 최강의 상품이 될 터였다. 게슴츠레 눈을 한 아리스가 혀로 입술을 핥는다.


“힉!”


초코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막고 연신 딸꾹질을 한다.

지금 초코는 아리스가 자신을 잡아 팔아먹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식은땀만 뻘뻘 흘렸다. 그런 초코를 아리스가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안 팔아먹을 테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

“아···.옙!!”


난 이 유적의 조사 내용을 보고할 겸 헤베 박사와 통신을 열었다.




***




“예?”


헤베 박사가 설명한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정확하게는 말하면 클론이네. 내가 확인한 바로는 초코를 포함해서 카카오, 코코아, 모카 이 너구리들, DNA를 살펴봤지. 모두가 2세대 클론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변종이었네.]

“만들어졌다고요?”

[그래. 디자인이 완벽해. 대부분 이렇게 유전자를 믹스하면 다음 세대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기형을 출산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 그리고 특히 개발에 성공했다고 처도 유전적 다양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개발 시 개체수가 모자라면 동종 번식으로 기형아 출산이 누적되다 진화나 생존에서 도태되는 거지. 아니면 지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노새처럼 생식능력이 없거나 말이야. 하지만 뭐랄까··· 거의 이건 ‘신’의 솜씨라고 해야 할까? 완벽한 디자인으로 암수 여러 쌍을 조율한 거지. 그것도 출산을 통해 자체 재생산이 가능하게 말이야. 이렇게 여러 척추동물을 믹스해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다니, 누군지 몰라도 이건 거의 천재의 걸작이네. 노벨상감이야. 아니 이들에겐 정말로 신이라 해도 허황된 이야긴 아닐세.]

“와. 정말 천재의 솜씨였겠네요.”

[솔직하게 말한다면 천재 백 명이 모여도 만들기 힘든 일이지.]


그렇게 감탄하며 난 초코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지금 그는 ‘태생’의 비밀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채로운 표정.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고 있을 터였다. 클론을 안다면 말이지만······.


“제가 발견한 유적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자네의 타임 슬립에 대한 가설은 매우 그럴듯하네. 우리가 웜홀을 튕겨 나왔든, 300년 전의 개척단이 과거로 날아갔든, 그 둘 사이에 최소한 이천 년 가까운 시간이 끼어들었음은 분명하니까.]

“그게 이천 년이 아니라 몇 만 년, 혹은 몇 백만 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몇 억 년?”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전 이곳에 있는 모든 생물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생물군을?]

“예. 지구와 똑같지만 다른 부분도 주목해봐야죠.”

[하긴, 탄소 생물의 공통점을 그 이유라고 한다 해도 지구와는 그 유사함을 넘어서는 차이가 있지. 여긴 마치 쥐라기 같지만 전혀 다르잖나? 괴수들도 쥐라기의 공룡보다 너무 커.]

“그렇죠. 그리고 그 다양함을 채우기에는 이천 년은 너무 시간이 짧아요. 저는 2천 년 전의 개척단이 이 행성의 클론 생물 모두를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 이전에도 누군가가 이 별을 찾아왔다?]

“충분히 진화가 분화되어 다양한 생물로 생태계가 안정화 될 정도로 긴 과거에 말이죠.”

[음.]


잠깐의 침묵.


[그 가설은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진화는 차별화를 이유로 생물을 다양하게 분화시킨다.

경쟁은 피하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쉽다.

즉, 우주는 시간이라는 매개로 생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난 아리스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아리스는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멍한 표정에서 짐짓 심각하게 짓더니


“뭐든 맛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


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며 난 그녀의 유년기가 진짜로 왕족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




이 별의 생태 환경 조성이 개척단에 의해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을지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설계 디자이너 중에 판타지의 광신자가 있었다는 것.


내용의 로그라인은 이거다.


『 과거의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타지 세상을 구현한다. 』


그 어느 시점에서 이 별만의 ‘개성’이 지구의 생태계와 대별점을 만들어 생물을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시킨 것. 그렇다면 그 진화적 차이가 폭죽처럼 폭발한 시점은 몇 백만 년 단위의 시간이었을 터였다.


인간이 원숭이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오백만 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척단이 어떤 생물을 이 별에 심고, 그 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여 지구와는 전혀 다른, 지금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대에는 몇 백만에서 몇 천만 년의 시간은 분명 필요했을 것이다.


난 배구공만 한 크기의 마력석을 살펴보며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사이오닉 에너지의 힘이 전 행성에 작용 중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진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그 힘이 최대치로 발현되는 어떤 작용을 했다면? 생물의 DNA에 다양성을 행사하거나 각인시켰다면? 분화를 촉진하고 개성을 덧입히고? 거대화하고?


‘가이아.’


어느 날 이 별의 생명을 관장하던 신 가이아에게 인간이 찾아와


여보세요. 여기 DNA라는 생물 설계의 백과사전이 있습니다.

