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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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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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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0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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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
추천
17
글자
12쪽

짐승의 시간

DUMMY

기훈은 그녀 선물을 받자니 마음까지 받아야 하는 것 같아 찜찜했다. 돌려 주려 했지만 미스 홍은 퇴근해 버렸다. 버리자니 그녀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랬다간 앞으로 경리과에 들를 때마다 쏟아질 노처녀 히스테리가 은근 걱정 되기도 했다. 결국 어쩌지 못하고 상자를 집에 가져왔다.


"꺄~~~~우리 곰돌이 인기 많나 보네. 맨날 맹하게 굴더니 그래도 구르는 재주는 있어용."


기분 좋으면 곰돌이 나쁘면 곰탱이,


그를 이렇게 부르는 당돌한 열일곱 여고생은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발견하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더니 냉큼 빼앗아 들고는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아 허락도 구하지 않고 포장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예쁜 비닐로 정성스럽게 개별 포장한 형형색색의 초콜릿은 한눈에도 노처녀의 적지 않은 정성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유리는 당황한 그를 놀리듯 농담을 던지며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초콜릿 포장을 벗기고는 낼름 입안에 넣었다.


"아! 맛있다. 헤헤. 어? 상자 밑에 뭐가 또 들어 있는데?"


"뭐가? 또 있어?"


"어디 보자......"


초콜릿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그녀는 상자 바닥에 깔린 마분지가 수상하다며 상자를 위아래로 뒤집어 흔들었다.


마분지 밑에 숨겨진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기훈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 올랐다.


"이게 뭐야? 팬티잖아? 그것도 칼라 삼각 팬~티 킥! 킥킥! "


부끄러움도 까먹어버린 노처녀 미스 홍이 노골적 구애를 바라며 넣어 놓은 승부수였다.

허둥지둥 상자에 물건들을 주어 담는 그를 보던 유리는 언제 빼돌렸는지 미스 홍이 써놓은 카드를 꺼내 큰 목소리로 읽기 시작 했다.


"사랑하는, 기훈씨! 킥킥! 제 마음은......호호호 아유~ 유치해. 호호호"


기훈은 얼굴에 붉다 못해 검어지도록 피가 쏠리며 창피함으로 온몸이 화끈거렸다. 편지를 뺏으려는 기훈과 뺏기지 않으려는 유리의 옥신각신, 아웅다웅이 온 거실 바닥을 어지럽혔다.


"잡았다. 요놈 어디 도망가 보시지?"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백드롭을 시전하여 소파에 내동댕이친 기훈은 그대로 그녀 몸 위에 올라타 뺏기지 않으려고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카드를 쥐고 있는 그녀 손목을 붙잡았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과 가까워진 기훈의 코끝에 익숙하지만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여인의 우유 빛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다.


그의 가슴과 밀착된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 그의 코와 불과 몇 센티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반 쯤 벌어진 핑크 빛 탱탱한 입술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하고 달콤한 초콜릿 숨결.


갑자기 정신이 아득하니 몽롱했다. 기훈은 그녀의 희고 투명한 얼굴을 바라보며 석고상이 되어 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유리는 어느새 미소를 거두고 몸 위에 올라 타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기훈의 시선을 까만 눈동자 뒤덮인 아름다운 눈으로 받아내었다.


그의 숨소리를 제외하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촘촘히 박힌 눈꺼풀을 살며시 닫았다.


감긴 유리의 눈을 바라보며 기훈은 그녀 키가 첫 번째 표시를 지났던 시간이 떠올랐다.


때리려 하던 그를 위해 눈 감아 주었던 어린 계집아이는 어느덧 성숙한 여인이 되어 그때와 똑 같은 표정으로 그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훈은 용수철 튀어 오르듯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신이 한 생각을 들키기 싫었는지 미스 홍이 쓴 카드도 내버려 둔 채 방으로 황급히 걸어갔다.


"이빨 좀 닦아라. 너 입 냄새 장난 아니거든"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 뭐했는지 어색하게 한마디 던지곤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바라보던 유리는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그가 닫아버린 문을 향해 놀리듯 외쳤다.


"미련 곰~탱~이!"



