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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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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5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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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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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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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0쪽

16. 대한의 발톱 (1)

DUMMY

윈슬로우 제독이 눈을 잔뜩 찌푸렸다.


“너무 순조롭네... 이럴만한 놈들이 아니야.

분명 뭔가 있네. 견시를 더 늘려야 해..”


홀스터대령이 가벼운 미소를 띄우며 그를 돌아보았다.


“제독께서는 영국놈들보다도 유독 저 아시아 놈들을 높게 평가하시는 듯합니다.”


얼마전까지 워싱턴, 전쟁부의 핵심참모로 근무한 함장은 자신만만했다.

전쟁이라는 끔찍한 괴물을 만나지 않은 군인의 여유.


제독은 그 자신만만한 얼굴이 두려웠다.

타국의 영토에 포탄을 쏟아내고도 과연 교전 한번 없이 무사히 전 함대가 퇴각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고민했다.


천운은 그것을 철저히 대비한 자들에게만 따르는 것.

어쩌면 한러전쟁때 대한이 얻었던 행운을, 오늘 미합중국이 손에 쥔 것인지도 몰랐다.


대한제국의 영토선은 넓고 또 거대하기로 악명 높다.

새 황제의 즉위 전후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이번 작전이 성공을 앞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찝찝한 의심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난리를 피웠음에도 해안경비부대나 인근 부양함대가 지원하러 오는 속도가 이리도 느리단 말인가.


“제독님. 이미 각 함의 견시병력을 두배 이상 늘렸습니다.

최초 작전 시 수립한 전함대 상시 등화관제도 제독님 명령으로 해제한 채 전력으로 탐색하며 귀환중입니다.

너무 걱정 마시지요.”


그의 말처럼 전속항진하는 함대 상부에는 빛의 기둥이 움직이며 하늘을 훑는 중이었다.

평소보다 더 많이 배치된 견시수들과 음탐병들이 서쪽방면의 하늘과 바다를 끝없이 훑었다.

조용히 한숨을 내쉰 윈슬로우 제독이 표정을 풀며 자리에 앉았다.


곧 베링해의 남단에 도달하면, 길게 늘어선 알류샨 열도의 섬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 동쪽으로 가볍게 치우친 세괌 섬(Seguam island)에서 그곳에 대기중인 태평양함대의 분함대와 합류하는 것이 목표였다.


대한제국의 내지에 함대의 전력이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기에, 북태평양에 진입하는 즈음 제독은 함대를 둘로 나누었다.


무사히 베링해를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북태평양 인근에 이르러서는 대한제국의 부양함대와 교전이 일어날 확률도 적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함대가 경계하며 보호하던 대한제국 수송함.

그곳의 뒤편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뿜어지는 광휘가 어찌나 강력한지, 빛과 그림자의 흑백이 모든 것을 덮어버릴 기세였다.

순식간에 함교 전체가 새하얀 빛에 덮였다.


“피해! 부함장은 즉시 피해를 보고하라!”


홀스터 대령이 악을 썼다.

세계최고수준의 현측장갑.

기술적인 한계에 다다른 대구경 주포까지.

모든 기술이 총동원된 미 해군의 최신예 전함도 지금 이 순간, 저 빛에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기습을 받은 이상, 각 함의 교신이 빗발쳐야 정상이었다. 태평양함대의 단거리 전술교신망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함내 각 부서로 즉시 교신을 시도하던 통신관이 경악한 표정으로 부함장을 돌아보았다.


먹통.

모든 교신이 먹통이었다.

더 거세진 빛의 파동이 이제 기함을 넘어 태평양 함대의 주력 전함 모두를 감쌌다.


이제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저 광휘의 중심지에는 대한제국에게서 빼앗아온 의문스러운 수송함이 있었음을.


그 순간.

함교 조종실의 계기판에 달린 붉은 바늘들이 일제히 최고수치를 향해 치솟았다.


퍽!.. 퍼억! 퍽!


순식간에 빛이 사라지며 터져나가는 조명들.

모든 빛이 꺼지며 일순간 거대한 함교가 암흑으로 바뀌었다.


윈슬로우 제독은 순간, 작전 내내 떠오른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한러전쟁에 고위급 무관으로 참여하며, 저들의 작전을 참관하던 당시에 수없이 보았다.


그럼에도 왜 그리 쉽게 잊었는가.

모든 상황과 변수에 지겹도록 훈련을 거듭하며 가능한 대책을 모두 강구하던 편집증적인 저들의 전략을.


“당.. 당장! 총원전투배치시켜!”


한참 늦은 지시임을 모르지 않았으나,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함교가 점점 커지는 진동에 노출된 순간.

순간적으로 밀어닥치는 고압의 전자기 펄스가 모든 전자장비와 조명, 통신계통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신호가 가지 않습니다! 함내 총원에 전투배치를 하달할 수단이 없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홀스터 대령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 미친 듯이 모든 레버와 버튼을 눌러대며 패닉에 빠진 오퍼레이터의 모습이 보였다.


“나가서 외쳐! 뭐라도 하란말이다!”


“예.. 옙!”


모든 조종계통이 먹통이 되자, 할 일이 없어진 오퍼레이터들이 일제히 함교 밖으로 뛰었다.


