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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최근연재일 :
2021.10.05 16:22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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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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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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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DUMMY

023.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쉘터 알파.


5백 년 전 인기 있었던 물방울 모양의 초콜릿처럼 생긴 건축물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선 다급한 모습으로 헤베 박사가 세 라쿤 족 사제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코코, 카카. 그럼 부탁하네.”

“콜록콜록! 네!”

“모카! 마력석도 옮겨야 해!”

“알겠습니다. 박사님!”

“가우시아!”

[네. 박사님.]

“저 불부터 어찌 끌 수 없겠나?”

[현재 진화 중입니다. 하지만 우선 공격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발칸은?”

[안드로이드 한 대가 급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1분 25초 후 대응 사격이 가능합니다.]

“준비되면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헤베 박사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영상에 집중했다.

그곳엔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중세 바실리스크 대포를 끌며 고개를 넘고 있었다. 몇몇 대포는 언덕 위 자릴 잡고 이쪽을 향해 불을 뿜는다.


콰앙!


천장의 등이 깜빡이며 폭음과 함께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슈우우우웅.

쿵!

쿵!쿵!


수박보다 큰 돌로 된 석구가 쉘터의 벽을 뚫고 들어와 집기를 부셨다. 먼지가 자욱하게 홀 안에 뿌려진다. 화면 여기저기에서 경고등이 반짝거린다.


“이런 제기랄. 상황은 어떤가? 그리고 저놈들은 뭐야?”

[산마루를 점령한 적은 최소 1만, 원시적 모양의 대포는 150문입니다. 전사들은 철제 갑주와 강철 대검, 창으로 무장 중입니다. 인간형입니다.]

“뭐? 인간?”

[이 별의 생물을 조사한 결과로 유추한다면 인간형 클론입니다.]

“그러니까 매튜 그 요리사 자식이 벌써 클론을 1만이나 생산했다고?”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 인간 족과 동맹을 맺었다는 말이겠지?”

[그렇게 예상됩니다.]


쾅!


방금 포탄은 벽에서 폭발했다. 폭발에 휘말린 안드로이드 수 기가 튕겨 나가 벽에 박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천장에서 우수수 돌가루가 떨어진다.


“우리도 대응해야지, 안드로이드 백 대만 갑주 입혀서 올려보내게. 그리고 첨탑의 발칸은 목표가 저 대포야. 대포만 어찌 막아봐.”

[알겠습니다.]


안드로이드 백 대가 레오가 디자인한 갑주를 빠르게 착용하고 뛰쳐나갔다. 한 손엔 커다란 둥근 방패, 다른 손에는 3m급 장창을 들었다. 마치 로마 스파르타쿠스의 전사처럼 쐐기 대형을 이룬 안드로이드들이 빠르게 산을 오른다.


“다 필요 없고, 남은 안드로이드로 저 대형 프린터만 탈거해! 어서 수송기에 실어주게! 가져가지 못하는 나머지 소형 프린터는 다 부숴!”

[알겠습니다. 박사님]

안드로이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프린터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옆의 소형 프린터들은 수리 로봇들이 달라붙어 해체를 시작했다. 노즐과 기타 중요 장비만 챙겨 수송기로 옮긴다.


그의 눈에는 홀 주위에 배치된 수많은 생물의 표본이 보였다. 표본들은 포탄의 파편에 맞아 여기저기가 깨지고 노란 포르말린 보존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몇몇 생물은 날아온 석구에 터져나가 흉측하게 바닥에 뭉개져 있었다. 힘들게 모은 표본이 망가진 모습에 헤베 박사는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수송선의 연료로 얼마나 날 수 있겠나?”

[현재 연료로 최대 비행시간은 15분, 거리로는 200km 정도입니다. 수송선에 실리는 무게에 따라 8% 내외의 거리오차가 발생합니다.]

“그 후는?”

