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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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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47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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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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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 장백산의 광기 (1)

DUMMY

울창한 거목들에 둘러쌓인 산.

자욱한 안개가 낮게 깔린 것이 과연 영기가 가득한 영산임이 틀림없다.


장백산에서도 산세가 가장 험준하다는 이곳.

백청봉 뒤편의 꺾어지듯 떨어진 낭떠러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산림지대였다.


북부항공연구원의 평온한 아침.

연구원 한명은 피톤치드 향 가득한 이곳에서 폐부에 들이치는 신선한 공기를 가득히 느끼는 중이었다.


"하아아아... 여기 공기는 정말.. 한마디로 죽여주는구나."


한성의 탁한 스모그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연구과제와 집단목표에 따라 밤늦게까지 야근과 과로를 반복하던 한성의 연구환경과 비교해서도 이곳은 천국에 가까웠다.

탁한 도시에 질려 자청한 험지발령.

그는 이곳의 평화가 가급적 영원하길 바랐다.


"응...? 저게 뭐지?"


방해꾼이 등장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저 멀리, 굽이굽이 휘어진 산허리의 외길.

이곳으로 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뿌연 먼지구름으로 가득찼다.


"우르르르릉...!"


줄줄이 이어진 거대한 탑차의 행렬이었다.

적어도 수백대는 넘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주한다.

하나하나가 완전무장한 제국육군 십수명을 실어나를 수 있는 크기.

방탄을 두른 육중한 전투차량들이다.


제국 육군 최정예 공병사단 두개가 최고속도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굉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는 박살나버린 오늘 아침의 평화 뿐 아니라 이곳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것들은!"


먼지구름과 굉음을 본 연구원들이 시설 여기저기서 나와 모여들기 시작했다.

군이 이곳을 향해 떼지어 몰려오는 이유는 그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한 곳에 모여 웅성대는 연구원들을 제치며, 사색이된 남자 한명이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막 출력된 통신명령문이 구겨진 채 들려있었다.


"벌써? 벌써 왔단 말이냐."


올 것이 왔다.

긴급으로 날아온 본청의 명령문.

그것을 수령한 것이 방금 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행렬을 멍하니 바라보던 반백의 나이 지긋한 시설장, 오태석은 고개를 떨구었다.


한성 연구소 본청의 최고사령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라, 이곳의 시설에 대규모 확장이 급히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그의 위에 새로운 지휘관이 온다는것.

그보다 두단계는 높은 부장(중장급)직급이라 했다.

전기련 산하의 단일연구부문장을 겸직한다는 소문도 있다.

새파랗게 어린 상사가 황제의 총애까지 받고 있다는 말은 그의 앞날이 가시밭길로 가득할 거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한성 복귀라도 명령받았다면...'


그의 직책도 시설장이 아닌 정령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황제는 과학기술연구에 아주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들이 많았다.

계급체계도 새롭게 바뀌었다.

연구소는 제국군 산하의 군사조직인 만큼 군 계급에 맞춘다는 것.

그리고 기술의 유출 또한 일반군사기밀보다 더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교지가 내려온 것이 얼마 전이다.

새롭게 바뀐 계급이 영 익숙하지 않은 오태석 정령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이것은 좌천에 이어 강등에 가까운 인사였다.

내지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시설의 위치.

깊은 산속 한가운데에 숨은 끔찍한 접근성.

북부항공연구원은 전쟁기술연구소 산하의 시설 중에서도 대표적인 험지이자 한직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첩첩산중이었기에 보안상 이점으로 신형 부양함 연구부서의 일부가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 그나마 큰 성과였다.


그러나 얼마 전, 그조차도 참사가 있었다.

최신예 기종이 시험비행을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이곳의 분위기는 연일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시험기는 분명 버마까지 순조롭게 이동했다.

하지만 그 이후 행적은 감추었다.

최고등급 보안으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기에 그를 포함한 연구원들 중 아무도 비익조함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 역시 알지 못했으나 분명 좋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오태석 정령이 회한가득한 상념에 빠진 사이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온 행렬이 연구원 입구를 지나 활주로를 가로질렀다.


도착한 병력들이 가득실린 장비를 내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를 질주하는 지휘차량 한 대.

이곳의 유일한 건물인 작고 낡은 3층건물 앞에 멈춰선다.

급히 선 지휘차량에서 장성 한 명이 급히 내렸다.


이내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어깨에 빛나는 태극무늬와 별 두개, 참장이다.

사단장이 이곳에 직접 오다니, 긴장한 그가 경례를 올렸다.


"북부항공연구원의 오태석 정령입니다!"


