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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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 포병대는 자신의 앞에 놓인 수많은 야포들을 바라보았다. 정치장교가 외쳤다.
"스탈린 동지는 자네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야포들을 보내주셨다! 모두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며 %#@₩"
한 포병 장교가 물었다.
"탄약은 언제쯤 옵니까?"
"탄약은! 기다려라! 스탈린 동지는 전부 준비하고 계신다!"
소련군 포병대가 불안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화포 공장만 철수하고 포탄 공장은 뺏겼다는 소문이 사실이군...'
한 눈치없는 관심 병사가 정치 장교에게 물었다.
"호...혹시 화포 공장만 철수하고 포탄 공장은 뺏겼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여부를 물어봐도 될지 여쭈는 것을 허락 받아도 될지 물어봐도 됩니까!"
"새끼! 기열!"
관심 병사가 대가리를 박았고 정치 장교가 외쳤다.
"거짓 소문에 동요하지 말아라! 모든 것은 완벽하다!"
한 포병 장교가 웃음을 참으며 정치 장교에게 요청했다.
"무전기도 필요합니다! 곡사 사격으로 파시스트 놈들을 때리는데 관측 장교가 실시간으로 좌표를 수정해야 정확한 포격이 가능..."
"곡사 사격? 자네 곡사 사격이라고 했나?"
"넵!"
'내가 뭘 잘못 했나?'
"이런 부르주아적이고 자본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생각을 보았나! 노동자가 피땀 흘려 만든 포탄을 곡사로 낭비한다고? 앞으로는 가급적 직사 사격으로 포탄을 절약한다! 저 파시스트 놈들을 몰아내고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이룩 @#%☆♧♤& 그런 사회에서는 농민, 노동자, 병사, 부사관, 장고가 모두 평등한 ☆♤♧@%"
한 포병 부사관이 물었다.
"정치 장교 동지!"
정치 장교가 눈을 크게 뜨고 부사관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부사관이 말대꾸?"
"무전기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사격을 하려면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무전으로 연락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침 포병대에 수학을 전공한 녀석이 있어서..."
"무전기? 무전기? 이런 부르주아적이고 파시스트적인 %@♤&☆ 통신선 가설해서 전화하면 되지않는가?"
포병들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포격 한 방이면 통신선 다 끊어진단 말이다...'
'저 정치 장교 새끼 등에 방차통 올려놓고 직접 통신선 가설시켜봐야 정신을 차리지...'
포병에게 일장 연설을 마친 정치 장교는 전차병들에게 가서 이야기했다.
"국가가 현재 중대한 위기에 쳐해있으니 가급적 탄약을 절약한다!"
정치 장교가 자리를 떴고 표도르, 파벨, 드미트리 등 전차병들은 엿같은 표정으로 까샤를 먹었다.
"최근에 교전한 파시스트 놈들은 주공이 틀림 없습니다!"
신병 아쎄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까샤를 휘저으며 말했다.
"파시스트 놈들 왜 이 쪽으로 오는 걸까요?"
"두려워하지 마라! 겁에 질린 토끼는 도망도 못 간다!"
"제가 죽는건 두렵지 않습니다. 모스크바로 안가서 어머니가 기뻐하셨는데 말입니다."
신병 아쎄이의 말에 모두 말없이 까샤만 먹었다. 대다수는 전사해도 전사 공보가 가족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을 보낸 어머니들은 생사조차 모른채로 기다려야했다.
"청년공산동맹원에 들어가게. 그러면 가족에게 전사 공보가 전해질 수 있네."
한편, 정치 장교는 서류를 보며 실력이 좋은 녀석들을 고르고 있었다.
'실력이 좋은 놈들을 당원으로 모집해야한다! 전쟁 영웅이 나온다면 당원이어야 한다!'
서류를 뒤적이던 정치 장교는 자신의 부관이 가져온 고급스러운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참고로 정치 장교에게는 좋은 부위의 고기가 제공된다.
'역시 맛이 좋군!'
