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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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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최근연재일 :
2021.10.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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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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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DUMMY

002.



/쿠르르르릉/


20km 두께의 두꺼운 구름층을 벗어나자 대기는 번개의 지옥. 쉴 새 없이 퍼붓는 벼락에 하늘과 땅이 찢어진다.


“날씨만큼은 지옥이 따로 없네!”

“저걸 봐. 대지가 마치 스펀지 같아.”


육안으로 보이는 땅의 모습은 마치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치즈. 아니 망사구조의 수세미 같았다. 그리고 그 거대한 구멍 사이를 날며 소형 화물선이 천천히 착륙지를 살폈다. 그녀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푸념을 던졌다.


“이래서야 어디 내릴 수나 있겠어?”

“가우시아!”

[네. 항해사님.]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알겠습니다. 지표층의 상태 확인을 진행합니다.]


수송기의 화면에 가이드선이 펼쳐지며 현재의 행성 표층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적절한 곳으로 안내선이 나와 화물선을 리드한다.


[320km 전방에 넓은 평원과 분지가 있습니다.]

“좋아. 그리로 안내해. 그리고···”


/쿠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거대한 주둥이를 창문에 붙인 생물이 우릴 보며 침을 흘린다. 먹이를 찾는다.

“으악! 저건 또 뭐야?”

[데이터에 없는 생물입니다.]

“제··· 제거해!”

[죄송합니다. 함장님. 현재 수송함엔 공격 가능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리스! 여기 앉아. 조타를 부탁해!”

“으응?!”


난 뒤쪽 격납 창고로 달렸다. 그리고 창고 한켠에 서 있는 자재 운반용의 짐버에 몸을 우겨 넣었다. 구동음이 들리며 로봇 팔과 다리가 내 신체와 동기화된다. 그리고 시스템 점검을 시작했다. 내 동작에 맞춰 짐버가 천천히 몸을 풀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뭐가 있지?”

[현재로서는 용접기의 플라즈마 커터와 건축용의 네일 건이 전부입니다.]

“좋아. 장착해!”


양 팔의 장비가 교체되는 동안 난 짐버의 허리에 로프를 단단히 감으며 말했다.


“격납구 개방!”


머리카락을 누가 잡아 뜯는 듯, 엄청난 바람이 격납구로 밀려왔다. 그리고 장엄한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멋지네.”


감상할 틈이 없다. 격납구를 나와 바람을 뚫고 수송선의 외벽을 기어 올라갔다. 짐버의 발바닥이 자력을 얻으며 벽에 붙는다. 난 수송선 천장에 가득 붙어 외장갑판을 뜯어내고 있는 괴조들을 향해 네일 건을 날렸다.


팡팡팡팡팡!


하지만 엄청난 역풍에 날아갔던 못들은 오히려 도로 나에게 날아왔다. 날 알아챈 놈들이 먹잇감으로 인식하곤 달려들었다.


쿠에엑! 꾸엑!


“꺼져!!”


짐버의 플라즈마 커터가 불을 뿜으며 날아오던 첫 번째 놈의 목을 잡아 잘랐다. 어깨를 물려던 다른 놈의 두개골에 네일 건을 쏘자 그놈의 머리가 어깨에 박히며 대롱대롱 매달렸다. 놈을 뜯어내자 걸쭉하고 붉은 피가 짐버의 창을 가린다. 와이퍼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붉어진 창에 부채꼴 모양으로 시선을 열어준다.


“뒤졌어! 이 새끼들!!”


마치 해변에서 새우과자 한 쟁반을 들고 갈매기 떼와 싸우는 느낌.

갈매기라고 하기엔 많이 크지만,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왼쪽 다리의 유압이 떨어지며 발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왼편 구름 사이로 무언가가 가득 하늘 위로 둥실거리며 떠올라왔다.

마치 풍선? 아니··· 해파리?

“저건 또 뭐야?”

[부유생물입니다. 스캔 결과 수소를 가득 품은 장기조직이 발견되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물리적으로 공격 시 선체에 폭발 피해를 받게 됩니다.]

“착륙까지 얼마나 남았지?”

