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6 맥주홀 폭동에 휘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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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잽싸게 어떤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20까지 숫자를 센 한스는 다시 큰 길가로 나왔다. 역시나 아까 전에 보았던 꺽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한스는 재빨리 큰 길가를 건넌 다음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시가전 때 했던 것 처럼,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빼끔 내밀어보니 그 꺽다리는 한스가 어디갔는지 허둥지둥대며 찾고 있었다.
'저 시발 새끼..'
그 날 한스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 엠마와 사생아 스테판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스는 엠마에게 당분간의 생활비를 주고는 말했다.
"어머니, 앞으로는 당분간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단속 주의하십시오."
"사실 최근에 이 곳에도 모자 쓴 남자가 얼쩡거렸단다."
엠마의 말에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세게 쥐었다.
'어떤 새끼인지는 몰라도 내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면...'
한스는 스테판에게 호신용 권총을 주고는 사용법을 직접 가르쳤다.
"총을 발사할 때 반동에 주의해야 한다. 양 손으로 이렇게 잡은 상태에서..."
그렇게 한스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엠마의 집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 다음 큰 길가로 달려가서 택시를 잡았다. 한스는 창문을 통해서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서 각 정당이 풀어놓은 정치 깡패들이 피켓을 들고는 몰려다니고 있었다. 한스는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내 가족한테까지 사람을 붙일 줄이야...도대체 어느 정당 새끼들이 보낸거지? 공산당 새끼들? 노동조합쪽인가? 아니면 베르너? 내가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견제를 위해서?'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한스는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새끼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해보지...'
그로부터 며칠 뒤, 한스는 맥주홀에서 다시 연설을 하러 단상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한스가 미리 심어둔 박수부대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스에게 환호성을 했다.
"우와!! 우와와!!"
"한스 파이퍼!!"
"강철 사냥꾼!!"
그러자 맨 앞자리에서 야유부대가 한스에게 야유를 했다.
"우우!! 우우우!!"
그러자 박수부대는 이따가 돈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한스의 눈치를 보면서 야유부대에게 외쳤다.
"이봐!! 조용히 해!!"
"떠들거면 나가!"
한스가 단상에 올라가서 연설을 시작했는데 맨 앞자리에 앉은 박수부대와 야유부대는 서로 뻐큐를 먹이고 난리도 아니었다.
"독일의 산업공학을 발달시켜서, 수출과 일자리 증가를 ^&*^*"
야유부대가 야유했다.
"우우!"
박수부대는 열심히 환호성을 질렀다.
"옳소!!"
"한스 파이퍼 최고!!
앞에서 박수부대와 야유부대에 목소리에 한스의 목소리는 묻혀버렸고, 뒤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스의 연설을 전혀 들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계속 연설했다.
"나치당은 다른 당과는 다르게 증오를 이용한 선동은 하지 않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독일 경제의 붕괴를 바라며 &^*"
그 말에 야유부대가 더욱 야유했다.
"이 부르주아 새끼!!"
"융커 자식!!"
박수부대가 외쳤다.
"옳다!! 옳아!!"
참다 못해 맥주홀 뒤편에서 한스의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이 외쳤다.
"너네 모두 다 닥쳐!! 안 들리잖아!!"
잠시 뒤, 테오도어는 박수부대를 불러내서 지폐를 나눠주었다. 박수부대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외쳤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그들은 지폐를 들고는 기쁜 마음으로 다른 맥주홀로 향했다. 테오도어가 말했다.
"요새 실업난이 심각해서 저렇게 전문적인 박수부대를 매니지먼트하는 식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네."
한스는 그 박수부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전혀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는데...앞으로도 저 녀석들한테 돈을 계속 줘야 하나?'
테오도어가 말했다.
"그래도 자네 연설은 많이 나아졌군! 내일 저녁에는 캬바레에서 뒤러씨와 약속을 잡아뒀네!"
다음 날, 한스는 기업가인 뒤러씨와 캬바레에서 만났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던 정치 자금 지원을 받아내야 한다...'
캬바레에서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스는 뮐러씨에게 조언을 받은 대로 뒤러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필사적인 것 처럼 보이면 안 된다...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돈을 달라고 설득하려고 할수록 상대방은 지갑을 닫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자금 지원하고 싶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20분 뒤, 뮐러씨의 조언과는 달리 한스는 필사적으로 비굴하게 뒤러씨에게 정치 자금을 구걸하고 있었다.
"어떻게던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공산당의 집권만은 막아야 합니다. 나치당은 현재 군소 정당이지만, 앞으로는 중도층의 표도 모을 수 있고 &*^*^&"
그 때 뒤러씨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캬바레가 지루하군요."
'무...무슨 뜻이지?'
잠시 뒤, 한스는 뒤러씨와 함께 고급 매음굴에서 아부하고 있었다.
"나치당이 집권하면 앞으로 기업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발판이 마련될 것 입니다!"
뒤러씨는 한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옆에 앉은 자신의 파트너 매춘부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쪽! 쪼옥!"
잠시 뒤, 만취한 뒤러씨는 테이블 위에 돈을 뿌렸고 매춘부들은 좋아서 외쳤다.
"꺄아!! 고마워요!!"
뒤러씨의 잔이 비었고, 한스가 재빨리 말했다.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한스는 뒤러씨의 잔에 양주를 따르자 뒤러씨는 원샷으로 양주를 들이키고는 매춘부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찰싹!!
