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008.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트럭 앞에는 망둑어의 머리와 함께 거대하고 앙상한 물고기의 뼈가 쌓여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줄을 맞춰 물고기의 사체에서 뽑아낸 고기를 연신 프린터와 연결된 자원 분류기에 넣는다. 분해된 단백질과 지방이 바이오 연료가 되어 한쪽에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다.
그 옆, 파라솔과 식탁 앞에는 적외선 화로에 커다란 냄비가 김을 내뿜으며 끓고 있었다.
뽀글 뽀글 뽀글.
염화나트륨, 글루탐산나트륨(MSG). 그리고 글리코젠(다당류)과 디옥시리보스(단당류). 당분과 붉은색 착향료, 정확하게 계량된 인공 감미료, 거기에 추가되어 식감을 만들려고 넣은 가공 섬유질은 색깔도 다양했다. 합성 캡사이신과 거기에 오늘 잡은 거대 괴수, 정확하게는 거대 망둑어의 30cm가 넘는 볼살 매운탕 요리. 몇 백 년 전 유행하던 지구의 동양식 요리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냄비를 꺼내오자 아리스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녀가 뜨거운 탕에서 하얗게 김이 나는 볼살을 한 움큼 집어 호호 불면서 입에 넣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어때?”
“호에호아아~! 우와아아~! 회호고야!”
“뭐?”
“홰호라고!!”
뜨거운 김을 입에서 뿜어내며 그녀의 눈이 금세 초승달이 되었다. 코에선 콧물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아 쫌!
초코가 덜덜 떨면서 한 입 숟가락을 떠 넣는다.
“커억! 켁켁켁!”
초코는 다급하게 커다란 대접에 물을 받아 혀를 내밀며 찹찹찹 마신다.
저럴 땐 완전 멍멍이네.
“좀 맵지?”
“화아아~! 매운데 맛있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초코가 다시 달려들었다. 나도 매운탕의 볼살을 입에 넣자 세로로 갈라지는 육질의 탱탱한 식감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담백한 육즙의 맛이 혀 안에서 톡톡 튀며 놀다 어느새 스르륵 눈 녹듯 사라졌다.
“와우! 멋진데?”
우린 한동안 말없이 매운탕과 함께 탄수화물을 둥글게 뭉쳐 출력한 쌀밥이란 찐 합성 곡식을 정신없이 퍼먹었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헤베 박사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레오. 부탁했던 분석이 끝났네.]
“아. 잠시만요.”
랩탑의 영상을 입체화해서 테이블 위에 조사했다.
괴물에게서 뽑아낸 마력의 보주.
여러 그래프와 도표들, 마력석의 내부를 스캔한 X-ray 영상, 기타 다양한 분석표와 수치가 도식화되어 디스플레이되었다. 내 메타인지는 그 모든 상황을 조합하며 ‘사이오닉 에너지’에 대한 가설을 형성했다.
[어떤가?]
“‘사이오닉 에너지’라는 것이 실존하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이네요.”
[하지만, 우리 기술로는 이 에너지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이론도 존재하질 않네.]
“우리가 해야죠. 만약 성공한다면 ‘암흑 에너지’ 이후 찾아낸 우주적 대발견이 될 수도 있어요.”
암흑 에너지.
우주의 팽창을 증명하는 이 에너지의 실체를 발견한 이후 인류는 차원 항법까지 완성하는 데 고작 4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만약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이 ‘사이오닉 에너지’의 실체가 증명된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그 발전을 예상할 수도 없었다.
[우선 우리 쪽도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며 이 ‘마력석’에 대해 조사해 보겠네.]
“알겠습니다. 박사님.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가우시아의 연락으로는 벌써 20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네오이데아 놈들에게 넘어갔어.]
“예상보다 엄청 빠르네요.”
[그리고 4등급 클론 생성기도 하나 넘어갔네.]
“아! 누구에게요?”
[여기서 파악하기로는 알렉사야.]
“그 여의사요?”
[맞아. 그러니 최대한 클론 생성기는 이 대륙에 있는 것만이라도 빨리 챙기게.]
“알겠습니다.”
헤베 박사와의 통신이 끝난 후 난 우선 조사기에 올려두었던 거대 망둑어에서 뽑아낸 수박만 한 마력석을 초코에게 주었다. 초코가 거기에 다시 주문을 걸자 마력석이 얇은 광채를 내며 밝게 빛났다.
“마력보호의 주문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야 마력이 온전하게 보존돼요. 하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마력 보호를 위한 마법진을 새겨 넣은 특별한 보관함을 만들어서 거기에 넣어야 합니다.”
“알겠어. 함은 바로 출력해줄게.”
“그럼 제가 마법진을 새겨 넣을게요.”
