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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기억하는마법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민트소
작품등록일 :
2021.05.12 14: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1:1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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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0,872

작성
21.05.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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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화. 13년 전: 뒤바뀐 아이 (5)

DUMMY

6화.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선생님.”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권실장에게 나는 말없이 아이스박스를 건넸다.


“예정보다 일찍 수술이 진행되어서 뒤늦게 소식을 들은 저희들이 좀 당황했습니다. 오 선생도 없이 단 세 명이 이식수술을 진행하리라곤 생각도 못했고요.”


살짝 미심쩍어하는 권실장에 이어 원장이 추가로 말을 보탠다.


“그래 이 친구야, 수술 들어가기 전에 미리 언질을 줬으면 좋았잖아. 그러면 옆에서 참관도 할 수 있고 말이야.”

“너무 급한 상황이다보니 비밀을 엄수할 생각에 미리 보고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원장님.”

“아니, 질책하려는 게 아니라 대견해서 그런거지. 자, 앉게. 매선차 한 잔 줄까?”

“괜찮습니다. 물이나 한 잔 주십시오.”

“그래, 한밤중에 산도 높은 음료가 좋지는 않지. 허허.”


원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유리컵에 생수를 따랐다. 절반을 따르더니, 나를 한 번 바라보고 이내 가득 채운다.


“그래, 박과장은 군말없이 잘 하던가?”

“예, 박과장님 덕분에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 박과장 그 친구 말이야, 실력 좋은 거야 다 알지.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뻣뻣해서 어디 큰 일을 맡을 수 있겠어? 아니면 아닌거지, 병원까지 그만두고 그래? 김선생 전임의 때 박과장이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


“네, 사실 박과장님께서 저 이식외과 복수전공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셨었습니다.”

“쯧, 김선생이 많이 아쉽겠네. 이젠 못 볼 테니.”

“···네?”


“아니 내 말은, 박과장 미국으로 돌아갈테니 한동안 만나기 어렵지 않겠냐는 뜻이야.”




* * *


그 날 아침.

의국에서 잠깐 눈을 붙였던 나는 VIP병실로 향하고 있었다. 사망으로 처리된 아기의 산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병원 측에서 알아서 했을 테지만, 그래도 담당의사로서 내가 가서 사망 진단을 통보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관 최상층에 다다르자, 양복차림의 떡대 두 명이 길을 막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소아외과의 김수만입니다. 1201호 환자를 만나뵈러 왔는데요.”

“사전에 허가되지 않은 방문객은 면회가 되지 않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니들은 내가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게 안보이냐? 그리고 좀 전에 소아외과의라고 하는걸 듣지 못했나 보구나?


“환자분 아드님 담당의사입니다. 주치의로서 보호자를 만나는데 허가를 받을 필욘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더구나 제가 속한 이 병원에선 말입니다.”


“저희 명단에 기재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 포함 그 누구든 입장시키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 그 명령을 누가 내렸답니까, 이 병원에서?”

“자꾸 이러시면 저희가 완력을 사용할 수도 있···”

“보내드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권실장이 복도 끝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제가 안내해 드리죠.”

“···.”

“이쪽으로.”


권실장을 따라 두꺼운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나 1201호실에 들어서자, 벽면과 바닥이 대리석으로 장식된 응접실이 보였다.


하루 570만원짜리 병실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의료 서비스보다 사생활 보호비용이라더니, 과연 발소리와 목소리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응접실을 지나 침실로 들어서자, 30대 초반의 여성이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그녀는 화장기 없는 파리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소은. 환자의 이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한소은 산모님. 소아외과 김수만입니다.”

“···.”

“···이미 들으셨을지 모르지만, 아드님께서 어제 출생 후 선천성 엡스테인 심기형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도가 심각하여, 삼천판(우심방에서 우심실로 연결되는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고려하던 중, 21시 07분 경 폐동맥 판막 폐쇄로 사망하였습니다···.

저희 의료진은 사태를 파악하고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죄송합니다.”


