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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하고 또 하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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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밍교s
작품등록일 :
2015.04.18 08:26
최근연재일 :
2015.05.05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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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8
추천수 :
712
글자수 :
206,114

작성
15.04.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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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추천
18
글자
12쪽

아이처럼

DUMMY

“한 반장님 월미도 나이트클럽 집단 폭행사건 어떻게 되셨어요?”


“그게……아직은 용의자를 찾는 중이라서……”


“시간이 일 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찾는 중이시면 곤란 한데요?”


인천지검 강력계 검사실은 언제나 시끌벅적 했다. 검사실 문에는 민 유리 검사라는 명패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박 형사님은 뭐 찾아낸 거 있어요?”


“그 일대 폭력조직들 뒤를 캐고 있기는 한데 어디로 숨었는지 잘 안 잡힙니다.


중년의 남자들이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며 앉아있는 아직 소녀 티가 가시지 않은 여성 앞에서 쩔쩔 매고 있었다.


“반장님, 인원 보강 더 하셔야 하지 않을 까요?”


“그게……….지금 다른 사건들 때문에 모두 정신이 없어서…….아무튼 좀 더 알아보면……”


나이를 떠나 형사와 검사의 관계였다. 유리에게 존댓말을 쓰기도 또 안 쓰기도 뭐한 한 반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은근히 말꼬리를 흐렸다. 유리도 그런 그를 묵인해 주고 있었다.


그녀 생각 같아선 오히려 평소처럼 한 반장을 대하고 싶었지만 동료 검사들의 눈총도 있었고 또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선 적당한 위계질서도 필요했기에 서로가 묵인 하에 적절하게 타협한 결과였다.


“수사진행 되는 데로 보고해 주세요. 저도 상부에 지원 요청해 볼게요.”


지시를 받은 박형사가 먼저 나가자 유리는 서류를 보던 눈길을 거두고 정우가 앉아있는 소파에 다가 왔다.


“정민이는 어때요? 아프진 않아요?”


“응. 덕분에 잘 있어. 집사람도 건강하고.”


정민은 정우와 미란이 낳은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한번 들러야 하는데…… 반장님 아시다시피 요즘 너무 바빠서요. 미란 언니한테 잘 좀 말해주세요.”


“그래 알았다. 신경 써줘서 고맙다.”


“뭘요. 당연한 건데요.”


“그런데 유리야…….”


“네? 따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


“우리 강력반에 있는 최형사 말이지. 기억나지?”


“그럼요. 반장님 바로 직속 후배라고 하셨죠? 키 크시고 몸집 좋으신 인상 좋으신 분이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그래. 그 친구 말이야.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싸우다가 같은 학교 학생을 때린 모양이야. 상대방 학생이 조금 다친 모양이더구나.”


“저런! 그래서요?”


“나도 그 친구 아들 만나본 적이 있거든. 공부는 잘 못해도 그렇게 막 나가는 애는 아니야. 형사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도 대단하고. 이번 일도 상대방 학생이 학교 폭력서클에 일진인데 먼저 건든 모양이더라. 형사인 아버지 입장 생각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결국엔 시달리다 못해 달려든 모양이더라.”


“그런 거라면 큰 문제 없는 것 아니에요? 고작 고등학생들 싸움일 뿐이고요. 피해 학생이 불량서클 리더라면서요?”


“그런데 그 학생 부모가 지역 시의원에다가 지역 유지에 잘나가는 건설회사 사장인 모양이야. 최형사가 병원까지 찾아가서 상대방 학생 부모들에게 무릎까지 꿇고 빌었지만 부모가 막무가내로 합의도 안 해주고 무조건 아이를 집어넣겠다고 난리를 치는 모양이야. 지금 최형사는 아들 걱정에 일도 손에 안 잡히는 상태고.”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어요. 걱정 마시라고 최형사님에게 전해 주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 할게요.”


“그래 주겠니?”


“그럼요. 같은 동료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요?”


유리가 자신 있게 말하자 비로소 정우는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구나. 네 일도 바쁠 텐데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해서.”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반장님과 저 사이에 제가 그 정도도 신경 안 써드리면 안 되죠. 그리고 제가 그분들 도와드리면 그분들도 제 일을 더 힘껏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구나. 아무튼 월미도 사건은 내 진척 되는대로 보고 올리마.”


“네. 우리 조카한테도 못난 이모가 자주 보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보고 해주세요.”


나가는 정우를 환한 미소로 배웅한 유리는 이내 수화기를 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넣기 시작했다.


꼭 그녀가 아니더라도 한 반장 선에서 나서서 해결 할 수도 있는 문제일 터였다. 물론 상대학생의 부모가 가진 위세가 껄끄럽기도 했겠지만 강력반 형사 반장의 위세로 버겁긴 해도 처리하기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정우의 부탁에는 나이 어린 검사인 유리가 닳고 닳은 강력반 형사들 신망을 얻게 해주려는 배려가 숨겨져 있음을 그녀도 모르지 않았다.


“아~ 퇴근시간이다! .”


유리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은 이미 한 밤중이었다.


