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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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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51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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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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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DUMMY

조종간을 잡던 최무진 참령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우측에서 점멸신호기의 점등을 조작하던 정윤철 정위의 얼굴도 시체처럼 하얀 빛을 띄었다.


"치익 - 삐..삐삐..삐..삐...삐삐"


관등성명과 함께 보고를 즉시 시작해야 했다.

무선교신기의 길쭉한 버튼을 눌러 발언하려는 그 순간.

이순신함에서 보낸 일정한 간격의 비음이 무선망을 울렸다.


전 함대의 무선침묵 재개을 의미하는 교신음.

동시에 이순신함의 점멸신호가 빠르게 깜빡거렸다.

발광 신호를 한 글자씩 끊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임시... 탑승.. 허가... 승인!"


"쿠구구궁.."


정찰함이 오가는 육중한 상부격납고 문이 개방되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인도양 해상 한가운데에서, 난데없이 황제를 알현할 기회가 활짝 열린 것이다.


* * *


대한제국 이순신급 제공전함.

전세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거대한 부양군함이었다.


서방세계에서는 어드미럴(제독)급이라 불리는 경외의 대상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취역한 최신예 전함이었기에 제국의 마지막 혈전이라 불리는 시백력전쟁 이후에 건조를 시작했다.

기나긴 시백력 전쟁을 승전으로 마무리 지은 후, 제국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남방의 소국들을 하나씩 집어삼켰다.

제도 한성의 호사가들과 언론들에게 소위 '가벼운 전쟁'이라 불렸던 근 몇 년간의 영토확장에서 이순신함이 군사작전에 동원될 필요는 없었다.


비록 전쟁에 투입되는 일은 없었으나, 황제는 그의 식민지 영토를 둘러보러 다닐 때면 늘 이 전함을 애용했다.

혹시 모를 잊혀진 왕국 주의자들이나 나약한 반제국행동주의자들은 제국이 가볍게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저항 세력이었다.

그들이 황제를 향해 자살 돌격을 감행하더라도 이순신함은 그것을 가볍게 무시할 만큼의 무력을 갖췄다.


제국해군의 한해 신규함 건조 예산을 2할(20%)이나 잡아먹은 괴물이었다.

그랬기에 재무성 고위관료들은 종종 '천억냥짜리 행사함'이라 불렀다.

물론, 감히 황제 앞에서 그것을 입밖에 내는 사람은 없었다.


하부에 3연장 주포가 안전장치에서 풀려나 사방을 경계하듯 흩어진 채 해상을 겨누고 있다.

측면을 두른 두꺼운 강철 장갑은 현존하는 어떤 적국의 함포에 직격하더라도 관통 되지 않을 방어력을 자랑했다.

측면장갑 외부로 거대하게 쓰인 대한이라는 두글자 사이에는 작은 태극무늬로부터 뻗어나온 금색 월계수가 둘러진 오얏꽃 문양이 선명했다.

뒤따르는 숫자는 001.

어전함이자 제국해군 전체의 기함이라는 의미다.


배의 함교는 근 몇 시간 중 가장 분주했다.

층적운 속에서 밀집하여 전진중이던 어전함대는 불쑥 튀어나온 괴함을 마주했다.

전시교전이었다면 탐조등과 육안견시로 진즉에 발견하여 격추했을 터였다.


날렵한 은색의 형태를 띈 괴함의 외형은 모두가 생전 처음 보는 것으로, 분명 아군의 제식함은 아니었지만 태극무늬와 제국해군의 문양이 선체에 그려져 있었다.


함교에 단 두명만이 저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백발의 전쟁대신. 유지량 대원수는 겉으로 유지하고 있는 평온함과 다르게 마음속으로는 경악스러움 그 자체였다.


'저게.. 저 배가 대체 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는 것이냐!'


비익조의 기관구조와 이론, 개념설계는 모두 그가 직접 챙겼다.

족히 3년 넘게 장기간 추진해온 최고보안등급의 연구과제였다.

전쟁성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받은 것이 국외 고속항주시험에 대한 서류를 승인해준 기억이었다.

분명 기억에 제국 소내해를 거쳐 버마까지 향하는 경로.

버마로부터 오천리는 훌쩍 벗어난 바다 한가운데에서 저 녀석을 만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저 배.. 전쟁대신이 보고했던 신형함 아닌가? 비익조인가 뭔가 말이야."


황제가 심드렁한 말투로 물었다.

