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2 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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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오토는 티거를 받을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카를에게 말했다.
"오늘 생일 선물로 티거 받을거야!"
카를은 요제프에게서 이미 받은 선물을 가지고 놀면서 말했다.
"난 티거보다 숫자가 좋아."
마침 스테판도 오토와 카를의 생일을 축하하러 엠마와 함께 놀러온 상태였다. 오토가 스테판에게 말했다.
"너 생일 때도 우리 아빠한테 티거 만들어달라고 할까? 아마 너 것도 만들어 주실거야!"
오토, 카를보다 한 살 어린 스테판은 오토의 말에 꾸물거리면서 한스가 혹시나 자신의 티거도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창문을 바라보았다.
스테판은 오토와 카를이 요제프에게서 받은 선물을 부러운듯이 쳐다보았다. 요제프는 오토와 카를에게 포탑이 돌아가는 전차 장난감을 만들어주었던 것 이다. 요제프는 이 선물로 오토와 카를에게 포탑을 돌리는 시범을 해주며 말했다.
"나중에는 이렇게 포탑을 돌릴 수 있는 전차가 개발될 거다! 속도도 훨씬 빨라지겠지!"
스테판은 자신도 저런 장난감을 받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엠마에게 얹혀사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 이다. 그리고, 집에 벨이 울렸다. 오토가 뛰쳐나갔다.
"왔다!!"
오토의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티거다!!"
그 말에 티거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카를도 눈에 불을 켜고 뛰쳐나갔다.
"나도!! 나도!!"
오토와 카를은 제각기 한 대씩 티거를 받고는 신이 났다.
"와!! 신난다!!"
스테판은 오토와 카를이 받은 선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오토가 한스에게 외쳤다.
"스테판 것도 만들어줘요!"
한스는 스테판을 보며 떫은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다음에 만들어줄게."
스테판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네. 한스 아저씨"
한스는 기술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더 큰 집을 사고 차도 하는 것이 작은 바램이었다. 베르너 새끼는 메르세데스를 타고 다녔던 것 이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태까지는 아끼기만 했으니까 이젠 차도 몰아보고 풍족하게 살아야지!'
생일 파티는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진행되었다. 지금 독일은 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고기값이 엄청나게 높았다. 하지만 오토와 카를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다들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스테판은 처음으로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우물우물"
현재 스테판을 돌보고 있는 한스의 어머니, 엠마가 한스를 슬쩍 부르고는 아무도 못 듣는 곳에서 말했다.
"생활비 조금만 더 보내줄 수 있니?"
"에?"
엠마는 혹시나 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스에게 말했다.
"요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스테판 소고기 한 번 먹일 돈이 없단다."
한스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물가 때문에 오토와 카를도 소고기 자주 먹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비는 알아볼게요."
한스는 스테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엠마는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생일파티는 계속 진행되었고, 윌러 씨가 한스에게 말했다.
"당분간은 사업을 축소할 생각이네."
뮐러씨의 말에 한스가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지? 잘되고 있었잖아.'
뮐러씨가 말을 이었다.
"내 예측이지만, 조만간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올 수도 있네."
한스가 말했다.
"경제가 안 좋아져도 팔리던 물건은 계속 팔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경제가 원래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뮐러씨가 말했다.
"내가 우려하던 사태가 터지면 상당히 오래갈 수도 있네. 자네도 돈을 저축해두게."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태까지 계속 저축해뒀는데 차 한 대도 못 사고 저축해야하나? 난 그래도 땅도 있는데...'
한스는 퇴근하다가 자신이 점 찍어두었던 메르세데스사의 차를 그냥 바라만 보았다.
'대출 받아서 살까?'
초인플레이션은 그 다음해까지 갔고, 중산층도 경제적으로 위태위태해지고 있었다. 한스는 결국 차를 사는 것을 포기했다.
'영지가 있어서 다행이다..돈이 계속 나오니까...농사는 잘 되고 있겠지?'
현재 한스의 영지에서는 농작물이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땅이 있는 것이 꽤 위안이 되는군...'
지금은 뮐러씨의 사업도 안 좋아졌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한스는 자신의 영지를 걸으며 농작물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1924년, 농작물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한스의 영지를 관리하는 농부가 말했다.
"이번에 농사는 잘 되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전시에 경작지가 너무 늘어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스는 돈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그냥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벌자!'
그런데 동료 기술자들이 옆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주식에 전재산을 투자했어!"
"뭐라고!! 너 미쳤냐??"
"이건 분명히 오른다니까!"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얼간이 같은 놈! 성실하게 벌어서 모을 것 이지..'
그로부터 몇 개월 뒤, 그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자한 기술자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장이 사표를 수리하며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이유로 사표를 내는지 물어봐도 되나?"
"주식으로 때돈을 벌었습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회사를 나오는 그 직원을 보고 다른 직원이 중얼거렸다.
"부럽다!"
"주식해서 평생 벌 돈을 벌었대!"
"저 녀석 메르세데스 차도 샀어!"
"나도 주식 샀는데!"
"이젠 저축하는 새끼들이 머저리야!! 주식 투자하면 10년 모을 돈을 한 번에 번다고!"
한스는 부러웠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운 좋게 버는 녀석도 있지만 지금 주식에 들어갔다간 다 말아먹을 것이 분명해! 나는 영지에서도 수입이 나오고 월급이나 모아야지!'
몇 달 뒤,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은 한스를 제외한 다른 기술자들 모두 때돈을 벌었다.
"나도 벤츠 산다!"
