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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기억하는마법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민트소
작품등록일 :
2021.05.12 14: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1:1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215
추천수 :
292
글자수 :
280,872

작성
21.05.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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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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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9화. 소년은 자라지 않는다. (3)

DUMMY

서진은 슈가 건네주는 돈뭉치를 받아들고 서둘러 세며 물었다.


“깡돌 쓰러지고 나서, 걔 방 뒤져서 가지고 나온 거야. 첨엔 내가 받을 돈 4만원만 가져가려 했는데···, 나한테 한 짓이 너무 괘씸해서 그냥 다 들고 나왔어.”


“오오!”


“아, 그리고 이것도···, 한 병 더 있더라고. 이건 나중에 돈 떨어지면 팔자.”


은색 펄 문양의 라크리데이 박스다.


“크크크. 잘했어! 세상에 이게 다 얼마야? 오십 삼만···에 라크리데이까지! 와, 우리 애기! 참 잘했어요!”


서진이 과장스럽게 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더니 엉덩이를 팡팡 두들긴다. 슈는 인상을 쓰며 서진의 손놀림을 저지하였다.


“하지 말라고!”


“히히, 좋으면서 앙탈은. 돈도 충분하니 일단 배나 채우자.”



슈를 이끌고 청계천에서 나와 동대문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둘은 먹거리 장터 입구에 위치한 분식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서진은 깻잎이 고명으로 얹어진 종로떡볶이와 각종 튀김을 시켰다.

혀가 매운 듯 후후 불어가며 순식간에 떡볶이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우고 추가 주문을 하려다, 문득 옆에 앉은 슈를 돌아보았다.


슈는 어묵 꼬치 하나를 깨작거리며 먹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아직도 화났냐?”


“···.”


“어휴, 내가 미안해! 됐지? 그러니 이제 좀 팍팍 먹어!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냥 좋아서 한 건데 그게 그렇게 싫어?”


입 안에 한참 전부터 우물거리고 있던 어묵을 꿀꺽 삼키고 슈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같으면 장래를 약속한 신부한테 어린애 취급 받으면 좋겠냐?”


“···.”


서진은 하아···하고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비스듬이 슈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치원 때 했던 그 고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너도 참 대단하다.”


“···처음이었으니까.”


“···!”


“아빠 엄마 말고 나 좋다고 한 사람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고보니 내내 궁금했던 건데, 물어봐도 돼?”


“...뭔데?”


“왜 나한테 나중에 커서 결혼하자고 한거야? 뭐, 그땐 어린 아기 때니까 그럴 수 있다해도, 나 말야···.

유치원 처음 들어갔을 때, 아무도 내 옆에 오려하지 않았잖아. 한쪽 눈 색깔이 다르다고···. 그 때 유일하게 나한테 다가와서 말 걸어주고 같이 놀아준 사람이 너인데, 너 왜 그랬어? 나 이상하지 않았어?”


“···이상했지, 졸라 이상했지.”


근데 왜?”


서진은 빈 떡볶이 접시에 시선을 두고 포크로 애먼 접시를 긁으며 조용히 말했다.


“···잘 생겨서.”


“···?”


“네가 우리 유치원에서 제일 잘 생겼었으니까. 예전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남자는 능력도 성격도 다 필요없대. 일단 잘 생기고 봐야 된다고···. 근데 유전인지 나도 똑같더라고.”


“쿡쿡, 뭐야 그게···.”


슈가 보조개를 피우며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이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처웃지 마. ···심장 떨어져.”

“헐···?”


그러더니 이번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슈를 도발했다.


“그땐 그랬는데···, 어찌 너는 그 때 유치원생 얼굴에서 변한게 없냐? 이래선 결혼이 아니라 내가 너를 입양해야 할 거 같은데? 큭큭.”




* * *


지하철 사물함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은 둘은 밖으로 나와, 해가 질 때까지 대학로 근처를 배회하였다.


슬슬 노을이 질 무렵, 서진이 휴대폰으로 sns에 뭐라 적더니 답이 온 것을 확인한 후, 어느 한 클럽이 있는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슈는 서진의 그런 행동이 익숙한 듯,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가 그늘 속에 숨었다.


잠시 후, 한 청년이 두리번 거리며 골목으로 오더니, 서진에게 알록달록한 꾸러미를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서진은 청년에게 5만 원권 몇 장을 쥐어 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골목에서 나온 서진은 슈와 조우하고 대학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저렴한 모텔로 향했다.



“곤란한데···.”


“아니, 왜요? 법이 바뀌어서 이젠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하다고 뉴스에서 봤어요.”


“그건 그런데, 너희들 이성간이라 혼숙은 안돼.”