식량으로 사용한 몇 kg를 제외한 망둑어 대부분은 출력기의 자원카트리지로 재활용되었다. 망둑어의 몸체 대부분은 우리가 4세기 전까지 사용하던 ‘바이오 화석 연료’라는 것으로 치환되었지만, 그 덕분에 우린 ‘화석 연료 엔진’을 탑재한 원시적인 모양의 탈것을 출력 중이다. 500대의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실어 나르려면 그것이 최선.
현재 트레일러에 가져온 프린터로 바이오연료로 움직이는 내연 기관을 출력 중. 놈의 뼈대를 구성하던 칼슘과 단백질을 합성하여 카본과 폴리모 구조의 뼈대도 형상화한다. 네 개의 바퀴와 냉각시스템. 전기를 이용하는 방식보다는 한참 원시적이었지만, 없는 것보다야 나았다.
치익! 취이익!
투릉 투릉투릉!
버기와 비슷한 형태의 화석 엔진을 장착한 지프 수십 대를 수리 로봇과 안드로이드들이 조립한다. 그리고 망둑어의 이빨과 가시로 혹시 모를 괴수의 공격에 대비해 외형은 과하게 디자인해서 모양을 잡았다. 20세기 세기말의 영화에서나 봄직한 형태. 하늘을 향해 뻗은 가시들이 마치 이 지프의 모습을 무슨 고슴도치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남은 거대 가시는 트럭과 컨테이너에도 요소요소에 박아 넣었다.
지도를 살폈다.
우선은 4등급 클론 생성기가 떨어진 지역.
같은 지역엔 안드로이드 컨테이너도 두 개나 더 있다.
다음 목표까지 820km.
“출발할까?”
“좋아. 달려!”
트럭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대지를 박찼다. 그 뒤를 안드로이드를 태운 수십 대의 지프와 버기가 뒤따른다. 난 아리스에게 운전을 맡기고 52시간 만에 겨우 단잠에 빠져들었다.
***
3시간쯤 잤을까?
길쭉한 다리가 내 목을 누르고 있었다.
“컥컥! 아~! 쫌!”
언제 내 침대로 들어왔는지 아리스는 이불을 다 걷어차고 날 깔아뭉개듯 올라타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난 조심히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치우고 침대를 빠져나왔다. 저렇게 인생에 ‘걱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지고 살려면 어떤 유년기를 보내야 했을지 진심 궁금했다. 그녀의 유일한 걱정은 ‘아빠에게 혼나는 것’뿐이니···. 그 아빠라는 사람은 또 얼마나 대단한 존재일지도 예상되지 않았다.
“일어나셨어요?”
운전석으로 나가자 초코가 가만히 날 반긴다.
하지만 걱정 가득한 표정.
“왜?”
“아······. 아녜요.”
너구리의 표정이란 거기서 거기. 그래도 저렇게 ‘걱정’이 내비칠 정도면 상황이 얼마나 심상치 않은 것일까?
“무슨 일이지?”
“소··· 소금 평원입니다.”
난 시선을 돌려 전방을 바라봤다.
우리 앞에는 거대한 거울과 같은 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일까?’
오색의 구름과 그걸 그대로 수평으로 복사한 대칭의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대칭의 풍경 한가운데, 마치 아치를 형상화한 것 같은 거대한 동물의 뼈가 동굴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아치의 크기는 대략 폭 8m에 높이는 4.2m.
동굴처럼 늘어선 하얀 뼈는 150m가량 길게 늘어서 있다.
“뱀인가?”
“저··· 저건 큐아롯입니다.”
우린 동굴을 지나듯 그 뼈의 아치를 천천히 움직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 끝에 거대한 동물의 두개골과 만났다. 2m는 넘을 엄청난 길이의 송곳니 4개. 그리고 길게 뻗어 나온 턱은 마치 심해어를 보는 듯 요상했다.
“큐아롯은 입이 굉장히 커서 한입에 뭐든 꿀꺽 삼켜버립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우리 트럭과 컨테이너도 바로 삼킬 수 있는 크기. 이 거대한 괴물이 소금 평원 어딘가에 숨어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드론부터 날려야겠어.”
난 트럭과 컨테이너, 그리고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지프들을 줄줄이 뼈의 아치 속에 들이고 주위로 관찰용 드론부터 날렸다.
***
“칫. 언제 일어났데?”
“아까아까.”
아리스가 트레일러에서 하품을 하며 나타났다. 난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응. 소금 평원과 저 뼈를 발견하곤 정지했지. 두 시간 정도 됐네. 깨우기 뭐 그래서 우리도 좀 쉬었어.”
“음. 여길 좀 봐.”