[착륙지까지 67km, 앞으로 2분, 착륙 후에···]

“아리스! 충격에 대비해!!”

[응?]


난 눈앞에 잡히는 커다란 풍선해파리를 플라즈마 커터로 갈랐다. 그러자 거대한 폭발의 풍압에 날 괴롭히던 괴조 갈매기들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폭발의 여파로 수송선 상부 여기저기 외장갑판이 떨어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화물칸이 흔들렸다. 경고음이 삐잉삐잉하며 들린다.


[주의하세요. 현재 상태로는 고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화물 컨테이너의 히치 커플링에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당장 착륙해! 내가 붙잡고 있겠다.”

[알겠습니다. 항해사님.]


짐버의 팔을 컨테이너에 박고 죽은 괴조의 날개 양쪽에 네일건을 쏴서 컨테이너를 고정했다.


드드드드드득!


목표지에서 20km를 못 미친 지점에서 가까스로 수송선과 화물 컨테이너를 내렸다.


“후우!”


수송선과 컨테이너를 연결해주는 클립 사이에 그 괴조 여러 마리가 죽어 걸려있었다. 걸쇠가 파열되어 자칫 잘못했다면 이 마지막 화물마저 잃을 뻔했다.


“고생했어. 레오. 큰일 날 뻔했네.”


아리스가 다가와 옆구리에 붙는다. 그녀의 풍성한 녹색 머리에 손을 넣어 쓰다듬었다. 곱슬머리가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이채롭다.


“다행이네.”


오른쪽 위로는 거대한 산맥의 사면, 아래로는 드넓게 강이 보이는 평원. 지평선 끝에 걸린 바다. 대지는 커다란 녹색 양치식물과 이끼가 점유한 신록의 땅이었다. 멀리 강이 구불구불 흐르며 물 위로 반사된 빛을 보석처럼 쏟아냈다.


“넓다.”

“저기 어딘가에서 컨테이너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겠네.”

“버릴 땐 언제고!”

“버린 건가? 흘린 거지.”

“그거나 그거나.”


아리스가 고양이 같은 얼굴로 재밌다는 듯 날 올려다보며 귀엽게 코를 찡긋 거린다.


“다 찾아야지. 모두 우리 새끼들인데···.”


우주에서 볼 때는 그냥 작은 별이었는데 막상 내려와서 보니 거대한 대지다.

구름 사이로 태양의 가시광이 긴 커튼을 드리운 가운데로 한가로이 괴조들이 날고 있다. 지구와는 다른 구름 색깔은 오색을 넘어 무지개처럼 시시각각 색이 변했다. 장엄한 자연의 모습 앞에 우린 잠자코 구름이 떠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좋다.”

“응.”


이곳이 우리의 최초 개척지 ‘알파’의 시작이었다.




***




아리스는 내려서 수리 로봇으로 파손된 선체를 수선했고 나는 드론으로 주위를 살폈다. 아리스가 날 보며 묻는다.


“오늘 할 일은 뭐야?”

“우선은 쉘터 건설. 그리고 컨테이너들의 위치를 파악해야지. 아리스는 수송기를 고쳐줘.”

“응. 알았어.”

“가우시아? 살펴보라는 건 어때?”

[지표층은 안산암과 유문암, 변성암, 등으로 파악됩니다. 화산 활동이 감지되지는 않습니다. 아래쪽 계곡은 적철광과 사철이 확인됩니다. 사철은 바로 채취가 가능합니다.]

“쉘터 구축용으로 암석 강도는 충분하겠네?”

[그렇습니다. 구조물이나 기타 건축자재로 활용 가능한 구성입니다.]

“좋아. 쉘터부터 구축하자. 아까같이 이상한 생물에게 공격받기는 싫으니까.”

[알겠습니다.]


수리 로봇과 건설 로봇들이 지표의 암석들을 잘라 블록으로 만들어 쌓기 시작했다. 드론들이 날아다니며 사철을 모으고 출력된 레이저 용광로가 바로 철근을 뽑아낸다. 다른 재료가 수급되자 프린터가 여러 도구를 출력한다.

난 먼저 수송선의 비상 탈출용 모듈을 조사해 서랍을 열었다. 장비된 것은 권총 1정과 조명탄.


