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한스 파이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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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히틀러와 함께 이탈리아로 동반 신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히틀러가 외쳤다.
"독일을 제대로 알려면 외국에 가봐야 한다고 늘 생각했네! 이탈리아는 그 건축물들이 훌륭해서 꼭 가고 싶었던 나라일세!"
한스 부부와 히틀러 부부는 이탈리아에서 차를 한 대 빌리고, 기름과 음식도 잔뜩 준비하고 시골길을 여행하기로 했다. 운전은 한스와 히틀러가 번갈아서 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시골길은 기가 막혔다. 한스는 운전을 하며 주변 경치를 바라보았다.
'좋기는 좋군..'
한스는 히틀러와 콜로냐 광장, 베드로 성당, 보르게세 공원 등 많은 관광지를 방문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무솔리니를 만나게 되고, 정치와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군에서 나온 뒤로 한스의 삶은 생각보다 쪼들렸다. 독일에서는 결혼했으면 각자 알아서 집을 사고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뮐러씨의 사업은 잘되고 있었지만, 한스가 군에서 죽을 고생하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샀더니 남은 돈은 얼마 없었다. 그래도 영지에서 농작물을 팔아 돈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었고, 한스는 그 돈으로 학업을 계속했고 집에 생활비를 댔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군에서 나오지 말걸 그랬다!'
백작 작위까지 받았으니, 한스는 에밀라와 함께 그 당시 융커들이 나가는 사교계 파티에도 참석해야 했고, 이런 것 또한 모조리 돈이 드는 일이었다. 한스는 자신의 영지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팔아서 들어온 돈의 액수를 확인했다. 감자를 팔아서 번 돈은 생활비로 쓰느라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확이 빠른 루타바가를 재배했어야 했나?'
한스는 에밀라와 함께 융커들이 하는 사교계 파티에 참석했다. 그 때 베르너의 모습이 보였다.
'저..저 자식!!!'
베르너의 아버지는 성을 한 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융커들의 사교계에서도 꽤나 권력이 있었다. 베르너는 한스를 노려보았다.
'멍청한 자식...군을 나왔으니 이제 네 놈은 아무 권력이 없다!!'
베르너는 한스에게로 걸어가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파이퍼 백작! 오랜만에 보는군!"
한스는 이를 갈며 베르너의 손을 잡았다. 면상에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보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태연한척 말했다.
"하하! 자네는 잘 지냈나?"
베르너는 에밀라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에밀라는 베르너의 시선의 불쾌감을 느꼈다.
'이 이상한 사람은 뭐야?'
베르너는 에밀라한테 말을 걸었다.
"파이퍼 백작 부인,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밀라는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한스를 쿡쿡 찔렀다. 하지만 베르너는 눈치없이 계속 말을 걸었다.
"제 아버지는 성이 한 채 있습니다. 조만간 제가 물려받을 성이죠. 혹시 여름 휴가 갈 곳이 필요하시다면 초대하겠습니다."
한스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베르너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보는 눈도 많으니 그만 하지.."
에밀라가 한스에게 속삭였다.
"그냥 가자.."
베르너는 한스를 무시하고는 에밀라에게 옆에 있는 붉은색 꽃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글라디올러스라는 꽃입니다. 이 꽃의 꽃말을 아십니까?"
에밀라가 한스에게 팔짱을 끼며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모르는데요?"
베르너가 느끼하게 웃으며 에밀라에게 말했다.
"라틴어로 검에서 유래된 이 꽃의 꽃말은 젊음, 열정적 사랑, 밀회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한스는 참을 수 없었다.
'이 새끼가 내 부인에게 추파를!!!'
융커 사교계에서 욕을 쳐먹던 말던 베르너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베르너 부인이 샴페인을 마시며 남편에게로 걸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금발에 베르너 부인은 상당히 미인이었고, 핑크색 샴페인 잔을 들고 즐기고 있었다.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베르너 부인은 한스를 눈여겨 보았다.
'강철 사냥꾼? 흐응...'
