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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기억하는마법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민트소
작품등록일 :
2021.05.12 14: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1:1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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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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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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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0화. 소년은 자라지 않는다. (4)

DUMMY

10화


“하아, 하아, 좀 천천히 가···.”


“···.”


“하악, 야, 연서진!”


아무말 없이 언덕길을 서둘러 오르던 서진은, 슈의 외침에 결국 걸음을 뚝 멈추고 뒤를 돌았다.

낑낑거리며 뒤따라오던 슈를 쳐다보더니, 자신의 백팩을 열고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노트, 펜, 속옷, 생리대, 그리고···.


‘연서진’명찰이 부착된 여중생 교복, 담배, 돈뭉치, 라크리데이 박스···,


동나기 직전의 오공본드, 검은 비닐봉지, 바람빠진 풍선, 그리고 아까 대학로에서 청년에게 구입한 휘핑크림 제조 캡슐 30개.


“말도 없이 그렇게 빨리 가면 어떡해? 힘들어 죽겠네. 나 머리아파···.”


“어떻게 한거야?”


“···뭘?”


“본드랑 아산화질소 캡슐. 그 외 기타 등등, 아까 모텔에선 안보였잖아?”


“···.”


서진의 다그침에 슈는 우물쭈물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잠깐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오기를 바랬어. 간절한 마음으로···. 그거 걸렸으면 정말 큰일났을 거잖아?”


“바래? ···간절한 마음으로?”


“응.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 온 우주가 도와준대.”


“···.”


“‘연금술사’라는 책에 그렇게 나와.”


동그랗게 뜬 슈의 맑은 눈망울을 잠시 바라보던 서진은 한숨을 푹 쉬더니 백팩을 슈에게 안겨주며 말했다.


“다시 해봐.”


“...?”


“이 백팩에 있는 소지품을 지금 네 가방으로 옮겨보라고, 간절하건 애절하건 마음대로 해서! 아, 눈에 힘 꽉 주고 해라.”


“···그건 또 뭔 소리야?”


“아까 모텔에서 너 오른쪽 눈이 파랗게 빛나는 거 봤어. 뭐 옛날처럼 그리 밝았던 건 아닌데, 내가 유치원 때 이후로 니 눈이 그렇게 바뀌는거 처음 봤거든.”


“진짜? 내 눈이 다시 파랗게 돌아갔었다고? 잘못 본 거 아냐?”


슈가 깜짝 놀라며 손으로 오른눈을 문질러댔다.


“제대로 봤어. 우리 초등학교 입학할 때 쯤, 너 눈동자 색 검어졌다고 좋아했었잖아.”


“맞아. 어릴 때 이 눈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거울보니 사라졌더라고. 그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럼 지금은?”


“아까 잠깐 동안만 바뀌었었어. 내 소지품이 사라졌던 그 순간에만.”


“···!”


“그러니까 다시 해 봐.”


“···나중에 하면 안될까? 아까 모텔에서 그렇게 빌고나서부터 머리가 아파. 힘도 빠져서 너 따라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도 한 번 해봐! 진짜 죽지는 않을거 아냐? 쓰러지면 내가 널 업고서라도 갈테니까 일단 해!”


“하? 자기목숨 아니라고 막 말하네?!”


서진은 슈의 칭얼거림을 무시한 채, 소지품을 이동시키길 종용했다. 슈는 서진이 안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고 백팩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우음!”


“···된 거야? 눈 색깔은 안바뀌었는데?”


“음···, 몰라. 열어봐야 알겠지.”


서진이 자신의 백팩을 다시 열고 내용물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옆에서 슈가 목을 길게 빼고 보면서 말했다.


“···그대로 다 있네. 그럼 그렇지, 네 말대로 눈에 힘준다고 뭐가 바뀌겠어? 아무래도 안되겠어. 나 너무 피곤해. 일단 우리 어디로나 가서 좀 쉬다···.”


“잠깐! 빠진게 하나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슈가 메고있던 크로스백을 풀러 소지품을 꺼내보았다.


