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3 일자리를 잃은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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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얼마 뒤, 기술자로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럴 수가...'
한스는 동료들과 함께 침울한 표정으로 한 맥주홀에 들어갔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기술자, 하이드리히가 말했다.
"난 아직 대출도 못 갚았네. 이걸 집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한스가 말했다.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을겁니다! 직장 구하고 옮겼다고 말하면 될 겁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사실 전부터 옮길만한 곳을 찾아봤었네. 하지만 힘들걸세."
"면접 볼 곳도 없다고!"
"하지만 실업수당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걸로 당분간 집에 생활비를..."
하이드리히가 한스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이보게. 그 실업수당이 정말 나올거라고 믿는가?"
맥주홀에 한스가 있는 테이블 뒤쪽에 테이블에서는 극좌파들이 실컷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 당시 독일은 지식인들조차 극좌, 극우로 나뉘어져 있었고 맥주홀은 이런 정치적 모임이 일어나는 곳 이었다. 하이드리히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는 것이 낫겠군..."
"그러네. 놈들이 한스 자네 얼굴을 알아보면 괜히 불똥튀겠네."
그렇게 한스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가리고는 하이드리히와 다른 기술자와 함께 다른 맥주홀로 갔다. 이 곳에서는 인종주의자들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우월한 아틸란티스 출신 아리아인의 혈통이 하위 민족과의 교배로 오염되고 있다!"
"순수 혈통을 지켜줄 구세주가 필요해!"
이제 실업자가 된 한스의 동료 기술자 호크가 중얼거렸다.
"저 친구들도 실업자 되기 전에는 안 저랬겠지?"
그 인종주의자들은 계속해서 떠들었다.
"아리아인은 모든 문화를 만들고 번영을 이끌었다!"
한스가 이 말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자존감이 바닥이 되었군...'
한스, 하이드리히, 호크는 다른 맥주홀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곳에서는 극우주의자들이 침을 튀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은 테이블은 구석에 한 개 밖에 없었고 한스, 하이드리히, 호크는 그 쪽으로 걸어갔다. 그 때, 한스보다 어려보이는 한 극우주의자가 외쳤다.
"내가 1차대전 때 최전선에 있었는데 말일세! 휴전만 안 되었다면 우리가 프랑스 남부까지 먹을 수 있었다고!"
"물론이지! 그 망할 유대인놈들!"
"자네 계급이 뭐였나?"
"난 일병이었네!"
"난 상병이었지! 아무턴 프랑스 남부까지 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휴전 협상이 딱 되어버린걸세!"
그 때 한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그러자 그 나이 어린 극우주의자들이 한스의 웃음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한스는 맥주가 목에 걸려 사례까지 걸린 상태였다. 그 일병이었던 극우주의자가 물었다.
"이봐! 왜 웃는 건가?"
상병이었던 극우주의자가 물었다.
"자네 공산주의자인가?"
나이 든 하이드리히가 상황을 중재했다.
"이 친구는 그저 사례가 걸린 것 뿐일세. 그리고 우리 모두 공산주의를 싫어하네."
한스는 결국 동료들 앞에서 모자를 벗고 그 극우주의자들에게 말했다.
"자네들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나?"
잠시 뒤, 한스는 하이드리히, 호크와 함께 맥주집을 나와서 공원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때웠다. 일단 평소에 집에 가던 시간까지는 밖에서 버텨야 했던 것 이다.
주변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으며 한스가 말했다.
"일단 면접이라도 보고 다녀야겠습니다.
호크가 말했다.
"면접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말이지."
그로부터 며칠 뒤, 한스는 면접을 보러갔다. 겨우 한 명 뽑는데도 줄이 상당히 길었다. 사람들의 절망스러운 몰골을 보니 다들 최근에 직장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어느덧 줄이 짧아지고, 한스의 차례가 되었다.
'꿀꺽!'
한스가 들어가자, 사장이 한스의 이력서를 보면서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백작님이 왜 기술자로 일하십니까?"
한스가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기계 공학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사장은 한스의 이력서를 읽으며 말했다.
"전쟁 영웅이신데 그냥 계속 군에 있으시지...이 자리는 연봉도 그닥 많지 않습니다."
한스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제가 여태까지 그렸던 설계도입니다!"
사장은 대충 한스의 설계도를 훑어보았다.
"훌륭하군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한스는 다시 자신의 설계도를 가지고 나왔다. 사장은 한스의 이력서를 보고는 혀를 찼다.
"전쟁 영웅이 실업자 되어서 면접 보고 다닌다니 이거 원 참.."
부사장이 물었다.
"설계도는 괜찮던데요? 저 사람을 뽑을까요?"
사장이 말했다.
"전쟁 영웅 출신에 백작이라니 그건 너무 부담스럽네. 그냥 말 잘 듣는 녀석으로 뽑으면 그만일세."
한스는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를 하나 뽑고는 공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옆에는 히틀러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그려져 있었다. 한스는 자신의 친구가 군소 정당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 권력을 쥐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 친구는 상병 출신인데도 여기까지 올라갔는데 나는 꼴이 뭐냐..'
나치당은 경기 호황에 치루어졌던 1928년 선거에서는 2.6프로의 득표율에 현재 500석 중에서 12석을 차지했고, 1924년보다 투표율이 떨어졌다. 한스는 히틀러와 계속해서 교류하며 폭력적인 시위 대신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당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조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히틀러는 맥주홀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고, 현재 괴링의 고환은 두 개 모두 멀쩡했기에 살이 찌지도 않았다.