[연료를 추가로 보충해야 합니다. 3중수소 재처리에 2시간이 소요됩니다. 재처리 후에는 시간당 5분 정도, 비행에 필요한 연료 확보가 가능합니다.]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도망 다녀야겠군. 그도 어쩔 수 없지.”

[박사님. 발칸포가 준비되었습니다.]

“긁어버려!”




***




부아아아아앙!


안드로이드가 탑승한 쉘터 첨탑의 발칸이 불을 뿜는다.

분당 3천 발의 속도.

정확히 10초간. 탄창 하나에 담긴 500발의 포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포탄은 산등성이 검은 능선을 따라 마치 파도 타듯 뿜어져 나갔다.


콰과과과광!


20밀리의 발칸 탄이 빨랫줄처럼 쏘아진 곳은 화산이 터지듯 산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 속에 바실리스크 대포와 인간 클론의 피륙이 흩날린다.


“아아악!”

“살려줘!”

“괴··· 괴물이다.”

“용의 불이 어찌···”


공포에 떨며 당황하는 전사들의 모습을 확인한 매튜의 안드로이드가 무언가 조치를 취하자 인간 클론의 갑주에 장착된 작은 침들이 전사의 목 뒤를 찌른다. 그리고 주사기에서 빠져나온 마약이 깊게 주입됐다. 그러자 전사들의 이지를 약과 함께 최면 암시가 지배한다. 안드로이드의 입에서 여신과 같은 천상의 목소리가 하늘을 메아리치며 울렸다.


[나의 무적의 전사들이여, 적을 향해 돌격할 것이다. 무기를 들어라.]


쓰러져있던 전사들이 비적비적 일어나 무기를 찾는다. 활짝 열린 동공, 붉게 충혈된 눈. 침을 질질 흘리며 대검을 뽑아 들었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전사들이 다친 줄도 모르고 고함을 치며 무기를 들고 산을 내려간다.


“오오! 신이시여!”

“신께서 명령하셨다. 돌격해!!”

“으아아아! 돌격!”

“돌격! 와아아악!”


안드로이드의 얼굴에 랩핑 된 푸른색의 얼굴이 비릿하게 웃었다. 전사들이 떠난 자리, 안드로이드는 쓰러져버린 바실리스크 대포 포신을 한 손으로 끌어와 당기곤 화약을 채운다.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방금 공격에 죽은 인간 클론의 시체를 모아와 대포 안에 가득 채워 넣더니 그대로 발포했다. 포신이 터지며 무수히 많은 클론의 신체가 알파 쉘터를 향해 날아갔다.




***



콰앙!!

퍽, 쯔덕.


“히익! 히이익”

“삐잇. 삐요웃!”


카카오와 코코아. 이젠 카카와 코코로 불리는 두 라쿤 사제는 방금 벽을 부수며 들어온 인간의 머리에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찌그러진 철모의 틈에서 엉겨 붙은 피와 뇌수가 흘러나온다.


“흐으으으”

“놀랄 것 없잖아! 어서 서둘러!”


모카의 질책. 둘이 다시 마력석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옮긴다. 상자 안에는 수박 크기에서 탁구공 크기까지 여러 종류의 마력석이 가득 들어있었다. 모카가 재빠르게 달려와 헤베 박사에게 묻는다.


“우린 준비 다 끝났어요.”

“마력석은?”

“지금 마지막 상자를 옮겨요.”

“알겠네. 바로 출발할 테니 수송선에 타고 있게.”


다행히 쉘터의 수송선 도크 입구는 산 쪽이 아닌 반대쪽 평야 방향. 적들의 방향은 아니었다. 천장에 영사되는 화면엔 일백의 안드로이드가 산등성이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적 전사들을 도륙하는 장면이 보였다. 마치 장수말벌과 꿀벌의 싸움처럼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적들은 그 무시무시한 수로 안드로이드를 밀어내고 있었다.


“상황은?”

[안드로이드 3기가 파손되었습니다.]

“상대 쪽 안드로이드는 안 보이나?”

[능선 제일 위에 한 기만이 확인됩니다.]