속옷, 양말, 어린이 교통카드, 파우치백···,

그리고 아산화질소가 담긴 휘핑크림 캡슐 한 개가 들어와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캡슐을 들어올린 서진은 눈을 가라앉힌 채, 그것을 응시하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네 눈에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거야. 편의점의 그 아저씨가 전생의 살인범이었다는 것도 눈을 마주치고 나서 기억이 난 거잖아?

눈에서 파란 빛이 나면 원하는 물건을 옮기거나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발현되고···. 힘이 소모되면 눈에서 빛이 안나면서, 능력이 드러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발현되는···, 그런거 아닐까? 네 생각은 어떠···, 응?”


자신이 추론한 결론을 중얼거리다 옆을 바라보니, 슈가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다.




* * *


“어휴, 힘들어···.”


서진은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목에는 슈의 크로스백이 걸려 있었고 등 뒤엔 곯아떨어진 슈가 그녀의 백팩을 짊어진 채 업혀 있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희미한 가로등 불 빛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언덕 위에는 조금 넓은 공터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몇 가지 운동기구들과 간이 대피소가 보였다. 대피소 문의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잠겨있음을 확인한 서진은, 예상했다는 듯이 곧 외부로 나있는 시멘트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드론 촬영 및 비행 금지] 현판이 걸려 있음을 확인하고 현판 뒤 그늘진 곳 바닥에 슈를 눕혔다.


서진은 옆자리에 주저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가로등 빛에 반사된 별하나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을 우두커니 올려보다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잠든 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슈의 가방에서 파우치 백을 꺼내 열어보았다.


파우치백에는 약간의 현금, 대학병원 진료카드, 그리고 반쯤 접혀져 있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휴대폰 라이트로 빛을 비추며 사진을 바로 폈다.


사진을 펴자, 이정우, 임시연과 함께 지금보다 더 어려보이는 슈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외국의 어느 클래식 공연장으로 보이는 배경을 뒤로 하고, 슈는 그의 부모 사이에 서서 바이올린을 품에 껴안고 있었다. 이정우의 바깥쪽 손에는 트로피가, 임시연에게는 꽃다발이 들려 있는 것도 보였다.


물끄러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언제 깨어났는지 슈가 사진을 홱 낚아챘다.


“언제 깼어?”


“···.”

“업혀올 땐 기절한 듯 자더니, 도착했더니 바로 일어나네?”


“···.”


슈는 아무 말 없이 사진을 고이 접어 파우치 백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서진은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끄곤,


“내가 다시 찾아 줄께.”


“···?”


“네 바이올린.”


슈가 고개를 떨구고 파우치 백을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물었다.


“...무슨 수로?”


“올라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서진이 백팩의 지퍼를 열며 대답했다.


“일단 돈을 벌자. 네 능력이면 비싼 물건을 몰래 가방으로 옮겨서 따로 팔 수도 있고, 남의 지갑에서 돈을 빼낼 수도 있잖아? 그렇게 벌어서 우리 지낼 곳도 마련하고, 또 네 바이올린도 수소문해서 되찾아야지.”


“아까도 해봤지만, 내가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한 주머니에선 어떤 것도 옮기지 못해. 게다가 지금 네가 말하는건 도둑질이잖아! ”


“도둑질이 뭐 어때서? 어차피 세상에 도둑놈들 천지인데.”


“남을 속이는 거잖아. 그런 거 싫어···.”


“얘 웃기네? 네가 여자목소리 내며 스타킹 팔은 건 남을 속인게 아냐!?”


“···!”


자신의 지적에 할 말이 없어진 슈가 부끄러워 하는 것이 보인다. 어두운 밤임에도 슈의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은 듯,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범죄 중엔 생계형 도둑질이라는 게 있어. 군대에선 수천 억 빼돌려도 장군들의 생계를 위한 비리라고 하면 그냥 덮어준다더라.