그녀가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검찰청 앞에는 낡은 고물 차 한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쟈기야~~~”


기훈을 발견한 그녀는 밝은 얼굴로 뛰어오더니 차에 올라탔다.


“야, 그냥 버스 타고 오면 되지, 꼭 이렇게 모시게 오러 만들어야 하냐?”


“피…그러다가 이렇게 예쁜 나를 누가 납치라도 해가면 어쩌려고 그래?”


“야! 이순신 장군 뱃멀미 하는 소리 하고 있네. 어느 간 큰놈이 강력반 여 검사를 납치 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여기 있잖아. 날 납치한 놈”


“내 마음을 납치했다 거나 사랑을 훔쳐갔다는 둥 그 따위 오글거리는 소리 하면 바로 죽음이다.”


기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먹을 불끈 쥐며 그녀를 게슴츠레 흘겨보았다.


“칫, 무드라고는 우물 속에 개구리에 점 하나에 털 하나에 붙은 벼룩의 발톱 만큼도 없는 남자같으니라구.”


“그나저나 넌 머리도 좋은 애가 어째 운전 면허 따는 건 그 모양이냐? 다섯 번이나 떨어지는 게 말이 돼? 변변치 못하게 시리.”


“그러게? 이상하게 운전대만 잡으면 긴장이 되네. 아무래도 그쪽으론 소질이 없나?”


“그래 너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게 다행이긴 하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여 안심이긴 해. 사실 그 동안은 뭐든지 쉽게 잘하는 널 보면 정나미 떨어질 때도 있었거든”


“쳇. 남자가 운전 좀 해 준다고 엄청 뻐기기는……내가 이런 찌질이가 뭐가 좋다고 죽자 사자 했는지 몰라.”


“찌질이란 소리 하지 말랬지!”


기훈은 정말로 성난 것처럼 목청을 높였다.


“어머? 또 삐졌어? 우리 곰돌이~~쮸~”


그녀가 달래주려고 애교를 떠는 데 기훈은 대답 대신 거칠게 차를 출발시켰다. 집 앞에 다다르자 기훈은 시동을 끄며 말했다.


“유리야.”


“왜?”


“넌, 내가 안 창피하냐?”


“뭐가? 또 찌질하다고 했다고 삐친 거야?”


“아 쫌!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냐.”


“나도 농담하는 거 아닌데?”


기훈은 진지해진 눈빛으로 차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넌 내가 창피하지 않을지 몰라도 난 내가 무지 창피해.”


“……?”


“너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건 둘째 치고 넌 미래가 촉망되는 잘나가는 여 검사에 난 찌질한 말년 대리. 누가 봐도 이건 아니잖아?”


그녀는 왜 기훈이 검찰청으로 그녀를 데리러 올 때마다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인천지청 건물과 그 앞을 지나가는 위엄과 도도함으로 똘똘 뭉친 동료 검사들을 볼 때마다 기훈은 그녀와 자신과의 너무 다른 차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유리야.”


“우리 그냥 삼촌 조카 할까?


“……”


“자, 한번 불러봐. 삼~촌하고.”


기훈이 갓난아기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는 기훈의 입 모양을 어색하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사~암 ~초~ 온~아닌 당신!”


말을 마친 유리는 갑자기 기훈의 두 볼을 붙잡더니 마구 흔들어 댔다.


“아, 아파! 뭐 하는 거얏!”


유리는 기훈의 볼을 계속 흔들며 말했다.


“어이구! 나이만 먹으면 뭐해?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그거냐? 이 미련 곰탱아!”


“하지 마! 그만해!”


“당신이 어쩔 건데? 응? 어쩔 거야?”


기훈은 유리를 와락 품에 안았다. 죽일 듯이 달려들던 그녀도 갑자기 순한 양이 된 듯 그의 품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기훈은 그녀의 눈동자를 고요히 응시하였다. 그녀도 기훈의 시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훈은 촉촉히 젖은 그녀 입술에 입을 맞추자 유리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기훈의 낡은 차창으로 하얗게 김이 서렸다.



**************



며칠 후, 퇴근길 기훈은 유리의 전화를 받고선 회사에서 퇴근 하자마자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와야 했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 집 앞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짜잔~~~”


그녀는 살짝 비켜서더니 양 팔을 뒤쪽으로 향해 가리켰다. 그녀의 뒤에는 희색 신형 BMW 가 특유의 더블 그릴을 뽐내며 서 있었다.


“이 차는 뭐야? 설마 새로 뽑은 거야?”


“내 곰돌이를 위한 작은 선물, 따라~”


“결국 나보고 앞으로도 계속 운전기사 노릇 해 달란 소리네?”


“왜? 마음에 안 들어?”


“야, 이게 작은 선물이냐? 엄청 비싼 거잖아?”


“그래서 겸손하게 소형으로 골랐다는 거 아냐. 호호호. 초 미녀 검사께서 체면이 있지 이 정도는 타 줘야 되지 않겠어? 호호호”


그녀는 과장되게 웃으며 살짝 윙크 하더니 두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든 손을 내밀었다. 초임 검사 연봉이 얼마나 된다고….. 기훈은 요즘 풀이 죽어있는 자신을 북돋아 주기 위해 그녀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이 찡했다. 기훈이 자존심 상해 할까 봐 유리가 검사 체면까지 들먹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애써 웃었다.


