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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37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03 00:19
조회
553
추천
10
글자
7쪽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DUMMY

휘이이잉...


옥상정원의 밤바람이 차가웠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말은 아니었소."


잠깐의 침묵을 깬 황제의 말.

제국의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경어.

더 이상 황태자의 행색을 갖출 필요가 없어진 나는 몸을 쭉 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용상에 앉은 과인이 참으로 미덥지 못했던 모양이지요.

그렇기에 직접 이곳에 강림한 것이 아니겠소?"


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대한제국의 시작과 끝에 항상 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접 명령을 내리며 조종하던 짧은 시간들을 제외하고, 이 대한의 모든것을 쌓아올린 것은 바로 눈 앞의 황제였다.


"폐하와 함께한 시간은 영광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이곳에 당도한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황제가 가볍게 웃는다.

그제서야 역사책에서 그가 보았던 인상 좋은 초로의 노인, 고종 이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소에서 그간 생각이 많았지요.

대한제국의 황위를 그대에게 선위하겠소."


예상했지만 막상 들으니 놀라움이 더했다.

결국 황제는 면류관을 내려놓을 결심이었다.


다가온 황제가 묵직한 주머니를 꺼냈다.

그것을 내 손으로 건네자 적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품 안에 늘 함께한 물건이기에 온기도 느껴진다.


"어디 한번 직접 휘둘러보시오.

생각보다 이 직업이 쉬운 일은 아닐거요.

나를 통해 조종하던 것과 꽤 많이 다를 테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황제가 건넨 금색 주머니.

주머니 안쪽으로 무언가 조각된 듯한 각진 금속이 느껴진다.

대한제국 황제의 통치권 그 자체.

권력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황제지보,

옥새다.


"다만 바라건대, 이 제국과 함께 제 아들놈을 잘 이끌어주시오."


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옥새는 제국헌법에 따라 황제의 품에 가장 가까이, 언제나 함께해야 한다.

이것을 내게 넘긴다는 의미는 방금 막, 대한제국의 모든 권한이 넘어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괜찮다면 과인은 버마로 가겠소.

그곳에서 국경선을 지키고자 하오.

영국놈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 노인의 쓸모로 썩 괜찮지 않겠는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나 역시도 생각해왔던 전략.

선위 이후에도 상황제의 상징성은 적지 않다.

그런 그가 제국 최전선에서 군을 지휘한다면, 인도양 일대에서 대한제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더 많아질 것이다.

돌아서던 황제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내 한 가지 물어야겠소.

그때, 북경에서.. 왜 그랬던 거요."


순간 말문이 막혀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거대한 세계선의 음모와 암투, 초월적인 존재들의 합의가 난무하는 선계의 법도.

그런 것들에 의한 참사가 아니었느냐고 되물은 그 말.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단지 어이가 없음이다.


왜국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로 벌어진 지나정벌전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급박했다.

부족한 세수와 어설픈 군사력.

시백력의 노서아는 호시탐탐 제국을 노렸고 이규열의 손은 그에 맞춰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 키보드에 쏟아진 대용량 에너지음료.

방수기능이 없는 그의 저가 키보드는 그대로 합선이 되었다.

급히 예비용을 꺼내어 끼우고 경기를 속행했지만, 이미 결정적인 순간은 지난 후.

그 급박한 순간을, 아무리 설명한다 한들 어찌 납득 시킬 수 있을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황제가 피식, 하며 실소를 지었다.


"제 아무리 초월적인 존재라 해도 완전무결할 순 없나 보군요."


'젠장, 틀린 말은 아니지.'


황제와의 짧은 독대는 그렇게 끝났다.

어쩌면 한성에서 단 둘이 그와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일주일 뒤, 황제는 근정전 어전회의 한가운데에서 기습적으로 선위를 밝혔다.

경악하며 만류하는 대신들 사이에서 제국재상 김자운공작과 황무대신 윤지창 후작이 나섰다.

사전에 황제와 이야기를 끝내 놓은 그들은 즉시 대신들을 다독이고 후속업무를 빠르게 진행하며 통치 승계 준비를 흔들림없이 이어나갔다.


어전회의는 그 즉시 확대되어 재위의 승계를 위한 비상임대책회의로 개편되었다.

그 첫번째 안건은 바로 즉위식에 관한 것이다.

참으로 태양제 고종다운 일처리 방식이었다.


* * *


푸르른 창공의 하늘이 높던 청명한 가을 날.

이척은 대한제국의 2대 황제의 보위에 올랐다.


환구단에 제천의례를 올린 황제 이척은 곧장 종묘와 사직에서 선위를 알리는 고유제를 지냈다.


차량이 통제된 세종대로를 꽉 메운 한성의 시민들이 대한제국 국기와 황실 어기(御旗)를 흔들며 열광하는 사이, 의식을 마친 이척은 황궁에 마련된 행사단상으로 이동했다.


"와아아아아!!!"

"대한제국 만세! 만만세!"


광화문의 철통같은 보안검사를 지나면 황궁의 앞뜰이 나왔다.

거대한 황궁 앞 광장에 모이는 각계각층의 귀빈들이 모였다.

대영제국의 총리와 미합중국 대통령을 포함한 국빈 역시 앞쪽에 자리했다.


광장의 좌,우 양측에 길게 늘어선 귀빈용 단상을 바라보는 것은 황실과 제국 행정부 요인들이 앉은 중앙의 거대한 단상이었다.

각 성의 대신급 관료들을 중심으로, 제국의 식민지를 총괄하는 기라성같은 직례총독들이 포진했다.

그 위로 황실 종친들과 직계 부왕들이 앉았다.

황실 예복을 입은 그의 동생,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이 단상 아래쪽에 앉아있다 그와 눈이 마주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눈을 마주치며 미소로 인사를 대신한 이척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거대한 세종대로 창공 위로 제국해군의 총기함인 이순신급 부양전함을 필두로 각 함대별 대표함이 공중사열을 마쳤다.

전함의 아래에 매단 거대한 어기 뒤로 각 함대의 휘장이 뒤따랐다.


황제의 면류관을 쓴 이척, 아니 이제는 대한제국 2대 황제가 된 융희황제가 근정전 앞에 설치된 드높은 단상에서 일어섰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손을 들어올린 그가 참석자들의 인사를 받았다.

좌방에서 그를 보위하는 나이많은 황무대신 윤지창 후작이 짧은 즉위조서를 낭독했다.

이 마지막 임무를 마치면, 최연소로 황무대신의 자리에 오르는 손영석 보좌관의 영전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잠시 후, 칼을 들고 걸어나온 전쟁대신이 대한제국의 군권을 상징하는 이화문 보검을 공손히 들어 새로운 황제에게 바쳤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귀로 너무 나도 익숙한,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결코 들려서는 안될 청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국의 운명. 튜토리얼이 완료되었습니다.]

[게임 내 모든 기능이 잠금 해제됩니다.]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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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6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6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4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8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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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2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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