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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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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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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 전율하는 기둥 (1)

DUMMY

* * *


이규열은 완전히 몰입하는 중이었다.

컴퓨터 주변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빈 삼각김밥 포장지와 각성효과를 낸다는 빈캔이 여기저기에 나뒹굴었다.

여섯 시간에 한번, 고작 삼 분간 주어지는 게임 내 공식 휴식시간(Break time).

최소한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시간이기에 제대로 된 밥을 차려먹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해외파 몇놈들은 왼팔에는 링겔, 오른팔에는 카페인을 꽂아놓고 한다던데..'


빠르게 마우스와 키보드를 누르며 그가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전용 매니지먼트와 스폰서를 가진 금수저들에게나 해당되는 것.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이 게임의 대회상금은 이번을 제외하고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인도양 해전에서 대한제국은 주력함대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황제와 그의 장군들이 포진했던 총기함을 겨우 살려 돌아온 것에 감사해야 했다.

최전선에도, 구중궁궐안에도 배치할 수 있는 것이 '군주'.

황제가 사로잡힌다고 해서 게임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들의 생산성과 군대의 사기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황제는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후의 유닛이었다.


그러나 전장에 군주가 함께하는 순간 특별한 효과가 함께한다.

군주의 특수효과인 '사기충전'은 병력의 전투력을 단번에 25% 이상 끌어올린다.

또한 전투에서 포위되거나 습격당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그야말로 광전사와 같은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규열은 대부분의 전쟁, 그 최전선에서 요긴하게 황제를 써먹었다.

그 황제가 부상을 입은 것은 치명타였다.


영국놈들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어전함대가 무질서하게 후퇴하자, 대영제국 인도함대가 대한의 바다를 덮쳤다.

곧이어 인도부왕령 전체의 전격적인 징집령이 선포되었다.

결국 대한제국은 원래 차지했던 육군에서의 수적 우위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인도제국의 일부였을 미얀마(버마)는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대한의 적은 영국만이 아니었다.

인도양 해전과 동시에 선전포고를 전달한 미합중국의 태평양 함대 역시 서태평양의 제국 해안선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었다.

양면전쟁에 몰린 국가의 유일한 살길은 전선을 축소시키는 것 뿐.


수년간 필사의 후퇴와 역습을 계속하며 실날같은 반격의 기회를 엿보던 규열이었다.


그때 쯤, 미니맵 한쪽 끝에서 정찰 보고가 올라왔다.

필리핀 해상에 모이기 시작한 대영제국 함대의 중앙, 거대한 화물선에는 신전에서 떼어온 듯 한 거대한 석조기둥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정찰 유닛이 격추되기 직전, 겨우 확인한 것.


"에이씨.. 결국 찾았네, 저새끼들."


그가 찾았던 탑티어 오파츠인 반중력엔진.

최고의 사기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는 그것이 군사력 이외로도 제국 전체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무력만을 비교한다면 저것을 이길 수 있는 오파츠는 이 게임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 전율하는 기둥 』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등 서구 고대문명의 발상지 전체에 걸쳐 숨어있는 히든 오파츠.

유적 중 한 곳에 뭍혀있다는 모호한 증거뿐인 무기였다.

대한제국이 이것을 얻기는 지리 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전율하는 기둥은 거대한 신전 속 석조 기둥을 꼭 닮은 외형이었다.

무거워보이는 외형과 달리 위력은 끔찍했다.


정제된 지향성 플라즈마 입자 발생기.

발사를 제어할 수 있는 전력공급 모듈과 발사조준체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의 '기둥'은 게임 내 최강의 병기 중 하나로 손꼽혔다.

초장거리로 발사한 플라즈마 에너지탄이 목적지를 빛으로 채우면, 불우한 육군기지나 소규모 함대의 전체가 증발하는 것은 예사였다.


그만큼 전력공급 모듈과 발사조준체의 개발에는 수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예산이 동원되어야 했기에, 전력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건 반저항엔진도 마찬가지니까.'


'기둥'이 실린 화물선 주변은 두꺼운 전선으로 이어진 십여척의 발전함에 연결되어 있었다.

최대출력의 고압전력을 한동안 주입하자 기둥의 앞부분이 열리며 푸른빛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번쩍-!"


하늘로 솟구치는 푸른 빛.

'전율하는 기둥'이 포격하며 대한제국 본토 상공에 주둔중이던 남해함대를 직격했다.


* * *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황태자, 이척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워드 전권대사도 식사를 멈추고 황태자를 조용히 살폈다.

경악했던 표정을 완전히 드러냈던 아까의 충격은 진작에 차분히 정리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경악했던 표정 그대로였다.


