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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공포·미스테리

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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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7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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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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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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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진술서 2

DUMMY

그나마 잔 심부름이나마 시켜 주는 것은 고마운 노릇이었다. 내가 사표를 제출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이번에 그들은 아예 날 투명 인간 취급했다. 수모와 멸시는 참을 수 있었지만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에는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내가 안타까워도 격려와 남 모르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장님도 계속되는 직원들의 모함과 임원들의 불평에 지치기 시작했고 그 분에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죄송스러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던 난 결국 날 대놓고 무시하던 직속 상사를 늘씬하게 두들겨 패주고 입사한 지 일 년이 못되어 사표를 쓰고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다.


그녀는 처음에 그런 나를 이해한다며 다시 시작 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직장에서 적응 못하고 쫓겨나는 회수가 늘어나고 이윽고 더 이상 날 찾아주는 곳도 갈 곳도 없어져 자포자기 하게 되자 그녀의 이해심과 사랑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는 더 이상 회사에 취직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실의에 빠져있는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날마다 병적으로 닦달하기 시작했다. 무능력자, 찌질이, 실속 없는 사람,겁쟁이..........


물론 나도 나에게 적지 않게 실망 했을 그녀를 이해 하려고 애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스럽던 입술 사이에서 '겁쟁이'란 단어가 튀어 나와 버렸을 땐, 내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


화가 난 나는 출소 후 몇 년 동안 끊었던 술을 다시 입에 대고 말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차갑지만 식도를 따라 내려갈수록 뜨끈 해지는 액체가 내 몸 속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난 내 인생 또한 다시 밑바닥으로 내려 가고 있다고 생각 했다.


성경이란 두툼한 책의 무게와 가끔은 숙연함에 눈물이 날 뻔도 하기도 했던 예수가 전해 준 사랑이란 이름의 마약으로 억제되었고 꽁꽁 눌러왔던 내 안에 내재된 실패자의 모습들이 다시금 고개를 쳐 들고 있었다.


똥 고집과 만용, 허풍, 허세들이 술만 들어가면 내 식도를 역류해서 쏟아져 나왔고 더럽고 포악한 성격 또한 간간히 내 손과 집안의 집기들을 통해 분출되었다.


그 다음 일년이 어찌 지나 갔는지는 내가 마셔 버린 셀 수 없는 양의 술병들만이 말 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나의 폭력과 욕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 부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예수를 위해 순교자의 길을 걷는 사명을 부여 받은 것 같은 자기 만족을 느꼈다. 내 폭언과 폭력을 묵묵히 기도 하고 찬송하며 견뎠다.


예수를 위한 사명감과 고난을 묵묵히 견디는 자신에 스스로 감복 했는지 내가 폭력적이 되어 갈수록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녀는 고난의 자국이 목덜미와 팔다리에 선명히 보이는 상태에서도 그것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더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교회를 나갔다.


그녀는 예수를 못 박은 빌라도 같은 남편에게 핍박 받는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다른 신자들의 탄식과 시선을 느끼며 마치 자신이 예수를 위해 순교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이제 그녀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 성공과 출세가 아닌 내 손과 발 그리고 다시 걸레가 되어버린 내 입이었다. 교우들이 애처로운 눈빛과 그녀가 보여주는 초인적 인내심에 대한 존경심이 차차 동정과 비웃음으로 바뀌어 갔다. 그 무렵 예수를 향한 그녀의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에서 비롯된 인내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저녁 밥상에 올라온 멀겋게 끓인 동태 찌개가 상했나 싶더니 화장실로 향한 그녀는 한바탕 심하게 구역질을 해 댔다. 다음날 몸이 이상하다며 병원에 다녀온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임신 했다는 사실을 내게 전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난 절망의 뿌연 연기로 뒤 덮인 내 삶에 불연 듯 강렬한 희열과 희망 그리고 내 핏줄을 이을 새 생명에 대한 환희가 솟아났다. 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포옹 했고 그녀와 태어날 아기를 위해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가 감싸 안은 내 두 팔을 냉정하게 뿌리치며 내뱉은 말들은 날 절망과 분노로 내동댕이 쳐 버렸다.


"다음 주에 수술 할 거야. 보호자 필요하대. 당신......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목사님이 대신 가주신 댔어."