내가 랩톱에서 드론의 영상을 키워 트럭의 전면 창에 붙이자 창이 브라운관의 역할을 대신하며 영상을 투영했다. 하늘에 띄워진 드론이 촬영한 영상. 아래엔 거대한 장어 혹은 뱀 모양의 괴수가 천천히 움직이며 ‘악어 하마’ 한 마리를 삼키고 있었다. 지금 우리를 감싸고 있는 뼈보다 더 큰 덩치. 길이만 해도 150m는 넘어 보였다. 놈의 꼬리 부분엔 싱크홀을 연상시킬 커다란 구멍도 보였다.
“뱀?”
“글쎄.”
“어쩌려고?”
“고민 중이야.”
대략 소금 평원은 120km.
여길 무사히 통과해야 목표한 지점까지 최단코스로 갈 수 있다. 난 가우시아에게 부탁해 지구의 모든 생물 사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생물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이 거대한 뱀이 사는 평원에서 이놈을 대적할 진화적 방법론도 분명 존재하리라. 내가 아리스를 바라보자 그녀가 풍성한 브로콜리 같은 머릴 흔들며 날 바라봤다. 아! 그렇지!!
“뭐 생각났어?”
“목도리도마뱀?”
“아니! 지금 내 미모를 보고 그게 생각났단 말이야?”
사나운 미녀의 공격.
헤드락에 걸려 풍성한 가슴에 짓눌려 어찌할 줄 모르던 난 그녀를 번쩍 들어 운전석에 앉혔다.
“꺄악!”
“앉아봐! 우선 부탁이 있어.”
“뭔데?”
“드론을 계속 날릴 테니까 모든 드론이 평원에 사는 저 괴물들의 머리에 찾아 앉아있게 해줄래? 그럼 위치를 표시해줄 거야.”
“그런다고 피해갈 수 있을까?”
“그래도 해봐야지.”
작은 새 모양의 손바닥만 한 드론이니 괴물은 드론이 머리에 앉더라도 반응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내 머릿속엔 목도리도마뱀을 넘어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었다.
***
“천천히 움직여.”
천으로 위장해 만든 거대한 뱀이 소금평원을 꿈틀거린다.
솔직하게 말하면 뱀의 머리뼈를 운전석 지붕에 올린 트럭과 줄줄이 늘어선 버기의 행렬. 그리고 트럭 바로 뒤 트레일러의 발칸포를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진 길고 넓은 목도리도마뱀 형태의 날개. 그 뒤로 계속해서 늘어선 몸체는 마치 한국의 호랑이 탈춤처럼 꾸며진 천으로 된 허리와 꼬리다.
“좋아. 그대로 계속.”
낙하산을 이용해 우린 긴 몸체를 만들었다. 그 길이가 거의 200m, 몸체의 중간엔 아치형 갈비뼈를 들고 안드로이드가 탄 지프가 숨어있다. 그 지프가 교묘히 갈지자를 그리며 줄줄이 움직인다.
겉으로 보면 정말 거대한 뱀이 꿈틀거리는 모습.
내가 신호를 넣자 지붕에 탄 그리마의 로봇 발이 움직였다.
그 발과 연결된 목도리의 중심 날개 살들이 우산처럼 펼쳐지며 거대한 목 날개가 형체를 과시했다. 목도리를 떨며 위용을 과시하자 전방의 거대 뱀들이 목을 한껏 움츠리며 우릴 바라본다. 작은 덩치의 몇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구멍으로 쑥쑥 들어갔다.
쉬이이익!!
쉬이이이익!!
우릴 향해 쇳소리를 뿜어내는 놈들을 향해 난 트럭 지붕 위의 두개골 턱을 벌렸다. 그리고 거대 망둑어에게서 뽑아낸 기름에 불을 붙여 뿜어냈다. 화염방사기처럼 불줄기가 검은 연기와 함께 토해졌다. 백색의 소금 평원 위에서 부채꼴로 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화르르르륵!!
케에에에엑!
제일 앞에 있던 놈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굴을 버리고 소금 평원을 가로질러 도망친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불길을 방패로 우리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경계를 위해 고개를 치켜들고 우릴 바라보는 놈들의 사이를 천천히 미끄러지자 놈들은 우리의 위세에 주눅이 들었는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만약 저런 놈들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600대의 안드로이드로 저 무지막지한 괴물을 잡을 수 있을까? 몇 마리나? 몇 대를 희생해야?
머릿속에서 600대의 안드로이드와 100m급 거대 뱀들의 가상의 전투가 벌어지자 금방 결판이 난다. 내 예상도엔 부서진 안드로이드의 팔다리가 소금평원에 수북하게 쏟아져있었다.