베르너 부인은 남편과의 관계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이다. 한스는 에밀라와 함께 파티장을 나가며 생각했다.
'군에 있을 때 베르너 저 새끼 엿 먹였어야 하는 건데!! 몇 년간 죽어라 고생해서 전쟁영웅되었는데 지금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잖아!!'
한스는 집에 쳐박혀 있는 자신의 훈장과 군복을 생각했다.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겠다!!'
그 외에도 융커 사교계에는 재미있는 행사들이 많았다. 혈통이 좋은 말들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경주를 하는 경주 대회가 열렸고, 한스도 이를 구경하러 갔다. 물론 한스는 말이 없어서 참가는 할 수 없었다. 망할 놈의 켈러 새끼는 자신의 말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했다.
"제 말은 트라케너 혈통입니다!"
한스는 승마를 할 줄도 모르고 말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딱봐도 비싸 보이는 말이었다. 베르너 새끼 또한 자신의 말을 자랑하며 말했다.
"내 말은 홀슈타인 산이네!"
그 말은 다리는 새까맣고 얼룩이 져있으며 등과 목덜미는 회색빛으로 보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의 명마였다. 한 융커가 외쳤다.
"홀슈타인 중에서도 상급 말이야!"
한스는 자신이 이런 귀족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 쪽팔리기 시작했다.
'나도 검술은 배울까?'
켈러와 베르너는 의기양양하게 경주 대회에 참가했다. 한스가 속으로 이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놈들..마차나 확 자빠져버려라!'
하지만 베르너는 경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베르너는 자신의 컵을 든 채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베르너를 쳐다보았다.
'저 망할 자식...'
다음 달에는 사냥 대회가 열렸다. 한스 또한 이 사냥대회에 참가했고 자신의 샷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내가 해볼만하지..'
한스는 사냥 대회에서 꼭 이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베르너 새끼와 같은 조가 되었다.
'망할!!'
한스는 베르너와 다른 귀족들과 함께 숲 속을 거닐며 사냥감을 찾았다. 그런데 베르너가 말했다.
"파이퍼 백작, 자네 말 더듬는 습관은 없어졌군 그래!"
다른 융커가 물었다.
"파이퍼 백작이 말을 더듬었다고?"
베르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상관이었을 때 이 친구는 말을 더듬었다네! 이렇게 말이지!"
베르너는 한스를 흉내냈다.
"저..전차 부대에 더 마..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악!!"
"우하하하!!"
"아하하하!!"
융커들은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고, 한스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샷건을 꽉 쥐었다.
'저 망할 새끼!!'
잠시 뒤, 다른 귀족들은 제각기 다른 곳으로 사냥감을 찾으러 떠났고, 한스는 베르너와 함께 모닥불을 지키고 있었다. 베르너가 고급 적포도주를 한 입 마시고는 한스에게 말했다.
"파이퍼 백작, 자네 부인은 상당한 미인이더군!"
한스는 베르너를 노려보았다.
'이..이 새끼!!'
베르너가 한스를 보며 뻔뻔스럽게 외쳤다.
"한 번 먹음직스럽던데 나한테 넘기는 것이 어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베르너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다른 귀족들이 달려오며 외쳤다.
"이 쪽이야!! 이 쪽에 사냥감이 있어!!"
베르너는 자신을 치지 못한 한스를 보고는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자식...'
결국 베르너는 다른 귀족들을 따라 샷건을 들고 달려갔다. 한스는 베르너가 왜 자신을 도발했는지 그 의도를 알고 있었다. 현재 융커들 중에는 한스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만약 한스가 베르너에게 주먹을 날렸으면, 분명 다른 융커들은 베르너의 편을 들었을 것이고, 한스가 사교계에서 욕을 먹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날 사냥은 허탕을 쳤고, 한스는 샷건을 들고는 터덜터덜 근처에 있는 호텔로 돌아갔다. 이 날 사냥 대회에 참가한 융커들은 모두 이 호텔에 묶기로 되어 있었다. 이 호텔에는 카지노가 유명했고, 한스는 한 번 카지노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한스는 약간의 돈을 걸고 카드 게임을 했지만 지고 말았다.