“처음에 왔던 그놈이지?”

[맞습니다. 지금 명령권자와의 직접 링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통신이 연결되겠나?”

[가능합니다.]

“그럼 연결해줘.”

[연결합니다.]


드론의 영상이 산 능선. 폐허가 된 적 대포 진지를 비춘다.

그곳에 양손에 시체를 들고 대포에 발로 무언가를 쑤셔 넣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보였다.


“이봐, 매튜!”


안드로이드가 드론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헤베 박사? 좀 어때? 할 만해?]

“진짜 이러긴가?”

[왜? 재밌잖아? 이 전쟁, 놀이라고 생각해봐.]

“이 별을 같이 개발해볼 생각은 없나?”

[같이? 내가 누군 줄 잘 알잖아?]

“나도 자네가 네오이데아의 시민일 줄은 몰랐네.”

[그걸 알고도 동업을 하자는 말이 나오나?]

“우린 자네들 도움 없이 우주선을 고칠 생각이었어. 우리야 좀 늙겠지만, 자네들에겐 아무 피해도 없잖아?”

[우릴 버린 것치곤 꽤 괜찮은 변명이군.]

“버리다니, 오해일세.”

[큭큭큭. 웃기는군.]

“하지만 생각해보면 말일세. 네오이데아에서 넷이나 배에 타고 있었으니······. 목적은 하이잭이었나?”

[우린 화물엔 관심 없었어.]

“그럼?”

[함장, 그년이 그 우주선에선 제일 보물이지.]


영상의 자막으로 <수송선에 대형 프린터가 적재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올라왔다. 헤베 박사는 손짓으로 모카와 코코, 카카를 빠르게 수송선에 타게 했다. <발칸포의 탄약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재차 올라왔다.


“그랬군. 인질이라. 부잣집 아가씨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지.”

[아마도 그년 아비가 우주에서 돈으로만 따지면 재계 서열 1위일 거야.]

“호오. 그랬나? 난 몰랐네.”


헤베 박사는 영상을 자신의 왼손 랩톱으로 옮기곤 천천히 걸어 화물선에 올랐다. 잠시 마이크를 끄고 도크의 문을 닫는다.


“그래도, 인간들을 끌고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깜짝 놀랐어.”

[인간이라니, 무슨 소리야? 이놈들은 클론이라고.]

“하긴. 이별의 생물 모두가 클론이지.”

[너와 나 빼고 말이야.]


헤베 박사가 신호하자 수송기의 플라즈마 엔진이 푸른색 불을 뿜는다. 쉘터의 부서진 구멍으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오늘은 우리가 졌네. 다음엔 준비를 단단히 해서 붙자고.”

[왜? 튀려고?]

“또 보세나.”


수송기가 떠오르며 머릴 살짝 숙인다.

컨테이너가 분리된 상태이기에 처음 내려설 때와는 다르게 비행이 훨씬 가벼웠다. 엔진의 추력이 급격히 올라가며 마치 쏘아지듯 쉘터의 도크를 빠져나간다.


쿠아아앙.


수송선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쉘터에 대기하고 있던 300여 대의 안드로이드, 그리고 클론 전사들을 도륙 중이던 백 대의 안드로이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쳇!]


산 능선과 계곡 아래, 쉘터 방향으로 늘어선 시체들.

검은 피의 강이 마치 개울처럼 흐른다.

꿈틀거리는 시체들 사이로 우는 듯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사이를 유유히 매튜의 안드로이드가 걸어 산을 내려왔다.


성스러운 에코 가득한 여신의 목소리가 놈에게서 터져 나왔다.

안드로이드의 얼굴은 이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마치 신이 강림한 듯 머리에 커다란 광배 같은 조명이 비취며 긴 날개의 영상이 양쪽으로 펼쳐졌다.


[나의 무적의 전사들이여, 적들이 도망친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이겼다아아아!”


붉은 눈, 광기에 휩싸인 마약에 취한 전사들이 하늘 높이 대검을 들고 환호했다. 그들 발밑에는 동료의 시체만 가득했다.


