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5 한스의 첫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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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한스에게 말했다.
"다음주 금요일 맥주홀에서 자네가 연설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네!"
연설을 해야 한다는 말에 한스는 당황했다.
"연설? 내가 해야 하는 건가?"
히틀러가 한스에게 귀띔했다.
"앞으로 정당 내에서 자네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공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네. 청중은 고작 100명 밖에 안될테지만 말일세! 다음 선거에서 나치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연설을 해야 할 걸세!"
한스는 억지로 태연한척하며 물었다.
"100명? 내..내가 몇 분 동안 연설해야 하나?"
"20분 밖에 잡혀있지 않네. 하지만 조만간 30분 이상 연설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걸세!"
괴벨스가 한스를 보며 외쳤다.
"파이퍼 백작의 연설이 아주 기대되는군!"
한스는 그 날 나치당 입당을 축하받았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했다.
'젠장!! 연설이라고!'
한편, 괴벨스는 인맥을 동원해서 한스 파이퍼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한스 파이퍼, 저 녀석 가족 포함해서 모든 것을 조사해오게."
괴링은 이미 한스의 뒷조사를 완료한 상태였다.
[한스 파이퍼, 현재 백작 작위가 있지만 귀족 사회에서 인맥은 없음. 아버지는 기술자. 아버지, 어머니 쪽 집안 모두 중산층 이하. 장인은 중소기업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대공황 여파로 사업을 중지한 상태. 한스 파이퍼 본인은 전쟁 이후 기술자로 일하다가 최근에 실직함. 언변 없음. 같은 부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부하들을 아끼지만 언변이 없고 사교력이 떨어짐. 현재 쌍둥이 아들이 둘 있고, 그 중 하나는 소년사관학교에 재학 중.]
괴링이 한스 파이퍼의 서류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정치인으로서는 전혀 역량이 없을 것 같지만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군...'
괴링은 수화기를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파이퍼 백작 가족을 더 조사해보게."
이 때, 스테판을 키우는 한스의 어머니, 엠마는 집안일을 마치고 창문을 열고는 깜짝 놀랐다.
'저 사람은 아까부터 이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까 전에 보았던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남자가 여전히 엠마의 집을 주시하며 얼쩡거리고 있었던 것 이다. 그는 핫도그 매대 옆에 서서 핫도그를 먹으며 모르는척 고개를 돌렸다.
'뭐...뭐지? 저 사람은?'
엠마는 깜짝 놀라서 창문에서 자리를 피했다. 30분 쯤 뒤, 스테판이 집으로 들어왔다.
"스테판, 잘 놀고 왔니?"
스테판이 집으로 들어올 때 엠마는 슬쩍 창 밖을 살폈다. 놀랍게도 아까 전에 보았던 그 남자는 아직도 있었다.
한편, 한스는 자신의 서재에서 연설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독일이 진정 위대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로마 제국도 결국 그 찬란한 영광을 모두 잃었다. 모든 제국은 아무리 강대했더라도 흥망성쇠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초로 독일이 선진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토대를 만들면 어떻겠는가? 문명이 발달하며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인류의 흐름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바다에 잉크를 떨어트리면 그것이 번져나가듯. 그렇게 하면 다른 국가들은 독일 제국이 세운 인권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스는 타자기에서 종이를 찢어내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아니다..책 쓰는 것도 아니고 연설에서 이런 내용은 안 먹힐거다.'
[산업 공학을 발전시키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여성들이여! 당신들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남편에게 돈 달라고 눈치보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쓴다! 여성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맥주홀에 여자들은 안 올텐데...'
한스는 타자기에서 다시 종이를 뜯어냈다.
[공산주의자들은 실업율이 떨어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치당을 뽑으면 모든 국민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 입니다!]
'인종주의도 비판해볼까?'
[제국의 발전과 쇠퇴는 주기적으로 반복됩니다! 피라미드를 건축했던 이집트를 보십시오! 우생학, 인종주의는 국가의 발전을 장기적으로 저해합니다! 증오를 이용해서 군중을 선동해서 표를 얻어내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나치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빵과 일자리를 나누어줄 것 입니다!]
한스는 대충 연설문을 작성했다. 그 때 뮐러씨가 집을 방문했다. 뮐러씨가 한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치당에 들어갔다고?"
"네! 조만간 연설도 할 예정입니다!"
"훌륭하군! 나도 자네 연설을 듣고 싶네!"
잠시 뒤, 한스는 뮐러씨 앞에서 버벅거리며 연설문을 읽었다.
"나..나치당은 여..여러분에게 빵과 일자리를 나누어줄 것 입니다!"