우리가 무슨 부자되려고 이러는게 아니잖아? 그냥 잠 잘 곳 마련하고, 바이올린이랑 니 병 고치는데 쓰고, 또···, 나 검정고시 보고···.”


“장발장도 배고파서 빵 한 개 훔쳤는데 17년을 감옥에서 살았거든?”


“어휴! 장발장이 실제 사람이냐? 그건 작가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비판하려고 그렇게 쓴 거라고. 무전유죄, 유전무죄!

흥! 고작 이런 걸로 우리를 처벌하면, 깡돌이나 동오 패거리 그 새끼들은 사형에 처해져야 돼. 그 뿐이야? 걔네들보다 세상에 돈도 많고 힘도 있으면서 도둑질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벌을 받아야 돼?


“···.”


“난 이제 지쳤어. 규칙이고 뭐고 따지는 거···, 이젠 진절머리가 나. 내 한 몸 가눌 곳도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흥, 처벌하겠다면 하라지, 그래도 난 할꺼야! 지들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난 그냥 ···그림 그리면서 학교 다니고 싶었을 뿐인데···.”


서진은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었다. 씨발···. 작은 욕설의 흐느낌이 슈에게 들린다.


잠시 서진을 바라보던 슈가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


“공간 안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다른 데로 옮길 수 있어. 그것도 큰 건 어렵고, 크기가 작은 물건일 수록 쉽고 많이 할 수 있어. ···뭐 옛날에 내가 너한테 마술이랍시고 보여줬던 것과 같지만.”


“···어릴 적에 가끔씩 흉내내던 그 마술이 진짜 능력이었어?”


“그래. 속임수 아니었어. 근데 하도 안써서 사라진 줄 알았거든? 나도 이렇게 뜬금없이 나올 줄은···.”


“그럼 이 능력은 아주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네. 너 눈 색깔 사라진 것도 그렇고, 물건 이동하는 능력도 그렇고, 환경에 따라 몸이 알아서 봉인을 했다가 이제서야 다시 튀어나왔다는 거 아냐?”


“그렇게 되나?”


“···아무튼 뭐, 다른 사람 지갑에서 돈을 빼내는 건 쉽지 않겠어. 귀금속 같은 건 우리가 처분하기 어려워 안되겠고···.”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하던 서진은 슈를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야바위, 어때?”


“···그게 뭐야?”


“너, 초딩 1학년 땐가? 애들 딱지 쓸어먹었던 적 있잖아?”


“터닝메카드? 응. 주사위 들어가 있는 종이컵 맞추면 3장, 못 맞추면 내가 갖는걸로 해서 그 때 엄청 벌었지. 햐! 옛날 생각나네.”


“···자랑이냐? 그때도 지금과 같았던 방식 아냐?”


“음, 비슷해. 내가 원하는 곳에 있길 바라면 주사위가 꼭 그 컵 안에 들어 있더라고. 친한 애들한테는 한 번씩 맞추게 해주고, 평소에 띠겁게 굴던 애들은 죄다 잃게 했지, 헤헤. 하도 인기가 많아 옆 반 애들까지 몰려와서 했다니깐···.

그러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아빠한테 엄청 혼났었어. 아빠가 화 내는 거 그 때 처음 봤거든. 한 번도 나 혼낸 적 없었는데···.”


과거의 무용담을 한창 자랑스럽게 떠벌리던 슈는 끝 부분에 가서 시무룩해졌다.


“그러고나선,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


“근데 그 땐 눈에서 빛도 안나고 몸도 괜찮았나봐?”


“너무 많이 하면 속이 좀 메스꺼웠는데, 주사위가 작고 종이컵 사이가 가까워서 괜찮았던 것 같아. 아무튼, 이 얘기 왜 꺼낸거야?”


“네가 했던 그게 바로 야바위야.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변형된 야바위를 할꺼야. 히히.”


서진은 백팩에서 아까 청년과 주고받았던 휘핑크림 캡슐을 꺼내며 말했다.