“탄약은 권총탄 50발, 이게 전부야?”

[네. 그렇습니다. 항해사님.]

“무기부터 출력해야겠네.”


난 모니터에서 출력 가능한 무기들을 검색했다. 대부분은 몇백 년 전에나 사용되는 재래식 화약 무기들. 하지만 지금처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 몇 가지 무기에 출력 명령을 넣고 개인용 랩톱을 펼쳐 왼팔에 감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잭을 꺼내 입고 있던 항해사용의 웨어러블 컴퓨터에 연결했다. 의복 형태의 컴퓨터가 데이터를 복사하자 눈앞에 강력한 경고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인증이 허락되지 않은 보안 프로그램이 1,233,456개 확인되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378,806개의 프로그램 접속을 차단하였습니다.]

“함장님?”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왜! 뭐! 또 부탁할 일 있어?”

“가우시아의 보안 기능을 잠시 꺼주시겠어요?”


내가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자 아리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날 흘긴다.

난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노예들을 좀 깨워야겠어.”




***




지구상 200여 개의 나라. 그리고 달과 화성, 태양계, 무수한 거주형 우주 코로니에서 독립을 선언한 1880여 개의 나라. 그 물리적 거리 외에 인종, 민족, 종교, 경제, 정치, 문화, 기타 여러 차이로 인해 생기는 구분점. 이러한 것들에 복잡한 역사와 물리적 거리까지 더해지면서 인류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을 반복해왔다. 거기에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더욱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은 누군가와 자신을 ‘구별’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다름이 제일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이었다. 아이덴티티는 그 구별이라는 행위에서 나왔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신을 뽐내고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 매시간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누구와 만나느냐에 대한 기록은 그 ‘차별화’를 가시화하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이것에 환멸을 느낀 일군의 사람들이 23세기가 되자 전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차별’ 없는 세상.


이 유토피아적 사고에 기반한 전통적인 이슈에 양자컴퓨터와 해킹, 차원 항법과 게임 이론, 블록체인기술, 인공지능, 환경 운동, 거기에 사회주의를 비롯한 각종 지배 철학이 얽히고 접목되면서 이 목적은 힘을 얻고 진화를 시작했다. 선지자가 나와 서버를 구축하고 추종자가 나타나 자본을 기부했다. 우주를 움직이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했다.


사이버 가상 국가 [이데아]


지구상에, 아니 우주의 양자라는 물질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 국가 [이데아]가 발족했다. 이것은 단일 서버의 게임이자, 기업이자, 현실 국가의 하이퍼 리얼, 시뮬라시옹이었다.


나이, 국적, 성별,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도록 암호화 되고, 스스로 명명한 자신의 닉네임으로만 실존하는 세계.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상 화폐 [이데]를 채굴해서 생활하였으며 접속 시마다 ‘입국 심사’를 받았다. 사람들은 일정한 세금을 냈고, 그 세금은 이윤을 추구하며 여러 기업을 통해 온전하게 접속자의 영리와 안전을 위해 쓰였다. 이 가상의 국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먹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초국가. [이데아]


모든 의사결정이 투표를 통해 실시간 반영되고, 세 개의 AI가 삼권을 분리해 다스리는 세상. 매일 아침 자국민을 위해 현실 세계로 날아가는 소포엔 하루 3끼의 완벽한 영양식과 의학적 지원까지 포함되어있었다.


목적은 모든 국민의 행복과 안전.


초거대 다국적 기업이자 종교로 성장한 사이버 가상 국가인 [이데아]는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자 신앙, 권력이 되었다.


하지만 접속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가난한 이들이 급속도로 모이면서 운영비가 부족해진 [이데아]는 점점 변질되기 시작했다.


30억 명이 넘는 이에게 매일 한 번의 소포를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의 비용과 인력,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 그것도 전 우주적 관점에서의 관리라면 차원이 다르다.


과부하.


[이데아]의 시스템은 그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변했다. 변해야 했다.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거대한 탐욕이 그 속에서 점차 성장했다. [이상 국가]라는 시스템의 생존을 위해, 마치 우주적 암세포처럼 점점 시스템은 포악해져 갔다. 그 시기부터 배급되는 소포엔 마약류가 추가되었다.


