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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불시착한 김에 행성정복한 썰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07.26 15:13
최근연재일 :
2021.10.05 16:22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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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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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DUMMY

009.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부아앙! 부아아아아앙!

빠다다당빠다당!!


우리가 엄청난 배기음을 뿜어내며 달리고 있을 때 가우시아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항해사님!]

“왜? 가우시아.”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출력된 데이터는 행성의 위성과 관련된 데이터.


세 개의 달은 주기적으로 행성을 돌고 있고 모두 조석 고정(Tidal locking Effect)에 의해 달들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았다. 즉, 지구의 달처럼 한쪽 면만을 이 행성 벨로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 각각의 위성은 그 거리에 맞춰 공전 주기를 달리하며 이 별을 천천히 돌고 있다. 유심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을 때, 내 메타인지가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 별은 위험하다.


세 개의 위성을 가진 별이라면 특히 더.

거기에 행성 벨로나는 지구처럼 바다가 7할.


“세 위성이 우리 머리 위에서 언제 합쳐지지?”

[보름 뒤입니다.]

“그럼 조석력은?”

[지구의 달과 비교한다면 최소 8배입니다. 해수면의 위치에 따라 많게는 24배까지도 해수면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허!”


문제는 저 달들이 만들어내는 밀물과 썰물.

데이터만 보아도 이 별의 바다는 세 개의 달이 합쳐질 때 거대한 재앙이 된다.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그려지며 저 지평선 너머로 달려오는 엄청난 크기의 파도가 보였다.


“시뮬레이션 해봤어?”

[예상치는 대륙을 반 이상 잠기게 하는 거대한 밀물이 일정 간격으로 생성됩니다. 밀물이 겹치며 파도의 파장이 전 행성에 걸쳐 거대한 물결을 만듭니다. 파장이 예상외로 거대합니다.]

“높이는?”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20m에서 높으면 180m까지도 가능합니다.]

“쓰나미가 따로 없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은 알겠어. 알파 쉘터는 문제없겠지?”

[지금 헤베 박사님과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 중입니다.]

“기지를 높은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옮기지 못한다면 잠수 가능 시설로 개조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난 잠시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초코를 보며 물었다.


“이 별은 매번 홍수가 나니?”

“맞습니다. 이제 곧 때가 오죠.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아직 시간여유가 있어서 미처 못 드렸습니다. 홍수의 이름이 큐아난입니다.”

“큐아난?”

“정확한 의미로는 바다의 반란이죠. 그때는 바다생물들도 대부분 깊은 심해로 들어갑니다.”

“음······.”


아리스는 태평하게 재밌다는 듯 초코에게 물었다.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해?”

“저희는 높은 산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그걸 매년 한다는 거야?”

“매년은 아닙니다만 그렇습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를 실은 컨테이너들.

만약 쓰나미와 같은 파도나 홍수가 들이닥친다면 대부분 컨테이너는 바다 깊은 물속으로 휩쓸려 흘러 들어갈지도···.


세 위성의 중력 중첩,

그 힘이라면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긴다는 이야기도 농담은 아니다.


“그랜드 큐아난도 있습니다. 태양과 일직선 위에 세 개의 달이 위치하면 엄청난 파도가 밀려와요. 그랜드 큐아난은 80년에 한 번씩 일어나죠.”


저 커다란 태양과 세 달로 일식이 일어나는 날이면 그 중력에 이끌린 바다는 엄청난 조력으로 대륙을 집어삼킬 것이었다. 거대한 파도가 전 대륙을 휩쓴다. 그리고 난 3백 년 전 이 별에 들어온 개척단이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이 상상됐다.


“그래서 개척단이 테라포밍을 포기했나?”


그들이 만난 사고가 무엇일지 대충 예측이 되었다.

쉽게 밝혀낼 재난이긴 했지만, 막상 준비 없이 닥쳤다면 재앙은 지옥 그 자체였을 터였다.


“피하기가 쉽지 않겠는데?”

“어쩌려고?”


궁금하다는 아리스의 질문.


“피하는 건 문제가 아니야.”

“그럼?”

