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공포·미스테리

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3,700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27 14:03
조회
629
추천
17
글자
10쪽

수감록

DUMMY

내 딸의 눈망울에 고인 눈물을 뒤로하고 감옥에 수감된 나는 매일 딸아이가 겪고 있을 외로움과 고통에 가슴 저렸다. 비록 감옥에 수감된 몸이었지만 혼자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어린 딸아이의 고통에 비하면 난 호강에 겨운 것이었다.


전국적으로 흉악범이나 강력범만이 수감된다는 악명 높은 청송 교도소였다. 하지만 그 동안 달았던 별과 먹었던 콩밥, 그리고 살해 사건의 죄인이라는 타이틀은 이곳에선 오히려 나를 두려움과 멸시의 대상으로 만드는 낙인이 아니라 오히려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훈장과도 같았다.



들어가자마자 약간의 푸닥거리로 방장 자리를 꿰찬 나는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처지였지만, 그래도 왕 개구리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같은 방 죄수들을 괴롭히고 부려 먹은 것은 아니었다.


딸 아이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는 것이 내 최대의 목적이자 사명이 된 나는 방장이 된 후에도 스스로 몸을 낮추었다. 힘이라는 건 어떻게 얻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난 내 힘을 내 한 몸 편하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방 죄수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드는 데 사용하였다. 가끔 들어오는 사식이라든지 요긴한 물품들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수감자들 사이 사소한 다툼을 화해시키는 데는 내가 가진 알량한 힘이 큰 소용이 되었다. 곧 나는 곧 방원들의 신망을 얻었고 급기야 다른 감방 죄수들 간의 다툼까지 내게 중재를 요청 할 정도로 교도소 전체에 신망을 얻게 되었다.


살인 강간범인 나를 벌레처럼 보던 간수들도 곧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뀌었다. 죄수들 통제에 어려움이 있을 때나 간혹 골치 아픈 죄수들이 새로 들어 올 때마다 내게 은근히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간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수록 그것은 죄수들 사이에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하여 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해 주었다.


모든 것이 잿빛이었던 세상과는 달리 이곳은 나에게 황금빛이었다. 단지 내 딸아이를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난 평생을 이곳에서 지내라고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낸다면 모범수가 되어 감형이라던지 가석방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보여다.


어느덧 형기의 절반이 지났다. 일상적인 반복이 계속되던 어느 날 오후 우리 감방으로 새로운 죄수가 들어왔다.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볼품없고 앙상한 노인네였다.


“이봐, 영감탱이, 새로 왔으면 방장님에게 인사를 올려야 할 것 아니야?”


그는 쭈뻣 쭈뻣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마도 감방이란 곳이 처음인 모양이었다. 보통 저런 노인들은 흉악범이나 강력범들이 수감되는 이곳까지는 오지 않는 법인데, 나는 무언가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야. 깡통. 노인장께서 처음이시라 생소하신가 본데, 쓸데없이 갈구지 말고 자리나 잘 챙겨드려.”


“아, 방장님 방장님께서 그렇게 물렁하게 구시니까 요즘 아이들 기강이 막 나가는 거 아닙니까?”


“시끄럽다. 그래 정 원하면 너한테부터 물렁하지 않게 굴어 볼까? ”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알겠습니다. 여! 영감탱이 이쪽으로 와!”


“말 똑바로 안 할래? 앞으로 누구든 이 노인장한테 반말 지껄이면, 나한테 죽는다.”


서슬이 시퍼래진 내 눈을 보고 모두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아마도 그 노인이 그 옛날 나에게 직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가지게 해 주었던 빌어먹을 그 여자와 같이 다니던 교회에서 알게 된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사장님과 인상이 비슷해서 인지도 몰랐다.


모두가 나를 쓰레기 취급하며 괄시하고 멀리하려 했을 때 유일하게 날 믿어주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었던 그분의 인품은 어느덧 내 가슴 깊숙한 곳에 유일하게 밝은 빛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영감님, 이쪽으로 오시죠. 앞으로 제 옆자리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방장의 옆자리라니! 엄청난 파격이자 특혜였다. 노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신고식 괴로움에서 구해준 것이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며 주섬주섬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험한 곳까지 어떻게 오시게 됐습니까?”


“그게, 저…….”


그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였다.


“말하기 힘드시면 나중에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일단은 좀 쉬시지요.”


“젊은 친구, 고마우이.”


“아따, 이 영감탱이, 방장님한테 젊은이? 내 이 쌰가지 없는……”


깡통은 날카롭게 쳐다보는 내 눈빛을 느끼고는 다시 찌그러졌다.


또 다른 일상의 반복들이 지나갔다. 내 호의 속에 노인도 그럭저럭 잘 감방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노인은 매일같이 면회를 나갔다. 방원들은 그런 그를 부러워하며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지만 난 그의 가족들이 노구의 수감생활이 걱정되어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방원들도 이내 노인이 면회 후 사식으로 넣어준 물건들을 아낌없이 나눠 주자 금세 호의적으로 변하며 그에게 친밀감과 존경을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잘 적응하는 노인을 보며 난 간수들에 의해 내 가석방 심사에 추가될 또 하나의 항목이 생긴 것 같아 흐뭇해했다.