“Battle Stations! Battle Stations!”

(총원전투배치! 총원전투배치!)


미합중국 해군무력의 정점.

최신예 태평양함대 기함이 순수한 인력을 이용해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한참 전, 옛 갤리선이 사용하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게.


일대 혼란에 빠진 그들의 하늘 위로,

죽음의 사자가 정확한 시간에 도달했다.


* * *


“아주 난리가 났구만.”


차가운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지휘관의 표정에 냉기어린 미소가 서렸다.

이미 함대방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견시와 음탐은 모두 포기한 듯 보였다.

제국 군수공업사에서 만들었을 정교한 야간작전용 장거리 투시경이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중이었다.


전신에 감긴 흑색 군복.

대한제국군에서 흑복을 정규복장으로 하는 부대는 단 하나 뿐이었다.


고고도강습사단. 통칭 흑조(黑鳥)사단.

대한제국이 자랑하는 무력이자 서방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공포의 부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강습작전에서 황제를 생포해 무릎 꿇린 그 날의 영광.


지난 한러전쟁을 화려하게 끝낸 그들이 새로운 황제로부터 적색갑호명령서를 받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대 폐하와는 완전히 다른 성상.

그러나 전장을 지배하시는 신기(神奇)는 상황께 결코 뒤쳐지지 않으시는구나.’


2차 강하대에 포함된 흑조사단장이 보안서류를 펼쳤다.

그가 전달받은 명령서와 상세한 작전계획이 바로 지금 그의 눈앞에 똑같이 펼쳐져 있었다.


이 상황까지 당연히 전개될 것임을 폐하께서 이미 혜안으로 보신 것일까.


그는 함대진형배치도를 펼치며 아래, 그의 사단이 처리해야 할 전함을 확인했다.


“USS 프리덤. 저기에 무려 태평양함대의 사령관씩이 되는 거물이 타 있다는군.”


“협상력이 적지 않은 고위급 지휘관이군요.

가급적 생포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옆에서 대기하던 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돌린 그가 뒤쪽, 흑복이 아닌 해군 작전복을 입은 소수의 병사들을 보았다.

조금만 있으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자들이 바로 저들이다.


“VIP를 잘 호위하게. 한척당 여섯명씩.

명령서에 따르면 저 폭탄, 아직 미완성이네.

일시적인 현상이 끝나고 나면 전력과 지휘계통이 복구될거네. 그 전에 끝장을 봐야만 해.”


이번 작전의 핵심은 태평양함대를 몰살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소수의 건함능력을 모조리 부양함에 쏟아부은 대한제국의 태생적인 약점.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곧 어재연함에서 횃불을 켤 것이다.

바로 그때 강하를 시작한다.”


“충!”


얼굴에도 흑칠한 병사들이 절도있게 대답했다.

뒤쪽, 각 함의 후방 격문에 자리잡은 작살포격수들이 면밀히 조준오차를 수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꽈과광..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먼 하늘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군함의 폭발화염.

함대의 외곽에 포진했던 호위함 중 한척이 거대한 불기둥을 뿜으며 대폭발을 일으킨다.


폭발과 동시에 이미 구름 아래로 고개를 내리꽂은 강습함.

기울어지는 각도가 그대로 느껴진다.

저 멀리, 뭉쳐있는 함대가 조금씩 커졌다.

순식간에 커지는 배들이 이제 선명히 보였다.


“바로 지금..!”


피유우우우웅...!


십여척의 부양함에서 일제히 발사된 거대한 작살이 각각의 부대가 목표로 한 전함을 향해 일제히 발사되었다.

작살 뒤편에 연결된 튼튼한 와이어가 바다를 가르는 물뱀처럼 공기를 찢으며 전함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흑조사단의 정예병이 일제히 바다 위로 몸을 날린다.

십여척에 탑승한 강습사단이 일제히 도약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일제히 몸을 던진 그들의 허리에 연결된 줄은 작살에 연결된 와이어에 고리로 결합된 채였다.


콰드드득...!


그와 동시에 작살이 목표를 꿰뚫는다.

미리 지정한 최신 전함들의 함교 근처 갑판을 찢으며 깊숙이 틀어박혔다.


겨울궁전 강하작전 당시에는 제공권이 확보되지 못해 사용하지 못했던 전략.


와이어에 몸을 바싹 붙인 흑조사단의 병사들이 침묵에 잠긴 태평양함대 기함으로 마치 화살처럼 쏘아졌다.


대한의 흑조가 날카로운 발톱을 뽑으며

적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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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9. 승자독식 (2) +6 21.05.28 349 11 12쪽
41 19. 승자독식 (1) 21.05.27 326 12 8쪽
40 18. 한성의 황금빛 밤 +2 21.05.26 329 11 9쪽
39 17. 압승, 그 이후 (2) 21.05.25 366 13 10쪽
38 17. 압승, 그 이후 (1) +1 21.05.24 339 12 9쪽
37 16. 대한의 발톱 (3) +3 21.05.20 357 15 11쪽
36 16. 대한의 발톱 (2) +2 21.05.19 362 14 12쪽
»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7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6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3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6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6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4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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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2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4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2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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