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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연재수 :
1,0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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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47,234

작성
21.09.2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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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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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적백 내전 4

DUMMY

블라디미르가 조용히 말했다.


"예카테리나, 너라도 돌아가."


"뭐? 싫어! 왜 나만 돌아가?"


"넌 여자잖아."


그 말에 예카테리나가 화를 냈다.


"그런게 어딨어? 난 절대 안 돌아가! 여성도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어!"


블라디미르와 안드레이는 둘다 속으로 욕이 나왔지만 예카테리나가 고집을 부리는데 놔두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예카테리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꼭 노동 계급의 여성도 해방시킬 거야. 난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둘 다 해방되고 평등하게 &%*$%"


블라디미르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안 돌아갈테니까 그만해."


다음 날, 이들은 참호를 보수했다. 니콜라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군 녀석들이 전차를 지원받았단 정보가 있다! 참호를 더 깊게 파야 해!"


"전차?"


"철갑을 두르고 포를 쏘아대는 강철 괴물이지..기관총도 전차에는 순식간에 파괴된다더군!"


"우린 기관총도 하나 밖에 없는데..."


블라디미르는 조준경을 장착해둔 자신의 소총을 옆에 기대어둔 상태로 야전삽으로 단단한 땅을 팠다.


'그래도 조준경도 있으니까 저격수로 활약할 수도 있겠지?'


예카테리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안드레이가 말했다.


"예카테리나! 좀 쉬어!! 우리가 할게!"


퍽! 퍼억!


"아냐...나도..할 수 있어..."


예카테리나는 입술이 부르텄고, 잘 못 먹어서 발뒤꿈치도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였다. 발은 팅팅 부어서 걸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쓸려서 피까지 났다.


온 몸에 이가 생겼지만 목욕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자지 못한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몸도 지치고 뇌의 기능도 점점 떨어져가는 기분이었다. 두개골 속에서 돌맹이 하나가 뇌를 짓누르고 아프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예카테리나는 계속해서 삽을 휘두르다가 참호에 주저앉았다.


"헉...허억.."


잠시 뒤, 블라디미르는 휴식을 취하며 조준경이 달린 자신의 소총으로 멀리 보이는 곳을 겨냥해보았다. 조준경도 그닥 썩 좋은 품질은 아니었기에 왜곡된 부분이 보이기는 했지만, 마음이 든든했다.


'좋았어! 나는 특등 사수가 되는 거야!'


그 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안드레이가 수근거렸다.


"전차 오면 우리 좆된 거야! 셋 다 뒤질거라고!"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조준경 달린 소총을 자랑하듯이 들어올리고는 말했다.


"내 조준경 달린 소총이 있으니 괜찮아! 이걸로 조종수 대가리를 정확히 명중시키는거지!"


"네 소총 제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있어?"


"기름칠도 하고 강선도 모두 닦아놨으니 잘 작동할거야!"


안드레이는 한숨을 쉬었다. 예카테리나는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든 상태였다.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이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드득 드드득 드득


"놈들이다!!"


"빨리!! 빨리 자리잡아!!"


삼인방도 소총을 들고는 빨리 참호로 달려갔다.


'드..드디어!!'


공포심과 기대감으로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이들은 잽싸게 참호에서 소총을 겨누었다.


"전차다!! 전차야!!"


순간 삼인방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끼긱 끼기긱 끼기기긱


마크 IV 전차 한 대가 이들을 향해 천천히 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백군이 따라오고 있었던 것 이다.


'저..저게 뭐야!!'


그 때, 좌측에서 기관총 사수가 외쳤다.


"기관총 고장!! 사격 불가!!"


"으아아악!!"


적군은 천천히 다가오는 마크 IV 전차를 향해 사격했다.


탕!


타앙!


하지만 총알은 그저 튕겨나갈 뿐이었다.


"내 총이 안 나가!!"


마크 IV 전차 뒤로는 백군이 따라오고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재빨리 자신의 소총을 마크 전차 정면에 있는 닫혀있는 전차장용 관측창을 향해 겨누고 발사했다.


타앙!


정확히 맞지 않은 것 인지 마크 IV 전차는 계속해서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다시 관측창을 향해 소총을 겨누고 발사했다.


탕!


적군 참호 사방에서 동시에 소총이 발사되었고 이 소리는 귀청을 찢어놓는 것 같았다. 특히 근처에서 아군이 소총을 발사하면 누군가 망치로 고막을 직접 두들기는 것 같았고 대충 파둔 적군의 참호 여기저기가 연기로 뿌옇게 되었다.


그럼에도 마크 IV 전차는 잠시 멈추지도 않고 느릿느릿 계속해서 이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기껏 뒤질 위험 감수하면서 설치한 철조망들과 나무토막들은 모두 전차 밑에 짓밟히고 있었다. 그 때, 마크 IV 전차가 기관총을 발사했다.