매튜는 비릿하게 웃으며 무너진 쉘터를 바라봤다.

그의 눈엔 최상층부에 위치한 발칸포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




30분 후.

트럭으로 들어온 두 번째의 영상 통화.

지친 듯 피곤한 얼굴의 헤베 박사는 수송기의 운전석 안에서 우릴 향해 담담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쉘터는 포기했네.]

“잘하셨어요.”

[지금은 200km 정도, 남쪽으로 내려왔어. 그나마 섬에 있으니 다행이야.]

“수송선과 대형 프린터만 지키면 됩니다.”

[가우시아의 매인 데이터는 수송기 컴에 붙인 건가?]

“맞아요. 물론 원본은 우주선에 있죠. 수송기에 붙은 건 카피본입니다.”

[우주선에 있어 봐야 이틀에 15분 접속이니, 카피본이 최선이겠군.]

“우리 트럭에도 카피는 하나 더 있고요. 통신이 될 때마다 자동으로 동기화가 되고 있을 겁니다.”

[3중 수소 취합해서 다시 날아오르려면 6시간은 필요해. 그리고 태우지 못한 안드로이드도 기다려야 하고 말이야.]

“가우시아의 모드 중에 인간형 전투 관련해서 무술 교범과 그걸 활용하는 시뮬레이션이 있어요. 그 모드를 안드로이드들에게 이식시키세요.”

[그런 게 있다고?]

“알고 봤더니 세상 모든 모드가 다 달려있더라고요. 모드 설치할 때 아리스가 귀찮아서 전체 선택을 하고 구입했다더군요.”

[미쳤군.]

“예? 박사님! 저도 지금 듣고 있거든요?”

[미안하네. 아리스 함장, 순수한 감탄사일세. 지금 상황이라면 그게 우리에겐 최고의 선물이지. 잘한 거야.]

“치~!”

[앞으로 어찌해야 하겠나?]

“제가 좌표를 드릴게요. 거기 ‘나가’라고 이름 붙인 파충류 족이 살고 있어요.”

[아, 그때 보여줬던 그 종족이로군.]

“우선은 그쪽으로 가세요. 소금 평원은 웬만하면 단번에 날아서 지나가시고요.”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 그게 걱정이군.]

“프린터가 실려 있으니 가우시아가 알아서 할 겁니다.”

[알겠네. 다음 통신 때 보세나.]

“조심하세요.”

[자네도 조······.]


치지지지직.


[우주선이 통신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후우.”


내 깊은 한숨에 아리스가 다가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에게 물었다.


“왜?”

“고기 다 타거든?”


걱정 없는 아리스. 그녀가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난 그녀의 저 강심장을 반만이라도 닮고 싶었다.


“가자!”


우린 다시 트럭을 나와 모닥불을 향해 걸었다.

열 대의 호버크래프트가 우리와 바다 사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었다. 내 시선 한쪽에 작은 창이 열리며 경고 문구가 들어왔다.


[주의: 접근 중인 생물이 있습니다.]




***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고요했지만, 저 멀리 수면과 같은 높이로 모닥불을 바라보는 두 눈이 있었다.


놈은 아주 조심스럽게 수영을 해 얕은 곳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모래톱에 배를 붙이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밀어낸다.


철컥!


호보크래프트의 모든 서치라이트가 켜지며 바다를 비췄다. 그리고 중앙의 가장 큰 트럭을 개조한 호버의 지붕이 열리며 발칸이 돌며 불을 뿜었다.


“기어 올 줄 알았다! 이 새끼야!”


부아아아아앙!


빨랫줄처럼 탄들이 놈을 향해 쏟아졌지만, 놈은 본능적으로 턱을 움직여 모래를 쓸어 올렸다.


콰과과과광!!


탄이 모래와 수면을 맞고 튕겨 올랐다. 놈이 있던 자리에 물 폭탄이 터진다.