“날 밝으면 일단 찜질방에 가서 푹 쉬고, 근처 초등학교 물색 좀 하자. 괜찮은 자리에다 좌판처럼 까는거야. 애들 수업 끝날 시기에 잠깐 판 벌였다가 치고 빠지는 거지. 이렇게 몇 번하면 적긴해도 대충 몇 달 숙식 비용은 해결 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나서 다른 일 시작하자.”


“뭐, 아무래도 좋아. 아, 빨리 아침 돼서 찜질방 가고 싶다아···. 몸도 으슬한데, 노숙 정말 싫어···.”


“심심하면 너도 이거···, 아니다. 농담이야, 넌 절대 하지마.”


아산화질소가 담긴 캡슐을 휘핑기에 장책해, 풍선에 가스를 주입하는 서진의 모습에,

슈는 한숨을 푹 쉬며 서진에게 투덜거렸다.


“제발 그런 것 좀 안하면 안돼? 담배까지야 그렇다쳐도 본드에서 이젠 해피벌룬까지···. 나중에 가면 마약까지 손대겠다?”


“본드가 처음에는 좋았는데 점점 회복이 잘 안되더라고. 파는데도 없고. 이건 그래도 아직 sns로 팔긴하니까.

그리고 뭐 어쩌라고? 이거 원래 우리 어릴 적 치과에서도 들이마셨던 거야. 생크림 만들 때도 쓰이고. 근데 뭐, 이제와서 판매금지를 시킨다느니, 아주 웃겨 정말. 그럴꺼면 술이랑 담배부터 금지시켜야지.

자기네들 세금 빠져나가는건 털끝만큼도 안건드리면서, 그 세금 어디다 쓰나 몰라? 청소년 쉼터도 맨날 돈없다 그래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국민건강증진? 엿이나 먹으라 그래!”


그러더니 가스가 주입된 풍선 주둥이를 열고 입으로 흡입을 한다.


“제발 말 좀 들어! 잘못 마셨다간 죽을 수도 있잖아!”


“조금씩 조절해서 마시면 돼. 걱정 마.”


후압, 후압. 서진의 얼굴에서 술에 취한 듯한 몽롱한 표정이 지어졌다. 풍선에 있던 가스가 소진되자, 또다른 캡슐을 꺼내 풍선에 주입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가스를 흡입하려 입을 벌렸을 때, 보다 못한 슈가 풍선을 뺏어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후으읍.


잠시 후, 커다란 눈에 초점 잃은 슈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 이게 환각인거야? 야, 지금 밤 맞지? 온 세상에 총 천연색으로 보여! 알록달록해, 기분 되게 좋다아!”


파랑과 노랑, 흰색의 빛이 슈의 몸 주변을 돌며 은은한 빛을 발산하였다. 서진은 이미 가스에 취해 눈을 반쯤 감고 쓰러져 있었다.


“어우, 몸이 막 가벼워! 어, 어? 날아오른다! 내···, 내가 날고 있어!!”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슈의 머릿결이 바람에 뒤로 젖혀졌다. 크게 떠진 눈동자에 서울 시내의 전경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슈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가득 피어 올라있다.


“서진, 내 말 듣고 있어? 아무 말이라도 해봐. 바람이 너무 쎄!”


캬하하 하는 슈의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자신이 내질렀던 목소리를 메아리로 들으며, 슈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 * *


- 잇슈, 아빠 출근하신다. 일어나서 인사해야지.


현관문 거울 앞에서 구두를 신고 옷 매무새를 다듬는 정우가 보인다.


- 우음···. 아빠아~.


정우가 가까이 다가온 슈의 볼에 입을 맞추려 허리를 숙이자, 슈의 두 팔이 그의 목을 휘감는다. 정우가 오른 손에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목에 매달린 슈를 안아 들어 올린다.


- 아이고, 아들! 벌써 초등 2학년이 이렇게 어리광이 심해서 어떡해?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정우의 표정엔 싫은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시연이 한 소리 거든다.