“안드로이드를 실은 컨테이너들이 바다로 쓸려 어디론가 떠내려 가버리는 게 문제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잠수함이나 기타 심해용의 발굴 장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일이 아주 번거롭게 변하고 있었다.




***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소금 평원이 만들어진 이유도 분명하게 나왔다.


세 개의 달이 만드는 조력, 거대한 높이의 밀물이 넘쳐와 대륙의 이 평야 지대에 갇힌다. 강이나 기타 적량의 물이 유입되지 않으니 메말라가며 이곳에 소금의 평야를 만든다. 그게 매년 무한 반복.


떠밀려온 생물들은 대부분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죽는다. 그걸 먹는 생물이 있고, 그러한 환경에서 지구의 장어나 곰치처럼 땅에 굴을 파고 살아낼 수 있는 해양 생물은 소금 평원의 제왕이 된다. 매년 거대한 밀물의 파도를 기다려며 폐어처럼 숨어있다가 때가되면 만찬을 즐긴다.


그러니 저 뱀같이 생긴 놈들은 뱀이 아니라 장어, 곰치 같은 수생 생물임이 분명했다. 아마도 저 싱크홀 같은 구멍 안에는 차가운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있을 터였다.


폭주족처럼 시끄럽게 달리기를 한 시간 남짓.

소금 평원이 끝나자 넓은 초지로 형성된 삼각주가 보였다. 신기한 것은 이곳이 항상 물이 빠져나가는 지역인지 나무들이 모두 한쪽으로 쓰러지듯 자라고 있다는 것. 거의 45도 아래로 쓰려져 길고 단단한 뿌리를 땅에 내리고 있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그리고 초지가 끝나는 곳엔 절벽이 있었다. 그나마 있던 소금 평원의 지하수가 빠져나와 거대한 폭포가 되어 쏟아진다.


“정말 절경이네.”


지프들을 정비하고 떼어낸 소음기와 머플러를 다시 출력해서 붙인다. 추가해서 만약 강에서 도강하다 잠겨 시동을 꺼드리지 않기 위해 차량용 스노클(snorkel)을 붙였다. 즉 엔진 흡입구로 공기가 들어가는 곳을 차의 지붕보다 위로 연장해 높게 연통처럼 뽑았다. 차체가 물에 잠기더라도 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잠시의 휴식을 끝내고.


니트로셀룰로오스 20%, 니트로글리세린 19%, 니트로구아니딘 54.7%. 트리플 베이스 화약으로 만든 폭약을 출력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우린 절벽을 내려가기 위해 그중 한 곳을 함몰시키려 했다. 절벽을 내려가려면 한 곳을 무너뜨려 사면을 만들 수밖엔 없으니.


“발파!”


콰아앙!

쿠르르르릉


절벽의 사면이 무너지며 완만한 경사로 깎여 내렸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행위가 누군가의 분노를 샀다.


절벽 가득 둥지를 틀고 있던 작은 새들이 벌떼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손바닥 크기에 검은 몸체. 마치 제비와 같은 느낌의 작은 생명체들이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 마리가 비상한다.


“어?”

“어어어어어!!”


그리고 그놈들이 거대한 군체를 이루며 검은 구름을 형성했다.


“저··· 저 새는···?”


그것을 유심히 관찰하던 초코가 놀라며 고함쳤다.


“앗! 화살촉새에요.”


초코가 어떤 생물에 대해 삐잇거리는 이름이 아니라 AI의 번역기가 명명 가능하게 ‘화살촉새’라고 번역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난 지금의 위기상황에 소름이 돋았다. 발밑을 살피자 하얗게 죽은 몇몇 놈들의 뼈가 보인다. 부리가 무슨 화살촉 같은 모양. 이 부리로 공격을 한다면?


‘X된다.’


저놈들이 일정 고도에 도달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제길! 안드로이드 다 내려! 길을 만든다. 무조건 내려가!!”


지구의 일반적인 독수리 과의 매만 하더라도 최대 하강 속도는 시속 390km.

그 비슷한 속도로라도 자살 공격으로 우리 머리 위에 내리꽂히면 아무리 메탈 안드로이드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 안개 마법, 지금 가능할까?”