뒤러씨는 완전히 만취해서 얼굴도 시뻘겋게 된 상태였다. 한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뒤러씨가 매춘부들과 노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뒤러씨는 매춘부들의 가슴에 팁을 꽂아주고 있었다. 한스가 생각했다.
'또 허탕인가?'
그 때 한스의 옆자리에 앉은 매춘부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 파트너는 왜 팁을 안 주는거야?'
"백작님, 저도 팁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매춘부는 한스 앞에서 가슴을 앞으로 젖혔다. 한스는 팁으로 지폐 한 두 장을 줬지만 매춘부는 속으로 욕을 했다.
'겨우 이거야?'
그 매춘부는 한스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립스틱 자국을 찐하게 냈다.
'집에 돌아가서 부인한테 혼 좀 나봐라!!'
그 날 한스는 뒤러씨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택시를 타고는 집으로 왔다.
'정치 자금 구걸하고 박수 부대 고용하고 건달 새끼들 고용하고 이런게 정치라니...'
한스는 정치를 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가 돈을 받고는 한스에게 말했다.
"얼굴에 립스틱 자국 지우고 가는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한스는 택시 백미러에 거울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어..언제 이런 자국이!!'
한스는 황급히 립스틱 자국을 지우고는 우체통 속에 편지를 꺼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뭔 편지지?'
봉투를 뜯자 그 안에는 흰색 종이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파이퍼 백작, 나는 당신이 전쟁 때 한 짓거리와 그 외 약점들을 모두 알고 있다. 정치를 그만두지 않으면 이를 폭로하겠다.]
한스는 이 편지를 읽고는 에밀라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물을 잔뜩 받아둔 다음 그 안으로 들어갔다. 뜨뜻한 물에 몸을 담갔음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에 휩쌓였다. 한동안 바쁘게 살고 경제적인 문제에 고민하다보니 잠시 잊고 있던 예전에 기억들이 떠올랐다. 샤워꼭지에서는 물이 한 방울씩 나왔고 이는 욕조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
똑
똑
똑
똑
다음 날,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이 연설할 맥주홀로 향했다. 테오도어가 한스를 반겼다.
"일찍 왔군!"
한스는 주위를 둘러본 다음 주머니에서 얼마 전에 받은 편지를 꺼내서 테오도어에게 보내주었다.
"내가 얼마전에 이런 편지를 받았네."
테오도어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신경쓰지 말게! 이런 편지는 다들 받는거라네!"
"그..그런가?"
테오도어는 편지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거 다른 나치 당원이 받은 편지지와 똑같네!"
"그..그런가?"
"그 녀석이 받은 편지지에는 네 놈이 근친상간을 한 것을 알고 있다느니 아내가 창녀라느니 그런 헛소리가 적혀 있었네! 그 녀석 부인이 사교계에서 발이 넓어서 인맥을 만드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거든!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편지를 보내서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걸세! 정치판에선 흔한 수법이지!"
한스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딴게 정치냐!!'
오늘 맥주홀에는 사람들이 200명보다 많아 보였다. 테오도어가 귀띔했다.
"오늘 연설은 다른 때보다 중요하네. 저 쪽 테이블에 앉은 뚱뚱하고 콧수염이 있는 양반은 기업가일세. 그리고 저 왼쪽 테이블에 앉은 지금 모자를 벗고 있는 말라깽이는 영지가 많은 귀족일세. 조만간 나치당에 정치 자금 지원을 해줄지도 모르지."
'젠장!! 더 긴장되잖아!!'
"아, 그리고 뒤러씨가 정치 자금을 지원해준다고 오전에 연락이 왔네!"
"그..그런가?"
'매음굴 간 보람이 있군!!'
한스는 연설문을 보며 조만간 있을 연설을 준비했다. 그 때, 맥주홀 뒤편에서 어떤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저 자들은 뭐지?'
한스는 순간 위화감을 느끼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보게 테오도어"
순간, 한 젊은 남자가 들어오고는 맥주홀 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맥주병을 쟁반 위에 가득 들고 있던 종업원이 쟁반을 떨어트렸다.
와장창!!
"으아악!!"
사람들은 미친듯이 맥주홀 후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그 쪽은 막혀있는 상태였다.
"아무도 나갈 수 없다!! 다들 엎드려!!"
테오도어가 엎드리면서 자신의 주머니 속 권총을 꺼내려고 하자 한스가 속삭였다.
"그만둬!"
현재 권총을 들고 있는 자들은 총 다섯 명이었다. 네 명은 제각기 맥주홀 양 꼭지점에 자리해서 사람들을 감시했고, 그 중에 리더격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잔을 걷어차고는 위로 올라갔다.
"우리는 혁명을 통해서 독일을 바꿀 것 이다!! 오로지 혁명으로만 체제를 바꿀 수 있다! 부르주아를 타도한다!!"
몇 기업가들은 테이블 밑에 엎드린 채로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특히 뚱뚱하고 콧수염이 있는 기업가는 부르주아를 타도한다는 공산주의자의 말에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한스는 코트 속에 권총이 한 자루 있었지만 그 쪽으로 손을 뻗지는 않았다. 공산주의자는 계속해서 테이블 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나치당이 주장하는 것은 공산주의를 음해하고 자본가들의 배를 두둑히 불리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공산당은 앞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
그 때 엎드려있는 한 사람이 외쳤다.
"나는 나치 당원도 아니다!! 풀어줘라!!"
그 말에 공산주의자 한 명이 그렇게 외친 자의 등을 발로 후려쳤다.
퍼억!!
테이블 위에 있는 공산주의자가 외쳤다.
"허튼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전화선은 미리 끊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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