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의 삶 17 다시 군바리가 된 한스, 공산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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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가 끝나고 집으로 와서 에밀라가 귀걸이를 풀며 한스에게 말했다.
"영화는 어땠어?"
한스는 영화가 재미없었지만 거짓말을 쳤다.
"훌륭해. 흥행하겠는데? 금연 홍보 영화 다음엔 어떤거 찍어?"
"남편이 전쟁터로 가는데 응원하는 여주인공 역할이야."
"좀 재밌는 영화는 없어?"
"재미난 영화는 외국 여배우들만 출연할 수 있어. 난 이상적인 독일의 여성상이 되어야 하니까..."
"국가 사회주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지."
한스는 일기장을 꺼내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히틀러의 말 한마디 한 마디 모두가 하늘이 독일인에 내리는 계시이다. 그의 목숨을 구함으로써 인류는 전환점을 맞은 것 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따를 인물을 찾아왔다. 하지만 내 부친, 군대 상관, 직장 상급자 그 모두가 하찮은 인간이었다.
아돌프 히틀러, 나는 그의 모든 명령을 따를 것이고 국가 사회주의를 이룩하는데 있어 내 모든 열과 성의를 바칠 것 이다!]
에밀라가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화도 예술도 다 도구가 되어버렸지. 한스, 이 지퍼 좀 내려줘."
한스는 일기장을 덮고 에밀라의 드레스 지퍼를 내려주었다. 에밀라가 말을 이었다.
"한스, 난 당신을 따라서 나치당 당원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어. 그런데..."
에밀라는 잠시 말을 흐렸다.
"물론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싫어. 하지만 그들이 처형당하는 것이 매번 신문에 나오고..이런걸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워. 나도 20대 초반에는 너무나도 어리석었단 말야."
한스가 말했다.
"에밀라, 너는 여자라서 나약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전쟁에서 자비를 베푸는 자는 급소를 물리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사실 한스는 사형 집행을 보고 온 이후로 맨날 악몽을 꾸고 있었다. 에밀라는 화장대에 앉아서 자신이 다음에 촬영할 영화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네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독일의 군인이셨단다. 너도 어른이 되면 훌륭한 군인이 되어 독일의 발전에 이바지하거라. 풉!"
에밀라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한스가 물었다.
"왜 웃어?"
"나도 국가 사회주의에 충성하지만 오토나 카를이 군인이 된다면 울고 불고 난리를 칠거야. 절대로 나가지 말라고 붙잡겠지. 이 대사가 이해가 안가. 아, 미안해 한스. 내가 이 말 한 것은 비밀로 해줘."
한스는 자신의 책상 앞에 놓인 스와스티카 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직되고 굳어 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리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에밀라는 속옷만 입은 채로 화장대에 앉아서 대본을 읽고 있었다.
"에밀라"
"응?"
그 날, 에밀라는 한스의 딸을 잉태한다.
다음 날, 한스는 괴벨스, 힘러, 괴링, 하이드리히, 헤스와 함께 식사를 했다. 괴벨스는 명예훼손으로 피소를 당했다가 최근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연설 도중에 '큰 코를 풀어대는 놈' 이라고 했지 그 녀석한테 돼지 첩자, 코쟁이 첩자라고 한 적이 없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새끼 또 거짓말 치네...경찰 청장한테 돼지 첩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증인이 세 명이나 되었다던데...'
이 나치당의 거물들은 다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겉으로는 괴벨스의 무죄 판결을 축하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욕하고 있었다. 괴벨스가 계속해서 자랑했다.
"제작년에 1000제국 마르크 벌금형 나온 것도 사면되었다네!"
힘러가 괴벨스에게 말했다.
"자네 그거 분할 납부하고 있지 않았나?"
"당연하지! 어차피 사면받을게 뻔했는데 그걸 바로 내는게 등신 아닌가! 한달에 10 제국마르크씩 분할 납부하고 있었고 몇 달 전부터는 아예 내지 않고 있었네!"
한스는 속마음을 숨기고 중요한 의제를 꺼냈다.
"축하하네. 아무튼 최근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판결 말일세."
한스가 판결문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직접 재판을 참관하고 사건을 조사해보았는데, 진짜 주동자들은 대다수가 빠져나가고 말단 끄나풀들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하고 있네. 공산주의자들은 순교자를 원하는데 이렇게 하는건 놈들 장단에 놀아나주는 꼴일세."
괴벨스가 말했다.
"이보게 한스. 왜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죄수를 단두대로 공개 처형했는줄 아나?"
한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괴벨스가 말을 이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한 얼간이들이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가고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네. 당연히 불합리하지. 하지만 말일세! 대공황으로 인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무료 배식소를 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여흥거리가 필요하네."
"무료 여흥거리?"
"공산주의자 몇 명을 처형함으로써 대중의 공격성을 억압하는 역할을 단두대가 하고 있는 걸세. 대중은 어리석고 주기적으로 목을 매달 대상을 찾는다네. 파이퍼, 자네는 소수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탄압을 반대했지 않나? 죄 없는 유대인들이 대중의 타겟이 되느니, 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공산주의자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낫지. 만약 이런 처형 의식이 없다면 대중들은 곧바로 만만한 사냥감을 찾을 걸세."
괴링이 또한 괴벨스에게 동의하며 말했다.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 소관 아닌가. 그들이 사형 선고를 받던 나치당과는 관련이 없네."