그녀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한소은은 내가 브리핑을 하는 동안 어떤 미동도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일부러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그녀도 알고 있으리라.


“···아드님 시신의 인계나, 장례 절차는 산모님과 유가족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처리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그럼···.”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깊이 숙이고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 때,


“아기..”

“···?”

“아기얼굴···, 이뻤나요?”


제왕절개 당시 마취상태라 얼굴도 못 본 모양이다. 안타깝다. 나 또한 수술에 온 정신을 쏟다보니 아기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사실 당신의 아기는 살아서 옆 동 신생아실에 있습니다. 가서 확인해 보세요! 라고 외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네.”

“···!”

“예뻤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병실을 나오니, 권실장이 잠깐 보자고 한다. 바로 옆 병실에 붙어있는 응접실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들은 이 비싼 VIP병실을 두 개나 사용하고 있었다. 그놈의 보안이 뭔지.


“그룹에서 김선생님을 위한 위로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원래 시간이 좀 걸려야 하겠지만, 제가 이런 쪽은 신속하게 하자는 주의라서···. 마음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


“어떤걸 좋아하실지 몰라 제가 임의대로 준비해 봤습니다. 이쪽은 무기명 채권이고, 이건 대포통장입니다. 세탁된 통장이니 안심하시고 조금씩 김선생님 계좌로 이체하시면 됩니다.”


5억. 에크모 코드 뽑고 거짓으로 사망 진단서 떼준 가격. 사람 생명의 목숨값이다.


거기에다 조만간 생길 판교 아파트까지.

인생 역전까진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 그려진 대신, 입맛이 쓰다.




* * *


3주 후.


아기는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빨랐다. 새로 이식된 심장은 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봉합된 자리 실밥도 제거했다.


몸무게도 많이 불어 2.5kg가 되었으니, 이제 병원 밖으로 나가도 될 것 같다.


면회시간이 되어 중환자실 안으로 이정우, 임시연 부부를 불렀다.


“내일 퇴원해도 좋습니다.”


부부는 기쁨에 차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고 있는 아기를 내려다 보았다.


또래 아기들보다 유난히 작아보이는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보통 갓 태어난 아기는 주름이 져 얼굴이 뭉개져 보이는데, 이 아기는 이목구비가 매우 또렷하다.


임시연 산모가 아기 손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자, 꿈틀거리며 이내 자그마한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맞잡았다.


자신의 손가락을 쥔 채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보며 임시연의 표정엔 행복함만이 가득한 듯 보였다.


“저 선생님, 그런데···.”


이정우씨가 말을 걸었다.


“그···, 저희 아기에게 신장 기증해 주신 가족분들 좀 만나뵐 수 있을까요?

그분들 아기 그렇게 돼서 저희 애가 살았는데..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조의도 표하고 싶고요.

혹여나 경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저희가···.”


“하하, 말씀은 잘 알겠는데요, 법적으로 공여자와 수혜자간의 교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두 분의 마음은 제가 잘 알겠으니, 그 마음으로 아기 잘 키우시기 바래요.”


“선생님, 우리 아기 눈 떴어요!”


임시연 산모가 손으로 아기를 가리키며 외쳤다.


아기는 조막만한 머리에 비해 제법 큰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른 쪽 눈동자에서 푸른 빛이 돌았다.


홍채 이색증.

처음 눈을 떴을 때, 한 쪽 눈이 파랗길래 시력에 문제가 생겼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우에 불과했다.


부부에겐 망막변증 치료로 인해 색소 농도가 낮아진 것 같다고 둘러댔었다.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계속 보다보니 나름대로 매력이 있더라구요. 오드아이라니, 마치 신화에 나오는 아이 같잖아요?”


확실히 저 검푸른 눈동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계속 쳐다보고 싶어질 정도니까.


참 이쁘게 태어났다.


다행이다. 친엄마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어서.


이제 이 아기하고도 안녕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크렴.


부부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임시연 산모가 아, 맞다!하면서 말을 건다.