“어휴! 그래서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얘는 제 친동생이라고요. 이성이 아니라.”


카운터에 있던 젊은 남성은 서진의 학생증을 살펴보며 대화를 하다 옆에 있는 슈를 돌아보며 말했다.


“얘, 너 이름하고 나이 좀 불러보렴.”


“ㅇ, 연시우라고 해요. 나이는 ··· 11살이고요.”


“그러니까···, 네 이름은 연서진, 15살 중학교 2학년이고 얘는 11살 네 동생인데, 둘이 서울에 왔다가 돌아가는 기차를 놓쳐서 하룻밤을 묵겠다 이거지?”


“네.”


“너도 뭐 학생증 같은 거 없어?”


“아저씨! 초등학생이 학생증 같은게 어딨어요?”


“뭐··· 그래. 그러면 전화 한 번만 해보자. 너희 부모님 번호 좀 불러봐.”


“010-9657-****···.”


남성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음성메시지로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는데?”


엄마 교회에 가셨을 거에요. 이 시간에 가시면 예배 때문에 전화기를 꺼놓으시거든요.”


“그럼 아빠 번호.”


···저희 아빠 안계세요.”


서진은 곧바로 슈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누나아~ 나 졸려어···.”


“어, 조금만 기다려. 올라가서 자자.”


“크흠···, 그래? 그럼 확인전화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여기 열쇠, 307호야. 내일 오전 10시까지 방 비워줘야 한다?”




* * *


슈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위로 다이빙을 해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입을 열었다.


“후아··· 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전화번호는 어떻게 한거야?”


“어떻게 하긴, 내 번호 알려줬지. 들어오기 전에 전화기는 미리 꺼놓고.”


“우아~ 천잰데?”


“후후. 그러니 이제 알아서 누님으로 모셔라, 응? 그리고 이왕 낮출거면 한 9살 정도로 말하지 11살이 뭐냐?”


“어딜봐서 내가 9살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무슨 땅꼬마냐!”


“하여간, 어떻게 해서라도 나이들어 보일려고 하긴 쯔쯔.”


둘이 서로 툭탁거리던 중, 복도에서 남성 둘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 내가 제대로 확인하라고 했어, 안했어?


- 사장님, 애들 부모가 전화를 안받는데 어떻게 해요? 그리고 딱 봐도 남매같던데.


- 햐, 이놈 보게? 좀 더 있으면 돗자리라도 깔겠다? 그리 관상을 잘 보는 놈이 저번에는 미성년자들한테 술 팔아서 모텔 영업정지까지 먹게 했냐?


- 아니, 사장님! 옛날 얘긴 또 왜 하고 그러세요? 걔네들이 일부러 저 엿먹일려고 그런 거라니까요. 그 일로 저 반성 많이 했다고요.


- 반성을 한 결과가 이거야?


대화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이내 방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서진과 슈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얘들아, 쉬는데 미안하지만 이 아저씨가 확인을 좀 해야겠다. 너희 주민번호 좀 불러봐라.”


“주민번호는 왜요? 그거 개인정보라서 아무에게나 알려주면 안된다고 배웠어요.”


“그래, 똑똑해 보이니 이 아저씨가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그럼 지금 지구대 아저씨들 부를테니까, 경찰 아저씨 있는 데서 말하렴.

그게 아니면 너희 둘이 친남매라는 걸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해 줘야겠다.”


“아니, 하룻밤 묵는데 뭐가 이리 복잡해요?”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어른들 법이 원래 그래. 문제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거든.”


중년 남성의 딱부러지는 인상과 말투로는 편법이 전혀 먹힐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서진은 벌떡 일어나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슈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 됐어요! 내 참 더러워서. 딴데로 가면 되지. 여기 아니면 묵을 데가 없을까?”


“왜? 경찰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서진이 슈를 데리고 방문 밖을 나서려고 하자, 중년 남성은 팔짱을 낀 채, 서진과 슈를 막아섰다.


“···왜요? 그냥 가 준다고요!”


“너희들, 사실대로 말해 봐. 가출했지?”


“···!”


“내가 숙박업 하면서 온갖 더러운 짓들 많이 보고 그냥 넘겨왔지만, 딸자식 있는 애비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거든. 너, 담임 선생님 이름 대. 거기 남자애는 부모님 연락처 말하고.”


“아저씨가 뭔 상관이에요? 아 씨발···, 비켜요!”


“안돼. 너희 둘 신상정보 말하기 전까진 못나가. 경수야, 지구대 박순경한테 연락해라.”


“아, 씨발 꼰대가 뭔 오지랖이야! 댁 애들이나 잘 키워요! 나중에 우리처럼 길바닥에 나앉게 하지 말고.”


