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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기억하는마법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민트소
작품등록일 :
2021.05.12 14: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1:1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197
추천수 :
292
글자수 :
280,872

작성
21.05.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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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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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7쪽

1화. 전생의 파편

DUMMY

“저, 누나아. 하겐다즈 딸기맛 없어요?”


편의점 직원용 조끼를 입고 포스기를 만지던 여성이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한 소년이 두 팔을 계산대 위에 걸치고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까치발을 들고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 폼에 저절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평소의 그녀라면,

냉동고에 가서 찾아보라 하거나 안보이면 없는 거라하고 말텐데

직접 가서 찾아주고 싶은 맘이 들 정도였는지, 계산대를 밀어올리고 아이스크림 냉동고로 갔다.


“어? 다 나갔나 보네. 아, 얘! 하드는 있다!”


“하드는 안먹어요. 초콜릿 때문에···.”


입맛이 꽤 까다롭군. 어린애들은 초콜릿 코팅을 꽤 좋아하는데··· 라며 그녀가 중얼거리는 사이,

시무룩해진 소년이 고개를 돌린다.


“우음···. 어쩔 수 없죠, 뭐. 알았어요.”


“어? 잠깐만, 딸기 치즈는 있네. 이건 어떠니?”


음...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민하는 투가 역력하다. 딸기여야만 하는데··· 작은 혼잣말이 들렸다. 소년의 그러한 모습에 그녀는 웃으며 냉동고에서 작은 통을 꺼내 내밀었다.


“누나가 선물로 줄께.”


“···?”


“귀여워서 주는 거야.”


“···저 어린애 아닌데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는 소년의 표정에 그녀는 다소 과장되게 말을 건넸다. 그런 표정 짓는다는 게 어린아이란 증거야.


“어머나아~ 그래애~? 몇 살인데?”


“열 다섯 살요.”


“···?!”


“...병이 있어서 그래요. 성장 호르몬에 좀···.”


“···그렇구나. 아무튼 이거 먹어. 음···, 누나라고 불러줘서 주는 거야.”


그녀는 바코드를 찍고 소년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줬다. 그는 고개를 꾸먹 숙이더니 휴게용 테이블로 가 작은 숟가락으로 떠먹기 시작했다.



* * *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져 계산대를 바라봤다. 누나 같이 생긴 아주머니는 아무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저 아줌마? 왜 저렇게 날 쳐다보지?


“···.”


“왜요?”


“아···, 이름이 뭐야?”


“우음···, 그건 개인정보인데.”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자기 이름을 알릴 필요 없다는 듯이, 자신은 사춘기 소년임을 제대로 어필할 작정인 것처럼 점잔을 빼며 말했다.


“풋, 아니 왜? 그러지 말고 알려줘봐.”


“흐음···.”


“으응?”


귀찮게···.


“···슈라고 해요.”


“슈? 외국인이니?”


슈는 종종 그런 소릴 들어왔는지 별 감흥없이 말을 이었다.


“아뇨. 잇슈라고 해요. 성이 이씨고, 슈는 애칭이에요. 엄마가 지어준.”


“아아, 사잇소리 ㅅ받침···. 귀여운, 아니 멋진 이름이네.”


그 때, 편의점 문이 열리며 가을 점퍼를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곧장 계산대로 가더니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보헴시가 하나.”


“보헴시가 어떤 걸로 드릴까요?”


“검은 색.”


슈가 보기에 꽤 무뚝뚝한 남자 같다. 왜 나이든 사람들은 아무한테나 함부로 반말을 할까?


그녀가 진열장에서 담배를 꺼내어 바코드를 찍었다.


“4500원입니다.”


사내가 카드를 내밀자, 포스기에 긁고 출력한 영수증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테이블 아래에 있는 휴지통에 영수증을 버리려 몸을 굽히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앉아있는 슈와 눈이 마주쳤다.


허어억!


벌떡 일어난 슈와 대조적으로 사내는 어떠한 동요도 없이 그에게서 뒤돌아 그대로 편의점을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툭!



사내에게 인사말을 건넨 그녀가 뭔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슈가 급히 일어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서둘러 다가왔다. 먹던 아이스크림은 숟가락과 함께 땅에 떨어졌고, 그의 작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을 헐떡인다.


“얘! 너 괜찮니? 왜 그래?”