- 그러게 말야. 저래가지고 서진이에게 장가는 어떻게 가려고, 후후.

- 나 장가 안갈꺼야아!

- 어휴, 저놈의 땡깡···. 오늘 오전 중에 내 차로 오빠 회사에 갈게. 같이 내려가자. 시우는 선생님이 집에서 레슨하고 우리 돌아올 때까지 데리고 있어 준다셨어.


“안돼, 가지마.”


- 잘됐네. 그럼 그렇게 하지 뭐. 이따보자 아들!


“가면 안돼. 가면 큰일 나.”


- 뭐해? 아빠한테 손 안흔들고?


“엄마도 거기 가지마.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줘요···.”

.

.

.


“으···, 추워. 입 돌아가겠다.”


희끄무레하게 일출이 시작되는 아침, 대피소 옥상 바닥과 뺨을 맞대고 있던 슈가 깨어났다. 옥상에는 빈 캡슐 뭉치들과 쪼그라들은 풍선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슈는 입고 있는 티셔츠의 목부분을 위로 올려 후드를 쓰듯 머리를 덮으며 서진을 깨웠다.


“야, 서진. 일어나 봐.”

“으음···.”

“나 추워. 빨리 찜방 가자.”


눈을 뜬 서진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듯 허공을 향해 허우적 거리다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널부러진 주위를 둘러보다 벌떡 일어나며,


“가만! 너 어제 가스 마셨어?”


“응. 네가 하도 흡입하길래, 적당히 좀 하라고 뺏다가···.”


“이 바보야! 네가 그걸 왜 마셔? 그게 얼마나 몸에 안좋은 건데!”


“뭐래? 그렇게 몸에 안좋은데 지는 왜 자꾸 마시는데? 악! 아파! 왜 때려!?”


“몸도 성치 않은 애가 마시니까 그렇지! 다시는 하지 마, 절대로! 알았어?”


“씨이, 니 몸이나 신경 써! 어차피 뭘 하더라도 크질 않는데, 이깟 질소가스가 대수롭겠냐? 아우 등짝이야···. 병원 안 간지도 벌써 일 년이나 지났는데, 별 차이도 없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돈 벌어서 병원 치료도 꼬박꼬박 받으라고!”


“시끄러워! 남이사···.  근데, 나 어제 그거 마시고 막 날아다녔다···?”


“하아, 원래 환각 중 하나가 날라다닌다고 착각하는 거야. 정신 좀 차려.”


“그런가? 우으···, 추워 죽겠어. 빨리 내려가자.”


둘은 주변의 쓰레기들을 대충 치우고 서둘러 언덕길을 내려갔다.


찜질방 입구에서 서진과 헤어진 슈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서둘러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남탕 이용객들의 대부분이 중년과 노년 층이었다.


슈가 욕탕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탈의실 안의 한 노인이 손발톱 따위나 깎는 평상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다.

노인이 손에 쥐고 있는 신문 바깥 지면에 다음과 같은 하이라이트 기사가 보였다.



[오늘 새벽, 서울 상공에 미확인 비행물체 출현.]

[비행금지구역에 출몰한 비행물체는 드론인가?]

[항공 관제청, 드론이 아닌 생물체로 추정.]

[국토교통부, 레이더에 관측된 비행 생물체, 아직 확신 단계 아냐.]


작가의말

ep 3. 소년은 자라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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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소년은 자라지 않는다. (1) 21.05.15 465 11 12쪽
6 6화. 13년 전: 뒤바뀐 아이 (5) +1 21.05.14 469 16 13쪽
5 5화. 13년 전: 뒤바뀐 아이 (4) 21.05.13 489 14 16쪽
4 4화. 13년 전 (3) 21.05.13 499 14 14쪽
3 3화. 13년 전 (2) 21.05.12 611 15 13쪽
2 2화. 13년 전(1) 21.05.12 922 22 16쪽
1 1화. 전생의 파편 +2 21.05.12 1,438 4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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