"나도 승마 배우기로 했어!"
"난 더 큰 집으로 이사간다!!"
설계도를 그리는 한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제...젠장...'
결국 한스는 에밀라 몰래 주식에 여태까지 번 돈의 절반을 쏟아부었다. 주식을 사고 나오는 한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그래도 절반은 남겨뒀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주식 거래소에서 전재산을 투자했다고 했다.
"난 전재산 다 넣었어!"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얼간이...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대처하려고...'
다음 날, 한스의 주식이 떨어졌다.
'망할!!!왜 내가 들어가니까 떨어져!!'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그 날 집으로 돌아갔다. 에밀라가 한스를 반기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얼굴 색이 안 좋아!"
"아무 일도 없어! 하하하!!"
"이번 주말에 베를린필 공연보러 가자! 레스토랑도 가고!"
"그러지 뭐!!"
다행히 몇 달 뒤, 한스가 투자한 주식은 폭등했다. 전재산을 투자했다던 그 녀석은 주식거래소에서 팬티를 벗고 날뛰었다.
"좋았어!! 와우!!!"
"저 미친 자식!!"
그 팬티를 벗은 인간은 1차대전 참전 용사였다. 그 자는 팬티를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쓰고는 외쳤다.
"양키랑 그렇게 싸웠는데 그 새끼들 덕분에 때부자 됐네!"
"대호황이다!!"
그 뒤로 몇 년간 미쳐버린 주식 폭등은 계속되었다. 한스는 영지를 아예 방문하지도 않게 되었다. 농산물 가격은 계속해서 폭락했던 것 이다. 영지에서 나오는 돈은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스가 기술자로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기술자들은 주식 이야기만 했다.
"난 대출 받아서 투자했네!"
주식 투자는 전쟁터에서 느끼던 짜릿함과는 다른 종류의 짜릿함이었다. 한스도 이미 몇 번이나 전 재산을 투자하는 모험을 했는데 그 때마다 주식은 결국 폭등하였다. 에밀라와는 자주 공연을 보러 갔고, 고급 레스토랑에 갔으며 오토와 카를은 매일 소고기 반찬을 먹었다. 한스는 할부로 메르세데스 SSK콤프레서 카브리올레를 한 대 뽑았다.
'내 애마!! 네 이름은 티거다!!'
이 차량은 우측에 운전대가 있었고, 크랭크 축을 직접 돌려서 시동을 걸어야 했다. 방향 지시등이랑 와이퍼도 직접 손으로 작동시키는 구조이다. 하지만 한스는 자신의 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한스는 에밀라와 오토, 카를을 태우고는 베를린 시내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했다.
오토와 카를이 차를 타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와우!!!"
오토와 카를은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오토는 뮐러씨의 성격을 물려받은건지 찌질함이 전혀 없었다. 카를은 어릴 때부터 수학, 물리 쪽에 천재성을 보이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녀석들 키우려면 돈이 더 필요할거야! 내가 주식으로 돈 벌어서 저 녀석들 둘 다 대학까지 보내준다!'
영지에서 올해도 풍년이 들었다는 편지가 왔지만 한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농작물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팔아봤자 몇 푼 되지도 없었다. 한스는 엠마에게도 스테판의 양육비를 보내주었다. 엠마는 스테판을 한 번 보러 올 수 있냐고 했지만 한스는 찾아가지 않았다.
이렇게 한스는 기술자로 일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1929년 오토와 카를의 생일 파티, 뮐러씨가 한스에게 말했다.
"자네 그 주식하고 있나?"
"네! 주식으로 꽤 많은 수입이 있었습니다!"
뮐러씨가 우려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태까지 번 것은 좋은데 앞으로는 잠시 투자를 그만두는 것이 좋을걸세. 내가 사업을 하면서 외국 정세를 보고 있는데 요새 심상치가 않네."
"네! 그러겠습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뭐 불황이랑 호황은 늘 몇 년 단위로 번갈아오는 법이지..'
"혹시 설비 확장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뮐러씨가 머리를 지끈거리며 말했다.
"다른 공장은 다들 설비를 확장하고 있네...그런데 내가 볼때는 지금 확장할 때가 아닌 것 같네."
그리고 얼마 뒤, 미국의 월스트리트에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검은 목요일. 뮐러씨는 결국 자신의 공장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에밀라가 외쳤다.
"안돼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한스가 말했다.
"조만간 다시 열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불황도 지난번처럼 길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뮐러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분간 경기는 회복되지 않을 걸세."
수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었고, 뮐러씨는 침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공장을 닫았다. 한스는 다른 회사에 취직했지만, 이 회사도 사정은 안 좋아졌다. 그래도 순무 빵을 먹을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토와 카를도 예전보다 훨씬 품질이 딸리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에밀라와 종종 공연을 보러가는 것도 못하게 되었다. 한스는 자신의 메르세데스를 팔고 싶었지만 팔리지도 않았다.
'젠장!!'
그 동안 실컷 주식으로 재미를 봤던 녀석들이 이번에도 전재산을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앉기도 했다. 한스는 뮐러씨의 조언을 듣고는 주식의 절반을 팔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나머지 주식들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었다.
'말도 안돼...'
한스는 휴지 조각이 된 자신의 주식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에밀라가 한스를 위로했다.
"괜찮아. 회사에서 계속 월급은 나오잖아."
하지만 지금 회사 사정이 하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한스가 정리 해고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날, 한스는 출근해서 일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서..설마 해고되지는 않겠지? 해고되더라도 실업 수당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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