'젠장...'
카지노에서 나오는데 한스에게 금발 머리에 한 부인이 말을 걸었다.
"파이퍼 백작님?"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그 금발의 미인은 베르너 부인이었다. 에밀라에게는 없는 묘한 색기가 있던 그 부인은 한스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베르너 부인, 안녕하십니까?"
베르너 부인은 한스를 아래 위로 훑으며 말했다.
"강철 사냥꾼의 명성은 많이 들었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한스는 자신의 호텔방을 향해 걸어갔지만 베르너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한스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한스는 베르너 부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펜싱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 잘난척하는 망할 융커 새끼들...나도 펜싱을 배우면 녀석들보다 잘할거야! 다음에 펜싱대회가 있으니까..'
베르너 새끼는 호텔 밖에서 다른 융커들한테 자신의 새 차, 메르세데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빨리 졸업하고 일도 시작해야지...나도 돈 벌면 저 차도 살 수 있을 거야!'
한스는 대학을 다니면서 펜싱도 배웠다. 한스의 펜싱 선생이 한스에게 아부를 했다.
"고작 3달만 배웠는데 실력이 대단합니다!"
한스는 펜싱 대회가 열리면 베르너를 제대로 물먹여주기로 결심했다.
'그 아가리만 놀리는 새끼! 아주 제대로 엿을 먹일거야!'
신나게 펜싱 수업을 받고 한스는 자신의 친구인 붉은 남작을 만나러 갔다.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이 술집에서 한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 쪽이네! 강철 사냥꾼!"
'저 새끼는 쪽팔리게 왜 저렇게 크게 부르는 거야!'
그런데 리히트호펜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오사카 사다오는 독일로 유학을 온 것 이었다. 리히트호펜이 오사카 사다오를 소개했다.
"자, 이 친구는 일본에서 유학 온 오사카 사다오일세! 검술에 엄청나게 능한 친구라네! 한스 파이퍼, 자네도 요새 펜싱을 배웠다던데 대련해보는 것이 어떤가?"
한스는 펜싱 선생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던 터라 자신감이 한참 올라있는 상태라 리히트호펜의 말에 승낙했다.
"뭐...조금 배웠지...나는 괜찮네."
오사카 사다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파이퍼 백작은 군에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네."
"저는 민간인과 싸우지 않습니다."
오사카 사다오는 한스 파이퍼랑은 상대도 하지 않겠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고, 한스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면 전사 대 전사로 대련을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결국, 한스는 오사카 사다오와 목검으로 대련을 하게 되었다. 리히트호펜은 흥미진진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과연 검술로 어느 쪽이 이길지 궁금하군!"
오사카 사다오가 말했다.
"펜싱은 얼마나 배웠습니까?"
한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세 달 배웠습니다!"
오사카 사다오가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군도술을 배웠는데 괜찮겠습니까?"
한스는 조금 쫄렸지만 외쳤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싶으니 봐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한스는 오사카 사다오에게 먼지나게 쳐맞았다. 여기저기 멍이 들었고 아파서 뒤질 것 같았지만 한스는 고집을 부렸다.
"한 판 더..."
그렇게 말한 한스는 자리에 쓰러졌다. 리히트호펜이 외쳤다.
"한스! 자네 괜찮은가!"
그로부터 몇 년 뒤, 한스는 대학을 졸업했고 기술자로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922년, 독일에서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뮐러 씨도 자신의 사업을 축소하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일시적인 불황일거야! 내 할 일만 열심히 하자!'
그로부터 2년 뒤, 한스는 두 대의 장난감 전차를 만들었다. 옆에 TIGER 라고 쓰여져 있고, 한스 파이퍼 연대의 부대 마크가 그려진 아주 멋진 전차였다. 궤도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고 포신도 움직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모형이었다. 오토가 생일 선물로 갖고 싶다고 매일 노래를 불렀던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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