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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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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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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14

작성
15.04.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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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9금

DUMMY

"더 먹어라."


한 반장은 프렌치 프라이 칩 담긴 쟁반을 유리 쪽으로 밀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학교 근처 맥도날드 창가 쪽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다정한 부녀 지간처럼 보였다. 매장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른 학생들로 북적였다.


"별일 없지?"


"네."


"때리거나 난폭하게 굴지는 않고?"


"네."


"그만 그곳에서 나오지 그러니? 그게 그 사람과 너를 위해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는 앵두 빛 닮은 입술을 오므려 컵에 꽂은 빨대를 빨던 것을 멈추고 한 반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빨대는 여전히 갸름한 턱 선을 지나 백색의 치아를 덮은 입술 속에 머물러 있었다. 반 투명한 빨대 속에서 음료수가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액체가 지나는 지점과 비어있는 지점의 음영이 만드는 경계는 턱 언저리 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한반장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흰자위 반 이상을 차지한 깊이를 알 수 없는 크고 진한 눈동자와 마스카라를 바른듯한 길고 풍성한 속 눈썹 그리고 복숭아 속살처럼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얼굴이 여고생 답게 화사하면서 한편으론 요사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에겐 참으로 거부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


유리는 컵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반장님께서 무슨 생각 하시는지 잘 알아요."


“……….”


"항상 숨어서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두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 말대로 그날 이후 쭉 기훈과 유리를 감시해왔었다. 걱정만큼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 간의 묵시적 합의를 모르는 정우는 이상하고 기묘한, 말도 안 되는 평화와 평온이 어쩐지 불편했다. 강제로 그녀를 데리고 나올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날 자신을 바라보며 오해라 말하는 열 한 살 계집아이의 또렷한 눈망울은 그를 망설이게 했다. 주저하던 그는 그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직접 만나 이야기 해볼 결심이 섰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철저히 숨어 감시했다고 믿었는데 영특한 아이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관의 잠복 감시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 사람…….그분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 인간은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너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이야"


"알고 있어요."


"그래. 네가 알고 있는 줄은 알아. 똑똑한 아이니까. 그런데 그러면서 왜 옆에 있겠다는 거야? 왜?"


격앙된 어조로 물었다. 그녀의 담담한 말투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 사람은 제가 없으면 죽을 거에요."


"뭐?"


"죽을 거라고요."


"..........?"


"가족들의 원한을 푸는 것이 그 사람이 살아가는 유일한 목표이자 의지에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너랑 상관 없잖아? 오히려 그러니까 더 옆에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제가 그를 떠나면 그는 아무런 삶에 미련도 의미도 없어져요. 그땐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모르죠. 전 그런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네가 위험해 질 수 있는데도?"


"아뇨 그 사람은 절대 저를 건들지 못해요."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바보 같고 어수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착한 사람이에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도 제게 한번도 손대기는 고사하고 거친 말조차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있니?"


유리는 한 반장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어도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전에 딱 한번, 딱 한번 그가 저를 때리려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어요. 사실 전 눈을 감고 어서 그 사람이 절 때려주길 바랬었죠.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원한과 울분이 조금이나마 풀어지길 바랬어요.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 불쌍한 사람은 한참 주저 하더니 결국 주저 앉아 울더군요. 그게 그 사람이 절 해하려고 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다시 한반장이 뭐라고 입을 떼려 하자 그녀는 단호한 눈빛을 보내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또렷한 목소리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


"그.사.람.은 절대 저를 해치지 않아요."


"전 그 사람을 사.랑.하구요"


테이블 옆을 한 무리 중딩들의 왁자지껄 떠들며 지나갔다. 정우는 귓불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인 그녀가 말한 마지막 단어를 듣지 못했다.






"알았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설득하기는 글렀다는 것을 깨달은 한반장은 좀 더 지켜 보겠노라고 하며 대화를 마쳤다. 일어나기 전 정우는 그녀에게 슬쩍 눈치를 주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저 녀석들은 뭐냐?"