무표정한 얼굴로 무섭고 저주 받을 죄악을 아무 거리낌 없이 지껄이는 그녀는 마치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다. 난 그녀에게 애원하며 간청했다. 하지만 요지부동 낙태란 말을 무르려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결국 난 이성을 잃어 버렸다. 난 욕설과 고함을 퍼부으며 저주 받은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경찰서 유치장 안이었다.


전에도 날 잡은 적이 있는 낯이 익은 형사 하나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며 조서가 담긴 파일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지만 난 아무런 짜증도 일지 않았다. 내 머리 속엔 그저 그녀가 어찌 되었을까? 아니, 그녀 뱃속에 있는 내 아기는 어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내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로 또 다시 재판장에 선 시기는 그 전 사건 형기의 가석방 기간이 미처 끝나지 않았던 때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 변호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날 용서 해 준다거나 합의 해 준다는 의사 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변호사는 내가 3 년 정도 형을 받게 될 거라고 미리 귀띔해 주었다. 3 년 후 두부 한 조각 챙겨 주는 이 없이 쓸쓸히 교도소 문을 나선 나는 제일 먼저 그녀와 내가 다녔던 교회를 찾아갔다.


아무런 행사도 없어 교인들이 없는 목요일을 택한 것은 그래도 한때 나마 내가 다녔고 또한 날 반겨주었던 곳에 대한 예의였다. 혹시나 그곳에서 날 기다릴지도 모를 그녀에 대한 내 작은 배려였다.


목사는 나의 갑작스런 등장에 짐짓 놀라는 눈치였지만 이미 올 것을 예감했다는 듯 이내 그 동안의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내가 이성을 잃고 달려든 그날 이후 큰 탈 없이 병원을 나왔고 다행이 아이를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키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딸을 순산한 후 그 교회가 후원하고 있는 경기도 인근 고아원에 아이를 맡겼다. 그 후 못다한 예수의 사명을 감당한다며 연락하기 쉽지 않고 찾아가기도 힘든 이름조차 발음하기 힘든 남미의 오지로 선교를 떠나 버렸다.


자기가 낳은 딸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버리면서 어찌 이름도 아득한 먼 나라의 말도 안 통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그녀의 지독한 위선과 광기를 난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 딸아이를 지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용서했고 오히려 감사 했다.

난 내 딸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목사가 알려준 고아원을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유리라고 이름 붙인 네 살 배기 딸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난 그 작고 귀여운 얼굴에 너무도 또렷하게 새겨진 그녀의 모습에 잠시 몸이 얼어 붙어 버리기라도 한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렷한 눈망울 속에 어른거리는 너무 확연한 그녀의 흔적들은 나에게 처참했던 결혼생활을 떠올리게 했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내 딸아이에게서 내 유전자가 남긴 흔적들을 찾기 위해 애 쓰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그녀 대신 그녀가 남긴 아이와 함께 했던 나날들이 지나 갔다. 오로지 딸 아이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갈망하며 3 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참아왔던 것에 비하면 현실의 난 참 몹쓸 아빠였다.


변변한 직장도 없어 날품팔이에 이곳 저곳을 전전했다. 아이는 외로이 집에 혼자 남겨있을 때가 많았고 어쩌다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떠난 아내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현실의 비참함을 견디지 못한 채 술에 의존했던 난 폭언과 함께 주먹을 휘둘러 내 딸아이의 작고 귀여운 눈망울에 홍수를 내주었다.


눈망울. 그 빌어먹을 지 어미를 닮은 눈망울이 문제였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돈이 떨어진 경우 또한 내가 기분 나쁘거나 실망하는 기색을 보일 때 마다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지금 생각 하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 보다는 그저 날 위로해 주고 싶어하는 시선이었지만 그 시선 속에는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그녀의 나를 향한 멸시와 모멸이 담겨있는 듯 했다.


무능력자......고집쟁이.........찌질이.........겁쟁이!!


딸아이의 시선이 떠올리게 만든 그 기억들은 여지없이 나를 술병 앞으로 인도 했다. 술에 의해 광폭해진 나는 딸아이의 눈동자가 호수에 잠길 정도로 무차별 하게 그녀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말 맹세코 난 내 딸 유리를 사랑했고 그녀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불편했던 기억은 희미해 졌고 아내에 대한 미움도 옅어졌다. 그럭저럭 생활도 안정되어 갔고 초라 하나마 인천시 한 허름한 동네에 정착 하게 되었다. 가끔은 이제 곧 여덟 살이 될 유리가 곧 학교에 입학하게 될 거라는 사실과 나도 학부형이 된다는 생각에 남몰래 혼자 뿌듯해 하기도 했었다.