드륵 드르륵 드륵


뿌연 먼지 속에서 불꽃이 번쩍거리며,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적군들이 픽, 픽 쓰러졌다. 삼인방은 잽싸게 참호 속으로 대가리를 숙였다.


안드레이가 외쳤다.


"후퇴해야 해!!"


"지금 나가면 총 맞아!!"


마크 IV 전차는 기관총을 긁어대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드륵 드르륵 드륵


끼긱 끼기긱


블라디미르가 외쳤다.


"놈들이 이 참호 건너가면 수류탄 던지자!!"


안드레이가 외쳤다.


"이 병신 같은 참호가 저 무게를 버틸거 같냐? 여기까지 오면 우린 다 깔려서 뒤져!!"


"으아악!! 아아악!!"


세 명은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었다. 니콜라이가 외쳤다.


"좀 더 오면 수류탄 던져!!"


그 말에 삼인방은 허리춤에 있던 수류탄을 꺼내서 핀을 뽑고는 던졌다. 하지만 셋 다 터지지 않았다.


"왜 안 터져!!"


"핀 뽑았냐!"


"핀 뽑아도 안 터진다!"


드륵 드륵


그 때, 예카테리나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며 외쳤다.


"이 성냥으로 끝을 문질러야 점화된다고 했어!!"


안드레이는 떨리는 손으로 수류탄의 핀을 뽑고는 성냥을 대충 비비고 잽싸게 수류탄을 던졌다.


쾅!


수류탄은 전차가 있는 곳까지 던져지지도 않았고 워낙 품질이 안 좋아서 폭발도 약했다.


니콜라이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더 가까이 오면 던지라고!! 아직 던지지 마!!"


그 때, 마크 IV 전차가 정차하고 총격도 멈추었다.


'뭐..뭐지?'


하지만 다시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드륵 드륵 드륵


총알이 참호에 쌓아둔 모래주머니 여기저기 박혔다.


퍽! 퍼억!


"왜 멈춘거지!!"


안드레이는 직접 거울로 만든 잠망경을 위로 올려서 상황을 살폈다.


"저..저거 엔진에서 불나는거 아냐?"


마크 IV 전차의 관측창 틈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상부 해치가 열렸다.


"빨리 쏴!! 저 새끼들 탈출한다!!"


그 순간, 마크 IV 전차가 폭발했다.


쿠광!! 콰과광!! 콰광!!


마크 IV 전차의 파편이 삼인방이 있는 참호 근처까지 날라왔고, 삼인방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쉬잇! 쉿!


"숙여!!"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참호까지 풍겨왔다. 니콜라이가 외쳤다.


"도주한다! 모두 사격해!!"


마크 IV 전차 뒤에서 접근하던 백군은 모두 등을 내보이고 달아나고 있었다. 적군은 모두 이들을 향해 사격했다. 어떤 녀석들은 고개를 내밀지 않고 그냥 허공에다 사격하기도 했다.


탕!


블라디미르는 용감하게 참호 위로 머리를 내밀고 달아나는 백군의 등을 조준하고 총을 발사했다.


탕!!


탄피가 튕겨져 나왔다. 생각보다 반동이 있었기에 블라디미르는 순간 조준경에서 눈을 때고는 어깨를 움찔했다.


'마..맞은 건가?'


블라디미르는 조준경 안을 바라보았다. 맞은 건지 맞지 않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폭발한 마크 전차의 상부 해치에서 여전히 화염이 위로 솟구치고 있었고 조준경 안에 보이는 광경은 일렁이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 뒤로 백군이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블라디미르는 다시 조준경 안을 바라보며 멀어지는 한 백군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맞은 거야 뭐야!!'


폭발한 마크 전차에서는 계속해서 시커먼 연기가 나왔고, 삼인방은 켁켁거렸다.


"여기 누가 좀 도와줘!"


"이 친구 맞았어!!"


"으어..으으으..."


잠시 뒤 들것을 이용해서 부상자들을 마을 쪽으로 운반했다. 안드레이는 부상자들의 몸에서 총알을 빼내고는 대충 지혈하고 외쳤다.


"대충 응급 처치만 했지만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껄렁거리는 보리스는 동지들이 부상당했음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총에 기름칠을 하다가 블라디미르에게 물었다.


"이봐! 자네 총 뭐 달린건가?"


"조준경입니다!"


"뭐? 조준경이라고! 어디서 구했냐?"


"정찰 갔을 때 주웠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전투가 끝나고 삼인방은 마구간에서 오늘 사용된 총들에 기름칠을 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이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전차라는거 혹시 또 오면 어떻게 되는거지?"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내가 분명 몇 번 맞췄거든? 근데 꿈쩍도 안해! 분명히 맞췄단 말야!"


"예카테리나, 돌아가자."


예카테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총에 기름칠을 했다. 온 몸에 이가 가득했고, 갈아입을 속옷도 없었기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은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며칠만 있으면 지가 먼저 집에 가자고 하겠지. 쟤는 어릴 때부터 고집만 드럽게 셌으니까 굳이 설득하지 말고 냅두자.'


