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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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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3,717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23 11:40
조회
758
추천
19
글자
12쪽

넌 너무 어려.

DUMMY

그런 그녀에게 야하다, 차라리 벗고 다녀라, 다 큰 처녀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같은 말들은 마음 깊은 곳 꾹꾹 눌러 둔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 그녀 가슴을 할퀴고 지나갈 것이 분명했다.


"넌 걱정도 안되냐?"


"뭐가?"


"오늘 네 수능 점수 발표 날이잖아. 어찌 그리 태연하냐?"


"걱정도 팔자네요. 어차피 시간 되면 알려 줄텐데. 안달한다고 뭐가 달라져?"


"김 구라 진실 게임하고 소리 하고 있네! 네가 인천 바닥에서 공부 좀 했다고 까부나 본 데. 세상은 넓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수두룩하거든?"


그녀는 피식 웃더니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만 들어 올렸다. 한구석에 등 기대고 앉아 있는 기훈에게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왔다. 코끝에서 겨우 주먹 하나 들어 갈 만큼 가깝에 머리를 들이밀더니 짓궂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 또 뭐?”


"당신? 나 못 믿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도 명문대 법대 가고 싶다며? 명문대."


"그래서 못 믿냐구?"


정말 못 믿는다고 화 난 얼굴은 아니었다. 장난 치고 싶어 시비 거는 눈빛이었다..


'망할 계집애. 노 브라 잖아.'


엎드려 두 팔을 바닥에 짚고 빤히 쳐다보는 그녀 목과 헐렁한 민 소매 셔츠가 쳐진 공간 사이로 시선이 스쳤다. 기훈은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너, 너, 넌 걱정도 안 되냐? 어, 어찌 그리 태연 할 수 있지?"


“왜 말을 더듬어? 고개는 왜 돌리는데? 어라? 얼굴도 빨개졌네?”


“내가 뭐!”


발끈해서 그녀를 보는데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 셔츠 속으로 갔다. 민망함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꾸 헐렁한 넥 라인 안쪽으로 보였던 탐스럽고 풍만한 봉우리가 눈앞에 잔상처럼 어른거렸다. 할 말을 잊고 버벅 거렸다.


“그,그, 그러니까. 저, 점수……..점수 확인 해야……..”


"어차피 다 아는 쉬운 문제들 이었는데 뭐가 그리 대수라고."


"아, 아인슈타인 골든 벨 울리는 소리 하고 있네. 아예 만점이라도 받을 기세다?"


"아니. 예년에 비해 조금 어려운 것 같아서, 만점 받는 사람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그래서 4개만 틀렸어."


"일부러 틀렸단 말이야?"


기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만점이나 수석은 인터뷰하고 난리도 아니잖아. 그런 거 귀찮아. 그래서 4개만 틀렸어."


"웃기시네. 내가 이날 이태 것 살아오며 수능 일부러 틀렸단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그럼 우리 내기 할까?"


"내기? 무슨 내기?"


"내가 수능 4개만 틀렸다는 것에 대해서."


"그게 말이 되냐? 네 맘대로 점수를 고른다는 게."


"쫄리면 돼지시던가?”


그녀는 영화 대사를 목소리 깔아가며 흉내 냈다. 그녀 도발에 기훈은 결국 발끈 하며 넘어갔다.


"가시나 입에서 나오는 말 하곤! 좋아. 한다. 해! 뭘 걸고 내기 할 건데?"


"이긴 사람 소원 들어 주기."


"소원?"


"응. 소원."


"넌 무슨 소원 바랄 건데?"


"이거."


민망함에 시선을 딴 데 두고 있던 기훈의 입 안으로 갑자기 달콤한 향기가 퍼졌다. 부드러운 촉감이 입술을 덮었다. 피할 새도 눈 감을 새도 없이 들어온 키스였다. 그가 깜짝 놀라 버둥거리는 데 어느 새 그녀가 그를 향해 돌려놓은 노트북 화면이 들어 왔다.


그녀 수능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결과는 그녀가 말한 대로였다.


기훈은 또 당했다고 후회했지만 내기에서 졌다는 사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어느덧 숙녀 향기 물씬 풍겨 나는 입술의 달콤함에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출근할게 문단속 잘 하고…….”