*******



삼십 분째 현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가시나 말이 없으면 심각한 건데……’


경용은 바지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 하나 줄까? 안 피는 건 알지만 이럴 땐 하나 피면 기분이......”


현주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 당구장을 나가버렸다. 내민 손이 무안했지만 그대로 담배 한 가치를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재원이 다가와 큐대에 초크를 칠하며 수군댔다


“놔둬라 얼마나 쪽 팔리겠냐. 저 가시나 존심 빼면 시첸데, 인천바닥에 소문 쫙 퍼졌더라.”


경용은 당구대에 몸을 엎드린 채 공을 겨냥하며 나직이 지껄였다.


“병신 같은 새끼, 현주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게 말이다. 유치하고 쪽 팔리게 독수리 오형제가 뭐냐? 이건 뭐 초딩도 아니고. 그래도 인터넷 소설처럼 사천왕 안 만든 게 어디야. 킬킬킬. “


재원은 옆에서 계속 킬킬댔다. 경용은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새꺄. 재미있냐? 그럼 그 새끼한테 가서 대놓고 말해보지 그래? 유치하고 쪽 팔리다고.”


재원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대답이 없었다.경용은 큐대에 초크를 칠하고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며 껐다.


“좆도, 앞에선 빌빌 싸는 게”


“쓰파, 새꺄. 한때 독수리 멤버였다고 편드냐? 까구 말해 너두 그 새끼 무서워서……”


재원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큐대를 당구대 위로 던져버린 경용은 죽일 듯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재원을 쳐다보더니 가방을 들고 나가 버렸다. 재원은 당황하며 소리쳤다.


“야. 새끼야! 돈 내고 가야지. 나 돈 없어!”




경용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도 역시 한때 유치 찬란한 독수리 오형제 중 하나 였다.

유리를 마음에 품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제 그들은 고등학생이었다. 유치한 짓거리는 한때의 추억이면 족했다.


혜성 그 자식은 달랐다. 고삐리가 되어서도 그녀에 대한 녀석의 마음은 식을 줄 몰랐고 그녀와 다른 학교 학생이 된 지금도 그녀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행동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경용은 뒷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야, 혜성이냐?...... 그래. 간만이다. 할 얘기 있는데, 잠깐 보자.”




여름이 막 지나간 초 가을 해는 저녁 무렵까지도 그 광채를 잃지 않고 있었다. 공원 놀이터엔 초딩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경용은 양손을 바지 뒷 주머니에 꽂은 채 다가오는 혜성을 노려보았다.


“웬일이냐?”


혜성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경용은 담배를 권하려다 혜성이 안 핀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자신이 물었다.


“골초자식 아직도 담배 많이 피우냐?”


혜성의 말투에 적대감은 없었다. 오히려 친구를 걱정하는 다정함이 묻어있었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경용이 말했다.


“후~~ 야. 현주 그 가시나 좀 잘 해주지 그랬어?”


혜성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말이 없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알아. 현주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너 유리 그 기지배가 정말로 좋아서 그러는 거냐.? 아님 중학교 때부터 해왔던 유치한 보디가드 놀이가 그만두기 싫은 거냐?”


“……”


혜성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면 남자 답게 그 애한테 가서 너 내 여친 해라 해보던지. 겁쟁이처럼 숨어서 말도 못 꺼내보고 그게 뭐냐?”


“경용아”


혜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왜?”


“난 유리가 정말 좋다.”


“그럼 확 달려 들라니까? 네가 뭐가 쫄린다고,”


“그런데, 그 아이 앞에만 서면, 자신이 없다.”


혜성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경용도 혜성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도 한때 유리에 대한 열병으로 밤잠을 설치곤 했다.그녀에게 고백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냉정하고 지적이며 어딘지 모르게 슬픈 빛이 감도는 눈망울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돼버려 엉뚱한 말만 내뱉고는 내빼기 일쑤였다.


“난 말이다. 먼저 그 애 앞에 설만큼 자신 있어 질 때까지 기다릴 거다.”


“어떻게?”


“공부도 좀 더해서 같은 대학도 들어가고 어려운 책도 좀 읽어서 같이 대화 할 만한 수준도 되고 난 다음에 다가 갈려고.”