한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누구도 한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이거 잘못하다간 내가 공산주의자로 몰릴수도..'
하지만 한스는 말을 이었다.
"진짜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런 끄나풀에게서 정보를 얻는 대가로 어느 정도 판결에 유연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사법 거래를 하는 걸세."
힘러가 말했다.
"지금 영국 비밀 정보부도 독일 내부에서 공산주의자 세력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네."
"게슈타포는 그걸 내버려두고 있나?"
"전략적으로 방조하고 있지. 아무튼 파이퍼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멋도 모르는 어린 녀석들을 선동해놓고 다 뒤집어씌워서 순교자를 만드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니 장단 맞춰줄 필요는 없지."
다음 날, 히틀러 부부가 한스의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한스는 초조하게 히틀러 부부를 맞을 준비를 했다. 서재에는 히틀러가 왔을 때 볼 수 있도록 '나의 투쟁' 서명판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히틀러의 명연설 또한 축음기에서 흘러나올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한스는 축음기를 틀어보았다. 히틀러의 카랑카랑한 연설이 축음기에서 흘러나왔다.
"독일은 이미 몇 년에 걸친 전쟁을 경험했다! 독일은 그저 평화를 원한다!!"
'좋았어! 아돌프가 오면 이걸 틀어야지!'
한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히틀러의 연설을 틀어보았다.
"우리 인간은 모두 덧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독일은 계속 존재할 것 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겠지만 독일은 무너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될 것 입니다!"
가정부는 미리 히틀러가 좋아할만한 달달한 케이크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한스가 말했다.
"에밀라 이건 당신이 직접 구운거야! 아, 그리고 딸도 같이 온다고 들었어!"
히틀러 부부는 밀리나라는 맏딸과, 세살베기 어린 아들을 두고 있었다. 마침 오토는 군사학교 방학을 맞아 카를과 함께 집에 있었다. 한스가 오토를 불렀다.
"오토, 히틀러 부부가 오면 밀리나 히틀러 양을 직접 에스코트해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귀가 시뻘개진 오토가 한스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카를이 있잖아요."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카를 시키라고? 내가 총리 앞에서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냐?'
어린 나이부터 카를은 천재성을 보이고 있었고 벌써부터 물리학계에서 논문을 써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한스도 이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카를은 사회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던 것 이다.
"카를은 논문을 쓰느라 바쁘니 오토 네가 해라."
한스는 지갑에서 용돈을 꺼내어 오토에게 쥐어주었다. 한스는 전전긍긍하며 서재를 왔다갔다하며 모든 것이 완벽한지 상황을 살폈다. 잠시 뒤, 히틀러 부부가 왔고 한스는 히틀러와 함께 산책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히틀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만간 국가적인 금연 운동을 할걸세."
"조..좋은 것 같네. 하..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히틀러의 위상과 권력 앞에서는 한스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히틀러에게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기 힘들었다.
"담배는 가난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여흥일세. 무..물론 건강을 고려하면 금연 운동도 좋겠지만..."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나는 항상 내 앞에서 yes라고만 말하는 얼간이들이 싫네."
히틀러의 말에 한스는 마음이 놓였다. 한스가 생각했다.
'다..다행이다. 내가 건의하고 싶었던 정책을 모두 말해야...'
그 때 히틀러가 말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독일은 소련과 군사적 충돌을 할걸세."
이는 한스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 이다.
"무..물론일세. 아마 놈들이 공산당과 작당해서 봉기를..."
"단순히 봉기 수준이 아닐걸세. 물론 놈들의 움직임을 보면 몇 년 내로 봉기가 일어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일세."
히틀러가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한스 파이퍼, 나는 자네의 군사적 능력을 무척 높게 평가하네."
"아..하하하! 하지만 나는 사관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군에서도 나온지 오래되었고..."
"내 자네에게 긴밀히 부탁할 것이 있네. 이건 명령이 아닐세."
히틀러의 말에 한스가 외쳤다.
"자네 부탁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네! 독일 제국과 국가 사회주의를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네!"
히틀러가 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파이퍼 백작, 군에 복귀하게."
한스 파이퍼는 석고상이 된 것 처럼 자리에 10초 동안 꼼짝도 안하고 서 있었다. 히틀러가 말했다.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복귀할 필요는 없네."
"군에 복귀하겠네."
그렇게 한스 파이퍼는 준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여기저기서 공산 봉기가 터졌다. 한스 파이퍼는 전차, 장갑차로 이루어진 기갑 여단을 이끌고는 공산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했다. 한스의 부관이 와서 에밀라가 나치당 여성 모임원들과 함께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보고했다. 한스가 안심했다.
'오토와 스테판은 모두 군사학교에 있을테니 걱정 없을 거다...아마 카를도 에밀라와 함께 있을터...민간인 피해는 없도록 지휘에 집중한다!'
이 때, 카를 파이퍼는 라이프치히 대학 기숙사에서 바움쿠헨을 사러 멍청하게 밖으로 나왔다가 공산주의자들에게 납치를 당한 상황이었다. 한 공산주의자가 카를 파이퍼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퍽!!
"으악!!"
"이 새끼를 납치했으니 한스 파이퍼 그 작자도 별 수가 없을 거야! 빨리 그 쪽에 연락해! 이 새끼는 우리가 데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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