“넹~”


“낯선 사람 찾아와도 아무나 문 열어 주지 말고.”


“피이~ 당신은 내가 아직도 어린애로 보이나 봐.”


그녀가 귀여운 몸짓으로 토라진 척을 했다. 기훈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유리야.”


“응?”


“네가 얼마나 자랐건 또 얼마나 똑똑하건 내 눈에 넌 처음 만났던 날의 그 여자아이로만 보여.”


“갑자기 진지 모드네, 재미 하나도 없네용~넹?”


“어제 같은 일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당신’ 이란 호칭이랑 반말도 안 했으면 좋겠고.”


“어휴. 우리 곰돌이 화났쪄? 내가 강제로 뽀뽀했다구? 우쮸쮸”


기훈은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려가 분위기와 화제를 바꾸려 애교 부리고 딴청 부렸지만 그는 넘어가지 않았다. 기훈은 이번 만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 가리라 마음먹었다.


“장난 아니야. 나 지금 심각하게 말하는 거야. 만약 내 말 안 들으면……”


“안 들으면 뭐?”


일단 말은 꺼냈는데 딱히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턱 밑으로 개구장이 천진 난만한 눈빛이 불쑥 다가왔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을 정도로 커버린 그녀는 그의 입술까지 다다른 커다란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그게……”


“……?”


호수 같이 맑은 그녀 눈동자를 바라보자 정신이 몽땅 빠져 버린 듯 허우적 댔다. 머릿속에 어제 그녀 속살과 입술이 떠올라 할 말을 지웠다.


“내 말 안 들으면…… 나 가출 해버린다!”


엉겁결에 내뱉은 말이 고작 그거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참 웃기는 발언이었다. 다 큰 성인이 이제 갓 수능을 마친 여자에게 으름장 논다 하는 말이 비행 청소년도 아니고 가출이라니! 혹 떼려다 되려 붙인 꼴이었다. 영악한 그녀에게 된통 놀림이나 당할 터였다. 하지만 이미 꺼낸 말이니 주어 담을 수도 없고 놀림 당할 때 당하더라도 밀어 붙이기로 했다.


“진짜야! 집 나가 안 들어 올 거야....엥? 너 지금 우는 거야?”


“.....나쁜 사람.”


놀림 당할 줄 알았는데 뜻 밖에 터져 나온 그녀 눈물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날 혼자 내버려두고 나간다 할 수 있어? 당신이……나를!!!”


경솔했다고 후회 했을 땐 이미 늦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기억과 사내들에게 집단 성폭행 당할 뻔한 기억을 간직한 그녀에게 혼자 놔두겠다는 것처럼 잔인한 말도 없을 터였다.


기훈이 그녀의 아버지를 대신에 그녀에게 복수 하려는 의도를 알면서도 외로움 보다 고통을 택하며 그의 곁에 있었던 그녀였다. 기훈은 머릿속이 하얘 지며 당황했다.


“그…그게 아니라.”


“필요 없어. 그냥 가버려! 날 버리고 그냥 가버려! 이 미련 곰탱아!”


이미 하고 싶었던 말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기훈은 우는 그녀를 달래고 용서를 비느라 결국 회사마저 지각해 버려야 했다. 겨우 달래 놓긴 했지만 회사에 있는 동안 맘이 편치 않았다.


그녀 마음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고 있었다. 기훈에게 죽은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복수와 증오가 떠난 텅 빈 마음속엔 애정이 자랐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애정과 그녀가 그에게 느끼는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그만일 테지만 그녀를 가족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는 기훈이었다. 고지식하고 순진한 그에게 그녀 마음은도덕적으로나 양심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 마음을 모르는 척 계속 불편하게 지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 마셔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요?”


경리과 미스 홍이 커피를 내밀었다.


초콜릿 사건 이후 가급적 멀리 하려고 했지만 기훈에게 콩깍지 단단히 씌어 버린 미스홍은 남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틈만 있으며 다가와 친근하게 굴었다.


“아?.... 미스홍, 감사합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요?”


건네준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던 기훈의 뇌리에 불쑥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스 홍?”


“네? 말씀하세요.”