“해보겠습니다. 대신 저 보주의 마력으로는 힘들어요. 마력석이 더 필요합니다.”

“마음껏 써!”


거대 망둑어를 잡고 나왔던 수박만 한 마력석.

그걸 가슴에 품은 초코가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을 높이 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 폭포에서 떨어지던 물들이 빨려와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구름을 만들어냈다. 촉촉하게 젖은 대기가 금세 차창 밖에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눈치 없이 와이퍼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가시거리는 제로. 우리는 초코가 만들어낸 하얀 암흑 속에 빠져들었다.


“후우.”


난 헬멧을 쓰고 링크를 제일 후미에 있는 안드로이드와 동기화했다. 그리고 땅에서 자라는 길쭉한 이끼를 뜯어 몸에 붙였다. 내 의도를 파악한 가우시아가 다른 안드로이드에게 명령하자 안드로이드들이 이끼를 끌어와 내 몸에 붙여 묶었다. 금세 링크한 안드로이드는 길리슈트를 입은 것처럼 이끼 괴물로 변했다.


“아리스. 우선 링크한 안드로이드의 시각센서를 동기화할게.”

“어?!”


트럭의 전면 창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화면과 동기화됐다. 안개 속, 서 있는 눈높이에서도 바닥의 이끼가 보일까말까 한 가시거리. 초코의 마법으로 지금 우리 주변은 짙은 안개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낮은 포복의 자세로 은밀하게 움직여 안개의 바깥으로 나왔다.


맴을 돌고 있는 화살촉새 군체.

군무를 추던 화살촉 새들은 당황한 듯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수만 마리가 될법한 밀집 군체는 마치 거대한 용처럼 하늘을 배회했다. 그리고 소금 평원 쪽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옮겼다.


쿠억!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찾아 따라왔던 거대한 뱀인지 장어인지 모를 괴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하늘 위로 가장 높이 솟았던 무리 중 한 마리를 기점으로 일군의 화살촉새가 맹렬한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퍽퍽퍽퍽퍽퍽!!


정확하게 눈과 귀.

충돌에 머릴 흔드는 괴수를 피해 충돌 각을 잡지 못한 새들이 놈의 머릴 빗겨 다시 날아오른다.


“꽤에에에엑!!”


거대한 장어 괴수는 양쪽 눈에서 검붉은 피를 뿜으며 쓰러져 몸을 꼬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화살촉새의 정확한 모습을 살피기 위해 안드로이드의 시각 줌을 최대한 당겼다.


화살촉새의 외관은 정말 딱 화살촉 같은 생김새.

문제는 부리와 두개골이 마치 톱날을 바깥쪽으로 두 개를 겹쳐둔 모양이라는 것. 만약 저 모양이라면 충돌 시 어떤 피해가 갈지 예상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틀어박힌 새가 죽지 않고 부리를 연달아 열었다 닫는다? 그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저 새는 살을 찢으며 안으로 파고든다. 무언가를 죽이기엔 최적으로 진화한 형태였다.


“무시무시하네.”


군체를 위해 자폭 공격을 하는 형태. 자기희생.

지구에서도 침입한 적에게 자신의 몸을 폭발 시켜 독성 개미산을 방출하는 개미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저 새의 경우엔 특히 위험해 보였다. 군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대로 된 가미카제다.


“가우시아!”

[네. 항해사님.]

“혹시 저 새의 모양으로 드론을 만들면 지금 몇 대나 생산이 가능하지?”

[지금 트럭의 자원 카트리지로 말씀입니까?]

“응!”

[현재 자원량으로 생산 가능한 드론은 238대입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통해 주변 자원을 수거해 공급한다면 무리 없이 시간당 24대씩 꾸준히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동 중이라면 10시간가량은 보급 없이 생산 지속 가능. 정지 시 자원만 수급된다면 무한하게 생산이 가능하다는 말.


“지금부터 최대한 뽑아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박히면 폭발하게 안에 폭약도 장착해 줘.”

[반영하겠습니다. 디자인을 확인해주세요.]


가우시아가 자동으로 가용모델을 디자인해 나열했다.


