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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38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20 22:01
조회
357
추천
15
글자
11쪽

16. 대한의 발톱 (3)

DUMMY

“이런 젠장. 성조기가.. ”


함대원형진의 좌측 후방에서 대형을 유지하던 방호순양함 USS 세인트루이스.

구형함의 좁은 함교에서, 함장이 망원경을 보며 탄식을 터트렸다.


조금 전, 난데없는 빛의 파동이 덮친 함정.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암흑 뿐이었다.


저 간교한 놈들이 바로 그 틈을 노린 것이다.

수년간 대양너머로 마수를 뻗쳐왔던 자들을 굳건히 막아내던 태평양 함대의 위용.

그 중심에 포진한 주력전함들이 순식간에 무기력하게 스러져 갔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내리꽂힌 병사들이 거목을 갉아먹는 개미들처럼 순식간에 함대의 중심에 그들의 깃발을 꽂았다.


분명했다.

저들은 이번 작전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다.


방호순양함을 지휘하는 늙은 함장은 그의 바로 옆에서 젊은 황제가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라, 이것이 진정한 강습이며 전략이다.

네놈들은 단지 패배할 뿐 아니라 장차 소중한 대한제국의 배로써 쓰여질 것이다, 라면서.


그는 문득 아즈텍의 식인문명이 수백년에 걸쳐 주변 소국을 다스려온 법칙을 떠올렸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잡아먹힌다는 공포.

지금의 상황에 그보다 더 잘 들어맞는 고사는 없었다.


한러전쟁에 자극을 받은 군이 몇년전 해군정보국 산하에 비슷한 부대를 만들었다.

그런 그들이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복귀한 것이 방금 전이다.

하지만 바다 위에서, 그것도 항진 중인 전함을 상대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주포 쪽 통제설비부터 우선 복구해라!

저 위에 들러붙은 거머리들을 떼어내야 한다!”


다른 함들보다 연식이 오래되었던 탓에, 배의 통신설비와 전력계통은 구형인 분산식으로 설계되었다.


덕분에 다른 함정에 비해 복구속도가 빨랐다.

물론 나머지를 미룬 채 무장계통 복구에 모든 힘을 집중한 덕분이었다.

사격통제장치와 장전모듈에 전력을 공급하며 복구에 성공한 세인트루이스가 수동핸들로 함포를 돌리기 시작했다.


“주포와 부포를 모두 동원해 공격한다.

기함에 달라붙은 놈부터 우선.. 이.. 이 개자식들!!”


악을 쓴 함장이 바닥에 집어던진 모자.

은색 계급장이 붙은 각잡힌 게리슨모가 함교 유리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서서히 높이를 낮추던 부양함이 연결된 작살을 풀어낸 채 전함과 거의 같은 높이로 하강했다.

그 빌어먹을 놈들이 이내 함대 원형진의 안쪽 바다에 한 척씩 착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복구작업에 걸릴 시간을 정확히 예측한 것처럼 보였다.


미 해군에서 가장 단단한 장갑을 두른 최신예 전함이 그와 부양함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마스트에서 휘날리는 대한제국 깃발.

한때 든든한 아군이었던 USS 프리덤의 거대한 13인치 4연장 주포가 세인트루이스를 정면으로 겨누었다.


“함장님..! 사격.. 합니까?”


함교에서 발사명령을 알리는 붉은 깃발을 휘두를 준비를 하던 화기통제관이 그를 보았다.

그 참담한 모습에 절로 탄식이 새어나왔다.


“······.”


그 역시 알 것이다.

이 방호순양함의 작은 주포와 얇은 장갑으로는, 결코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치지직.. 치익..!”


그순간.

한동안 고요하던 함교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상부 마스트에 들러붙어 복구작업에 매달렸던 통신반 부사관들이 뿌듯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선통신설비의 복구가 끝났습니다!”


“축하하네. 그대로 기함에 무선을 보내게.”


“예?”