어떤 분기점을 넘어가자 [이데아]의 시민은 점점 시스템의 노예가 되었다. 시민은 [이데아]의 주인이 아니라 소모품, 수단이 되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이데아]에선 불법이 횡횡하고 [이데아]의 국민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세금이 오르고 영주권을 따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소포를 받기 위해, 생존을 위해, 그 마약이 주는 쾌락에 다시금 빠지기 위해 그들은 서로 뭉치고 사건 사고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그것이 ‘국가’인지 ‘범죄조직’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인신매매, 밀수, 마약, 테러, 전쟁. 세계의 모든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초국가 [이데아]가 있었다.


UN에서 이 사이버 국가의 운영이 전 지구적인, 아니 전 우주적인 평화에 문제임을, 갈등의 원흉임을 선언한 순간. 놀랍게도 [이데아]의 AI는 그 결과를 받아드리고 스스로를 해체했다.


그리고 극소수의 이데아 시민에게 마지막 소포를 보냈다.

그 선별된 자들이 받은 검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주사기 하나.

[네오이데아]에 접속 코드가 들어있는 나노 머신이었다.




***




“쿠에에엑!”


부동젤과 함께 폐부에 연결된 튜브들을 토해냈다. 의식이 들어옴과 동시에 자동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인다. 목을 이완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반쯤 열린 동면 캡슐의 슬라이드를 밀어내고 겨우 밖으로 기어 나왔다. 캡슐 옆면의 서랍을 열고 비치된 각성제와 호르몬 칵테일이 든 주사기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직접 주사했다.


“하아. 씨바알.”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온몸이 떨린다. 그는 캡슐 뒤쪽 해치를 열고 자신의 랩톱을 꺼내 왼손에 둘렀다. 빠르게 패스워드를 누르고 [네오이데아]에 접속했다. 나노 머신이 주는 대뇌로 밀려와야 할 접속 쾌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접속 오류] 메시지만이 출력된다. 그가 입술을 질끈 씹었다. 그는 다시 떨리는 손을 주무르며 옷부터 꺼내 입었다. 그때 옆자리의 냉동 캡슐의 슬라이더가 천천히 열렸다. 사람이 꿈틀거리며 튀어나와 자신처럼 꾸역꾸역 부동젤을 토했다.


[네오이데아의 미접속 48시간 경과 시 자동으로 자국민을 보호하는 모든 조치가 강구됩니다.]


머릿속으로 울리는 소리. 자신의 뇌에 박힌 네오이데아의 나노 머신이 전하는 정보였다. 그리고 같은 구조 시퀀스에 의해 지금 네 명의 선원이 함선 운영시스템 가우시아를 무시하고 해동되었다. 깨어남과 동시에 네 명은 서로가 [네오이데아]의 시민이며 긴급 조치에 의해 ‘링크’되었음을 의식했다.


함선의 프로그램에 숨겨두었던 ‘네오이데아’의 접속 프로그램이 해킹을 통해 자신을 깨웠음을 확인한 넷은 백업된 파일을 열어보며 현재 상황을 추론했다.


“함선이 죽었다.”

“죽은 건 아니지. 동면 상태지.”

“시스템을 깨워야 할까?”

“깨워서 뭐하게? 그 AI가 우리 명령을 듣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럼 그 미친 공주님이 우리가 깨어난 것만 알아 챌 거야.”

“어차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야.”

“들어 봐. 확인한 사항이야. 우주선은 현재 난파되었어. 이유는 중력파 간섭에 의한 시공간 튕김. 중력 엔진 소실. 플라즈마 엔진 운행 불능. 함장과 항해사. 그리고 헤베 박사는 구조신호를 보내고 긴급 탈출. 우리는 여기 버려졌고.”

“긴급 탈출?”

“응. 지금 저 아래 보이는 행성에서 자기들만 살아보겠다는 거지.”

“아. 씨발. 그러게 내 계획처럼 동면하자마자 깨어나서 다 죽였어야 한다니까.”