"아! 독수리 오 형제요"


"독수리 오 형제?"



그들이 앉아 있던 곳으로부터 대각선 방향, 화장실 입구 쪽 작은 테이블엔 다섯 명의 남학생들이 의자에 앉아 적의와 질투가 가득한 눈으로 한반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중학교 때부터 절 쫓아 다니는 애들인데요."


유리는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살짝 손바닥을 들고 미소를 보냈다.


그녀가 던진 불의의 일격에 허를 찔린 녀석들은 어설픈 비밀 임무가 들통이 났음을 깨달았다. 허둥지둥 고개를 처박던지, 허공을 보며 딴청을 부리던지, 거꾸로 책을 든다던지, 난리 법석이었지만 제일 건장하고 성숙해 보이는 한 녀석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반장에게서 적의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제 비밀 경호 팬 클럽 이래요."


"귀찮게 하진 않니? 혼내서 쫓아 버릴까?"


"나쁜 애들은 아니에요, 절 귀찮게 하거나 들이 대지 않아요. 오히려 귀찮게 구는 사람을 쫓아 주기까지 하는 걸요."


천연덕스럽게 미소 지으며 정우를 쳐다 보는 눈길엔 여차하면 한 반장님 당신도 쫓아 버릴 수 있어요 라는 귀여운 위협이 담겨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수줍게 여학생 뒤를 쫓곤 했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한 반장은 녀석들이 그녀에게 그리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둘은 맥도날드를 나섰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꼭, 알았지?"


"네."


"계속 지켜 볼 거야"


"알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돌아서 걸어가는 한 반장의 등뒤로 그녀는 외쳤다.


"그 동안 감사 했습니다. 반장님도 잃어버린 따님 꼭 찾으시길 바래요."


맥도날드 쇼 윈도우 너머엔 다섯 개의 머리통이 서로를 밀치며 걱정스럽고 적의에 찬 눈길로 그녀가 서있는 곳을 바라 보고 있었다.



******



폭풍 전 바다는 언제나 평화롭다.


여고에 들어간 유리는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빛을 발했다.


연약한 듯 말랐으면서도 단추가 터져 나갈 듯 성숙미가 물씬 풍겨 나오는 몸매와 우수에 가득 찬 기품 있는 얼굴은 변함없이 아름다웠고 여전히 1과 0으로만 이루어진 그녀의 성적표와 더불어 외국에서 태어나 완벽한 영어까지 구사하는(?) 탁월한 지적 능력은 그녀가 학교에서 엄친딸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일요일이었다. 하루 종일 빈둥대는 기훈을 보며 유리는 핀잔을 건넸다.


"당신! 또 밤 새 야동 봤지? 아직까지 잠이 덜 깬 눈인데?"


"내가 뭘? 그냥 한 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다 보니 피곤해서 그런거지."


"하품 하는 걸 보니 야동 봤는데 뭘."


"아니라니까! 그리고 너 요즘 말이 은근히 짧다?"


"내가 뭘?"


"또 그런다. 도대체 너랑 나랑 몇 살 차인지는 아냐?"


"나이 먹은 게 벼슬이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거든요? 당신."


"됐다 됐어. 말을 말자. 그리고 너 요즘 말끝마다 당신, 당신, 그러는데 그게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유리는 여고생이 되자 기훈과 함께 있을 때면 밝고 명랑하게 변했다. 이 이상한 동맹자들은 가끔 그들이 같이 살아가는 목적도 잊은 채 티격태격 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깔깔대는 일들이 잦아졌다.


기훈은 그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가끔 시장에 같이 나갈 때면 슬며시 팔짱도 끼고 서로 꼬집으며 간지럼도 피고 필요한 것도 골라주곤 했다. 밤엔 다운 받은 영화를 함께 보며 웃고 울기도 하는 것이 마치 가족 같았다.


"앞으로 또 버릇 없게 굴면 혼난다. 나이 많은 사람을 공경해야지."