“선생님 저희 아기 이름 지었어요, 저기.”


나는 임시연 산모의 손가락을 따라 아기 침대에 붙어있는 차트를 읽었다.


[이정우, 임시연의 아들 이시우]




* * *


바에 앉아 직원이 직접 만들어주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용하고 아늑한 일등석 라운지는 이코노미만 타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줬다.


3년 전, 학회에 참석하러 프랑스에 갈 때, 내 직업이 의사임을 안 승무원이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줘 팔자에 없는 호사를 누려봤었다.


휴가철이라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딱 한 종류만 제공되는 와인을 마시며,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한껏 기분을 냈던 기억이 난다.


돈이라는게 참 좋긴 하다. 다른 이와 차별된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죽자살자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며칠 전 권실장이 나에게 건네준 일등석 항공표를 다시 꺼내 봤다.


도무스 항공. H그룹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킨 도무스 넷(Domus Net)의 자회사다.

항공 및 운송업계 1티어 업체라 일등석 좌석은 초호화라 들었다.


여행의 명목은 6개월간 해외 연수다. 말이 연수지, 거의 휴가라 봐도 과언이 아닐 터.


박과장은 얼마 전 미국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날 중국집에서 단 둘이 전가복을 먹으며 연태고량주를 각각 큰 걸로 두 병씩 비워냈다.

짐싸는 걸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찾아가서 술만 푸다 왔다.


소간호사는 병가를 신청했다. 아무래도 심적 고통이 심한 것 같다.

기분 좀 풀어줄 겸해서 연락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칵테일잔을 쥐고 있던 오른손을 펼쳐보았다.


그날 이후로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증강현실 같은 홀로그램과 머릿속 영상은 수술할 때마다 나타나곤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집도한 수술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도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지금도 난감하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해봐야 할 듯 싶다.


“고객님, 곧 런던행 탑승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준비되시면 저희가 게이트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태블릿을 든 채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태블릿에는 CNN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어폰 좀 끼지, 매너없게시리···.

속으로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태블릿 속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서 낯익은 사람의 이름이 들려왔다.


- ···의 실수로 영양 주사를 맞으러 온 임산부의 태아를 낙태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12년 전, 샌프란치스코의 K 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던 제임스 박 박사는 낙태 수술을 원하던 다른 환자를 착각해,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영양제를 처방받으러 온 그레타씨에게 어떠한 동의 없이 중절 수술을 진행하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해당 의사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지금껏 캘리포니아와 한국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겨 계속 진료를 이어왔던 것으로···.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제임스 박 박사는···,


- 속보입니다. 12년 전 임산부를 착각해 낙태시술을 한 제임스 박, 한국명 박상철씨가 오늘 새벽 3시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음독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 h의료원 산부인과장으로 진료를 해왔던 박씨는 최근 미국에서···.


- 박씨의 유서로 추정되는 자필 문서엔, 그동안 12년 전의 실수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왔···.


쾅!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출국안내를 해주던 직원을 찾았다.


“저기···!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탑승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편을 예매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잠시만요, 고객님. 변경하실 목적지가 어디십니까?”

“미국, 샌프란치스코나 엘에이! 제일 빨리 뜨는 걸로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되었습니다. 이 티켓을 가지고 아까 체크인 했던 곳으로 다시 가시면 됩니다. 여기 직원이 고객님과 동행할 거에요.”


한시가 급하다!


나는 가방을 둘러메고 옆에 있던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서둘러 라운지를 나섰다.






그 후로 오랫 동안, 난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작가의말

EP 2. 13년 전: 뒤바뀐 아이 끝.

EP 3 부터 다시 현대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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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채수영 경위 21.06.05 85 2 19쪽
29 29화. 남서부 강력팀 21.06.04 101 1 10쪽
28 28화. Lacri Dei 오리지널 (2) 21.06.03 102 1 12쪽
27 27화. Lacri Dei 오리지널 (1) 21.06.02 117 1 13쪽
26 26화. 각성 (3) 21.06.01 1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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