“죽이긴 왜 죽여? 함장 그년 같은 질 좋은 인질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하긴. 그년이라면 인질로 혼자서 행성도 살 수 있을 걸?”


다른 이가 모포를 풀며 자신의 랩톱을 설정했다.


“이것 좀 들어볼래?”


영상 하나가 떠올라 그들에게 비친다. 화면은 함장과 항해사. 아리스와 레오였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뭐?

-저 화물들 진짜 뭐야?

-우주 연방에서 보안등급까지 AAA로 쳐서 관리하는 거면 대충 알잖아?

-군용인가? 무기?

-뭐. 그렇지.

-혹시 저 별에 던져서 유실되어도 괜찮은 물건들이야?

-어쩌면 우리 생존엔 꽤나 유용할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뭐냐고요.”

-전투용 안드로이드와 4등급 클론 생성기.

-와우!

-하지만 활용 코드가 없어.

-그건 걱정 마. 출입 코드를 훔치는 거야 항해사에겐 기본이니까. 그래서 몇 마리나 운송 중인 거야?

-10만.


영상이 멈춘다. 잠깐의 침묵.


“그러니까 이 씨발년놈들이 우릴 여기 버리고 10만이나 되는 군용 안드로이드를 데리고 저 별에 내려갔다는 말이야?”

“정확하게는 뿌려댄 거겠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진짜 테라포밍인가?”


떠오른 3차원 영상엔 200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떨어진 위치가 출력되고 있었다.


“어쩔래?”

“활용 코드 해킹은?”

“네오이데아의 접속 프로그램이라면 저걸 뚫는 건 식은 죽 먹기야.”

“그럼 상황은 간단하네.”

“먼저 따먹는 놈이 임자?”

“크크크. 재밌어진다.”

“잠깐.”


구릿빛 피부, 강인한 인상에 짙은 눈썹을 한 여인이 물었다.


“넷이 같이? 아니면 각자도생?”


세 사내는 여인의 얼굴을 보며 잠시 말을 잊었다. 한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흩어져서 모으는 게 안드로이드를 차지하기엔 더 효율적이지.”

“그리곤?”

“연합하거나 혹은 싸우거나.”

“많이 모은 쪽으로 몰아주기?”

“큭큭큭. 너라면 주겠니?”

“그럼 전쟁이네?”

“이봐! 여기 남아서 구조대가 오길 기다리는 선택지도 있잖아?”

“천년? 아니면 만 년? 언제까지?”

“어차피 죽지도 않을 거, 좀 놀면 어때? 천년 후엔 저 별이 어떻게 변할 줄 알고?”

“네오이데아의 율법은?”

“그건 접속 가능할 때의 이야기지.”

“그럼 결론 났네?”


넷은 서로를 경계하며 일어났다.


“다시 만날 땐 그래도 좀 사이좋게 지내자고.”

“퍽이나.”

“나랑 같이 움직이고 싶은 사람은 없나?”

“너랑 가느니 차라리 다시 동면 캡슐로 들어가겠어.”

“······.”

“모두 동시에 내려간다. 누가 내 뒤를 밟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좋아.”


넷은 동시에 탈출용 캡슐에 몸을 넣었다.


“그럼 내려가서 보자고.”

“그땐 적인 거 알지?”

“잘해봐라. 뭐 내가 이길 테지만.”

“엿이나 드셔.”

“굿럭! 출발하자!”


그리고 카운트와 동시에 사출.

긴 꼬리를 그리며 네 개의 탈출용 캡슐은 각자 지정한 방향으로 행성의 대기를 찢으며 떨어져 내렸다.

그곳은 대륙별 안드로이드 컨테이너가 떨어진 곳 중 가장 밀도가 높은 곳들이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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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514 20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8 21.08.10 559 23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544 23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548 23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574 18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563 22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631 21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651 26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646 29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708 29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722 31 16쪽
11 10화 - 으악! 이게 뭐야? +6 21.08.03 745 31 21쪽
10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789 30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806 33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5 21.07.31 887 33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1,036 38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264 52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402 60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1,823 63 15쪽
»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323 83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2,938 105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29 21.07.26 3,344 11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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