나이 밖엔 들이밀 것 없는 그가 최후의 무기를 들이대자 그녀는 샐쭉한 표정을 짓더니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기훈의 컴퓨터를 켜고 그가 모르는 영어로 된 명령어를 자판에 두드렸다.


"보자......11시 15분'황홀한 사춘기'.........11시 30분 '거유 아줌마의 유혹'.........' 12시 여교사의 은밀한 사 생활’......12시 58분 '그녀를 믿지 마세요'......참 취향도 다양하시네. 취향은 존중하지만 수준 좀 높이시죠? 넹? 이건 중딩 때 우리 반 남학생들도 시시하다고 안보는 거랑요. 당.신.! "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치사한 컴퓨터는 주인을 배신하고 그가 어제 저녁 보았던 동영상의 목록들을 시간까지 상세하게 토해가며 영악한 여고 2학년 기지배한테 고해 바치고 있었다.


이번에도 기훈의 완패였다. 당황하는 그를 남겨두고 메롱 이다 라는 표정을 짓더니 나가 버렸다.


그녀가 거실로 나가는 순간 문틀에 그려 놓은 희미해진 유성 매직 자국이 그녀 귀밑을 지나는 것이 보였다. 기훈은 무의식적으로 애써 눈길을 돌렸다. .


알고 있었다. 그녀 키가 표시를 넘어 선 것을 알아차린 무렵 말 없고 조용하며 어두웠던 그녀의 성격이 밝고 명랑하며 수다스럽게 변했다는 것을.


이 허무맹랑한 동맹자가 그들이 맺은 동맹이 실행의 유효 기간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




코드네임 블루.정 혜성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유리와 나서는 첫 나들이.


화창한 봄날의 월미도 짠 내음과 함께 부는 바람이 상쾌했다.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생 머리는 가슴의 부피에 밀려 올라 짧아 보이는 하얀 티셔츠 밑으로 속살이 살짝 보이는 잘록한 허리까지 출렁거렸다.


흰 셔츠에 청 색 스키니 진 다시 하얀 단화. 유리의 패션은 심플했다. 투명한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가녀리지만 볼륨 있는 몸매는 행인들은 물론 데이트 나온 커플들의 시선들을 질투와 감탄으로 바꾸었다.


혜성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고등어라고 흐뭇해 하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한편으론 행복한 순간이 금새라도 부서질까 봐 불안한 마음에 입이 타 들어 갔다.


두 사람은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부두가를 다정하게 걸었다.


"저......아이스크림 먹을래?"


"......."


그녀는 언제나처럼 말이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어디 가면 안 된다"


혜성은 급히 마트에 들어가 아이스 바 두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하나는 포장지 채 입에 물고 다른 하나를 정성스럽게 까서 그녀에게 건넸다.


유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 바를 연분홍 빛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탐스럽고 터질 듯 탱탱한 입술이 아이스크림의 유지방과 수분으로 촉촉하게 빛났다.

혜성은 아이스 바를 한입에 넣고 아그작 소리가 나도록 씹었다. 하지만 마른 입은 더 활활 타 들어 갔다.


"나 저거 타고 싶어"


그녀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월미도 명물 디스코 팡팡 이었다.


가장 자리에 의자가 붙은 거대한 원반이 축의 기울기를 달리하며 시끄러운 디스코 음악에 맞춰 회전하는 하고 있었고 삼삼오오 자리에 앉은 남녀들은 짓궂은 운행원의 장난에 장단 맞추어 환호를 질렀다.


"어? 알았어.그럼 타러 가자"


대로변 골목 어귀엔 초딩 두 명이 팽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19금! 정말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狂天流花
    작성일
    16.10.10 07:30
    No. 1

    유리는 베이글녀로 자랐군요 ㅎ 얼굴이 베이비페이스가 아니라
    베이글은 아닌가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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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에필로그 +8 15.05.05 725 1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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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The last sweetness +3 15.05.03 679 17 11쪽
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37 이별하는 여자의 심리 네 단계 +9 15.05.02 594 18 12쪽
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7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0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0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32 아이처럼 +7 15.04.28 611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29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3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4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4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7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6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8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5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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