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공포·미스테리

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3,686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24 18:28
조회
687
추천
18
글자
11쪽

여행을 떠나요.

DUMMY

“미스 홍.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미스 홍과 저녁 식사를 같이한 기훈은 커피를 마시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7월에 함께 여행 가지 않으실래요?”


“.........”


미스 홍은 대답이 없었다. 기훈은 또다시 미스 홍을 이용한다는 생각에 지레 마음이 무거웠다.


그가 가지 말라고 말 한다고 들을 유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유리와 한 반장 둘만의 여행은 절대로 용납 할 수 없었다. 딱히 가지 못하게 할 구실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훈은 막지 못할 바엔 차라리 같이 휴가를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유리와 한 반장 사이에 혼자서 덩그러니 끼기엔 아무래도 면이 서지 않았다. 고심하고 또 고심한 끝에 미스 홍에게 같이 가자고 청하는 수 밖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별로 가고 싶은 생각 없나 보죠?”


평소 수다스럽고 시원시원한 그녀가 무슨 일인지 말이 없었다. 그녀에게 근심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왠지 또 그녀 마음에 바람만 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기훈씨랑 저랑 둘만 가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유리랑 또 한 명, 그렇게 네 명이 갈까 하는데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 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싫으시면 안 가셔도 됩니다. 제가 괜히 미스 홍에게 무리한 부탁을 드렸나 봅니다.”


“아니요. 갈게요.”


“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전 미스 홍이 혹시나 거절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기훈이 계면쩍은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미스 홍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훈씨?”


“네? 미스 홍?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전 기훈씨에게 어떤 사람이죠?”


“무슨 뜻입니까?”


“기훈씨가 절 무슨 생각으로 만나는지 알고 싶어요.”


“그, 그거야.......”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 눈빛은 사뭇 심각했다. 언제나 명랑하고 시원시원한 그녀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기훈은 새삼 의아했다. 여자들은 왜 항상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서 남자를 괴롭히는 걸까. 기훈은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스 홍과 전 직장 동료고 또....... 친구이기도 하구요. 또......”


“그것뿐인가요?”


“네? 그것 뿐이라뇨?”


“기훈씨가 생각하는 저와의 관계가 그것뿐이냐고요?”


그 동안 기훈은 마음속 다른 누군가가 꽉 차게 자리 잡고 있어 미스 홍의 감정을 고려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와 계속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미지근한 관계로 지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기훈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미스 홍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저를 어떻게 생각 하는지 잘 알아요.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지금은 미스 홍에게 제 마음 모두를 줄 수 없지만 앞으로 노력 하겠습니다. 장차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게 언제쯤이죠?”


“네?”


“전 기훈씨를 만날 때마다 항상 알맹이가 사라지고 남은 빈 껍데기를 상대하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긍정적이고 좋아하는 마음에 눈이 멀었다 해도 기훈씨 마음이 다른 데 가있다는 것 알만큼 그 정도 눈치는 있거든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처음 그녀와 직장 밖에서 만나기 시작한 것도 유리 마음을 돌리고자 한 일이었다. 기훈은 그 동안 미스 홍 진심을 이용 했을 뿐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단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아무리 성격 좋고 화끈한 그녀라 해도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을 건 당연했다. 미스 홍이 왜 전처럼 그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것과 어쩌다 만날 때면 어두운 표정 지었는지 이해될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미스 홍의 마음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냥 아니라고 오해라고 한마디 하면 될 것을… 멍청하도록 솔직한 기훈의 대답에 미스 홍은 화도 낼 수 없었다.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알겠어요. 하지만 저도 마음은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여행은 함께 갈게요. 제가 휴가 일정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으니까 날짜 알려주시면 기훈씨와 동시에 휴가 잡을 게요.”


역시 시원시원한 미스 홍이었다. 더 이상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같이 가주기로 한 그녀가 무척 고마웠다. 기훈은 같이 가줄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기훈은 유리가 자신에 대한 반항심으로 한 반장을 만난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녀와의 관계에 선을 그으려 하자 그녀는 오히려 더 나이 많은 남자와 만난다며 그에게 시위하고 있다 믿었다.


열병처럼 타오르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 지는 법이었다. 현명한 그녀니까 자신의 자리 또한 금새 찾아 가리라 믿었다. 그때까지 그녀 인생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그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여행에 반드시 동참 해야만 했다.


유리 문제는 그렇다 해도 미스 홍을 이용한단 생각에 죄책감은 별개였다. 기훈은 유리가 제 자리를 찾기만 한다면 정말로 마음을 열고 미스 홍에게 진심을 다하겠다 스스로 다짐했다.


걱정에 잠긴 시간도 빨리 흘렀다. 입대를 앞둔 남자처럼,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안절부절 못 했지만 기훈이 안달 할 수록 여행가기로 한 날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 가는 날의 이른 아침 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7월 중순이었지만 지구온난화 탓인지 밤새도록 열대야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저, 다녀올게요. 며칠 못 들어 와요.”