“빌어먹을. 당장 항복한다고 말이야.”


* * *


기함에서의 전투는 이제 소강상태였다.


구획별로 나뉘어진 USS 프리덤의 하부갑판.

탄약과 가장 낮은 층의 격실 구획인 어퍼덱(Upper Deck)에서는 아직도 산발적인 저항이 이어졌다.


타타탕!


“이런 젠장! 막아!”


승조원실의 설비를 뜯어내 만든 바리케이트가 강습사단의 정예병들을 막아섰다.


이 거대한 전함의 정규배치인원만 수천명이다.

게다가 수병들은 함교와 지휘부 전체가 통째로 적에게 넘어간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좁은 통로를 틀어막은 수병들이 권총을 든 채 항복을 거부한다는 보고를 받은 신순성 참장이 함교에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한 배당 투입된 강습사단병력은 수백명 뿐.

아무리 전투력이 약한 수병들이라고는 하나 그 수가 열배에 달했다.

전함의 내부구조에 밝지 않은 아군이 저들을 하나하나 제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함내 통신설비가 복구될려면 얼마나 남았나?”


“모함에서 일부 예비용 통신설비를 뜯어왔습니다.

계통연계작업만 끝나면 곧 마무리됩니다!”


애지중지하며 데려온 해군조선소의 선임기술관들이 보고가 마무리되자 신참장이 고개를 돌려 한쪽 구석에 결박된 자들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제복 위 어깨에 빛나는 네 개의 별.

윈슬로우 제독이 그를 향한 시선을 느꼈다.


“사령관. 곧 통신이 복구될거요.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제독이 항복 선언과 저항 포기 권고를 해주셔야겠소.

기함은 물론, 함대 전체에 해당하는 거요.”


신순성 참장의 옆에 선 통역병의 빠르게 그의 말을 옮기자, 손이 결박된 채 힘없이 앉아있던 그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는 이미 항복했지만, 저들은 아니오.

명예로운 저항을 막을 권한이 내게는 없소.”


“뭐? 이 미친새끼가!”


통역병이 말을 다시 옮기기도 전에, 대충 넘겨 이해한 신참장이 욕설을 내뱉었다.

윈슬로우 제독이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나는 사성장군이자, 태평양함대의 사령관이오.

이 구석에 묶어두는건 나를 향한 모독이니 즉시 사령관실로 나를 옮겨주시오.”


말 끝에 이어진 경멸 가득한 시선까지.

신순성 참장의 표정이 분노를 넘어서 차가운 냉소로 바뀌었다.


“통역병. 대화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게.

본 함은 전력이 복구되는 대로 흘수선 아래의 모든 수밀격벽을 강제 개방한다.”


USS프리덤은 최첨단 수밀격벽을 적용한 미군 최초의 전함이었다.

침수와 피격으로 배 한쪽에 구멍이 뚫렸을 때 전함의 복원력을 위해 반대쪽에도 침수시키는 기술.


통역병이 그대로 옮긴 명령을 들은 제독이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미친, 무슨짓을 할려는거요.”


“간단합니다.

귀하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저 수병들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선사하려는 거요.

양동이에 쥐를 잡아 뚜껑을 닫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차갑게 미소지은 그가 돌아섰다.


“이런 젠장.. 안되오! 알겠소.

내 전달하겠으니 멈추시오.”


신순성 참장이 피식 웃었다.

백인들의 오만함은 늘 그의 신경을 거슬렀다.

한러전쟁때의 러시아 귀족 놈들도 그랬다.


병사들에게 무의미한 피해를 강요하면서까지 명예를 유지하려 들었고, 항복한 이후에도 아군을 향한 경멸가득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 눈빛을 짖밟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지.”


잠시 후, 내부계단을 뛰어올라온 수십명의 병력들이 그의 앞에 도열했다.

함내 핵심 공간을 샅샅히 수색한 자들이었다.


“찾았는가?”


“예. 참장님. 이놈들 보안상태가 개판입니다.