“언제나 저에게 신경 써 주신 거 고맙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에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요?”


“어머? 지금 데이트 신청 하시는 거에요? 어머 좋아라.”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그녀는 기훈의 마음이 드디어 열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양하는 기색도 없이 덥석 응하며 기대에 찬 눈망울을 빛냈다.


“그건 아닙니다. 같이 살고 있는 조카가 있는데 함께 식사라도 하면 좋지 않을 까 해서요.”


어느새 두 사람에게 사무실 사람들의 은근한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기훈은 그녀를 진정시켰다.


“벌써 가족 소개를 하는 거야? 기훈씨 이제 보니 성격 화끈하네? 데이트 생략하고 바로 상견례라니. ”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고. 옆자리 동료가 흥미거리라도 생긴 듯 지원 사격을 하고 나섰다.


"그, 그건 아닙니다. 전 다만...."


“데이트가 아니라니 아쉽기는 하지만 전 아무래도 좋아요. 그런데 언제요?”


성격 좋은 미스 홍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그에게 확답을 듣고 싶었다. 기훈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이미 벌인 일 빨리 저지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미스 홍만 괜찮으시면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내일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시간 있어요.”


조금도 망설임 없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이 친구들 내일 밥 먹고 모래 결혼하는 거 아냐? 허허허.”


동료 넉살에 사무실 여기저기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


"네가 기훈씨 조카구나 호호호, 정말 예쁘다. 공부도 정말 잘 한다지? 무지 반갑다 얘."


유리가 기훈과 같이 사는 유일한 가족이라 했다. 미스 홍은 환심을 얻으려 작정했는지 보자마자 칭찬 세례를 퍼부어 댔다.


“조카요?”


유리가 째려 보았지만 기훈은 그녀 시선을 피해 딴청을 피웠다.


“삼……촌 저 좀 잠깐만 따로 이야기 해요.”


살짝 옷깃을 당겼지만 기훈도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일부러 미스 홍만 바라 보며 훈계조로 말했다.


“유리야 손님 계시는데. 할 말 있으면 나중에 집에서 삼!촌! 에게 하렴.”


유난히 삼촌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힘주어 발음하는 기훈의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어제의 일로 화해를 청하는 줄 생각하고 나온 것이 실수였다.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했던 유리는 여간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미스 홍 이야기는 쏙 빼 놓은 채 밖에서 식사 하자는 말에 속아 자리에 나온 그녀는 단단히 열 받았다. 그렇다고 그의 회사 동료가 보는 앞에서 막 되게 굴 수도 없었다. 아마 미련 곰탱이 기훈이 혼신의 힘을 짜내 내 논 신의 한 수 이리라.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 한다며? 남자 친구 많겠다. 그치?”


“남자친구 없어요.”


“정말? 공부만 열심히 했나 보구나. 대학생 되어서 사귀면 되지 뭐. 호호호 내가 소개팅 시켜 줄까?”


“필요 없어요. 전 삼!촌! 만 있으면 돼요. 삼촌 없으면 평생 혼자 살 거에요.”


삼촌이란 단어에 힘주며 쌀쌀맞게 대꾸하는 유리가 얄미울 법도 했지만 사람 좋고 성격 좋은 미스 홍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고생의 까칠함이거나 가족 사이에 끼어든 이방인에게 보여주는 어색함정도로 생각했다.


“그래. 삼촌이 어릴 때부터 키워서 그런지 두 사람 사이가 각별 해 보이네. 이제 어린애도 아니고 이 만큼 자랐으면 삼촌 행복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아줌마가 상관할 바 아닌데요?”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이제 유료도 아니고 이만큼 읽었으면 작가 소망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독자들이 상관할 바 아닌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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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에필로그 +8 15.05.05 726 17 3쪽
40 30분 +5 15.05.04 670 18 7쪽
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80 17 11쪽
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37 이별하는 여자의 심리 네 단계 +9 15.05.02 595 18 12쪽
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8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1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1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2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1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30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5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4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5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5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5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8 22 12쪽
»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9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8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6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7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9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6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6 최후에 웃는 놈은 웃기는 놈이다. +1 15.04.18 972 15 5쪽
5 짐승 같은 놈 +2 15.04.18 1,046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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