“하아..하아···. 기, 기억이···.”


“응? 무슨 기억?”


“나를 죽인···, 살인범!”


그 순간, 그녀는 슈의 오른쪽 눈동자가 파랗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이게 무슨..?!”


그리고 그녀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슈는 문을 박차고 편의점을 뛰어 나갔다.



* * *


그가 틀림없다!

없던 주름도 생기고 머릿결도 푸석하지만 의심할 바 없이 그놈이야!

방금 기억이 돌아왔어. 죽기 직전 극히 일부분이지만.

그 놈이 분명 나에게 주사를 놨어. 그 주사.. 뭐였지? 아, 맞다. 그래 티아민(비타민 b1)! 티아민 주사라고 그랬어. 요새 너무 권태로워서 한 대 놔달라고 했지. 권태로워? 내가 몇 살이었지? 아니, 난 누구였지? 음.. 모르겠어!


아무튼 주사를 맞고 소파에 몸을 뉘였는데 기분이 좀 이상한거야. 뭔가 나를 옭죄는 느낌? 이거 비타민 맞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그 놈이 가운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네?


이게 미쳤나? 어이가 없어서 어찌하나 그냥 두고 보려는데, 바로 내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잖아!

당장 저놈을 날려버리려고 손을 들었는데, 세상에! 힘이 안들어가져!!

그 놈이 ‘집행합니다’이러더니 격발을 하더라고. 급하게 실드를 전개했지. 아니 가만, 실드는 또 뭐야?

내 몸에서 힘이 나가야 하는데 마나가 몸을 돌지 않아. 맙소사···. 모르는 말 투성이야.

다행히 주사액이 아직 내 혈관 전부를 돌지 않아 간신히 들어올리긴 했어. 뭘 들어올렸냐고? 당연히 실드지. 실드가 뭐냐고? ···그러게, 몰라. 무슨 반투명한 막 같은 거였어.

그런데 불완전해서 총알이 닿는 순간 바로 깨져 버렸어. 그리고 내 미간까지 도달했지.

여기까지가 내 마지막이자 유일한 전생의 기억이야.



자, 이제 그 놈을 붙잡고 물어보자. 날 왜 죽였는지.

아니···, 난 누구인지.

.

.

.


밖으로 나온 슈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 사내를 찾았다. 담뱃갑의 봉지를 뜯으며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잰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사내는 얼마 안 가,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정류장엔 그 외에 아무도 없었다.

슈는 가까이 다가가 그 옆에 선 뒤, 뒤를 돌아 버스 노선도를 보는 척하며 그를 주시하였다.

어린애가 다가오자, 두 걸음 옆으로 물러나서 담배를 피운다.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아니, 그쪽에서 먼저 정하지 않았습니까? 시간을 이렇게 끌면 저도 더 이상 모릅니다. 이쪽은 이미 개발 막바지란 말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희생됐는지 잘 아시면서 그런 소리를 합니까? ···예? 아, 씨···, 잡소리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뭐요? 잠깐만.”


사내가 슈를 힐끗 보더니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정류장을 벗어났다. 슈는 잠시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간격을 두고 따라갔다. 작게나마 통화의 내용이 들린다.


“어디로요? ···후읍, 꼭 거기여야 합니까? 생각보다 보는 눈이 많은데? 곧바로 5층···, 아니 그럽시다. 그럼.”


전화를 끊더니 앞에 보이는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남자를 따라 내려간 뒤 개찰구 앞에서 서성이다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난 뒤에야 자신의 소지품을 주섬주섬 꺼내어 살펴 보았다. 으···, 카드에 지하철 탈 돈이 남았었나?


마침내, 꽤 예전 모델의 교통 카드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단말기에 갖다 대었다.


- 어린이입니다.


후아.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볍게 개찰구를 뛰어넘더니 고개를 붕붕 돌리며 남자의 흔적을 좇았다.


개찰구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는지 그가 보이지 않는다! 두 갈래의 길에서 그를 놓친 것이다. 사당 방면인지, 아니면 왕십리 쪽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아무 곳이나 가까운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사당 방면 플랫폼에 도착하자, 반대편 스크린 도어 사이로 가을 점퍼가 보인다. 공교롭게 열차도 들어서고 있었다! 잽싸게 계단을 뛰어 올라 반대편으로 전력질주하여, 문이 닫히기 직전 가까스로 열차에 탑승했다.