솨아아아아.


튀어 오른 물들이 쏟아져 내릴 때쯤엔 놈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하얀 증기를 뿜는 발칸 포신 뒤에서 난 이 사냥이 쉽지 않을 것을 느꼈다.

임기응변도 벌써 두 번째. 놈은 빠르고 강하다. 거기에 영리하기까지.


“가우시아?”

[네. 항해사님.]

“경계지역을 반경 10km까지 넓혀야겠어.”

[알겠습니다.]


트레일러의 한쪽 창이 열리며 화살촉새 드론 수십 마리가 호버크래프트를 빠져나간다. 난 드론이 사라질 때쯤에야 안심하고 발칸에서 내려왔다.




***




모닥불 앞, 고기를 지키던 초코가 잘 익은 고기를 뒤집으며 물었다. 걱정 가득한 얼굴. 아리스는 발칸포가 쏴지는 와중에도 고기를 뜯고 있었는지 입 주위에 기름이 번들번들했다. 초코가 묻는다.


“쉘터는 어떻다고 해요?”

“모두 무사히 잘 피했데. 헤베 박사와 네 친구들은 우선 나가들이 사는 곳으로 가라고 했어.”

“아. 잘됐네요. 그곳이라면 안심입니다.”


다른 라쿤들이 걱정이 많이 되었든지 심각했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아리스는 벌써 양 볼 가득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내일은 어쩔 거야?”

“저 덩치들도 온종일 저기에서 잠만 자진 않을 거 같지?”

“그럼?”

“먹이 사냥이라도 나가면 길이 열릴 테니 그때 올라가자.”

“좋아.”

“그리고 한 가지 할 일이 더 있어.”

“?”

“아까 못 잡은 그 킹가리를 잡으려고!”

“킹가리?”


나는 한 손으로 길게 입에 부리 모양을 그려 보였다.


“그놈?”

“어. 잡아보려고.”

“왜?”


난 바쿠얀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쿠얀은 아까 잠시 나에게 설명했던 이야기를 모두에게 다시 꺼낸다.


“그 생물이 화살촉 기계 새를 전기로 죽였다고 했잖소?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그놈을 잡아 나오는 마력석에는 번개의 힘이 깃들어 있을 겁니다.”

“오!”

“그래서 잡아보려고. 전기의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시간을 너무 잡아먹지 않는다면 한번 해보려고, 어차피 반나절 정도는 괜찮잖아. 언덕을 오른 후에 장비 점검과 교체도 해야 하니까. 이후 나타날 지형에서는 더 이상 호버를 쓰진 못할 거 같거든.”

“좋아. 대신.”

“?”

“호버를 저 언덕 위로 옮기는 게 먼저야. 사냥은 그다음에 해.”

“물론이지.”


우리는 밤늦도록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놈을 어떻게 잡을지 회의했다.

해가 뜨면 사냥.

킹가리 놈을 잡는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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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 아누카 (2) +8 21.08.20 496 20 11쪽
31 30화 - 아누카(1) +4 21.08.20 491 13 13쪽
30 29화 - 명령권자 신규 등록 +9 21.08.19 555 13 19쪽
29 28화. 그렇다면 재능을 한 가지 설정하시죠. +10 21.08.18 536 15 16쪽
28 27화 - 그래도 무척 절박했을 것 같지 않아? +10 21.08.17 515 20 16쪽
27 26화 - 이제 넌 내꺼야. +4 21.08.16 554 1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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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9 21.08.13 588 20 16쪽
23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4 21.08.12 619 24 19쪽
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594 21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9 21.08.10 642 24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627 24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628 24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660 19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654 23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725 22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746 28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750 30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809 29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833 32 16쪽
11 10화 - 으악! 이게 뭐야? +7 21.08.03 867 34 21쪽
10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906 30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938 33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6 21.07.31 1,030 33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1,206 39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463 53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631 62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2,094 65 15쪽
3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679 86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3,376 111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30 21.07.26 3,957 12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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