한참 식사를 즐기는데 사이렌이 울렸다.
위이잉 위이이잉
정치 장교는 신경쓰지 않고 디저트도 먹었다. 그 때 부관이 달려와서 외쳤다.
"독일 전차부대가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정치 장교는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전화는 먹통이었다.
'포격도 없었는데 통신선이 끊어졌다!'
독일군 정찰대가 미리 통신선을 끊어둔 것 이었다. 그리고 티거의 천둥과도 같은 포성이 들렸다.
퍼엉! 쿠과광!
"으익!"
소련군 정치 장교는 재빨리 자신의 귀중품들을 챙겼다.
그리고 지금 오토는 티거를 이용해서 소련군의 대전차포와 전차들을 하나씩 격파하고 있었다. 뿌연 연기와 먼지가 시야를 제한했다.
"경심철갑탄 장전!"
오토는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그 때, 두 시 방향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퍼엉!
쉬잇!
적 전차가 발사한 고폭탄이 티거를 넘어가서 30미터 뒤에 있던 오두막을 박살냈다.
쿠과광!
오토가 어깨를 움찔하고 외쳤다.
"2시 방향 적 전차! 거리 850 발사!"
티거의 주포에서 경심철갑탄이 회전하며 공기를 갈랐다. 경심철갑탄이 소련군의 장갑에 부딪친 순간, 내부에 있던 텅스텐 관통자만이 장갑을 뚫기 시작했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송곳이 버터를 찌르듯, 텅스텐 관통자는 얇은 구멍을 내며 장갑을 관통했다.
쿠과광!
잠시 뒤, 연기가 가라앉았고, 오토는 자신이 격파한 것이 BT 쾌속전차라는 것을 알아챘다.
'고작 BT 전차에 경심철갑탄을 낭비하다니!'
그 때, 어디선가 소련군의 57mm포 ZiS-2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퍼엉! 퍼엉! 퍼엉!
오토가 외쳤다
"고폭탄 연속 장전!"
분당 25발이 발사되는 ZiS-2가 포탄을 발사할 때마다 뒤에서 똥싸듯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탄피가 빠져나왔고 포가가 뒤로 덜컹거렸다.
그리고 뿌연 연기 속에서 오토의 티거는 ZiS-2의 발사광이 보이는 곳을 향해 사격 명령을 내렸다.
"발사!"
티거의 주포에서 발사된 고폭탄은 회전하며 날아가더니 ZiS-2의 포방패에 부딪쳤다. 고폭탄이 폭발하며 얇은 ZiS-2의 포방패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터져버렸다.
쿠과광!
그 때, 오토는 11시 방향에 T-34가 이 쪽을 향해 포탑을 선회시키는 것을 목격했다. 철갑탄을 장전해야했지만, 티거에는 이미 고폭탄이 장전된 상태였다.
"11시 적 전차! 포방패 아래 노려!"
포방패 아래쪽은 제대로 명중만 하면 포탑 전체가 날라가는 약점이었지만 명중이 어렵다. 포수 에밀이 외쳤다.
"발사!"
고폭탄이 T-34의 포방패 아래쪽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쿠과광!
T-34 전차의 거대한 포탑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차체에서 불꽃과 시커먼 연기가 화르르 솟구쳤다.
그렇게 소련군 정치 장교는 차량에 타고는 미친듯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티거의 포성이 들릴 때마다 정치 장교는 움찔했다.
퍼엉! 쿠과광! 퍼엉!
"으흐어...아이고..."
부관이 울부짖었다.
"저 놈들은 분명 주공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치 장교는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운전병에게 외쳤다.
"빨리! 더 빨리!"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소련군의 진지를 점령하는 것에 성공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태까지는 기습적으로 공격해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놈들도 지금쯤이면 우리 목표가 키예프라는 것을 눈치 챘을터...'
중대는 작은 우크라이나의 마을에서 전차를 정비했다. 놀랍게도 우크라이나인들은 독일군에게 무척 친절했다. 우크라이나 민속 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염소젖을 짜주었다.