시계를 보니 20분을 채워야하는데 고작 7분 밖에 흐르지 않았다.
'젠장!! 20분 어떻게 채우지?'
뮐러씨는 아무 말 없이 이 연설을 듣다가 말했다.
"내용은 좋은데 암기해서 말한다면 더 좋을 것 같군. 그리고 어깨를 펴고..."
그 때, 오토가 들어왔다. 뮐러씨는 반가운 마음으로 오토에게 인사했다.
"오토, 할아버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뮐러씨는 순간 오토의 얼굴과 팔에 시퍼렇게 든 멍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순간 굳었다. 오토가 방에 들어간 이후 한스는 뮐러씨에게 소년사관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학교 측의 방관을 모두 말했다. 뮐러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 밖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치당에서 권력을 잡을수록 자네를 견제하는 세력 또한 늘어나겠지. 공산당은 물론이고 프로이센 융커, 그리고 당 내부에서도 사방이 적일걸세."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당 내부에서도?'
뮐러씨가 말을 이었다.
"당 내부에서 입김이 올라갈수록 자네를 뒷조사하려는 작자들도 분명히 있을걸세. 아니, 이미 뒷조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놈들은 사냥하기 직전 늑대처럼 자네 가족의 정보까지 캐내면서 약점을 파고들걸세."
뮐러씨의 말에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뒷조사라니...그것도 가족까지?'
별 생각없이 나치당에 입당했던 한스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뮐러씨가 말을 이었다.
"재계로부터 정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이 좋을 걸세. 내가 연줄을 붙여주겠네."
다음주 금요일에 있을 연설을 준비하면서, 한스는 뮐러씨가 소개시켜준 줄을 통해서 정치 자금을 모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한스가 절규했다.
'젠장!! 군에 있을 때보다 정치가 훨씬 더 어렵잖아!!!'
나치당은 현재 의석이 적었기 때문에 한스가 노력해도 정치 자금을 얻어내기 힘들었다. 나치당에 테오도어라는 녀석이 한스에게 이런 저런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한스는 늘 허탕만 첬기에 자괴감만 들기 시작했다.
'난 당원으로서 나치당에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있다...'
그 때, 테오도어가 전화 통화를 하고는 한스에게 외쳤다.
"한스! 내가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네!"
"뭔가?"
"쇠나이히 공작 부인과 식사를 잡았네!"
"쇠나이히 공작 부인?"
"얼마 전 과부가 되었는데 남편의 유산을 물려받아 엄청나게 재산이 많다고 하네! 성이 한 채 있고 온갖 미술품도 다 그녀의 것이지! 영지도 어마어마하고 무엇보다 현금이 차고 넘친다고 하더군!"
그렇게 한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쇠나이히 공작 부인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한스는 나치당의 정치 사상을 공작 부인에게 이야기했다.
"요새 독일에서는 대공황의 여파로 인종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치당은 이런 식으로 증오를 이용하는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지금 의석 수는 적지만, 앞으로 장기적으로 독일을 위해서 *&^*"
아직 젊은 쇠나이히 공작 부인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하지만 원래 군중이라는 것이 우매하지 않나요? 자신들의 분노에 맞장구쳐주는 정당에게 표를 주게 되어있죠."
한스가 말했다.
"군중은 어리석은 것이 맞습니다. 증오를 선동해서 군중을 미치광이로 만들고 이용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등을 돌리는 것이 군중입니다.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지도자를 한 순간에 배신하고 목 매다는 것도 분노한 군중입니다. 아, 숙녀분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일자리 보장입니다."
쇠나이히 공작 부인은 끈적한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치당은 현재 군소 정당이잖아요?"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도 정치 자금 얻기는 글렀군...'
식사가 끝나고, 쇠나이히 공작 부인이 말했다.
"혹시 미술품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잘은 모르지만 보는 것은 좋아합니다."
"저희 집에 미술품을 보러 오시겠어요?"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그러면 혹시 부인 자택에서 자금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건가?'
"네!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그렇게 한스는 쇠나이히 공작 부인의 차에 탔다. 쇠나이히 부인은 유혹하는 듯한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강철 사냥꾼, 예전에 신문에서 보았을 때부터 한번쯤 만나고 싶었어요."
쇠나이히 부인은 은근슬쩍 한스에게 몸을 기댔다.
"아하하!! 저도 부인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는 말에 꽤나 감명받았어요. 제 아버지도 유대인이시거든요. 정치 자금은 지원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쇠나이히 부인은 한스의 허벅지에 손을 갖다댔다.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부인!"
잠시 뒤 쇠나이히 부인의 자택에서 한스가 말했다.