못나고 무능력한 아빠 때문에 고생하고 고통 받았던 유리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난 이제는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그녀 엄마의 모습에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술도 끊고 난폭한 성격도 고쳐 유리에게 훌륭한 아빠가 되지 못할지언정 몹쓸 아빠가 되지 말자고 스스로 결심했다.


빌어먹을 그날이 오기 전까진 말이다......


몹시도 쨍한 이른 봄날 아침의 하늘이었다.


이곳 저곳을 전전 긍긍 한 후 겨우 인천의 작은 아파트 관리 회사에 취직 할 수 있었던 나는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교환 해 달라는 오더를 받고 만수동에 위치한 지은 지 20년은 훨씬 더 되어 보이는 낡은 주공 아파트에 연장 가방이 실린 오토바이를 몰아 가고 있었다.


어제 밤 내린 비가 미처 마르지 않은 웅덩이들 사이를 오토바이로 요리조리 피해 운전해 가며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만 아파트 지하 주차진입로 갓길에 세워진 쓰레기통을 들이 받고 말았다.


그녀였다. 내 아내……이젠 이름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빌어먹을 남미의 한 나라로 선교를 떠났다는 그녀가 한 아파트 건물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 손엔 유리 보다 훨씬 작은 어린 계집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눈이 뒤집혔다. 그녀 빼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쓰러진 오토바이를 내버려 둔 채 그녀가 들어간 아파트의 계단을 따라 뛰어 올라 갔다.



출근 시간이 지난 후였을까 아파트 단지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아파트 관리회사 유니폼을 입고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올라 가는 나를 사람들은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막대 사탕을 물고 있는 계집아이를 옆에 둔 채 문 앞에 서서 몇 개의 열쇠들이 매달려있는 열쇠 고리를 이리저리 뒤져가며 구멍에 맞는 열쇠를 찾던 중이었다.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오르는 소리에 내 쪽을 잠시 흘끔하고 쳐다보았지만 그녀 역시 내가 입고 있던 관리회사 유니폼을 보고 아무 일도 아니라 생각 했는지 다시 집 열쇠를 찾아 끼우기에만 집중했다.


"혜영아!"


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막 보조키와 손잡이를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혜영아!"


못 들은 척 들어 가려던 그녀는 내가 재차 큰소리로 부르자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저 말인가요?"


난 그녀가 일부러 날 모른 체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빌어먹을 눈동자를 보는 순간 더 더욱 확신으로 다가왔다.


"나야 나. 혜영아 날 정말 모르겠어?"


"글세 누구신데 그러는 거죠? 그리고 전 혜영이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분 알지도 못하구요. “


그녀는 별일 다 보겠다는 투로 문을 열고는 아이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나는 일단 그녀가 문을 닫기 전에 다짜고짜 비집고 들어가 놀라는 그녀를 무시한 채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다, 당신 누구야?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날카로운 음성이 작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당신 정말 왜 그래? 나야 나 유리 아빠. 정말 나 모르겠어?"


난 일부러 내 이름인 '기형' 대신 '유리 아빠'라는 이름을 댔다. 그럼으로써 혹시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를 그녀의 모성애와 죄책감에 호소해 보려 했다. 하지만 딸아이의 이름을 듣고도 전혀 동요 하지 않는 그녀의 눈빛과 끝까지 모르는 이름이라는 듯 시치미 떼는 표정을 보며 난 이 독하고 비정한 여인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이 악독한 여인이 어떻게 자기 배로 낳은 딸 유리마저 고아원에 내팽개쳐 버리고는 먼 나라로 떠난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이렇게 몰래 다른 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딸까지 낳아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다.


그녀는 주방으로 통하는 거실 구석에서 공포에 질린 채 아이를 감싸 안으며 소리쳤다.


"좀 있으면 애 아빠가 들어 올 거야. 제발 나가 줘요 제발"


이 독한 여자도 지금의 남편에게 과거가 탄로나는 것만큼은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최소한 그녀가 돌아 올 수 없더라도 우리 딸 유리에게 용서를 빌어주길 원했다.