여태까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있던 전차병들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를 해방군으로 생각하는거야!"
에밀은 방금 전 짜낸 고소한 염소젖을 먹었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오토의 동기 헬무트는 귀여운 우크라이나 아가씨에게 코카 콜라를 권했다.
"아가씨, 코카 콜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아가씨도 생글거리며 헬무트가 내미는 코카 콜라를 마셨다.
마티아스가 수근거렸다.
"정말 좋은 분들이야!"
"이런 사람들을 착취하다니!"
소련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우크라이나에서는 대기근이 발생했던 것이다. 오토가 말했다.
"경계를 늦추지말게. 반소련주의 우크라이나 게릴라들은 우리와 같은 편이지만 아주 잔인하다는 소문이 있네."
"소련 놈들 때문에 대기근을 겪었으면 그럴만도 합니다!"
"저라도 게릴라에 들어갔을 겁니다!"
슐레프 중대는 짧은 정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헬무트가 조금 아쉬워했다. 블라덱이 말했다.
"오래 머물면 마을에도 피해니까 빨리 이동해야지."
우크라이나 민속 의상을 입은 아가씨는 헬무트에게 받은 코카 콜라병을 들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독일군은 뿌듯함을 느꼈다.
게오르크는 오토의 티거 포신에 적 전차 격파 회수만큼 칠해진 흰색 페인트 자국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네 놈이 앞섰지만 조만간 내가 추월하겠다!'
갈수록 토질은 질퍽질퍽해서 차량이 기동하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케텐크라트 궤도 오토바이가 정말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고, 이걸 이용해서 통신선도 가설했다.
무엇보다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T-20 트랙터는 포 견인용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오토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제 부대는 조만간 얇은 강을 건너야 할 것이었다.
지도에는 다리가 있다고 나와있었지만 소련군이 이미 파괴했거나, 독일군 전차 부대가 지나갈때 폭파시키기 위해 폭약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없이 도하 작전을 수행해야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제...젠장...'
보병 부대와 상의를 거친 이후, 가장 실력이 뛰어난 녀석들만 추려서 다리를 정찰하기 위한 정찰 부대로 보내지기로 했다. 오토가 안심했다.
'좋았어! 실력 좋은 녀석들을 보내면 다리에 폭약이 설치되어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거야!'
우선 형벌부대원 하이에가 뽑혔다. 전차병들이 수근거렸다.
"저 녀석은 수상해!"
"탈영하는거 아냐?"
"다른 보병들이랑 가니까 상관 없겠지?"
그리고 올라프, 로베르트, 크리스티안, 호르스트 지크프리트 4인조가 정찰조로 뽑혔다. 오토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왜 저 녀석들이 뽑힌 거야!'
한편, 한스는 이런 저런 신무기를 개발하겠다며 연구비를 지원해달라는 연구계획서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실용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계획서는 몇 개 없었다.
'텅스텐이 부족하니 경심철갑탄 생산은 한계가 있다...새로운 탄이 나오면 도움이 되겠지.'
쓸만한 연구계획서는 따로 빼두다가 한스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헬리콥터?'
헬리콥터의 존재는 한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발된 헬리콥터는 체공시간이 너무 짧아서 군용으로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특수 부대 임무에는 효율적으로 쓰일 수도?'
연구계획서를 읽어보는데 한스의 부관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다섯 시간 뒤 국무장관과의 회의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한스가 외쳤다.
"그런 일정 없었는데?"
'젠장! 불편하게!'
부관이 말했다.
"이미 세 번이나 미룬 일정이고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한스는 손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또 누가 오지?"
"국가식량장관도 이번 회의에 참석합니다."
한스는 긴장을 풀기 위해 드롭스 사탕을 먹으며 말했다.
"다른 일이 핑계대고 빼면 안되나?"
"이미 잡힌 일정이라 뺄 수 없습니다."
한스는 슈트리히를 타고 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도 전선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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