"지나사령부, 3군단 직속의 55공병 사단장을 맡고 있는 최우식 참장이오."

"한성에서 통신명령서는 받으셨소?"


"예! 그렇습니다. 헌데 자세한 내용은 잘.."


최우식 참장이 옆에서 대기중이던 그의 부관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명령을 대기하던 장교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뭔진 몰라도 급히 작전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황명이오."


짧게 담은 설명이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었다.

적어도 대한의 영토 안에서 그 말이 담긴 무게는 다른 모든 말보다 훨씬 막중했다.


"황명에 따라 본 지휘관 휘하의 전 병력은 즉시 작전을 시작하겠소.

참고로 말해두자면, 이곳은 앞으로 전례 없는 상전벽해를 이룰 것이오."


순식간에 그들 뒤로 쳐지는 야전 지휘소 천막으로 돌아서며, 최우식 참장이 싱긋 웃었다.


"아, 혹시 건물이 날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소?"


"······."


"곧 보게 될거요."


오 정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궁금할 뿐이었다.


* * *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

소형 정찰함의 웅웅거리는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배 뒤쪽 격납고 벽을 따라 붙은 의자.

텅 빈 격납고에는 물품도 사람도 없었다.

오직 그 뿐이었다.


육군 제복이 어색한 듯, 조이는 목 주변에 자꾸만 손이 간다.


아직도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사기를 당해 몰락한 집안의 고아가 그였다.

학업에 열중해 겨우 얻은 시한부 성공.

젊은 천재라는 아명에 취해 제가 뭐라도 된 줄만 알았다.

그러나 성질을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잃고 죽을 위기에 몰렸다.


신이란 존재하지 않다고 믿어온 그였다.

신이 있었다면 이렇게 불행한 삶을 어찌 이리도 각박히 무시하고 또 방치한다는 말인가.


그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천운이 따른 것이 그때였다.

범인(凡人)이라면 평생을 걸쳐도 발끝도 보기 힘들다는 황족, 그중에서도 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황태자가 그를 직접 만났다.


그를 위협하던 고관대신과 철옹성같던 그의 가문은 가볍게 휘두른 황태자의 손아귀에 갈기갈기 찢어져 그대로 명을 달리했다.

단숨에 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것으로 백번 죽어 모자랄 은혜를 입었을진대, 그것도 모자라 어마어마한 부에 상상도 못할 직책마저 함께 하사받았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제국대학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연구를 마치고 나면 비좁고 냄새나는 단칸방에 몸을 뉘이기 바빴던 그였다.

아무리 제국대 교수진이 후한 대우를 받는다고 세상이 떠들어대더라도 그것은 종신임용에 합격한 정교수들의 이야기였다.

단기임용되는 조교수에게는 어떤 해당 사항도 없다는 뜻이다.


그의 보잘것없는 목숨을 부수려 들었던 외무대신과 문경한씨 가문의 재산이 그대로 몰수되었고, 황태자의 명에 따라 그의 앞으로 돌아왔다.


순식간에 생긴 수백억냥의 자산.

숫자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으나 실물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를 배알하고 황궁을 나선 바로 그날.

돈 많은 자본가들이나 겨우 탄다는 제국자동차의 최신형 고급 리무진 한 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용 기사로 본인을 소개한 젊은 여성이 황궁에서 머지않은 성북동으로 차를 몰았다.

순식간에 도착한 저택.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크기의 석조건물은 소나무에 둘러쌓인 푸른 잔디밭을 가득 품고 있었다.

수영장에 지하 주류창고, 서양식 벽난로에 거대한 응접실까지.

그곳에서 보낸 일주일..

평생 누리지 못한 행복이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기분이 아직까지 생생했다.


* * *


"치직.. 김창현 부장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조종사의 육성이 기계를 타고 넘어와 격납고를 울렸다.

한창 생각에 빠져있던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자세를 바로했다.


서서히 줄어드는 듯한 속도 역시 느껴졌다.

김창현은 설레는 마음을 다잡았다.

황태자, 아니 이제 제국의 황제가 된 그는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큰 힘에는 당연히 큰 책임이 따르는 법.

그가 맡아야 할 일이 적지 않았고 해내야 할 과제 역시 쉽지 않았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가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좁은 격자 창문 너머의 구름 아래.

이제 잠시뒤면 처음 밟아볼 장백산의 분위기는 어떤지 미리 바라볼 요량이었다.


밖을 내다본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철골조가 드러난 벽체에 끼워진 창문.

층층이 이어진 모양새.


"아니 저게 .. 대체 뭐야!"


창밖에서 그와 함께 날고 있는 저것은 분명히 건물.

분명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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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20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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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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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5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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