프로펠러 모터 없이 조류처럼 양 날개로 움직이는 구동 방식. 머릿속엔 수류탄 하나 정도 크기의 폭발력. 저 화살촉새처럼 박혔을 때 파고들 수 있도록 만든 톱날 형태의 부리. 화살촉 머리의 로봇 새였다.


이 정도라면 간단한 형태로 이 별의 괴수들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5분 정도가 흘렀을까


[실험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좋아. 날려봐!”


안개를 뚫고 우리가 만든 화살촉새 드론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군체가 다시 절벽의 둥지로 모두 돌아갈 때까지 놈들의 비행습관과 움직임을 따라 익히며 군체 속에서 녹아들어 활강했다. 마지막은 충돌실험. 드론을 아직도 꿈틀거리는, 눈을 잃은 거대 장어를 향해 쏘았다.


휘이이이익- 푹!


쉬이익! 키엑!


안구를 찔러 들어간 드론이 부리를 움직이자 놈의 살을 찢고 파고들었다. 거대 장어가 고통에 못 이겨 몸을 비튼다.


퀘아아악!!


적당한 위치를 잡자 폭발.


퍽!


내부 폭발이기에 큰 소음은 없었다. 단지 놈의 눈, 코, 입에서 푸악하고 피와 함께 살점과 뇌수가 뿜어져 나왔을 뿐. 머리를 잃은 장어는 이내 꿈틀거림을 멈추고 축 늘어졌다.


실험을 지켜보던 아리스의 예상되는 한마디.


“우리 오늘은 장어 먹을까?”


링크한 안드로이드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죽은 거대 장어를 향해 다가갔다. 난 우선 초진동 단검으로 만든 창으로 놈의 몸속에 박혀있는 마력석부터 찾았다.




***




지구에서 말이란 동물이 땀을 흘리는 것은 알고 있다.

말은 계면활성제 성분인 라세린이란 단백질이 포함된 땀을 흘려서 달리고 나면 땀에서 거품도 난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땀에 흠뻑 젖은 너구리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처럼 혀로 컵을 할딱이고 있었다.


촵촵촵촵촵!!


“고생했어. 초코.”

“커험······. 아닙니다. 사고가 없어 다행입니다.”

“완전히 지쳐 보이는데 괜찮겠어?”

“저도 이만한 마력을 사용하기는 처음이라서··· 곧 회복될 겁니다. 제 마력을 쓴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좀 쉬고 있어.”

“네······.”


초코가 수분을 모아 안개의 형태로 방출하는 모든 장면은 녹화되었다. 마력이 어떻게 마력석에서 방출되었고, 그 방출된 힘은 주변의 수분과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검출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 헤베 박사에게 보내긴 했지만, 솔직히 난 데이터엔 아무 기대도 가지 않았다.


“···이래서야 뭔···.”


내 메타인지는 검사 데이터를 통한 원인 검출 불가능에 방점을 찍고 있으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지금 마법을 사용하던 상황을 관찰한 자기, 전자기파, 중력파 검출 기록은 전혀 유효하지 못했다. 단지 영상이나마 그 안개의 효과를 기록한 것이 전부일 뿐. 검출 자체가 불가능한 힘에 우리는 엄한 검사기를 가져다 댄 것일지도 몰랐다.


헤베 박사와의 영상통화엔 서로 질문만 계속 겉돈다.


[그래서, 마력석의 마력을 뽑아내 초코라는 그 친구가 안개를 만들었다고?]

“그렇죠. 대략 폭 500m의 반원을 가시거리 1m로 만들 안개를 형성해서 한 시간가량 지속시켰어요.”

[그래. 마력석이 큰 만큼 효과가 분명하군. 우리도 여기서 여러 마법적 실험을 하고 있기는 하네. 세 친구가 그래도 조금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거든.]

“다행이네요.”


삼차원 영상 속 박사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올라온다.


[달의 조력에 대한 데이터는 봤겠지?]

“네. 보름 후, 쓰나미가 전 행성에 몰아친다면서요?”

[맞네. 그 전에 복귀하면 좋겠지만, 복귀가 힘들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네.]