‘저놈들에게 걸렸다간··· 그냥 죽었다고 봐야겠네.’
내 ‘메타인지’는 안드로이드의 전력보다는 지금 당장 트럭의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는 발칸포와 화염 방사포, 아니면 필요한 장비를 더 출력해야만 해답이 나왔다. 최선은 걸리지 않고 무사통과가 답이다.
그때.
우리가 만든 건장한 몸체에 반한 거대 뱀 한 마리가 몸을 비비꼬며 접근했다.
[앞의 개체를 주의하세요. 성 호르몬을 분비중입니다. 구애를 시도하려 합니다.]
“뭐?”
내가 봐도 정확히 구애의 몸짓. 보기 드믄 위용을 자랑하는 뱀의 등장에 수컷 한 마리가 구애에 나선 것이다.
“아니! 저 미친놈이 왜 우릴 암컷으로 봐?”
“원래 자연은 덩치 큰 쪽이 암컷이야.”
“으아앗! 온다!”
슬금슬금 다가오던 놈이 슬쩍 몸을 붙이더니 우릴 타고 넘으려 했다.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트레일러와 지프 사이, 놈이 낙하산 천으로 눈가림한 중간 부분이 무너지며 놈의 몸무게에 우리의 허리가 끊겼다. 단순히 아치 뼈대로 거죽만 올린 몸체. 우두둑, 그만 중간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난 빠르게 헬멧을 쓰고 무너진 중간지점에 있던 안드로이드로 링크했다.
“카아아악!”
놈은 우리와 X자로 겹쳐있는 상황에서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놈이 인지하기에도 분명 우리 쪽 허리가 잘린 모습. 내가 링크한 안드로이드는 커다란 뱀의 갈비뼈를 양손으로 들고 허리를 담당하고 있던 놈. 우선은 낙하산의 천을 찢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나와 내 뒤를 따라 튀어나온 안드로이드를 본 놈의 눈이 다시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쉬이이익! 쉬익!!”
[“아리스! 달려!!”]
달려-달려--달려----달우우웅
두우우웅---삐이이이-삐이이-삐이이----삐이이익!!
“으악!”
고막을 찢을 듯 울리는 하울링!
아리스와 초코가 귀를 막는다.
무전을 통해 내 목소리를 조종실로 보내자 그 소리가 다시 내 헬멧 마이크를 통해 피드백. 그 소리가 링크된 안드로이드와 나 사이에서 휘돌 듯 메아리치며 증폭되었다.
삐이이이이이―――――
하울링.
귀를 울리는 소리에 아리스와 나, 초코까지 깜짝 놀라 귀를 막았다.
아리스가 비명을 지른다. 눈앞이 핑핑 돈다.
“아아아악! 뭐야! 뭐 하는 거야!”
난 내 헬멧의 끄고 말했다.
“제길. 하울링이야!”
난 그때 분명히 보았다.
방금 저 거대한 놈들이 하울링으로 ‘삐이이’하는 소리에 움찔하는 모습을.
그 모습에서 이 넓은 호수에서 놈들이 먹잇감을 찾는 방식이 음파나 진동임을 확신했다.
“빠져나갈 수 있겠어!”
“어떻게?”
“소리! 소리야!”
“소리라니?”
“저놈들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
화석 연료 지프는 총 40대. 링크된 안드로이드로 지프로 달려가 차량 하단에 위치한 머플러부터 뜯어냈다. 그러자 터져 나오는 엔진 소리.
뿌다다다당!!
부아앙! 부아아아아앙!
빠다다당빠다당!!
내연 기관의 엔진 실린더가 터지며 내는 배기음.
내 의도를 이해한 가우시아가 다른 안드로이드에게 명령, 나머지 지프의 머플러도 금세 뜯겨나간다. 화석연료를 폭발시키는 엔진의 굉음이 고스란히 소금호수를 때리자 놈들이 기겁하며 몸을 비틀어댄다.
“비켜! 이 구렁이 새끼들아아!!”
앵앵 거리는 사이렌 소리를 추가하자 소음에 호수의 바닥까지 울린다. 그렇게, 트럭을 선두로, 배기의 굉음과 매연을 가득 내뿜으며 우리는 호수를 미친 듯 달렸다.
“달려어어어!!”
“끼야아앗호!”
기둥처럼 고개를 들고 서있던 뱀 괴수들이 그림처럼 갈라지며 길을 비웠다. 굉음의 버기들이 그 사이를 미친 듯 달려 나갔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무명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덧글로 따끔하게 부족한 부분도 지적바랍니다.
- 작가의말
인공의 착향료와 감미료, 조미료로만 된 음식을 등장인물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출력된 음식을 먹는 모습은 그럴 것 같아 표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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