잠시 뒤, 블라디미르는 오줌을 싸러 밖으로 나갔다.


'뭐 먹을거라도 더 없나..'


그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흐아앙!! 으앙!!"


"가만있어!!"


블라디미르는 그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보았다. 그 곳에서는 아까 전에 보았던 한 소녀가 보리스에게 잡혀서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허..허억!!'


보리스는 블라디미르를 보고는 씨익 웃고, 그 소녀를 위로 들쳐매고는 어딘가로 걸어갔다. 소녀의 비명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퍼졌다.


"꺄아악!! 살려줘!!"


블라디미르는 눈을 크게 끔뻑거리고는 친구들이 있는 마구간으로 걸어갔다. 그 때, 예카테리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블라디미르는 예카테리나의 양팔을 잡으며 말했다.


"저..저 쪽으로 가지마!!"


하지만 다시 그 소녀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꺄아악!! 도와주세요!!"


예카테리나는 블라디미르의 팔을 뿌리치고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예카테리나!! 가지 마!!!"


예카테리나는 소녀를 들쳐매고 가는 보리스를 보고 입을 크게 벌리고 중얼거렸다.


"세..세상에...안돼!! 안돼!!"


예카테리나는 소총 개머리판으로 있는 힘껏 보리스의 등을 때렸다.


퍽!!


"으악!!!"


보리스가 소녀를 떨어트렸다. 예카테리나는 재빨리 소녀를 안았다.


"괜찮아?"


그 때, 블라디미르와 안드레이, 그리고 다른 적군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뛰쳐나왔다. 안드레이가 외쳤다.


"무슨 일이야?"


보리스가 예카테리나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이 망할 년이!! 안 비켜!!"


블라디미르와 안드레이가 보리스를 막아섰다.


"그만 둬!!!"


보리스가 목을 뒤로 젖히고는 외쳤다.


"이 애송이 새끼들이 아주 보자보자하니까!! 다 뒤지고 싶냐!!!"


예카테리나는 여전히 소녀를 껴안고 있었다. 그 소녀는 어떠한 감정조자 보이지 않는 텅 빈 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보리스가 블라디미르에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예카테리나는 소녀를 껴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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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적백내전2 +19 21.09.27 332 6 11쪽
431 적백내전 1화 +14 21.09.26 451 8 11쪽
430 1부 마지막 화 한스의 일기장 +23 21.09.25 506 11 14쪽
429 전간기 한스의 삶 다포탑전차 +5 21.09.24 388 7 11쪽
428 전간기 한스의 삶 못 말리는 공산 봉기 진압 대소동 +15 21.09.23 410 9 11쪽
427 전간기 한스의 삶 20 카를의 분노 +11 21.09.22 407 11 12쪽
426 전간기 한스의 삶 19 공산 봉기 진압 2 +11 21.09.21 379 11 11쪽
425 전간기 한스의 삶 18 공산 봉기 진압 +11 21.09.20 402 8 12쪽
424 전간기 한스의 삶 17 다시 군바리가 된 한스, 공산 봉기 +11 21.09.19 421 11 11쪽
423 전간기 한스의 삶 16 공산주의자의 재판 +15 21.09.19 404 9 14쪽
422 전간기 한스의 삶 15 +27 21.09.18 395 9 11쪽
421 전간기 한스의 삶 14 폭탄 테러 +9 21.09.17 412 11 12쪽
420 전간기 한스의 삶 13 한스, 미인계를 쓰다 +21 21.09.16 404 11 12쪽
419 전간기 한스의 삶 12 살롱 티거 +19 21.09.16 413 9 11쪽
418 전간기 한스의 삶 11 증오의 연쇄 +19 21.09.15 412 10 14쪽
417 전간기 한스의 삶 10 군수 탄약성 장관을 꿈꾸다 +46 21.09.14 462 13 11쪽
416 전간기 한스의 삶 9 +11 21.09.13 426 12 14쪽
415 전간기 한스의 삶 8 학살극 +11 21.09.12 433 11 13쪽
414 전간기 한스의 삶 7 맥주홀 폭동 +15 21.09.11 408 14 11쪽
413 전간기 한스의 삶 6 맥주홀 폭동에 휘말리다 +15 21.09.10 412 10 11쪽
412 전간기 한스의 삶 5 한스의 첫 연설 +11 21.09.09 468 8 14쪽
411 전간기 한스의 삶 4 나치당에 입당하는 한스 +23 21.09.08 485 14 14쪽
410 전간기 한스의 삶 3 일자리를 잃은 한스 +8 21.09.07 462 13 12쪽
409 전간기 한스의 삶 2 대공황 +15 21.09.06 477 8 12쪽
408 전간기 한스 파이퍼의 삶 +13 21.09.05 518 11 12쪽
407 외전) 1차대전 테마파크 좀비 생존기 6 +4 21.09.04 317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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