“혹시 생각하신 방법이 있어요?”

[우리는 잠수성을 만들어 볼까 해.]

“잠수함이요?”

[그렇지. 일종의 잠수함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배라고 말하긴 또 뭐하지. 동력으로 움직이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잠수성일세.]

“알겠습니다. 혹 설계가 가안으로라도 나오면 보내주세요.”

[그렇게 하겠네. 지금 마지막을 손보고 있으니 곧 보내줄 수 있을 거야.]


그때 장어구이를 완성한 아리스가 나타나 통신 화면을 보며 한 입 베어 물었다.


“박사님. 이거 완전 맛나요? 와! 이 맛! 보내주고 싶어도 보내줄 길이 없네.”

[······.]


박사의 멍한 표정에 난 그 사실을 알았다.


“아니! 아리스! 바지는 좀 입으라고!!”




***




< 외전 : 어느 행성 방문자의 죽음 >


첫 워프의 차원 도약으로 적당한 별을 발견하지 못한 탐사대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예상되는 행성을 향해 무작정 차원 도약을 감행했다. 첫 도약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덧 새롭게 나타나는 항성계와 점점 거대해지는 은하수의 모양만으로도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도약에 도약을 거듭했다.


지구에서 대략 500광년의 거리.

마침내 지구와 거의 유사한 행성을 발견했다.


정식 명칭은 행성 벨로나V-3608b


이상하게도 행성을 방문한 조사단은 광분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여긴 쥐라기의 지구입니다. 원시의 천국이에요.”


초기 조사단이 보낸 희소식의 감흥 때문이었는지, 우주에서의 방랑에 대한 보상이 너무 달콤했는지 개척단은 큰 고민 없이 별을 향해 경쟁하듯 내려갔다. 그들은 그곳에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 물고기 한 마리, 벌레 하나에도 감사했다.


“이 원시의 별의 생물은 모두 지구와 같아요! DNA의 형질을 보시죠.”


그들을 외계의 행성 개발로 밀어 넣었던 종교도 특히 한몫을 단단히 했다. 아무 의심 없이 쉘터는 수만의 개발자들을 품고 도시가 되었다. 그들은 노동을 위해 클론을 키우고 농사를 지었다. 지질학자와 생물학자가 별의 생물과 지질을 연구하며 마냥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아무도 행성의 밖에서 별을 돌며 그들을 지켜보던 방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까맣게 있고 있었다. 비어버린 방주는 자신의 모든 일을 마친 듯 잠자코 지켜만 보고 있었다. 방주가 발견한 행성차원의 문제는 붉은 빛만 반짝인 채 아무도 열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쉘터가 도시가 된 후 4개월.


첫 번째 개척도시에서 비명에 찬 통신이 잠시 들어온 것을 끝으로 그 도시에서의 소식은 없었다. 새벽 시간이라 모두 무슨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날 개척단원 중 한명은 들판을 가득 메운 벼와 밀을 수확해 무얼 해 먹을까 어떤 빵을 구울까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창문을 연 것이 전부였다.


그때 우주에 있어야 할 개척단의 방주가 도시의 머리 위에서 귀가 터지도록 경고음을 발하기 시작했다.


삐이잉― 삐이잉―

[대피하세요. 대피하세요.]


플라즈마 엔진의 배기에 창문이 뜯겨나가고 지붕의 기와가 흩날려 부서졌다.


“무슨 일이지?”

“몰라! 뭐야?”


방주는 이런 대지에 착륙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방주의 운용AI는 힘겹게 일궈온 밀밭을 태우며 그곳에 앉았다.

방주의 바닥을 이루던 수많은 관측기기와 안테나가 뭉개진다. 플라즈마 엔진의 거대한 폭압에 벼는 불에 타들어 갔고 밀밭은 폭풍에 날아간다.


[거대한 파도가 다가옵니다. 모든 개척민들은 신속히 방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연구원 중 하나가 손을 들어 도시의 서쪽을 두르고 있던 산맥을 향했다.


“저··· 저기!”


그 산맥 뒤에 파랗게 커튼을 친 것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게 뭐지?”

