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10 군수 탄약성 장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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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는 이번 맥주홀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거대한 행사가 열렸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모두 불리워졌고, 매끈매끈하게 잘 닦은 슈탈헬름을 쓰고 있는 수 많은 군인들이 각 잡힌 자세로 서 있었다.
빌헬름 2세의 4번째 아들, 아우구스트 빌헬름 하인리히 귄터 빅토르가 이번 맥주홀 테러 사건에 분노를 표하는 연설을 했다.
"독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픈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우리 모두의 가족이자 아버지, 어머니, 딸입니다! 독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독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것 입니다!"
아우구스트 빌헬름 하인리히 권터 빅토르가 독일의 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공산주의자라는 것은 뻔했다. 권터 빅토르가 현재 나치당과 히틀러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권터 빅토르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에서 희생 정신을 보여준 용감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본받아야 할 것 입니다! 독일인은 다시 강해질 것이고 꺾이지 않는 의지로 끈질기게 일어날 것 입니다! 독일인을 위협하는 적을 타파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하여 더욱 열정적으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 입니다!"
그 용감한 이들 중에 한스 파이퍼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다. 독일 꼬맹이들은 저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이 행사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잠시 뒤, 엄청나게 많은 군인들의 슈탈헤름이 움직이며 인파가 움직였다.
맥주홀 사건 때 한스가 도와주었던 뚱뚱한 기업가는 나치당의 후원자가 되었다. 테오도어가 기쁜 표정으로 한스에게 말했다.
"이제 자네도 조만간 거물 정치인이 될걸세! 그러니 행동거지를 각별히 조심하게나!"
"내가 거물 정치인이 된다고?"
얼마 전까지 군소정당이었던 나치당의 지지율은 폭등하고 있었다. 권력에 별 관심이 없던 한스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선거부터는 나치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 이다...그렇다면...'
테오도어가 말했다.
"이렇게 가다간 조만간 히틀러가 내각을 구성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네!"
"히틀러가 내각을 구성한다고?"
"자네는 그의 친한 친구 아닌가? 한 자리 기대해봐도 좋을 걸세! 뭐 탐나는 자리 있나? 프로이센 내무부 장관은 어떤가?"
하지만 한스의 마음 속에는 다른 자리가 떠올랐다.
'군수 탄약성 장관!'
한스는 나치당이 군소 정당이라 자기가 언젠가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권력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군 장성에 기술자 출신인 내가 그 자리에 최고의 적임자다! 이 자리는 다른 새끼들도 탐내지 않을 거야!'
테오도어가 말했다.
"자네는 현재 전쟁 영웅으로 독일인에게 각인되어 있네! 하지만 정치인이 되려면 이 이미지를 조금 변화시키는 것이 좋네!"
얼마 뒤, 한스는 검은 양복을 입고는 행사에 가서 흰 옷을 입은 어린 애들한테 가서 억지로 웃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어야 했다. 참고로 이 흰 옷을 입은 어린 아이들 또한 미리 사람을 시켜서 고용해둔 것 이었고, 옷 색깔 또한 기사 사진에 눈에 띄라고 일부러 흰 색으로 선정해둔 것 이었다.
'조금만 참자...몇 년 안에 군수 탄약성 장관이 될 수도 있다!!'
한스는 자신이 괴링, 괴벨스, 힘러, 그런 양반들처럼 정치적 수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나치당의 주요 인물들 중에서 군수 탄약성 장관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것은 오직 한스 밖에 없었다.
'프로이센 내무부 장관 같은건 필요 없다...놈들이라면 그런 자리를 더 탐내겠지만 난 군수 탄약성 장관 자리면 충분하다!'
얼마 뒤, 다른 나치당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히틀러가 한스를 부른 다음 물었다.
"자네가 민병대를 따로 조직하는 것은 어떤가?"
"민병대 말인가?"
"그렇네."
요새 돌격대 때문에 히틀러는 엄청나게 골치아파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하지만 한스는 군수 탄약성 장관이 되고 싶었기에 굳이 다른 일은 맡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장성급 장교 출신인지라 내가 민병대를 맡게 되면 힘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네! 그...그리고..."
'그냥 내가 군수 탄약성 장관 자리를 원한다고 대놓고 말하는건 그렇겠지?'
"추후에 전쟁이 일어나면 무기 생산력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걸세. 나는 독일군이 멀리 동유럽 땅까지 진군할 수 있는 전차 생산에 기여하고 싶네!"
'이 정도면 나중에 나한테 군수 탄약성 장관 자리를 주겠지?'
히틀러가 대답했다.
"알겠네."
히틀러의 입지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각 나치당 주요 인사들과 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부인들 또한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스는 이런 자리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에밀라는 사교성이 좋았기에 한스에게 꽤 도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에밀라가 출연한 영화, '빵과 철십자'가 흥행에 성공한 것 이다.
1930년, 독일은 9월 14일에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나치당은 치열하게 선거 운동을 했고, 한스 또한 엄청나게 바빴다. 솔직히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었지만 한스는 군수 탄약성 장관 자리를 위해 노력했다.
'히틀러가 내각을 꾸리면 군수 탄약성 장관 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선거에서 한스는 테오도어와 함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술집에 갔다. 한스가 물었다.
"선거 운동 스케쥴이 빡빡한데 이 술집은 왜 오는거지?"
테오도어가 목소리를 낮췄다.