“이 노무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점심시간이었다. 급식을 받아 테이블로 오는 도중 앞서 가던 노인이 앉아있던 다른 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 놈은 근래에 감옥에 들어온 녀석이었다. 경기도 근방 어떤 조직의 조직원이라 했다. 옷으로 다 가리지 못한 문신들이 그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극명하게 증언해 주고 있었다.


당연히 오자마자 방장을 꿰찬 후 갖은 방법으로 동료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악명 높은 놈이었다. 모두 노인이 재수 없게 걸렸다고 수군댔지만 난 그 놈이 일부러 노인장의 발을 건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미안하이.”


노인은 안절부절못하였다.


“미안하이~? 미안하이~? 미안하다면 다야? 너 오늘 죽고 싶어?”


쓸데 없이 험악한 분위기였다. 딱 봐도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노인을 도우려고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놈이 일어서더니 바지춤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가 험악한 얼굴로 꺼내 든 것은 칫솔을 날카롭게 갈아 흉기처럼 만든 것이었다. 이런 일로 노인에게 흉기까지 들이대는 것은 아무리 막돼먹은 죄수들 사이에서라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과잉반응이었다. 그는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조심하세요! 헉!”


난 나도 모르게 노인의 앞을 막아 섰다. 그 놈의 손에 있던 흉기는 내 복부에 꽂혀 있었다.


“이, 이보게 방장!”


노인는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 있는 나를 안으며 잠시 애처롭게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얼굴에 분노가 차 올랐다. 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내 눈에 살기로 점철된 노인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죽여본, 아니 그 이상의 잔인함을 경험해 본 자만이 내보일 수 있는 짐승의 눈빛이었다.


“상철이가 보냈냐? 아님 누가 보냈지?”


쓰러진 나를 놔두고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 곧 있으면 죽을 영감 탱이가 궁금한 것도 많네. 그래 상철 형님이 보냈다. 왜? 됐냐?”


노인에게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놈이 바지춤에서 또 다른 흉기를 꺼내며 말했다.


“상철이 녀석, 실망이군, 날 20년이나 보필하고도 내 실력을 이렇게 얕보다니. 이빨 빠진 호랑이라 이건가? 후후”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죽을 때 되니까 미쳤나 보지?”


말을 마치며 놈이 달려들었다.


“너 같은 애송이에게 당할 정도로 늙지는 않았다는 말이닷!”


순간 내 눈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 졌다. 노인은 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더니 공중으로 뛰어 올라 돌려 차기로 녀석의 목덜미를 가격하였다. 놈은 단 한방에 바닥으로 쓰러져 허우적댔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노인이 그 뒤 잠시 동안 보여 주었던 잔혹함이었다.


그는 곧바로 식탁의 플라스틱 식판을 잡더니 날카로운 모서리로 그 놈을 찍기 시작했다. 얼굴과 몸을 가리지 않고 찍어대는 노인의 몸짓엔 마치 도살자와 같은 광기가 번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살벌한 광경에 누구 하나 감히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간수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그 놈은 피떡이 되어 혼절해 있었다.


내 몸에 박힌 칫솔로 만든 흉기는 다행이 위험한 부위를 지나쳐 심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응급처치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내 자리에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과 그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있는 방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노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허, 방장님 왜 이러시나. 어서 이리로 자리를 옮기시게.”


“아닙니다. 어르신을 몰라 뵌 점 사죄 드립니다. 이제부터 어르신께서 방장이십니다.”


“어허 이 사람이! 자네는 내 영원한 방장일세. 알겠나?”


황송하여 고개를 조아리는 나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은 인자했다. 노인은-지금부터 조 회장님이라 칭한다- 놀랍게도 경기도 일대 최대 조직인 조까치파의 보스이자 회장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조 회장님은 나를 친 동생처럼 여기며 살갑게 대했다. 나도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며 회장님을 보필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밑에 애들 들여 보내실 일이지 누추한 감옥에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 토사구팽 (兎死狗烹)!”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듯 한탄스럽게 튀어나왔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인생은 한방...........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고 또 하고 제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에필로그 +8 15.05.05 726 17 3쪽
40 30분 +5 15.05.04 669 18 7쪽
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80 17 11쪽
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37 이별하는 여자의 심리 네 단계 +9 15.05.02 595 18 12쪽
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7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0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0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2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 수감록 +3 15.04.27 630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3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5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5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7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7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9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5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6 최후에 웃는 놈은 웃기는 놈이다. +1 15.04.18 972 15 5쪽
5 짐승 같은 놈 +2 15.04.18 1,045 18 11쪽
4 벗겨야 하는 이유. +2 15.04.18 1,078 19 12쪽
3 복수는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4 15.04.18 925 18 11쪽
2 소심한 남자 복수를 꿈꾸다. +6 15.04.18 1,408 15 13쪽
1 프롤로그 +2 15.04.18 1,413 1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