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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55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11 23:59
조회
398
추천
9
글자
7쪽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DUMMY

구름에 완전히 감춰진 달빛은 칠흑의 장막에 가두어진 지상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덜컹...!


칠흑같은 어둠사이로, 묵직한 기계음이 들렸다.

기체 후방부, 공중강습용 후방 리어램프 도어가 양쪽으로 거칠게 열리는 소리다.


도착 전부터 지상을 살펴온 베런중위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젠장, 이래서야.. LZ도 식별이 어렵겠어.”


착륙지점을 뜻하는 LZ(Landing zone)를 식별하고, 또 그곳으로 집결하는 것은 강하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더군다나 이것은 실전이다.

로키산맥 어귀에서 어설프게나마 그들이 3년 간 해온 훈련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상에 있는 것은 훈련용 가건물과 나무토막으로 만든 인형병사들이 아니다.


저 아래는 동방의 악마가 지배하는 땅이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내뿜어온 악마는 수십여년간 이어온 주변국과의 전쟁에서 단 한차례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대한제국이 훨씬 일찍 개방의 문호를 연 동양의 왜국을 짓이겨버리고, 지나의 거대한 영토마저 차지했을 때에도 그랬다.

저들이 거두어온 연전연승의 기술력과 전략, 그리고 군수체계는 여태껏 베일에 쌓여 있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무지는 오만을 낳는 법.


서구 백인국가의 신문들은 일제히 천운과 우연이 겹쳐진 동양인의 집단이, 더 열등하고 못난 다른 동양인의 부락을 야만스럽게 점령했음을 비웃었다.


“저것이 열등한 동양인의 한계점이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강대한 군사력을 주도하는 것은 오직 백인 뿐.

그 숭고한 책임은 신으로 부터 부여받은 마땅한 권리라는 사상이었다.


백인 우월주의 (White supremacy)의 광풍.

그 바람을 충격으로 꺼트린 것이 바로 한러전쟁의 처참한 결과였다.


사실상 4대 열강 중 절반이 싸운 대전쟁.

혹자는 그것을 반쪽짜리 세계대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대한제국과 재정러시아 제국의 두 교전당사국.

그리고 대영제국과 미합중국의 두 관전국.


직접 피를 흘리지 않고 강대국의 싸움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천문학적인 이득이었다.

잠재적국의 교리와 전술, 군수생산력을 파악해 군사력을 가늠하고, 이를 통해 아군의 군사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미 양국의 강력한 주장이 이어졌고, 한러전쟁의 전장 전역에는 관전국의 옵저버들이 대량으로 함께했다.

각국의 은밀한 사정과 지역적 연관성에 따라 영국은 러시아에, 미국은 대한제국에 관전무관을 보냈다.


준비와 과정, 전개와 역습, 결과와 점령에 이르기까지.

참여했던 수많은 관전무관들에 의해, 어떻게 유럽 전체를 위협해오던 강력한 슬라브인들의 제국이 처참하고 끔찍하게 패배했는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무지에서 누렸던 오만한 백인의 세계는 산산히 부서졌다.


“타타르의 멍에가 다시 씌워질 것이다.”

“동방의 악귀들이 역병처럼 몰려올 것이다.”


그 날 이후, 런던의 일간지 삽화면에 태양제가 등장할 때면, 시뻘건 눈에 길다란 손톱을 뻗고 지구본 저편에서 군침을 흘리는 모습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 * *


‘그래도 얻은 게 없는 것은 아니지.’


베런 중위가 깜빡이는 붉은 점멸등을 바라보며 위안삼았다.

저 불빛조차도, 공포를 이겨내며 그가 가져온, 대한제국 신병기의 단면이었으니.


합의에 따라 옵저버표식을 매단 영미의 무관들은 원칙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포탄과 총알에는 눈이 없는 법이었기에 스스로의 생명과 임무 완수를 위해 전투 구역의 내부 진입은 자제할 것이 요구되었다.

모두가 그것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미합중국이 파견한 관전무관이오! 귀국은 마땅히 나의 탑승을 허용해야 할 의무가 있소!”


어디에다 별종은 있는 법.

미합중국의 젊은 장교, 열정가득한 베런소위는 당시 첫 선을 보인 공중강습함에 반드시 직접 타야한다며 생떼를 부렸다.


우연히 공수장면을 목격한 그에게 있어 그것은 새로운 신세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진의 후방에 은밀히 침투해 보급선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며, 궁극적으로 전선 자체를 교란시킨다니.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엎을 부대였다.


이내 이 젊고 패기가득한 미군 장교는 제국군 내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끝까지 그러는구만, 어쩔 수 없지.

강하시켜!”


전쟁대신, 유지량 대원수의 한마디에 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으...으아아아악!”


최소한의 공수교육, 그리고 몇 번의 예비강습 교육이 끝난 후, 베런소위는 결국 그가 꿈에 그리던 첫 번째 실전의 참관을 위해 강습함 후방격납고에 몸을 실었다.


당연히 최고등급 보안이었던 목적지는 모른 채.


칠흑같은 어둠속을 뚫고 뛰어내린 그는, 훈련받은 대로 원형낙하산을 펴고 감속했다.

어설픈 실력으로 방향을 조종하기 몇 차례, 결국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거대한 정원 한켠, 높이 치솟은 정원수 꼭대기의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그가 형편없이 매달린 나무가 심어진 곳은 다름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네바강변을 따라 지어진 아름답고 고고한 궁전.

제정 러시아제국의 황제가 머무르는 겨울궁전의 나무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젊은 소위의 치기어린 용맹함 덕분에 미국은 지금의 시대에 얻을 수 없는 아주 값진 보상을 얻었다.

한러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베런 소위는 제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수준의 공중강습부대 운용교리를 온몸으로 체험한 인재가 되었다.

복귀와 동시에 그는 대한제국의 공중강습부대의 구성과 거둔 전공, 작전의 절차와 장비의 스펙을 상세히 기록한 보고서를 군에 제출했다.


이듬해, 미국 육군부는 극비 프로젝트를 출범시켰고, 소위 한명을 특진시켰다.


이제, 그 성과를 확인할 때가 되었다.


* * *


삐익...!


붉은색으로 깜빡이던 점멸등이 순간 선명한 연두색으로 바뀌며 짧은 비음을 냈다.

바로 지금이다.


"치익.. 현시간부로 드래곤하트 작전. 개시!“


베런중위의 짧은 명령어와 함께, 그에게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수십명의 부대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처음엔 언뜻언뜻 부대원들의 얼굴에서 드러난 공포감.

작전이 시작된 지금에는 온몸에서 분출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쾌감에 가까운 긴장으로 바뀌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차례차례 칠흑같이 어두운 땅을 향해 몸을 던졌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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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9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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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5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4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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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6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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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3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7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2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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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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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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