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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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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3,713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27 16:11
조회
580
추천
14
글자
8쪽

수감록 2

DUMMY

“ 토사구팽 (兎死狗烹)!”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듯 한탄스럽게 튀어나왔다.


경기도 일대를 장악한 그의 조직은 어느덧 전국구로 확대 되었고, 그 과정에는 당연하게도 정, 재계 고위층과의 뒷거래가 수반되었다. 내가 간수들과의 관계가 권력으로 작용하듯 정, 재계 인사들과의 유대관계는 조직의 위상과 권력을 더욱 드높여 주었다.


하지만 고위층의 은근한 요청에 의해 지방선거에 조직의 힘을 동원한 것이 화근이었다. 몸싸움 도중 반대쪽 지지자가 사망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었다.


조직, 건달, 뒷골목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시끄러울 때였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불상사는 막 불붙던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고 국민들은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조폭이 선거판에 날뛰냐며 격분하였다.


평소 같으면 별 다는 것을 군대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는 것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밑에 애들 두어 명 희생양으로 들여보내면 될 일 이었다. 하지만 워낙 거센 여론의 후 폭풍에 곤혹스러워한 고위층들이 그의 희생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물론 말을 안들을 시엔 조직을 와해시킨다는 은근한 협박과 출옥 뒤에 더 큰 이권을 안긴다는 당근을 함께 섞어서 말이었다.


그는 평생을 일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직접 옥살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조 회장의 기민한 두뇌와 힘, 그리고 끈끈하고 더러운 관계들로 조직은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 와중에 굴러 온 돌들과 박힌 돌들과의 알력, 구세대와 신세대들과의 알력들은 끊임없이 그의 골치를 썩였다.


그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그것들이 그의 힘과 위세에 눌려 잠잠했지만 그가 이렇게 묶인 몸이 된 지금 땅속에 묻어 놓은 시한 폭탄처럼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그 와중에 제일 먼저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은 감옥에 있는 그를 제거 하고 조직을 장악하려는 놈들이 나타나게 되기 마련이었다. 밖에 있을 때야. 자신을 위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충성스런 친위대가 그를 둘러싸고 있으니 별 걱정 없었지만, 혈혈단신인 지금은 누구도 자신을 지켜 주거나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난 그제야 왜 그가 비루한 노인의 행색으로 방에 들어 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생각한 그는 조용히 자신을 낮추어 몸을 숨기고 자신의 뒤를 노릴 X맨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면회를 다녀온 그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말하였다. 히트맨을 보낸 상철이란 작자는 콘크리트에 발이 묶인 채 먼 바다 밑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이 숨기고 있는 장부와 리스트를 은근히 껄끄러워하는 고위층의 후원과 이번 사건으로 반대 세력을 깔끔히 정리하고 조직에서 그의 위상을 한층 드높인 덕분에 그는 수감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실권을 잃기는커녕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기형이라고 했나?”


“네. 영감……조 회장님.”


“물론 자네가 없었다 해도 당하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름 없는 허름한 노인에게 바친 자네의 의기와 의리는 높이 산다.”


“별말씀을 요. 전 회장님께서 그저 제 은인이셨던 분과 비슷한 인상이셔서 그랬을 뿐입니다.”


머리를 조아리는 나를 바라보며 조 회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은인이라, 내가 앞으로 자네의 은인이 될지도 모르겠군. 자넨 앞으로 이곳 교도소에서 내 경호 부장이 될 것이야. 물론 출소하고 나서도 말이지. 하하하”


세상에서 아무 쓸모 없었던 내 인생이 드디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모양이었다. 난 충심을 다해 조 회장을 섬겼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감형이 확정된 나보다 1년 먼저 그분이 출소하게 되었다.


“자네가 나오는 날, 마중 나옴 세.”


그는 조금만 더 고생하라고 나를 격려한 후 호방한 걸음걸이로 감방을 나섰다. 남은 일 년 동안, 난 내 딸 유리를 만날 기대와 조 회장을 다시 만나게 될 기대에 부풀어 지냈다. 하지만 유리가 날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과 사회에 나가 단맛에 젖어있을 조 회장이 나를 잊었다면 어떻게 하나라는 또 다른 걱정에 조바심이 생겼다.


조바심이 교도소 안 시계 배터리를 갉아먹었는지 일 분 일 초를 더욱 느리게 가도록 만들었다. 국방부 시계도 결국은 가듯이 교도소 시계도 결국은 흘렀다.

출소 날이 되었다. 전날 기대감과 불안감에 잠을 설친 내가 부담스럽게 화사한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철문을 나서자마자 검은색 고급 외제 승용차에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 좋은 사내들이 입구부터 양쪽으로 도열 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차의 뒷좌석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며 조 회장이 반갑게 웃고 있었다.


“고생 많았네. 유치하게 애들처럼 두부는 준비 안 했어. 자 타지, 경호 부장.”


조 회장과 함께 올라탄 차는 서울로 달렸다. 영등포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 들른 그는 우선 명품 매장을 돌며 최고급 브랜드의 양복이며 구두 등을 내게 입혀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들어 가본 매장들은 화려함의 극치였고, 내가 직장 생활 하던 시절의 몇 달 치 봉급은 되어 보이는 가격표에 난 주눅이 들었다.


“회장님, 이건 너무 비싼데요……”


“쉿, 조용히 해. 자넨 앞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조직 조까치 파의 경호 부장이야. 앞으로 말 한마디 내뱉을 때도 밑에 애들 생각해서 위엄을 갖추도록 해.”


“네……”


그 비싼 명품들을 하나도 아니고 손에 집히는 대로 고른 그는 그 중 제일 내게 잘 어울리는 것으로 입혀 놓고는 나머지는 어딘 가로 배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시골 농부가 양복 걸친 것처럼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데리고 백화점에서 나와서 함께 간 곳은 영등포의 한 특급 호텔이었다. 차가 호텔 정문에 다다르자, 역시 검은 양복을 빼 입은 덩치들이 도열해 있는 것이 보였다. 정문 앞 현수막에는 ‘경호 부장님, 환영합니다.’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내가 차에서 내리자 양쪽으로 도열 해 있는 덩치들이 일제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후후후, 들어가지, 앞으로 점점 익숙해 질 게야.”


조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바야흐로 내 인생의 2 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 몇 개월 간은 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은 평범하게 삶 속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거친 조직과 건달들 사이에서는 빛을 발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난 제법 중간 보스의 위엄과 실력을 인정받으며 조직에 적응할 수 있었다. 거기엔 빵에서 나보다 먼저 나와 조직에서 길을 터 놓은 빵에서 내 오른팔이었던 깡통의 역할도 컸었다.


감옥을 나오자마자 난 유리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굴러 온 돌인 내가 성급하게 나서면 나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박힌 돌들에게 좋은 구실을 줄 뿐더러 그 아이에게도 위험할 수도 있었다.


난 우선 내 입지를 다질 때까지는 딸이 있다는 사실을 내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을 억눌렀다. 1년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난 드디어 내 딸의 행방을 찾아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 아이 아버지로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나의 오랜 다짐을 실천한 때가 온 것이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수감록이 한편으로는 너무 길고 두 편으로는 짧네요. 분량 조절 실패한 작가를 용서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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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1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1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2 18 12쪽
» 수감록 2 +3 15.04.27 581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30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4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5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5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5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8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8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7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9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6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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