헉헉. 가쁜 숨을 내쉬며 열차 칸을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출입문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는 그 남자를 발견했다.

모른척 하고 그를 지나 좌석 쪽으로 갔지만 키가 닿지 않아 손잡이를 잡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의자 끝에 달린 봉을 잡은 채, 그 남자로부터 대각선 방향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 얘! 여기 공간 남는데 내 옆에 앉으렴.”


“아, 아뇨. 괜찮아요.”


한 차례 사양에도 불구하고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젊은 여성이 슈의 손을 잡고 자기 옆으로 끌어당긴다. 어거지로 몸을 구겨 자리에 앉게 된 슈는, 이제 고개를 대각선 뒤로 돌려야만 남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열차가 설 때마다 여성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보니, 그녀가 슈를 바라본다.


“내가 그렇게 이쁘니?”


“네? 아, 아뇨.”


뭐라는거야, 이 아줌마?


“아니라고?”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노선도 보고 있었어요.”


“장난으로 말했는데 너무 정색한다, 너? 어디 가는데?”


나도 모른다고. 제발 좀 그냥 놔둬요!


“음··· 그게, 저도 잘···.”


그러자, 출입문에 몸을 기대고 있던 사내가 뒤를 돌아 여성을 힐끗 보더니, 이어 슈를 쳐다보았다.


악!


슈는 급히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어디 가는 지도 모르면서 지하철 탄 거야?”


“···.”


“얘 좀 봐? 눈은 왜 감아? 너, 내 말 무시하니?”


아줌마, 조용히 좀 해요!


뚜벅뚜벅, 뚝.


발걸음 소리가 슈 앞에 다다르고 멈췄을 때, 열차도 동시에 멈췄다.


살그머니 실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니, ···핑크색 뱃지를 착용한 배나온 여성이 슈를 내려다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급히 뒤를 돌아봤다. 열차 문은 열려 있었고, 남자는 사라졌다!


“아, 아줌마! 여기 앉으세요!”


슈는 그 말을 내뱉고는 서둘러 달려 나갔다.


환승 교차로에서 출구 쪽으로 향하는 사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종종 걸음으로 간격을 좁혔다. 사내는 3, 4번 출구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먼저 앞지르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지!


반대편으로 뛰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내보다 먼저 밖으로 나왔다.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를 하며, 3번과 4번 출구를 번갈아 주시하였다.


3번이냐 4번이냐···. 4번이다!


4번 출구에서 가을점퍼가 삐져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 해당 출구와 직선으로 이어진 골목길 안쪽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골목길은 진행방향으로 경사져 있었고 매우 오래된 주상복합 건물이 골목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슈는 입구의 세탁소 앞에 설치된 거대한 입간판 뒤에 숨었다.


잠시 후, 골목 안으로 사내가 들어왔고 슈가 숨어있는 곳을 지나쳤다. 그의 뒷모습을 확인한 뒤, 거리를 좁히기 위해 조용히 뒤따라갔다. 그러다가 셔터가 닫혀진 기름 가게 앞에 다시 숨었다.


얼굴만 빼꼼이 내밀어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슈가 숨어있는 자리로부터 열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서더니, 주위를 둘러본 후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건물에 딸린 작은 커피숍이었다. 슈는 건물 맞은 편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 화단으로 가,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커피숍의 창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창가 너머로 의자에 앉아있는 그 사내의 얼굴이 보였고, 중절모자를 쓴 노년의 남성이 창가를 등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구수하고 달콤한 커피향이 슈에게까지 다가오는 듯 싶다. 그러고보니 아이스크림 때문에 점심도 걸렀는데···. 배고프다.


사내는 한 동안 중절모 노인의 말을 듣는 듯 하더니 이내 인상을 쓰며 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감정이 격해졌는지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고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사내가 거칠게 커피숍 문을 열고 나와 건물을 따라 골목길을 내려가더니, 상점들 사이 주거지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성질 좀 있어보이네. 자, 누구를 따라가야 한담?