경용은 이제야 공부랑 담 쌓고 살았던 돌대가리가 엉덩이에 종기 나도록 도서관 의자에 처박혀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아니라 그녀 때문에 안 되는 머리 가지고 공부한다고 죽자 살자 용쓰는 혜성의 집념에 경용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열성이 통했는지 그녀에게 견줄 만큼은 못돼도 그럭저럭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입학할 성적쯤은 된다고 들었다.


“미친 또라이 새끼!”


손가락으로 담배를 털고 일어서려는 경용의 뒤로 혜성의 묵직한 목소리가 따라왔다.


“현주 화 많이 났냐?”


“몰라 새끼야.”


“미안하다고 해라. 잘 해주고. 너 현주 좋아하는 거 다 안다.”


“너나 잘해. 이 빙신아.”


경용은 돌아서서 또다시 담배 하나 빼어 물더니 어두워져 가는 노을 사이로 혜성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자. 한 잔해 현주야. 그냥 화 풀고.”


“그래. 그 미친 자식은 잊어버려.”


입시 학원이 몰려있는 삼상동에 위치한 주점에서 현주는 혜성 때문에 생긴 짜증도 달래고 위로도 받을 겸 선배 재수생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짙은 갈색의 목재로 내부를 둘러 학사 주점 분위기 나는 어두침침한 술집은 담배 연기로 불과 몇 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연신 그들이 내미는 술잔을 받았고 잔이 차기 무섭게 비웠다.


“어쭈구리? 우리 현주 술 잘하네? 자. 한잔 더!”


사양도 않고 넙죽넙죽 받아 마시더니 볼이 빨개 지면서 술이 거나 하게 오른 현주는 잔을 탁자에 던지듯 내려 놓았다.


“나쁜 년, 여우 같은 년.”


“누가?”


“누구긴 누구야 유리겠지?”


“유리가 누군데?”


아까부터 현주에게 찰싹 붙어 치근덕거리던 강건이 물었다.


“쨔샤! 넌 유리도 몰라?”


“모를 수도 있지. 저 녀석 서울에서 여기로 쫓겨 온 지 얼마 안됐잖아.”


현주와 같은 테이블에 모인 재수생들은 왁자지껄 미주알 고주알 유리에 관하여 늘어놓기 시작 했다.


“이런 젠장, 그럼 한번 받아 버리면 되잖아?”


강건이 승냥이 같은 눈을 번들거리며 다른 참석자들에게 외쳤다.


“아서라, 그 기지배 학원도 안 다녀. 놀러도 안 다녀. 학교 집 근처 아니면 볼 수가 없으니 꼬실 방법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전교일등 한번도 안 놓치는 거 보면 신기해. 그치?”


“게다가 혜성이 그 노마가…..”


현주는 술잔을 집어 바닥에 내리 꽂았다.


“쓰파! 내 앞에서 그 새끼 이름 한번만 더 부르면 선배고 뭐고 다 가만 안 놔둘 거야!”


그녀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 그녀는 흐리멍텅해진 눈과 꼬부라진 혀로 자리에 있는 한명 한명에게 차례로 손가락질 하며 바보, 쪼다, 빙신, 멍청이, 또라이, 겁쟁이라 부르더니 그대로 테이블에 엎어져 버렸다.


그들은 술 취한 그녀를 내버려두고 대화를 이어갔다.



강건은 술 취한 현주 한쪽 팔을 어깨동무 한 채 밤거리를 걸었다.

바래다 준다고 데리고 나왔건만 그가 향하는 곳은 현주의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다.


현주는 축 늘어져서는 가끔 고개를 들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오빠 여기가 어디야?' 꼬부라진 혀로 중얼거리곤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30미터만 더 가면 될 터였다.


환하게 불 켜진 모텔이라 적혀있는 간판을 보면서 강건은 드디어 깐깐하고 도도한 현주를 차지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무지하게 올라간 선호작이라 적혀있는 별표를 보면서 작가는 드디어 깐깐하고 도도한 독자를 차지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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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79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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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0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0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1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29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3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4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4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7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 짐승의 시간 +1 15.04.19 827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8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5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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