그녀의 행복을 방해하고 해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손바닥 만큼도 없었지만 다시 한번 그녀의 가증스러운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를 향해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 갔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그녀가 거의 미친 듯이 악쓰는 소리가 내 귀를 울린 것과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현관문을 들어서는 것이 내 시야를 자극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정말로 난 잠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현관문조차 잠그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뒤늦게 아파트에 들어 온 남편으로 보이는 작자는 현관에 울려 퍼진 그녀의 절규에 처음엔 멍하니 내 얼굴만 바라 만 보았다.


이내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그자는 나에게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들었다. 하지만 내 민증에 달린 별 네 개는 고스톱 쳐서 딴것은 아니었다, 이미 교도소 내의 서열 싸움이 신물이 나도록 익숙한 나에게 그는 그저 허약한 일반인일 뿐이었다.


난 가볍게 그를 부엌 가구에 처박아 버렸고 싱크대 가구 문을 와지끈 부수며 고꾸라진 그의 몸뚱아리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여보! 사람 살려요! 살려 주세요!"


남자가 쓰러지자 미친 듯이 울부짓는 그녀와 아이의 비명 소리에 난 당황했다. 일단 그들의 입을 막는 것이 급선무 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다가 가려는 순간 어느새 기절한 줄 알았던 남자는 그녀 앞에 서서 나를 막았다. 부르르 떨고 있는 그의 손에는 어느새 주방에서 들고 온 부엌 칼이 들려져 있었다.


그 이후는 경찰서에서 진술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티격 태격 하던 와중 결국 그 남자는 내게 겨누던 칼을 자기 옆구리에 꽃은 채 쓰러졌고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녀와 그녀의 딸처럼 보이는 아이마저 죽이고 말았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차갑게 변해 버린 그녀의 핏빛 사체를 경멸스런 눈길로 쳐다 보았다. 평소 그녀가 믿고 의심치 않았던 하늘 나라로 가고 있을 그녀의 영혼을 그냥 평안히 보낼 수 없었다.


그녀가 가는 길에 마지막 모욕과 수치를 안겨 주고 싶었고 또한 몇 년을 그녀 대신 내 폭력과 욕설의 제물이 돼왔었던 우리 딸 유리에 대한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난 이미 뻣뻣하게 굳은 그녀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팬티를 내린 후 식어버린 몸뚱이 위에 나의 몸을 덮었다.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는 끝끝내 내게 그녀가 내 아내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난 그 들의 말을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내게 불러준 이름과 생년월일 모두 달랐지만 그 정도 신분을 위조하는 것쯤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 하다는 걸 난 오랜 교도소 생활 속에 만난 이들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행했던 내 행동은 그녀의 비정한 마음과 악한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라 생각한다. 난 그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단지 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몹쓸 아빠를 잃고 천애 고아가 되어 가련하게 살아 가야 될 내 딸 유리에 대한 미안함 뿐이다.


누구 하나 돌봐 줄 사람도 없이 다시 고아원에 들어가야 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그 순간을 참아내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한스러울 따름이다.


15 년 형을 받았으니 한 12 년 열심히 모범수로 지내기만 하면 운 좋게 가석방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딸 아이 나이 20세. 난 다시 아빠라는 이름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돌아 가야만 한다.


물론 그 아이가 날 잊지 않고 날 용서해 준다면 말이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유리를 찾아가는 것이 집착일까요 사랑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7 그렌피딕
    작성일
    15.04.26 20:23
    No. 1

    무기징역 아닌가요
    둘을 죽였는데..
    15년형이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밍교s
    작성일
    15.04.26 21:12
    No. 2

    우발적 범죄이자 자수로 인한 정상 참작을 더하면 그 정도 형량이 된다고 합니다. 예전 법조계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긴 했는데 완전 자신은 없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하고만다
    작성일
    15.04.26 22:50
    No. 3

    후아. . . 2시간동안 쉴세없ㅇㅣ 달렸네요ㅎㅎ 잘봤어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밍교s
    작성일
    15.04.27 08:13
    No. 4

    후아... 쉴 새 없이 달리시면 안 되는데 ㅠㅠ 천천히 댓글 달아주시며 달리셔야죠. ㅎㅎ
    알아요. 제 작품 댓글 달 생각도 못할 만큼 재미 있다는 거 ㅠㅠ......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狂天流花
    작성일
    16.10.10 18:34
    No. 5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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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80 17 11쪽
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37 이별하는 여자의 심리 네 단계 +9 15.05.02 595 18 12쪽
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8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1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1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2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30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 진술서 2 +5 15.04.26 684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5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5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8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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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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