"부인, 저는 아내가 있습니다."
쇠나이히 부인이 눈웃음치며 말했다.
"알아요. 그리고 안 하더라도 자금은 지원해줄거에요. 저도 나치당의 사상에 동의하거든요."
그 말에 한스는 안심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쇠나이히 부인은 한스의 앞에서 코트를 벗고는 의자에 앉아서 뇌세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씀드리죠. 저는 무척 잘해요."
쇠나이히 부인의 드레스는 가슴이 파여있었다. 한스는 이것을 바라보았다.
'꿀꺽!'
부인은 점점 한스에게로 다가왔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드디어 한스가 첫 연설을 하는 그 날이 왔다. 한스는 연설문이 적힌 종이를 보며 다시 암기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실업율이 떨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산업공학을 발전 시켜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남편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도 일해서 수입이 두 배로 증가한다, 장기적인 일자리와 빵을 보장한다'
앞에서는 다른 나치 당원이 연설을 마치며 외쳤다.
"다음 차례는 전쟁 영웅이자 최근 나치당에 입당한 한스 파이퍼 백작입니다!"
한스는 뚜벅뚜벅 단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새끼들이 야유를 보냈다.
"우우!! 우우우!!"
'뭐..뭐지? 연설 시작도 안했는데!'
그 자들은 아까 전에 다른 나치 당원들이 차례대로 연설을 할 때는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한스에게만 야유를 하고 있었다. 한스는 무시하고 단상에 서서 청중을 바라보며 암기했던 연설문을 힘차게 외쳤다.
"나치당은 독일 시민 여러분에게 장기적인 일자리와 빵을 보장할 것 입니다!"
계속해서 한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설했지만 암기한 연설문을 그대로 입 밖으로 말하는 것이었기에, 히틀러나 괴벨스처럼 청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적당히 관중들과 눈을 마주치고, 반응을 기다리며 호흡을 맞추는 것은 아직 한스에게 무리였던 것 이다. 일주일 동안 연습해서 말을 더듬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극단적 인종주의와 갈등은 독일 국민의 화합을 어렵게 하며, 앞으로 인류는 케케묵은 인종주의는 버리고"
그 때 앞에 있던 새끼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우우!!"
"유대인한테 돈 먹었냐!!"
"저 새끼 유대인이다!!"
한스가 버벅거리자 뒤에서 보고 있던 테오도어가 한숨을 쉬었다. 이 맥주홀에는 히틀러, 괴링, 괴벨스, 그 외 유력 나치 인사들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스의 첫 연설을 엉망진창으로 끝났다. 한스가 단상에서 내려오는데도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망할 새끼들은 야유를 보냈다.
"우우!! 꺼져버려!!"
한스는 열받아서 자리에서 내려온 다음에 야유를 보냈던 그 무리를 노려보았다. 그 새끼들은 다음 연설이 시작되자 더 듣지 않고 맥주홀 뒷문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저 자식들 뭐지?'
한스는 붐비는 맥주홀에서 그 일행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맥주를 가지고 오던 종업원이랑 부딪쳤다.
퍽!
맥주잔이 바닥에 깨져서 난리가 났다.
와장창!!
한스는 재빨리 그 일행을 따라가서 뒷문으로 나갔지만 그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야!!'
테오도어가 한스를 따라나와서는 말했다.
"아까 녀석들은 신경쓰지 말게. 박수부대가 있는 것처럼 야유부대도 있다네."
"야유부대? 박수부대는 또 뭔가?"
"돈 받고 고용되어서 연설할 때 분위기 띄워주는 역할일세. 야유부대 같은 경우는 경쟁 정당의 당원들이 연설하는 곳에 가서 훼방 놓기 위해 존재한다네."
'하지만 아까 전에 다른 당원이 말할때 녀석들은 야유를 하지 않았는데..왜 놈들은 내가 연설할 때만?'
한스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테오도어가 떠들었다.
"그리고 한스 파이퍼, 자네는 연설보다는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네!"
한스도 자신이 언변이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지적당하자 자존심이 상했다.
'좀 더 연습하면 나도 할 수 있다! 다음엔 나도 박수부대를 고용하지!'
그렇게 한스는 집으로 걸어갔다.
'레모네이드나 한 잔 뽑아야겠군..'
한스는 근처 상점에 가서 레모네이드를 한 잔 구입했다. 그런데 20m쯤 뒤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키가 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별 생각 없이 한스는 레모네이드를 들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샌드위치도 하나 사야겠다...'
한스는 근처 상점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사서 나왔다. 그 때, 아까 전에 보았던 그 키가 큰 남자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저 새끼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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