말문이 막힌 유지량이 더듬거리며 대답하려는 순간.

비익조의 점멸신호를 읽은 부관이 실시간으로 외쳤다.


"대한제국... 아군.. 대한제국. 아군...!

긴급정보... 사격..금지... 황태자... 명령...!"


"지금 저놈이 뭐라고 한 것이냐."


벌떡 일어난 황제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유지량은 슬쩍 황제의 표정을 살폈다.

분명 분노 가득한 목소리였으나 눈은 웃고 있음이 느껴졌다.


분명 황태자가 깨어난 것이다.

그렇게 대한제국의 황제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 * *


함교 중앙, 적색의 부드러운 카펫위에 부복한 최무진 참령과 정윤철 정위는 제국의 최고사령관을 알현하는 중이었다.

거대한 함교, 황제의 머리위로 드리워진 거대한 오얏꽃 장식이 황제와 같은 방향에서 그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새하얀 해군 대원수복에는 황제의 문양이 더해졌다.

광오한 표정으로 엎드린 채 보고하던 두 명을 내려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보고서를 내놓거라. 내 직접 보겠노라."


최무진은 조심스레 품에서 꺼낸 적색갑호명령서를 두손으로 바쳤다.


앞 장의 명령서와 뒷 장의 별첨내역까지.

천천히 정독을 마친 황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황제는 보고서를 유지량 대원수에게 넘겼다.


공손히 받아들어 읽기 시작한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이번 전쟁은 황태자의 제왕학이었으며, 그가 군령권을 휘두른 첫 공식 작전이었다.


스스로 계획한 전쟁을 스스로 엎는다니?

분명 역모로도 충분히 해석될 만한 여지가 있었다.

황제는 다음 재위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제국에 황태자 다음의 황위계승권자들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황태자가 보낸 마지막 내용.


『황제폐하께서 뜻을 굽히지 않으시거든, 아래와 같이 고하라.』

『부디, 북경에서의 대참사를 다시 재연하지 마십시오.』


지나정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냈던 북경 공성전.

단일 전투에서 정벌 전체의 피해 절반이 발생했다.

그 전투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와 황제만이 아는 것이었다.


당시 한성의 황궁에 있던 어린 황태자는 당연히 알 수도, 알아서도 안되는 것.

북경의 비사(秘史)는 황제의 역린 그 자체였으니까.


명령서를 접어 품 안에 넣은 유지량이 황제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어째서 그 일을 황태자가 알고 있는 것인지, 또 그것에 대해 황제가 어떤 처분을 내릴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를 바라본 황제가 짤막하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즉시 함대를 돌려라. 한성으로 되돌아가마.

그러나 그놈들이 무슨 짓을 해 놓은 건지는 알아야겠지.

전 함대는 현 시간 부로 무선 침묵을 해제한다."


모두의 침묵 속에서 잠깐 고민하던 황제가 말을 이었다.


"제물포급 장포격함 한척 정도면 충분하겠군.

그 좌표에 최대 사거리로 한발 쏘고 빠지라고 하게."


최무진 참령이 함께 보고한 담당무관에게 직접 목격한 지점의 정밀좌표를 전달했다.

말없이 자리로 돌아간 황제가 의자에 몸을 묻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빠진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척, 그놈이 참 기묘한 소리를 하는군."


* * *


잠시 후,

한 척을 제외하고 일제히 수십여척의 함대가 함수를 돌렸다.

남아있던 한 척의 중형 군함에는 제몸에 맞지 않는 거대한 포신이 올려져 있었다.


한동안 최대속도로 항진한 제물포급 장포격함이 멈춰섰다.

이내 발사각 조정을 끝낸 거대한 단장 주포 1문이 초중량탄 한발을 고각으로 발사했다.


"쿠우우웅..."


발사 충격에 뒤로 밀려난 배의 균형을 잡기위해 기관을 양현전속으로 조작한 배가 겨우 균형을 되찾았다.

방향을 틀어 본대와 합류하려는 그때.


"콰콰콰콰...!"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충격파가 구름을 일제히 날려버리며 사방으로 퍼지자 뒤이어 거대한 충격음이 배를 뒤흔들었다.


* * *


일주일 뒤, 영국해군 인도양 사령부는 군용물자를 싣고가던 민간상선 두척 이 폭풍을 만나 침몰했다고 밝히며 보상금을 선사에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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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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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20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5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6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7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7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5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9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1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3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2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4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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