여행 배낭을 맨 유리는 기훈의 방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한 반장이 기훈에게 여행 계획에 대해서 알려 줬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도 소심한 기훈이 단단히 화난 모양이었다. 별수없이 그녀는 방문 앞에 서서 작별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방문 너머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근래 들어 극도로 서먹서먹해진 두 사람은 한집에 살면서도 가급적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유리는 방문을 열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차피 심통이 단단히 났을 터였다. 여행 출발하는 날부터 괜히 기훈과 티격태격하느라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배낭을 메고 현관을 나서자 골목귀퉁이에 SUV를 대기시킨 한정우 반장이 반갑게 맞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유리는 신경질 적으로 정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정우의 차 트렁크에 열심히 짐을 싣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기훈과 미스 홍이었다.


“그, 그게……. 자기들도 꼭 같이 가겠다고 우기는 통에....... 같이 가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끼워 주기로 했어. 하하하”


정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유리는 뾰루퉁한 얼굴로 기훈과 미스 홍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어머, 유리야. 오랜만이다 애. 아무튼 고맙다. 네 덕분에 나도 휴가란 걸 가보게 되는구나. 이게 얼마만이야. 호호호”


미스 홍은 반갑게 웃으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유리에게 인사 하였다. 웃는 낮에 침 못 뱉는 다고, 즐거운 얼굴로 기대에 차있는 미스 홍에게 이제 와서 같이 가기 싫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리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려고 일부러 바쁜 척 하는기훈을 한껏 노려봐준 후에 조수석에 올라탔다.


정우의 옆자리에 앉은 유리가 기훈은 못마땅했다. 물론 얻어 타고 가는 처지에 뭐라고 말 할 수 없었지만 너무도 당연한 듯 정우의 옆자리는 자신의 것이라고 시위하듯 올라탄 그녀가 자기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허락하긴 했지만 유리 역시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창 밖만을 바라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기훈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두 사람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스 홍과 정우는 신나서 떠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친해졌는지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스스럼없이 즐겁게 수다를 떨었지만 기훈의 귀에는 그들의 대화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차의 오른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냉랭한 기운은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겨우 풀렸다. 역시 여행의 꽃은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난생 처음 와보는 휴게소의 분위기와 갖가지 기념품들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들은 아직 소녀 티를 간직한 여대생의 마음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는 이것저것 신기한 듯 구경하고 군것질 거리들도 사며 모처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붙임성 좋은 미스 홍은 어느새 유리의 옆에 찰싹 붙어 이것저것 골라주기도 하며 마치 친 자매처럼 스스럼없이 함께 웃고 떠들었다.


스스럼 없이 미스홍을 대하는 유리를 보면 기훈에 대한 마음은 확실히 정리된 모양이었다. 더 이상 미스 홍에게 아무런 반감을 내비치지 않는 유리의 모습에 기훈은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자 정우씨도 아~ 유리도 아~ 기훈씨도 아~”


휴게소에서 나와 동해시를 향하는 차 안에서 넉살 좋은 미스 홍은 연신 통 감자며 오징어를 동승객들 입에 실어 날랐다.


“아!”


유리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래? 또 그런 거야?”


정우가 걱정스런 얼굴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잠시, 약 먹을 시간이 지나서.”


“괜찮겠어? 힘들면 그냥 돌아갈까?”


“아니에요. 이제 곧 괜찮아 질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참기 힘들면 말해라. 가까운 병원이라도 찾아 볼테니"


정우는 운전하면서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기훈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요즘 잘 먹지 못하고 살이 점점 더 빠지던 그녀였다. 서먹서먹 함을 이기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유리야? 괜찮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 거야? 많이 아파 보이는데?”


“별거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 옆에 파트너나 신경 쓰시죠?”


유리는 알약 하나를 입에 털어 넣으며 귀찮은 듯 너나 잘 하세요 힐난 하는 표정으로 기훈에게 눈치를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스 홍은 줄곧 유리에게만 신경 쓰는 기훈 때문에 맘이 상했는지 수다도 멈추고 차창 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훈은 미스 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유리의 상태를 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겨우 밝아졌던 차 안의 공기는 다시 무거워 졌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냉랭해진 분위기는 그들이 동해시 추암 해수욕장 근처 팬션에 다다를 때까지 내내 유지 되었다.



***************************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아....휴가 가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고 또 하고 제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에필로그 +8 15.05.05 725 17 3쪽
40 30분 +5 15.05.04 669 18 7쪽
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79 17 11쪽
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37 이별하는 여자의 심리 네 단계 +9 15.05.02 594 18 12쪽
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7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0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0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1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29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3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4 17 14쪽
»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4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7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5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6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49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6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8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5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6 최후에 웃는 놈은 웃기는 놈이다. +1 15.04.18 972 15 5쪽
5 짐승 같은 놈 +2 15.04.18 1,045 18 11쪽
4 벗겨야 하는 이유. +2 15.04.18 1,077 19 12쪽
3 복수는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4 15.04.18 925 18 11쪽
2 소심한 남자 복수를 꿈꾸다. +6 15.04.18 1,407 15 13쪽
1 프롤로그 +2 15.04.18 1,413 1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