"효율적인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심리를 알 필요가 있네. 목소리를 낮추고 사람들이 뭐라 말하는지 들어보게."
한스는 귀를 기울였다. 뒷테이블에 한 남자가 술에 거하게 취해서는 말했다.
"나도 공산주의자가 괴물이라고 생각해! 그 새끼들이 증오스럽다고!"
"근데 왜 공산당을 뽑겠다는건가?"
"난 봉급이 작다고! 개네한테 표를 주면 나한테 한 푼이라도 이득이 될 수도 있단 말야!"
한스는 밤이 늦을 때까지 계속해서 술집에서 귀를 기울였다. 한 실업자가 말했다.
"나는 이제 면접을 보러 갈 용기도 나지 않는다네. 얼마 전까지 공산주의는 극도록 혐오했는데 이제는 그 새끼들한테 뭐 하나라도 기대해야 하는 처지네."
"내가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공산당이 현재 테러 집단으로 낙인찍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표가 나올 수가 있겠군...'
그리고 1930년 총선 결과가 나왔다.
독일 사회민주당 23.72% 나치당 19.32%, 독일 공산당 11.74%
군소 정당이던 나치당은 사회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기쁜 소식이었지만 나치당원들은 공산당이 세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에 욕설을 퍼부었다.
"사회민주당이나 다른 당에 표를 주는건 이해하지만 아직도 공산당에 표를 주는 새끼들은 이해할 수가 없군!"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경제가 안 좋고 실업률이 높으면 공산주의 사상에 반대하더라도 공산당에 표를 주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다...이번에는 반공으로 표를 얻었지만 일단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른 나치당 주요 인사들은 히틀러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히틀러에게 동유럽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온다고 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왜 느닷없이 동유럽을 갔다오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치당 주요 인사들이 한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파이퍼 백작은 야망이 없는 건가?"
"이상한 인물일세!"
"파이퍼 백작 부인은 상당한 사교적 수완이 있네! 배우로 유명세를 떨치는지라 나치당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
한스는 신분을 속인 상태로 동유럽을 여행했다. 한스는 우크라이나의 토질을 면밀히 살피고는 검은 흙을 자루에 퍼담았다. 그리고 여행은 계속되었다. 한스는 아주 저렴한 여관에서 창문을 통해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땅은 완전히 진창이 된 상태였다. 한스가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10월달에만 이렇게 통행이 힘들어집니까?"
"3월 말에도 이렇게 됩니다! 눈이 녹거든요!"
한스는 12월에도 싸구려 여관에서 덜덜 떨면서 자신의 짐 속에서 어떤 금속과 장비를 꺼내고 있었다. 한스는 이걸 가지고 야외에 나가서 꺼내 보았다. 이빨은 달달 떨리고 손과 얼굴 피부의 감각이 서서히 없어지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곱아서 제대로 물건을 쥐기도 힘들었다.
'도저히 못 참겠다!!!'
한스는 재빨리 여관 안으로 들어가서 모닥불을 쬐었다.
'이..이 정도면 충분하다!!'
한스는 몇 달간 쌩고생을 하고 독일로 돌아갔다. 하루빨리 따뜻한 모닥불을 쬐면서 뜨뜻하게 목욕을 하고 쉬고 싶었다. 한스가 집 문을 두드리는 순간, 에밀라가 나왔다. 하지만 한스를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다.
"에밀라! 잘 지냈어?"
에밀라는 말 없이 한스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그 신문에는 어머니 엠마와 스테판의 집에서 한스가 나오는 사진이 찍혀있었다.
'이...이 사진이 왜?'
그리고 신문 기사에는 한스가 프랑스인 여자하고의 관계에서 생긴 사생아를 숨기고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잠시 뒤, 한스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에밀라에게 말했다.
"저...절대 아냐! 내 전사한 사촌의 아들이야!!"
에밀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한스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프랑스 창녀가 낳은 애야! 난 가기 싫었는데 동료들이 다들 가서 어쩔 수 없었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몰라서 실수한거야!! 너가 싫다면 다시 프랑스로 보내버릴게!"
에밀라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나치당은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어. 당신도 조만간 큰 자리를 차지할텐데 이번 일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
나치당에서는 이 일로 한스를 문책하지 않았다. 괴링이 한스에게 외쳤다.
"분명 공산당에서 이 일을 꾸몄을 것 이네! 별 일도 아니구만!"
괴링이 한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외쳤다.
"내가 그 아이의 대부가 되어주겠네! 이렇게 하면 의혹이 모두 풀릴걸세!"
며칠 뒤 한스는 에밀라, 스테판과 함께 사진을 찍고는 인터뷰했다. 한스의 사촌 중에 전쟁터에서 사망한 형이 있었고, 그가 프랑스 여자와 연애하는 도중에 생긴 아이라고 말한 것 이다. 에밀라가 웃으며 기자한테 이야기했다.
"저희는 이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울거에요."
한스 또한 외쳤다.
"이 아이를 자랑스러운 독일의 군인으로 키우겠습니다!"
스테판의 대부가 괴링이 되었기 때문에 이 의혹은 바로 잊혀졌다. 그 날 인터뷰가 끝나고, 한스와 에밀라 둘 다 스테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테판은 혼자서 식탁에 앉아서 눈치를 보며 빵을 먹다가 얼마 뒤 군사 학교에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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