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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45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24 22:42
조회
618
추천
12
글자
7쪽

7. 판을 뒤엎는 자 (2)

DUMMY

"으으.. 으으윽."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천장.

한평생 본 천장 중에 가장 휘황찬란한 것이 꼭 천상에 온 듯 했다.


이대로 곱게 죽어 천상에 온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제국육군 정복을 입은 젊은 장군의 뒷모습.

그리고 그 앞에 엎드린 두 명과 고개를 푹 숙인 서너 명의 남자들은 죄라도 지은 듯 사시나무 떨고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싼 살기등등한 정예병사들은 놀랍게도 황실근위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아쉽게도 천상은 아닌 듯 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엎드려 있는 저놈들..

아무래도 낯이 익은 자들인데..'


어질어질한 정신에 고개를 흔들며 촛점을 맞추어 보니 고관복을 걸친 자들의 행색이 눈에 조금씩 들어왔다.


엎드려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주절주절 변명하던 차에 언뜻 얼굴을 보였다.

얼마 전 직접 본 적이 있는 자였고, 그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자이기도 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외무대신 한명후 백작이 아닌가.

그 옆에서 감히 입도 열지 못하고 엎드려 떨고있는 자는 외무성 구주(歐洲)담당관 한석윤 장령이 틀림 없었다.

저자들을 감히 바닥에 엎드리게 할 만한 자가 이 대한제국에 있었던가?


"헉!.."


흠칫 놀라며 숨을 들이켜자 바람빠지는 소리를 제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돌아선 채 삿대질하던 젊은 장군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 정신이 좀 드시는가?"


전실의 화려한 소파에 누워있던 그가 기절초풍하는 듯이 놀랐다.

튕겨지듯 벌떡 일어난 김창현 교수가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황태자 전하!!"


혼절한 그의 몸을 덮고 있던 흑색 단망토.

그가 벌떡 일어나며 엎드린 탓에 옆으로 밀려 스르륵 바닥에 떨어졌다.


엎드린 채로 슬며시 눈을 돌린 김창현이 덮고있던 요의 정체를 보았다.

오침용 가벼운 단포단(單布團)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화려한 금색 곤룡이 수놓아진 단망토.

그가 한성일보의 일면기사에서 보았던 황태자의 공식행사용 복장과 일치했다.

그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황실능멸죄다.. 난 끝이야..'

'도대체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단말인가.'


화려한 전실에 황실근위대, 육군장군 제복을 입은 장군까지, 혼절했다 일어난 탓인지 어느때보다 상황파악이 느린 자신의 머리를 두들겨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어.. 얼른 일어나게. 잘못은 우리 쪽에서 하였는데 어찌 자네가 부복하는가."


다가온 황태자가 황공하게도 그를 손수 일으켜 세웠다.

그 사이 옆으로 다가온 젊은 남자가 떨어진 단망토를 들며 그를 슬며시 쏘아보았다.

검은 근무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모습이 비서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흠칫 놀라는 김창현의 태도에 황태자가 고개를 돌리자 손 비서관이 허공을 주시하며 부동자세로 바꾸었다.


"나의 명령에 따랐던 황무성 집행원들이 너무 과격했던 모양이네. 나의 과오를 용서하시게."


기어이 황태자의 사과마저 받게 되자 그는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운데 서 있던 황태자, 이척은 양손을 비비며 좌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제일 중요한 분이 깨어났으니 이제 이 소란을 마무리 지으세나."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띄운 이척이 슬쩍 벽시계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곧 식민지 직례총독 회의가 있네.

그 회의에 늦으면 노회한 시백력총독이 나를 가만히 두겠는가.

이 일은 그전에 마무리지어야 하네."


손 비서관을 돌아본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가죽에 금장식을 둘러 마감한 결제서류철이 이척의 손으로 건네졌다.


"한명후 백작. 어전회의에서도 내 자네와 몇 번 마주했지만 그동안 문경한씨의 세월이 이리도 좋았던 줄은 내 몰랐소."


"죽여주시옵소서..!! 소인을 비롯한 저희 빈궁한 문파의 일원들은 그저 황실과 제국의 안위를 위해.."


피식하고 실소를 내뱉은 황태자의 표정이 사형집행인처럼 무표정하게 변했다.


"농이 심하오.

외무대신의 가산이 그다지 우리 황실을 위해 모인 것 같진 않구려.

거기에 토지와 공장의 소출에 대한 지난 몇 년간 의도적인 축소신고.

세가의 서자나 소작농의 차명으로 돌려진 몇몇 핵심지역과 공장들, 전방위적인 조세포탈의혹까지.

분명 이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재무성과 공수청에서 따로 올라온 내사자료는 없었소.

도대체 뇌물을 얼마나 뿌린 게요?"


엎드린 외무대신 역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기회를 잡는 능력이 탁월했던 그였다.

부패한 전조에서 배우고 또 쌓은 실력과 가산.

그것은 난세의 시대에 칼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보였다.

그 능력으로, 대한제국이 우상향으로 성장해온 지난 수십년간 문경한씨의 가세 역시 그 성장세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이곳에 지금 이러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분명 오늘의 참사는 저놈, 제국대 조교수라는 무지렁이 폭력배놈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

장성한 손주를 위해 제국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넣어 입학시켰다.

예정된 이공계 수석 졸업으로 학위를 받으면 곧바로 제국 과학성의 특별채용으로 화려한 경력을 시작해 줄 요량이었다.

손주의 수석졸업에 학업성취와 면학분위기는 필요 없었다.

그러니 일개 양민의 아녀자를 좀 희롱했기로소니 다리몽둥이가 부러져선 안되는 것이다.


세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그가 망설임 없이 실력을 발휘했고, 아무런 저항 없이 그 무지랭이 조교수의 인생을 박살내어 손주에 대한 위로를 삼을 터였다.

이에 더해 한명후 개인으로는, 영미와의 외교적 분쟁에 따라 최근에 겹친 과로에 대한 훌륭한 여흥거리로도 삼을 예정이었다.


식은 국도 불어 먹으라 했던가.

지금껏 세가의 미래를 위해 가벼이 짖밟아온 자들의 원혼이라도 서린 듯 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한번에 위기가 몰릴 이유는 전혀 없었으니까.


외통수였다.

바짝 엎드린 그가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황태자의 처분을 기다렸다.


* * *


그다지 악감정은 없었다.

대한제국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고, 제국의 고위관료 집안이 부유함은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부패 역시 그러했다.

결국 중요성의 차이에 불과했다.


지금 이곳에 엎드린 썩어 문드러진 놈들보다 저곳에 바짝 긴장해 서 있는 저 친구의 가치가 수천배는 더 높았기 때문이다.


문득 그는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음을 직감했다.

잠시 그들을 내려다본 이척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 황태자 이척은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


부동자세로 옆에 선 김창현 교수의 눈이 충격에 부릅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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