“저··· 저게··· 파··· 파도라고?”


산맥위로 보이는 거대한 파도는 공포 그 자체였다.

우왕좌왕하는 것도 잠시.

사람들은 미친 듯 방주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방주의 출입구를 향해 기중기를 올리고 사다리를 댄다. 하지만 이런 황량한 평지에서 저 높은 방주의 우주선 출입구로 들어갈 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몇몇 부양정과 수송선이 사람을 실어 방주로 날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주의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기중기를 타고 기어 올라 겨우겨우 출입구에 다다른 것은 몇백 명.

수천 명의 사람이 서로 먼저 기어오르기 위해 타인의 목을 끌어내리고 밀어 떨어뜨린다. 그나마 있던 기중기가 허리가 꺾이며 쓰러진다.


“으아아아!”

“밀려온다!”


30m 높이의 방주를 아득히 뛰어넘는 거대한 파도.

파도의 물을 투과하여 붉은 해가 아름답게 그들을 비추길 잠시.

지구를 떠나 머나먼 행성 벨로나까지 찾아온 5만의 개척단원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파도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빛에 절망했다.


과아아아아!


방주와 함께 거대한 도시가 한순간 사라졌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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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그렇다면 재능을 한 가지 설정하시죠. +10 21.08.18 536 15 16쪽
28 27화 - 그래도 무척 절박했을 것 같지 않아? +10 21.08.17 515 20 16쪽
27 26화 - 이제 넌 내꺼야. +4 21.08.16 554 19 17쪽
26 25화 - 왜? 아쉬워? 좀 더 기다려 줄 걸 그랬나? +6 21.08.15 542 16 15쪽
25 24화 -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잡아라. 알겠지?” +8 21.08.14 578 17 14쪽
24 23화 -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잖아. +9 21.08.13 587 20 16쪽
23 22화 - 나야, 매튜, 너희들이 우주에 버린 요리사. +4 21.08.12 619 24 19쪽
22 21화 - 저 아이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줘. +10 21.08.11 594 21 13쪽
21 20화 - 금안의 아이가 태어났소! +9 21.08.10 642 24 12쪽
20 19화 - 함장님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이 있습니다. +12 21.08.09 627 24 14쪽
19 18화 - 하아. 이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4 21.08.08 628 24 16쪽
18 17화 - 모두 무기 버리고 꼼짝 마! +6 21.08.08 660 19 13쪽
17 16화 - 그 지형은 유독 유별났지······ +6 21.08.08 654 23 16쪽
16 15화 - 지금 너한테 깔린 모드가 총 몇 개니? +12 21.08.07 725 22 15쪽
15 14화 - 당신들의 이 수호신은 철의 골렘입니까? +6 21.08.07 746 28 17쪽
14 13화 - 최초 모델의 출력까지 2시간 12분이 소요됩니다. +4 21.08.06 750 30 13쪽
13 12화 - 아무튼 고맙군. 좋은 몸을 새로 주어서 말이야. +6 21.08.05 809 29 22쪽
12 11화 - 딱 봐도 개발자네. +8 21.08.04 833 32 16쪽
11 10화 - 으악! 이게 뭐야? +7 21.08.03 866 34 21쪽
» 9화 - 잠깐 이 데이터를 살펴봐 주세요. +12 21.08.02 905 30 20쪽
9 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6 21.08.01 937 33 16쪽
8 7화 - 전투는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16 21.07.31 1,029 33 15쪽
7 6화 - 클론 배양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30 1,205 39 15쪽
6 5화 - 언제 출발할 수 있는데? +22 21.07.29 1,462 53 21쪽
5 4화 - 외계 종족의 언어 구조와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14 21.07.28 1,629 62 13쪽
4 3화 - 이 생명체가 지구와 똑같다고? +10 21.07.27 2,093 65 15쪽
3 2화- 안전할 것 같은 착륙지를 스캔해줘 +24 21.07.26 2,677 86 18쪽
2 1화 - 불시착 +18 21.07.26 3,372 111 19쪽
1 프롤로그 - 무섭도록 평범한... +30 21.07.26 3,953 12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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