워싱턴에서 보내온 명령서 원본입니다.”


정교한 날인과 도장이 찍힌 영문 서류를 받아든 그가 쓴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보안을 중요시 여긴 지휘관이라고 한들, 함대 기함의 사령관실이 그대로 털릴 것이라고 예측한 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흑조사단의 몇몇 보직은 그 특수한 작전환경만큼이나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되었다.

투입 당시부터 그들이 기함으로 착함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폐하께 바쳐야 할 가장 중요한 서류다.

상공에 대기중인 고속정찰함에 연통을 넣게.

서류를 넘기는 즉시 현 시간부로 한성행 직선 항로에 진입하라.

작전지휘관 직권으로 권장항행속도 해제 후 최대주파를 명령한다.”


“충!”


뒤편에 결박된 제독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저 간악한 흑귀가 손에 쥐고 흔드는 것은 그가 직접 받은 명령서 원본이 틀림없었다.

대통령과 해군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명령서는 빼도박도 못할 증거가 될 것이다.


“이런 개자식들.. 감히..으아악!”


작전 실패에 이어 명령서마저 빼앗긴 무능한 장군.

팔이 묶여있던 윈슬로우 제독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 용맹스러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대기중이던 감시병력이 갑인단총의 개머리판으로 그를 찍어누르며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억.. 으억..!”


왼쪽 무릎에 묵직한 군화가 내리꽂히자 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다.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한 신순성 참장이 제독을 향해 다가서며 양팔을 벌렸다.

비릿한 미소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인 그가 바닥에 쓰러진 노제독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정말 감사하군요, 제독.

한성에서도 저희부대가 이 정도로 완벽히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늙은 몸으로 어설픈 짓을 했다가는 단명하기 십상이지요. 저희 흑조사단이 대한제국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새하얀 제복을 적셨다.

마지막 희망을 잃어버린 제독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대평양함대 본대는 그렇게 그들이 급히 떠나온 적국의 깊숙한 내해를 향해 다시 방향을 돌렸다.


손실된 군함은 단 한척.

그리고 전체였다.


* * *


작전이 막 시작될 무렵.

함대 중앙에 잘 안착한 수송함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내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미리 알고, 정교하게 전장을 계획했다.

대한제국의 승전보가 한성의 황궁에 도달하는 것은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릴 터.


“그러나 퀘스트완료는 즉각적이지.”


전투는 길지 않을 것이다.

3단계 이상의 혼합편성 강습사단은 부양함과의 궁합이 잘 맞기로 유명한 조합이다.


더군다나 내가 심은 ‘함정’은 영국놈들이 인도양에 설치했던 어설픈 겉핥기식 병기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배기였다.


뒷짐을 진 채로 묵묵히 기다리기를 수십분.

마침내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청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목표달성 : 베링해 해전의 승리]


뿌듯한 표정으로 배를 쭉 내밀었다.

눈앞에 떠있는 문구와 청량한 음성, 그 다음은 분명 달콤한 보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위업달성 : 태평양 함대 포획]

[숨겨진 히든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57 파벨라
    작성일
    21.05.20 22:34
    No. 1

    재밌게 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5 긴삼이
    작성일
    21.05.21 00:26
    No. 2

    압도적이네요 재미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Yeee222
    작성일
    21.05.21 00:37
    No. 3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하고 싸울때는
    대한제국이 전부 하는게 아닌 초반에 나왔던 프랑스 저항군같은 유럽내 독립군 세력을 이용해서 영국을 압박하는 전개도 좋을거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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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7. 압승, 그 이후 (2) 21.05.25 366 13 10쪽
38 17. 압승, 그 이후 (1) +1 21.05.24 339 12 9쪽
» 16. 대한의 발톱 (3) +3 21.05.20 358 15 11쪽
36 16. 대한의 발톱 (2) +2 21.05.19 362 14 12쪽
35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7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6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6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6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4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8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0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2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2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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