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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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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25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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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DUMMY

“에이.. 쯧”


쓸데없는 짓을 벌인 탓이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도에 바짝 다가섰다.

확대된 캄차카 반도의 오른쪽 해안.

발굴지 일대를 상세히 클로즈업 해둔 상태였다.


“분명히 작전계획을 수립할 때 말해놨건만!”


아무도 내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가벼운 짜증이 스쳐 지나가는 중일 터.


‘발굴지’와 이어진 항구의 어설픈 수비.

그것이 핵심이었다.


그렇기에 그 이상의 병력손실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항구에서 적의 최초공격이 식별되는 즉시, 수비병력을 순차적으로 후퇴시키라고 말해두었다.


일본총독부가 보내온 현지병력들은 명령에 정확히 부합하는 어설픈 자들이었다.

이번 연극의 중요한 조연중 하나인 그들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제국표준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지방 방어대 놈들로 추린 모양이다.


헌데 용맹을 뽐내고 싶었던 지휘관이 예상보다 강하게 병사들을 밀어붙인 것이다.


놈들이 죽어나가는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무의미하게 대한제국의 병력을 잃는 것은 지휘관으로써 불쾌한 일이었다.


[잔여시간. 10초 미만]


화면에 뜨는 경고문구를 뒤로 한 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 재빨리 전개된 병력을 살폈다.


“으음.. 만족스럽구만.”


지시된 명령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의 충실한 정병들이 지정된 위치에 정확히 전개를 마쳤다.

아직까지, 변수는 없었다.

어설픈 조연은 비록 과격했을지언정 내 의도에 맞게 무대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것에 홀린 자들이 나의 선물을 받아들며 희희낙락할 때 즈음엔, 그 대가를 충분히 치르게 될 것이다.


* * *


"콰아앙! 콰아아앙!"


마지막 일제사격의 충격파가 기함 전체에 충격을 골고루 전달했다.

포격이 멈추자 벌떼같이 달려든 수병들이 다음 사격을 위해 포구의 약실을 청소하고 재장전을 준비했다.


“작전 포격분 전탄 포격완료!”


함교 우측에 앉은 사격통제관이 외쳤다.

아슬아슬한 최대사거리에서 ‘발굴지’를 향해 쏟아부은 포탄들이다.

탄착군과 유효사를 식별하지 않은 채 날린 무차별 폭격.


‘발굴지’는 거대한 구덩이에 가깝다고 들었다.

아마 유의미한 타격을 준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항구까지 날려버리기를 바랬지만, 그러다가 함대를 들어먹는 것을 원한 것은 분명 아닐 터였다.


'시선을 확실히 돌리는 효과는 있었겠지.‘


함교에 선 지휘관들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미합중국은 방금, 선전포고도 없이 태평양을 맞댄 제국에 기습포격을 날린 것이다.


평소보다 배는 많이 배치된 견시수가 함대 외곽을 샅샅이 훑었다.

과반수 이상이 보고 있는 것은 하늘이었다.

대한제국의 해군편성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이 해역에 오래 머무는 건 자살행위야. 조금만 머뭇거렸다가는 서쪽 하늘이 저놈들의 부양전함으로 가득 찰 걸세.”


초조한 얼굴의 윈슬로우 제독이 방폭 유리창 위쪽에 걸린 전술시계를 슬쩍 올려다 보았다.

작전개시시점부터 돌아가기 시작한 작전타이머(Operation timer)가 옆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관측보고를 기다리는 매분 매초가 천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삐이익... 적군 수송함 단척 식별!

함대방향으로 전속 항진 중. 해안선 7시 방향!”


함교 꼭대기의 마스트와 직결된 음통관에서 기분좋은 보고가 들려왔다.


홀스터 대령이 급히 쌍안경을 들어 견시수가 보고한 지점을 살폈다.


이내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수송함 한 척.

전속항진하는 배가 바다를 가르며 흰색 포말을 흩뿌렸다.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민첩한 소형 부양함을 이용해 숙련된 소수정예의 병사들을 후방으로 떨어트린다고 들었다.

요인암살, 보급선 차단과 같은 전투 이외의 작전에 치중하는 특수임무 부대.

처음 그것을 들었을 때에는 미군이 이제 무슨 암살자(Assassin)이라도 육성하게 되었나 하며 분노했던 그다.

그렇게 예산이 남아돈다면 늘 부족한 주력 전함으로 함대의 화력을 보강하는 것이 먼저라 여겼다.


“이제 전쟁의 양상이 바뀌겠군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검은 악몽을 우리가 더 완벽하게, 그것도 원조를 상대로 재현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홀스터 대령의 극찬에 함대사령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급조된 부대로 임무를 완수하다니. 베런이 정말 큰 전공을 세웠군.”