히틀러는 한스에게 계속해서 나치당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한스는 정치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해서 거절했었던 것 이다. 괴링같은 인물처럼 정재계 인사들에게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사교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괴벨스처럼 언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히틀러는 한스에게 돌격대 지휘를 맡기고 싶었지만, 한스는 군에서 있었던 일이 지긋지긋했다. 그 당시 한스는 생각했다.
'몇 년 간 전쟁에서 구르면서 젊은 시절을 낭비했다..더는 시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결국 괴링, 괴벨스는 현재 나치당의 핵심 인사가 되었다.
비록 1928년 선거에서 나치당은 많은 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독일 곳곳에서 나치당의 지지자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한스는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군에 남거나 아돌프 그 녀석 제안이라도 받을걸. 내 꼴이 지금 이게 뭐냐...'
샌드위치를 먹고 한스는 터덜터덜 길을 걸어갔다. 그 때 나치당을 홍보하는 트럭에서 나치당원이 확성기로 소리치며 전단지를 뿌리고 있었다.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이 포스터는 여기저기 흩날렸다.
트럭 옆에서는 작은 나치 깃발을 10개 남짓 들고 있는 나치 당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치 깃발을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이 자는 한스에게도 하나 나눠주며 외쳤다.
"노동, 자유, 그리고 빵! 모두에게 빵을!"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 나치 깃발을 하나 받았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나치당 잘되면 나도 일자리 다시 구할 수 있을까?'
한스는 그 날 원래 퇴근하던 시간까지 밖에서 쏘다녀야 했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서 한 나치당원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일자리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나치당에게 표를 주십시오!!"
어딜 가나 정치적 모임이 없는 곳이 없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난 그냥 내 적성에 맞는 일 하면서 살고 싶었을 뿐인데..'
예전에 베를린에서 한스는 개선식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스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한스는 쓸쓸하게 길을 걸어갔다. 그 때, 저 쪽 길목에서 극좌, 극우들의 싸움이 일어났다.
"이 새끼가!!"
퍽! 퍼억!
한스는 괜히 휘말리기 싫어서 그 길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때, 한 녀석이 뛰어오다가 한스에게 부딪쳤다.
퍼억!
그 새끼가 한스에게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안 비키고 뭐하냐 새끼야!!"
한스가 이 건방진 새끼한테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그 새끼는 한창 싸우고 있는 길목으로 들어갔다. 한스는 욕설을 퍼부으며 지나갔다.
'저 시발 놈 새끼...'
결국 며칠 뒤 주말, 한스는 군복을 입고 히틀러가 연설을 하는 정치 모임에 참가했다. 일종의 얼굴 마담이었다. 히틀러는 한스가 온 것을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한스, 와줘서 고맙네!"
"진작 왔어야 하는데 일이 바빠서 오지 못했네!"
히틀러 옆에는 괴벨스, 괴링 또한 있었다. 예전에 한스는 신병이었던 시절, 첫 휴가를 나갔을 때 괴링이 했던 짓거리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녀석...'
괴링은 여전히 고환이 두 쪽 다 있었고, 모르핀 중독에도 걸리지 않았다. 괴링은 한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파이퍼 백작, 만나서 반갑습니다!"
괴링은 군복을 입고는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을 달고 있었다. 한스는 어색하게 화답했다.
"반갑습니다."
한스는 괴링이랑 어색하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괴링이 말했다.
"파이퍼 백작은 군에서 나오고 기술자로 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한스는 현재 백수인지라 이 말에 뜨끔했지만 대충 맞장구쳤다.
"하하! 그렇습니다!"
괴링이 말했다.
"몇 년간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그렇게 희생했는데도 전쟁 영웅에 대한 대우가 말이 아닙니다! 저도 전쟁이 끝난 직후 공산주의자 녀석들한테 얻어맞았던 적이 있습니다!"
한스도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그..그런 못된 자식들이!!"
괴링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스턴트 쇼 조종사를 했었습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대가가 이랬습니다. 하지만 나치당의 의석이 늘어나면 앞으로는 많은 것이 바뀔 것 입니다!"
한스는 괴링의 말에 설득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나도 몇 년간 그렇게 굴렀는데 꼴이 이게 뭐야?'
히틀러는 어느덧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여태까지 히틀러가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 친구가 연설을 잘 하려나?'
히틀러는 위압감 있는 표정으로 청중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10초 정도 시간이 흐르고, 히틀러는 연설을 시작했다.
"현재 독일은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실업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100만에서 200만, 300만!"
한스는 자신의 친구의 의외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지금은 일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다...나는 열심히 했는데 이게 도대체 뭔 꼴이란 말인가...'
히틀러는 특유의 목소리와 몸짓, 눈빛으로 청중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저 쪽에 있는 사람들은 히틀러의 연설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옳소!!"
"맞아!!"
"독일 민족이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모두 전력을 바쳐야 합니다!! 독일 부흥을 위해 투쟁합시다! 자유, 행복, 노동은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스스로가 국가를 도와야 합니다!! 독일의 부흥을 위하여 투쟁합시다!!"
"우와!!!"
괴벨스가 미리 고용해두었던 박수부대가 일어나면서 기립 박수를 치자, 사람들도 모두 따라서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한스 또한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애국심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한스였지만 히틀러의 연설에는 설득되었다.
'맞아!! 독일을 위해서 투쟁해야 해!!'
연설이 끝나고, 뒷풀이에서 한스가 히틀러에게 말했다.
"자네의 연설에 나도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네! 어서 나치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독일을 바꾸었으면 좋겠네."
히틀러가 한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한스. 나치당에 들어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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