한번 사용해보시겠어요?


내 머릿속 몽상이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폭죽처럼 사고와 사고가 부딪치며 추론을 낳았다.


“이건 논문이 아닌 소설이야. 정말 이렇게 풀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거기에 마법이라니······.”


발견되는 생물의 유전형질을 분석했다.


그럴 때마다 발견되는 DNA 손상을 막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 이 제2형 클론에 활용된 인공 효소는 현재 이 행성의 모든 생물군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이 효소가 세포질 속에 있느냐 없느냐는 클론이냐 아니냐의 판단의 근거가 된다.


다시 설명하면, 이 별의 모든 생물은 지구 식으로 정의하면 ‘클론’이다.


헤베 박사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 말대로 원생생물 이상의 척추동물 모두에서 이 효소가 나타나는군.]

“맞아요.”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음. 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개척단이 방주를 풀었거나 어떤 동물원같이 무수히 많은 클론 생물을 쏟아내는 거예요. 아니면 대규모 개척단이 비밀리에 이 별에서 생체 실험을 했다고밖에 달리 답이 없네요.”

[생체 실험이라······.]

“생각보다 여기 생물이 매우 크고 공격적이잖아요?”

[무슨 생각인지 알겠군. 이곳이 생물병기 실험장이나 뭐 비슷한 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거예요. 그게 제 가설 중 하나죠.”

[목적은?]

“지구형 행성에 대한 생물 침략이라면 배양기 몇 대만 착륙시켜도 무시무시하겠죠. 바이러스를 살포할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렇겠지. 저 거대한 몬스터를 왕창 생산해낼 테니······.]

“외계인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바지가 축축해지겠네요.”

[그건 외계인이 콩팥과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지.]

“박사님···.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주시죠.”

[하하. 내가 그랬나? 난 자네의 뇌 주름처럼 골이 깊지가 못해서 말이야.]

“계속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안드로이드와 클론 생산시설을 최대한 빨리 수거하는 쪽으로 우선 움직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리고 그 쓰나미가 올 것도 대비하게. 이제 곧이야.]

“아. 예.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박사와의 통신을 종료하고 유적에서 발굴한 데이터를 전부 전송했다.


트럭을 움직여 최단 거리로 클론 생산시설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향해 달렸다. 그렇게 달리길 하루 반. 우리는 드디어 능선의 마루에 걸려있는 컨테이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못하면 떨어지겠는데?”

“가보자.”


아리스의 걱정에 나도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지금 컨테이너의 위치가 너무 애매했다. 산맥의 가장자리, 절벽이 맞닿아 있는 한쪽에 반쯤은 허공에 내걸려 있다. 컨테이너는 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위태하게 흔들렸다. 다행인 것은 낙하산의 로프와 찢어진 천들이 지면 여기저기 붙어있다. 돌에 붙들려 컨테이너를 떨어지지 못하게 지지해주고 있다는 것.


우리는 안드로이드 200대를 능선 위로 보냈다. 낙하산의 로프를 붙잡고 능선의 마루로 이 컨테이너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때 하늘을 찢는 듯 거대한 소음이 우릴 흔들었다.


크와아아악!!


아리스가 하늘을 나는 괴조들을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젠 이 패턴도 흔하네. 아주 식상해.”

“나타날 때도 됐잖아?”

“초코에게 사격연습이나 시켜야겠어.”

“초코?!”


내 놀란 얼굴을 무시하고 아리스가 헬멧으로 초코를 불렀다.


“초코!”

[네. 아리스?]

“발칸으로 이쪽을 엄호해줄래?”

[아! 제가······, 알겠습니다.]


곧 들려오는 거대한 폭음.


부아아아아아앙!


분당 3천 발의 속도, 트럭의 지붕에서 초코의 발칸이 불을 뿜었다.

그 불꽃은 하늘을 수놓으며 선회하고 있던 거대한 괴조의 날개를 찢었다.


쿠에에엑!


아리스를 위한 요리재료가 아쉽게도 하늘에서 분해되어 쏟아져 내렸다.




***




우린 클론 생산시설과 함께 안드로이드가 꽉 들어찬 컨테이너 두 개를 추가로 수거했다. 그렇게 트럭 앞에 도열한 안드로이드만 이제 1천6백 대.


세 개의 달이 만드는 조력으로 생선된 쓰나미가 도착하는 시간은 앞으로 6일 후. 내 계획에 저 트럭으로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 거기에 지상에서 그 큰 쓰나미를 대비하는 것도 불가. 어떤 준비를 하더라도 무용하다는 결론이었다.


파도를 타더라도 넓은 대양으로 나가서 맞이해야 맞다. 바다 위라면 몇 번의 파도타기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바다로 나가자고?”

“응. 배로 개조해보려고. 아니면 배를 만들어 트럭을 실어서 띄워야지.”

“그러다가 저번처럼 거대한 물고기나 고래를 만나면?”


그때 초코가 나섰다.