“하하하! 결국 검사님 체면 때문에 산 거네. 아무튼 키 줘봐. 네가 면허 딸 때까지만 기사 노릇 해 줄게.


새 차 냄새 풀풀 풍기는 흰색 가죽 시트로 덮여있는 실내는 고급 외제차 브랜드 답게 고급스러웠다. 대쉬보드에 차량 등록증이 올려져 있었다. 그는 거기에 적혀있는 자신의 이름을 애써 못 본체 하며 시동 버튼을 눌렀다.


새 차 탄 기념으로 근교까지 드라이브하는 셈 치고 달려 보기로 했다.


“드라이브에는 음악이 있어야 분위기가 살겠지?”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그녀가 라디오 버튼을 눌렀다.


그의 낡은 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육중하고 깊은 사운드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사랑한다 말하고 날 받아 줄 때엔

더 이상 나는 바랄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해놓고

자라나는 욕심에 무안해지지만

또 하루 종일 그대의 생각에

난 맘 졸여요


샘이 많아서 (아이처럼)

겁이 많아서 (바보처럼)

이렇게 나의 곁에서 웃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서

너무 좋아서 너무 벅차서

눈을 뜨면 다 사라질까봐

잠 못 들어요


주고 싶은데 (내 모든 걸)

받고 싶은데 (그대 맘을)

남들처럼 할 수 있는 건

다 함께 나누고 싶은데

맘이 급해서 속이 좁아서

괜시리 모두 망치게 될까봐

불안해하죠


웃게 해줘서 (아이처럼)

울게 해줘서 (바보처럼)

이런 설렘을 평생에

또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믿게 해줘서 힘이 돼줘서

눈을 뜨면 처음으로 하는 말

참 고마워요


내게 와줘서

꿈꾸게 해줘서

'우리'라는 선물을 준 그대

나 사랑해요


<김동률의 ‘아이처럼’>


‘노래하고는……..타이밍 죽이네. 꼭 누구 마음 그대로 읽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들으며 드는 생각에 절로 민망해진 기훈은 창문을 활짝 열고 소리쳤다.


“역쉬 좋은 차라 그런지 쥑이네. 살아있네. 살아있어.”


되도 않는 영화 대사까지 흉내 내가며 시원하게 고속 도로를 달리는 기훈을 유리는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감동 받았죠? 그럼 한마디 남기는 센스는 기본이죠 ^^


작가의말

분량 맞추려고 노래 집어 넣은 건 절대 아닙니다. 미리 써 놨던 작품이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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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네버엔딩 스토리 +7 15.05.02 61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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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자신의 몸을 바치려는 여자, 거부하는 남자 +1 15.05.02 817 15 13쪽
35 그럼 네가 풀어 줘 +5 15.05.01 730 16 13쪽
34 이젠 안녕 +3 15.04.30 610 15 12쪽
33 내 아내를 빼앗아간 그 놈. +9 15.04.29 670 15 10쪽
» 아이처럼 +7 15.04.28 612 18 12쪽
31 수감록 2 +3 15.04.27 580 14 8쪽
30 수감록 +3 15.04.27 629 17 10쪽
29 행복 뒤에 숨은 불안. +3 15.04.27 654 17 8쪽
28 진술서 2 +5 15.04.26 683 14 17쪽
27 진술서 +3 15.04.26 622 18 12쪽
26 이루어 지다. +5 15.04.26 720 20 16쪽
25 대물 +3 15.04.26 834 17 14쪽
24 나쁜 손 +3 15.04.26 742 19 12쪽
23 그녀.......... 벗기다. +4 15.04.25 1,075 17 14쪽
22 여행을 떠나요. +3 15.04.24 688 18 11쪽
21 복어같은 그녀 +3 15.04.23 697 18 14쪽
20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1 15.04.23 825 16 12쪽
19 여고생과 노처녀의 결투 +5 15.04.23 657 22 12쪽
18 넌 너무 어려. +4 15.04.23 758 19 12쪽
17 그녀는 적당히란 말을 모른다. +3 15.04.22 816 19 12쪽
16 발가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아. +5 15.04.22 857 18 7쪽
15 승냥이의 시간 +3 15.04.21 917 15 14쪽
14 짐승이 날뛰기 시작 할 때. +3 15.04.20 825 21 12쪽
13 짐승의 시간 +1 15.04.19 827 17 12쪽
12 짐승의 계절 +3 15.04.19 842 19 12쪽
11 19금 +1 15.04.19 1,250 16 12쪽
10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15.04.19 897 15 12쪽
9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1 15.04.19 799 17 12쪽
8 유리의 일기 2 +3 15.04.18 945 25 12쪽
7 유리의 일기 +2 15.04.18 982 15 11쪽
6 최후에 웃는 놈은 웃기는 놈이다. +1 15.04.18 972 15 5쪽
5 짐승 같은 놈 +2 15.04.18 1,045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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