결코 쉽지 않은 임무였음에도 완수해낸 그들에게 작게나마 경외감이 들은 것 역시 사실이었다.


함대에 완전히 들어온 수송함이 기함에 근접하자, 프리덤급 전함 측면에 달린 크레인 가교가 판이한 외형의 적국 군함에 연결되었다.


베런 중위를 포함한 지휘부가 이함해 태평양 함대 사령부로 올라왔다.


“충성! 사령관님. 임무완수 후 복귀했습니다.”


경례를 마친 그가 작전의 경과를 상세히 보고하는 동안, 사령관 휘하 모든 지휘관들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보고가 끝나자, 윈슬로우 제독이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워싱턴에서 이 보고서를 받으면 기뻐 뒤집어지겠군. 자네들은 대단한 전공을 세웠네.

하와이까지 자네부대와 저 포획물을 VIP로 모시도록 하지.

그동안 자네는 부대를 추스르게.”

“함장. 우리는 수송함을 함대중앙으로 이동시키게. 지금부터 단종진에서 함대원형진으로 대형을 변경한다.”


한줄로 늘어서 있던 수십척의 전함이 서서히 진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온몸을 바쳐 중요한 무언가를 호위하기라도 하듯, 촘촘히 배치된 군함의 원형이 견고한 대열을 이뤘다.


* * *


인근 해역.

해수면 바로 아래.

영미 양국이 아무도 그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한 대한제국 군함이다.


대한제국 해군 비제식극비함.

어재연급 잠항함이었다.


일본정벌당시 눈부신 전공을 세운 어재연 원수를 기려 이름붙인 배이자 반저항기관을 탑재한 대한제국 최신예 병기였다.

태평양함대를 위해 준비해둔 규열의 히든카드였던 무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잠수함의 개념 자체는 18세기 초반부터 연구되었지만, 그것을 본격인 대형무기체계로 개발한 것은 이 세계에서 그가 선두였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엔진과 추진이 한번에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운의 무기는 원래의 역사대로였다면 어뢰 한 발도 제대로 쏴보지 못한 채 비전투손실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쿠릴열도의 한 무인도에 건설되었던 비밀조선소와 잠항함 정박지가 발각되며, 집중포격을 당했던 것이다.


인도양에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가 모든 연결고리를 파괴하며 운명을 뒤틀자, 목숨이 연장된 심해의 괴수는 일어나지 않은 역사에 보복할 기회를 얻었다.


“부령님. 아주 잘 안착했습니다.

저놈들, 숫제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군요.”


부함장, 황지운 참령이 잠망경에서 고개를 떼며 이죽거렸다.

거리는 이십킬로미터 정도.

아직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어재연함의 함장, 윤영하 부령이 조그만 총모양의 격발기를 쥔 채 몸을 긴장시킨 무장통제담당 참교를 돌아보았다.


“긴장하지 마라. 내가 지시하면 격발해라.”


“예! 함장님.”


초급 참교의 절도있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그가 잠망경을 가까이 가져다댄 채 태평양함대를 살폈다.


예상대로였다.

중앙의 수송함 주변을 둘러싼 것은 신형 전함들이었다.

함대원형진의 외곽을 호위하는 군함은 장갑방호함이나 호위순양함 같은 중형 함급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동쪽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함대를 보던 윤영하 부령이 침음성을 흘렸다.


“꽁지가 빠져라 내빼고 있구만.”


저 이상 이탈하면 작전 전개에 차질이 생긴다.

어쩌면 ‘격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했다.


“외곽의 허우대들은 우리가 맡는다.

중앙의 신형 전함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주의해라. 저건 강습쪽에서 맡을꺼다.”


좁은 전투지휘실에 가득 몰린 병사들의 시선.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을 모두가 기다렸다.


“지금이다! 격발해!”


앳된 참교가 양손으로 쥐고있던 총기 모양의 격발기를 부서질 듯 누른다.

연결된 얇은 선 두 개가 벽과 천장을 지나 주출입구의 높은 세일(sail)을 따라 잠망경으로 향했다.


물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잠망경 옆.

이번 작전을 위해 급히 개조된 지향성 전파 발생기에 출력신호가 보내지자 곧 한 지점을 향해 간결하고도 반복적인 신호가 쏘아졌다.


* * *


태평양함대 원형진의 중앙.


수송함의 하방격벽창고에서 시작된 강렬한 빛.

반투명한 정구형 파장이 서서히 커지며 수송함과 주변을 둘러싼 전함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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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6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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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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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4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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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프롤로그 +2 21.03.30 1,981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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