“큰 해양 생물들은 사리 때에는 깊은 바다로 들어갑니다. 잘못해 뭍으로 떠밀렸다가는 죽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겠네.”

“좋아. 그럼 어쩌려고?”

“바지선을 만들어야지.”

“바지선?”

“트럭을 실어서 최대한 대양으로 나갔다가 돌아와야 해.”

“오케이!”


아리스는 배를 제작할 도크를 천 대의 안드로이드와 함께 만들고 난 오백 대의 안드로이드로 선박 제작용 재료부터 수급했다.


주변의 식물을 수집해 분해해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재조합했다. 프린터는 고분자 플라스틱을 육각 큐브의 형태로 뽑아냈다. 안쪽은 스티로폼처럼 거품구조. 바깥은 물이 스며들지 않게 튼튼하다. 이렇게 만든 큐브는 비중이 물보다 30배는 가볍다. 이를 벌집 형태로 엮고, 그래핀 로프로 묶어 강화한다. 그렇게 이틀간 작업을 강행하자 얼추 평저선 형태의 넓은 바지선이 모양을 갖췄다.


그날 밤.

이젠 확연히 거리를 좁힌 세 개의 달이 머리 위에 뜨자 밀물이 사정없이 몰려왔다. 우리가 만든 바지선 도크의 선창까지 물이 올라왔다. 해발 120미터의 산사면에 만든 간이 쉘터도 예상 밖 침수.


“이거. 당일엔 정말 대책 없겠는데?”

“최대한 빨리 대양으로 나가야겠어.”

“아 참! 그리고 이거!”


아리스는 내가 없는 동안 뭘 했는지 배시시 웃으며 날 본다.


“음?”

“우선 구한 김에 시험 삼아 하나 돌려보고 있어?”


그녀가 내민 건 클론 배양기의 운용 데이터


[클론 제작 실행 코드 ― 0001]

(배양 완료까지 59일 21시간 32분)


<유전자 설정 및 배합 기준.>

4세대 클론 SS급 특수형.

- 성별 : 여성

- 외형 : 미인형

- 임무특성 : 메이드 SS급

- 성적 취향 반영 : YES (대상자 : 레오 캠빌)

- 특수능력 : 근거리 신변 보호, 무도가, 맨손 격투.

- 기본능력 : 안마사, 주방보조, 유아 보모 외.


클론 배양기의 노란 배양액 안에 올챙이만 한 클론 태아가 보인다.


“···이게 뭐야?”

“두 달 후, 기대해!”

“아리스!!”

“내가 클론에게 질투가 날지 좀 궁금했거든.”

“?!”


그녀의 무표정한 미소에 난 등골에서 오싹함을 느꼈다.

내 뇌세포가 감수분열 중인 느낌.

난 정말 그녀의 유년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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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골렘(1) +4 21.08.30 354 16 13쪽
41 40화 - 치유의 신전 +8 21.08.29 361 12 13쪽
40 39화 - 제2쉘터 아사스 (2) +4 21.08.28 382 14 16쪽
39 38화 - 싱크로율 +4 21.08.27 373 15 11쪽
38 37화 - 구출 (4) +8 21.08.26 360 16 12쪽
37 36화 - 구출 (3) +6 21.08.25 356 14 13쪽
36 35화 - 구출 (2) +10 21.08.24 379 17 14쪽
35 34화 - 구출 (1) +6 21.08.23 376 13 14쪽
34 33화 - 흡혈충 +8 21.08.22 417 11 14쪽
33 32화 - 제2쉘터 아사스 (1) +6 21.08.21 399 14 14쪽
32 31화 - 아누카 (2) +8 21.08.20 407 18 11쪽
31 30화 - 아누카(1) +4 21.08.20 397 11 13쪽
30 29화 - 명령권자 신규 등록 +8 21.08.19 453 11 19쪽
29 28화. 그렇다면 재능을 한 가지 설정하시죠. +10 21.08.18 438 13 16쪽
28 27화 - 그래도 무척 절박했을 것 같지 않아? +10 21.08.17 420 18 16쪽
27 26화 - 이제 넌 내꺼야. +4 21.08.16 457 17 17쪽
26 25화 - 왜? 아쉬워? 좀 더 기다려 줄 걸 그랬나? +6 21.08.15 451 14 15쪽
25 24화 -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잡아라. 알겠지?” +8 21.08.14 480 14 14쪽
24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9 21.08.13 492 18 16쪽
23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4 21.08.12 518 21 19쪽
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492 19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8 21.08.10 536 22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524 22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528 22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550 17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540 21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607 20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625 25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617 28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680 28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691 30 16쪽
» 10화 - 으악! 이게 뭐야? +6 21.08.03 712 30 21쪽
10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759 29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774 32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4 21.07.31 852 31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991 37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203 49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340 58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1,743 59 15쪽
3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218 80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2,801 103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28 21.07.26 3,169 1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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