본토의 듀리스디어에 옮겨진 '무거운 물건'의 정체.

그것은 결코 맞은편의 젊은이가 알아선 안되었다.


'그것'을 발견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아니, 실은 조지5세의 광기에 가까운 고고학적 집착 때문이었다.

처음에 취미로 몇 차례 이집트 보호령을 방문했던 국왕은 어느 순간 고서에 기록된 어떤 무기를 찾기 시작했다.

대영제국 보호령으로 귀속된 이집트 전역에 광범위한 발굴 프로젝트가 십여년 넘게 이어지자, 웨스트민스터의 의회 귀족원과 서민원에서도 더이상의 예산의결을 거부할 태세였다.


그러던 중 룩소르에 위치한 왕가의 계곡에서, 국왕의 명령을 받은 케임브릿지 대학의 고고학 연구진이 금세기 최대의 발견을 해낸 것이다.


국왕전하가 과연 이것을 의도했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거대한 기둥은 신전의 외곽을 지탱해야 하는 본래의 외형과 달리, 괴이하고 정교한 기계장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구진이 임의로 연결한 발전기의 전력을 가볍게 빨아들인 '기둥'이 부드럽게 전율했다는 보고.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그 기둥은 고대 이집트의 기술로도, 분명 현대의 기술로도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무언가였다.


최고수준의 보안을 지키며 '기둥'을 연합왕국 본토로 옮기기 위해, 대영박물관을 포함해 위장을 위한 온갖 명분이 총동원되었다.

어찌나 보안에 신경을 썼는지, 영국 최고의 귀족이라는 그 역시도 런던에 잠시 들어갔던 지난 겨울에서야 그 전모를 겨우 보고 받을 수 있었다.

이집트의 고대 유물을 제식병기화 한다는 기상천외한 서류.

황당한 표정으로 읽어나가던 그는 서류에 딸려온 '기둥'의 예상 제원과 위력범위, 사정거리를 읽으며 광기와 희열로 바뀌었다.


'어쩌면 이것이 위대한 영국에 내려준 신의 무기인지도 모른다.'


조지5세의 전폭적인 지지는 당연했다.

그와 함께 전쟁장관의 낙관적인 보고가 뒤따랐다.


결정에 큰 파이를 차지한 것은 대한제국이었다.

극동에서 준동하는 악의 제국이 날로 세를 넓혀간다는 것.

인도부왕령의 거대한 식민지는 대영제국 블록경제의 핵심이었고 그것은 결코 빼앗겨선 안될 자존심 그 자체였다.


전쟁성의 기밀비를 총동원하여 무기화 계획인 프라가라흐(Fragarach) 계획이 극비리에 실행되었다.

켈트족 신화에서 하늘과 전쟁의 신 누아다(Nuada)가 천상의 도시 핀디아스에서 가져온 무적의 칼.

칼에 노려진 적들은 그것을 피할수도, 부상을 치료할수도 없었다.

그렇게 계획이 실행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극동. 악의 제국을 다스리는 황태자.

그가 이 전모를 알아서는 안되었다.


* * *


'애송이 놈이.. 무언가 분명히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본 황태자의 모습은 이년 전.

태양같던 황제 옆에 붙어있던 유약한 모범생에 불과했다.

그가 본 이척은 유능한 공무원이자 황제의 참모였으되, 결코 국본으로써 용상에 앉아 제국을 호령할 위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우닝가 10번지에 보내는 서신에서, 그는 주목해야 할 대영제국의 위협요인으로 거론된 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

그가 저지른 최악의 오판이었다.


'때가 되지 않았기에 그 시커먼 속내를 잘도 숨긴 것인가.'


노회한 귀족 노인이 자신의 성급한 판단력을 자책했다.

예순을 훌쩍 넘긴 지 오래.

런던의 신문사들로부터 'Royal Sage'(고귀한 현자)라는 칭호를 받으며 외교가에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순식간에 돌변한 이척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황태자가 두문불출한 지금, 그의 맞은편에 앉아 식사 중인 저 젊은이는 대한제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하워드 대사가 본국에 긴급 전신을 보낼 내용을 고심하는 동안, 기억에서 돌아온 이척이 체하기 딱 좋은 오늘 저녁 만찬의 결정타를 날릴 준비를 했다.


"자유 프랑스의 저항군 지도자가 우리 대한제국에 접촉을 해왔소."

"런던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다는군요."


이것으로 그가 노귀족에게 먹이는 두번째 어퍼컷이다.

황태자와의 만찬자리임을 완전히 망각한 하워드 대사가 격분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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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6 12 8쪽
»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7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4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8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1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2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2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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