“너희들 길거리 떠돌게 하지 않으려고 그런다. 그러니 잠자코 방에 앉아 있어.”


“사장님, 박순경님 곧 이리로 오신대요.”


경찰이 오고 있다는 소리를 듣자, 다급해진 서진이 중년 남성에게 말했다.


“아저씨, 아까 저희가 낸 방 값, 다시 안받을게요. 그러니 그냥 보내주기만 하세요.”


“무슨 소리? 경찰 오고 나서 문제 없으면 재워줄거고, 가출한 거면 돈 돌려줄거야.”


“그냥 저희 나간다구요! 돈도 돌려받지 않는다니깐요?”


“그렇게 말하니 더 수상한데? 너희들, 가출말고 다른 범죄도 저질렀나 보구나?”


“···!”


“말 못하는 걸 보니, 뭔 짓이라도 했나보군. 집 나와서 도둑질이라도 한거냐? 아님, 환각제라도 복용했어?”


“이익···. 얘 얼굴을 좀 봐요! 이런 코흘리개 꼬맹이가 약 같은거 하게 생겼어요?”


서진이 슈를 가리키며 반박하자, 슈는 순간 멀뚱거리며 서진과 중년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난 후, 자기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중년 남자를 올려다 봤다.


“···크흠. 도둑질이나 약을 했다고 말하는 게 아냐.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 없다면 경찰에게 당당하게 말해도 문제 없겠지. 너희들 거기 있는 가방 좀 보자.”


“가방은 왜요?”


“뭐가 들어있을지 어떻게 알아? 야, 경수야! 박순경 왜 아직도 안 와? 다시 전화해 봐!”


싫어요! 악을 쓰며 자신의 백팩을 사수하다 결국 중년남성의 힘에 굴복하여 뺏긴 서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침대에 주저 앉았다.


중년인은 백팩의 지퍼를 열고 거꾸로 들어 흔들었다. 가방 속의 내용물이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음···!”


“..사장님.. 이건 좀···.”


백팩에서 나온 물건은 작은 노트 한 개와 펜, 그리고 여자 속옷들과 생리대 뭉치가 전부였다.


“잠깐, 네 것도 좀 보자!”


중년인은 슈의 크로스 백도 열어보았다. 크로스백 또한 그가 평소에 메고 다니던 작은 파우치 백과 속옷 그리고 양말이 전부였다.


단기 여행에나 꾸릴법한 평범함 소지품에 별 말이 없어진 두 남성과 대치하던 서진은, 곁눈질로 뒤쪽에 얌전히 있던 슈를 힐끗 쳐다보았다.


슈의 오른쪽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반짝이고 있음을 보았다.


서진은 정신을 차린 듯 일어서서 삿대질을 하며 두 남성을 향해 독하게 말을 쏟아냈다.


“아저씨들 변태 맞죠? 여자애들 생리대 냄새 따위나 맡으면서 자위나 하는···. 뭐 그런게 취향인 부류인가?”


“무슨? 얘! 그런게 아니라···, 어휴! 오해였다. 미안해.”


“아저씨, 이거 사생활 침해인거 아시죠? 남의 소지품을 허락없이 열어보고! 게다가 지금 저한테 어마~어마한 수치심을 줬어요. 이거 미성년자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에요!”


“뭐? 얘야! 내가 고의가 있어서 한게 아닌걸 알잖니. 일단 미안하게 됐다. 그러니 조금 있다가 박순경 오면···.”


“됐어요! 고소당하기 싫으면 그냥 지금 우리 보내줘요! 아니면 경찰서 가서 다 불어버릴테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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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추격 (1) 21.06.06 91 2 16쪽
30 30화. 채수영 경위 21.06.05 86 2 19쪽
29 29화. 남서부 강력팀 21.06.04 101 1 10쪽
28 28화. Lacri Dei 오리지널 (2) 21.06.03 102 1 12쪽
27 27화. Lacri Dei 오리지널 (1) 21.06.02 117 1 13쪽
26 26화. 각성 (3) 21.06.01 138 3 11쪽
25 25화. 각성 (2) 21.05.31 138 5 14쪽
24 24화. 각성 (1) 21.05.30 148 4 14쪽
23 23화. 마법사 (4) 21.05.29 141 6 9쪽
22 22화. 마법사 (3) 21.05.28 153 2 13쪽
21 21화. 마법사 (2) 21.05.27 151 6 13쪽
20 20화. 마법사 (1) <-- 소제목 변경 21.05.26 156 6 15쪽
19 19화. 도박장 (4) 21.05.25 15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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