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내는 절규했다.
네 명의 사내들이 떼거지로 모인 건달들의 주먹 세례를 견디며 가까스로 유리에게 접근했다. 그녀 옆에 있던 용철은 비열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았다.
용철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정적이 흐르고 시간이 멈춘 듯 모두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용철은 망설임 없이 의자에 묶여있는 유리의 가슴을 찔렀다.
“안 돼!”
울부짖는 소리가 허름한 창고 안을 울렸다. 기훈은 절규하며 달려들었다. 용철의 손엔 또 다른 단검이 들려있었다.
“헉!!”
기훈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서있었다. 심장에 꽂힌 칼이 아프기 보다는 차가웠다.
눈물이 고였다. 흐릿한 시야에 바닥에 쓰러져 피를 쏟는 유리가 보였다.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들이 몰려왔다. 눈에 점점 초점이 흐려져 갔다.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기훈은 내뱉지 못한 탄식을 품고 멈춰 선 채 숨이 끊어져 버렸다.
유리는 기적적으로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일 년이 넘도록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의사의 말로는 숨이 붙어있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했다.
무엇이 그녀의 가냘픈 숨결을 모질게 붙잡았을까?. 맥박을 체크하는 장비가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심장 박동을 위태롭게 기록하고 있었다.
뇌사(腦死), 주치의는 그녀가 깨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우는 그녀 병실 앞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문을 여는 손이 떨고 있었다. 고민에 취한 듯 걸음걸이가 비틀거렸다. 정우는 유리가 누워있는 침대 옆 의자에 무너지듯 털썩 주저 앉았다.
“힘들었지? 널…… 그만 보내주어야 할 것 같구나.”
정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네가 왜 이리 힘들게 버텼는지 잘 알아. 무얼 기다렸는지. 그래서 이야기 할 수 없었어.”
정우는 가져온 작은 보따리를 정성스럽게 풀었다. 흰색 도자기 그릇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릇 안에는 회색의 가루가 조각들과 함께 들어있었다.
“여기 기다리던 사람이 왔어.”
정우가 그녀 손바닥을 펼쳤다. 항아리 안 가루를 덜어 손바닥 위에 놓아주었다.
“다음 생에선 절대 아픈 사랑 하지 마.”
순간 미동도 없었던 그녀 눈가에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물방울이 중력을 못 이겨 창백한 볼을 타고 내려오는 순간, 심 박수를 알려주던 그래프는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삐- 하는 소리와 함께 평평해졌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 작가의말
그 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유리와 기훈의 사랑은 ‘하고 또 하고’ 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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