슈는 아파트로 올라간 사내와 아직도 커피숍에 앉아 있는 노인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사내를 따라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아파트는 복도식으로 경사로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었다. 좁은 복도 사이엔 통행에 방해될 만큼 여러 잡동사니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사내의 흔적을 찾던 중, 위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잽싸게 반대편 계단으로 올라가, 폐지들을 쌓아놓은 박스 뒤에 숨었다. 하지만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몸을 일으켜 복도를 바라봤더니, 아뿔사! 경사로를 타고 지어진 건물이다보니 슈가 올라온 층과 사내가 올라간 층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슈는 다급히 미로처럼 얽혀있는 복도의 끝으로 달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마음이 급해진 듯이 발소리를 크게 내며 계단을 내려가 코너를 도는데,


“악!”


코너를 돌자마자 사내의 손이 우악스럽게 슈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꼬맹이, 너 누구냐?”


“우으···.”


“아까 편의점에서 보던 놈이네? 우연히 여길 온 건 아닐테고.”


“···!”


“너, 누구야? 누가 보내서 온 거냐?”


하아하아..


그는 멱살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살짝 들어올렸다. 겁에 질린 슈는 아무말도 못하고 숨만 짧게 내쉬었다.


사내와 눈을 마주칠까 두려웠는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엔조정밀?


그의 가을 점퍼 왼쪽 상단에‘엔조정밀’이라는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사내는 슈의 등에 붙어있는 파우치 백을 끌러내리고 바지 주머니를 뒤집었다. 천원, 오천원 지폐 두어 장과 동전 몇 개, 그리고 구형 교통카드가 전부임을 확인한 그는, 이제 파우치 백의 지퍼를 열기 시작했다. 그 때,


“무슨 일입니까?”


멱살 잡힌 슈가 간신히 눈을 떠 앞을 보니, 사내 너머로 검정 양복 차림에 하얀색 사각형 카라를 한 풍채 좋은 남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


“지금 아이의 멱살을 잡고 계신 듯 한데, 어떤 일로 그러시는지요?”


“···신부님이시군요. 별일 아닙니다.”


“애가 고통스러워 하는데 별일 아니라니요? 일단 그 손 내려놓고 말씀하시죠.”


사내가 슈의 멱살을 풀었다. 하지만 슈의 파우치백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었다. 로만칼라 차림의 신부는 그냥 보낼 생각이 없는지, 사내를 쳐다보며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듯 팔짱을 꼈다.


사내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신부에게 입을 열었다.


“···이 동네 사는 아이가 아닌 듯 한데, 우리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한참을 기웃거리더니 저와 몸을 부딪혔습니다. 소매치기가 아닌가 싶어 확인하던 차였습니다.”


“그 파우치백이 형제님 것입니까? 이 아이가 그걸 가져갔고요?”


“이건 제 꺼에요.”


아무말 않던 슈가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떨어져 있는 돈은?”


“그것들도 제 꺼···.”


그 말을 듣자, 신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형제, 아니 선생님. 말씀하신 것과 제가 목격한 것이 서로 달라 보이는 군요. 아무래도 같이 좀 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신부님···, 신부님이 생각하는 그런 것 아닙니다. 그냥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부는 말없이 사내를 지긋이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 아파트 주민이십니까?”


“네, 504호에 삽니다.”


“504호면 여기서 한참 먼 복도층인데,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것도 있으니 주민이라고 그냥 넘어갈 수 없겠네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 테니 선생님께서 이해바랍니다.”


신부가 경찰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올리자,


안되겠다!


“엇!”


“얘! 꼬마야, 기다려!”


슈는 잽싸게 사내의 손에서 파우치백을 낚아채고, 아래로 뛰어 내려 달아났다.


헉헉.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온 슈는 곧장 골목아래로 달리기 시작했다. 골목의 끝을 벗어나 바로 이어진 큰 대로를 무작정 횡단하는데, 클락션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더니 흰색 소형 덤프트럭이 슈를 덮치고 있었다.


가만···. 이럴 때 어떻게 했었더라?


슈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왜 갑자기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지? 시, 실드였나?


편의점에서 떠올랐던 기억의 한 조각이 머릿 속에서 끄집어내졌다. 오른 쪽 눈이 밝게 빛나며 흰색과 주황색이 뒤섞인 빛이 그의 손에서 휘몰아쳤다.


그 순간 덤프트럭은 반투명한 막과 충돌을 하며 거대한 소리를 냈고, 슈는 반탄력의 충격으로 튕겨나가며 의식을 잃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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