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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16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17 11:03
조회
643
추천
14
글자
9쪽

4. 쾌속비선 비익조 (2)

DUMMY

최무진 참령이 눈을 부릅떴다.

그런 그를 바라본 연구원이 미소지었다.


"맞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서 다뤄주십시오."

"이 친구가 익숙해지시면 그때 몇 가지 비밀을 더 알려드리죠."


뒤이어 연구원은 연구소장은 물론 전쟁대신께서도 이 배의 시험에 거는 기대가 크다느니, 기술연구소 반저항기관부의 3년치 예산이 걸린 문제라느니 하면서 한참을 떠들어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걸 보안등급상 제가 말씀드려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마 조만간 직접 운용중에 겪으실 확률이 높아 말씀 드려야 할거같군요."


 서류를 넘기며 대충 한 귀로 연구원의 수다를 흘리던 최무진이 고개를 돌렸다.


"이건 저희쪽과 제국대학쪽 전임교수 몇명이 같이 공동연구한 결과로 전해들은 겁니다.

저 배가 특정 속도를 넘어가게 되면, 자세히 말해 초속 약 0.8리(300m)를 넘기는 어느 지점이 되면, 소리의 속도를 초월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군요."


"지금 소리보다 빠르게 날 수 있다고 했소?"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최참령이 되물었다.


"네. 사실 이론적으로 세워둔 가설에 따른 이론이긴 한데.. 4개가 중첩된 반저항기관을 소형 기체에서, 그리고 높은 고도에서 운용하는 조건으로 편향을 집중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저희 연구부서의 분석결과도 있었습니다만.."


연구원이 고개를 으쓱하며 말을 마쳤다.


"그 상황이 이르게 되면, 혹시 조심하십시오. 기체가 산산히 분해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농담처럼은 도저히 들리지 않는 마지막 농담을 뒤로 하고, 연구원은 흰 가운을 망토처럼 나풀거리며 떠났다.


최무진은 그렇게 대한제국 해군 역사상, 아니 세계 최초로 소리보다 빨리 비행한 군인이 되었다.


* * *


비익조함의 총비행거리는 만리를 훌쩍 넘겼다.

엄밀히 계산하면 약 만이천리(4800km)를 조금 넘는 비행이었다.

시험 비행의 국외 발각을 막기위해 이른 새벽 이륙한 비익조는 장백산맥과 압록강 지류를 따라 대한제국 소내해(小內海/서해)로 진입해 일직선으로 하강했다.


"1번부터 4번까지 출력 매우 양호! 가동률 이할칠푼(27%)이 채 안됩니다."


정윤철 정위는 내심 슬그머니 이 괴물의 권장부양항행속도를 실험하고 싶은 눈치였다.

방금 전까지는 기관이 뿜어내는 괴물같은 출력에 질려있던 녀석이, 적응이 빠른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에는 육지와 너무 가까웠다.

곧 광활한 지나(중국) 한귀퉁이 툭 튀어나온 반도가 구름을 뚫고 멀리 보였다.

한시진(2시간)도 채 안되어 대한제국 직할령, 산둥반도 상공에 다다른 것이다.


화동총독부는 대한제국의 거대한 지나식민지 동부해안 일대를 관할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제국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산둥반도는 제국본토와 동일한 직할령으로 관리되었다.

이는 첫번째 정벌과 복속의 대상이었던 일본총독부에 이어 두번째로 바다 건너 점령한 영토임이 고려된 특혜였다.

저 멀리 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옌타이시의 고층 건물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 *


이른 저녁.

양곤 시내의 가장 큰 야시장에서는 독특한 향신료 냄새와 고기를 볶아내며 소리,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금빛 가득한 샤리를 두른 남자들은 캘커타에서 인도양을 건너 무역을 하러온 자들이 틀림 없었다.

그 옆을 꼬치를 하나 씩 입에 문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가 걷고 있었다.

제국의 식민지 야시장을 즐기고 싶을 때 군복을 입고 활보하는 것은 가장 멍청한 방법 중 하나였기에, 현지 옷가게에 제일 먼저 들러 버마식 평상복을 몇벌 산 덕이다.


지나치는 가게 한귀퉁이 입간판에 코코넛즙으로 발효해 만든 전통주를 맛보라는 홍보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정윤철이 비행에 지친 피로를 풀고 싶은지 그의 직속상관을 향해 간절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애써 무시하던 최무진도 짧게 한숨을 쉬고 바로 옆 길거리가게에서 버마 전통주 두 잔을 주문했다. 그 역시도 내심 한잔의 술이 통 땡겨오던 탓이다.


"제가 태어나 버마를 올 일이 있을 줄은 통 몰랐습니다. 그것도 한성에서 하루만에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돼지고기 꼬치.. 이 술이랑 정말 궁합이 좋군요.

여기 시장의 명물입니다."


잔뜩 신이난 정윤철 정위의 모습에 그역시 웃음지었다.

군문에 속한 자들이 이런 경험을 하기란 흔치 않았다.

타국의 국가와 국왕을 복속시키고, 폐허가 된 도시에 상륙하면, 죽일듯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현지인들에게 총을 겨누기가 일쑤였다.

그에 비해 이건 소수의 자본가들이나 누린다는 바다건너 국외유람을 하는것이 아닌가?


이 버마시장은 얼마 전 제국에 복속된 버마총독부의 관할지임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문득 그는 이 불안정한 평화가 오래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대한제국군은 더 많은 해외 시장의 명물들을 맛봐야 할 것이네.

여기서 대양 하나만 건너면 인도양이지 않는가.

인도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다지?"


잘 먹던 정위가 순간 씹는걸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신나던 표정은 간데 없이 긴장 가득한 얼굴.

당연한 일이었다.

제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 할지라도 전쟁을 바라는 군인은 없었으니까.


"물론 나 역시 더 이상의 전쟁은 바라지 않네. 이제 제국이 싸울만한 나라는 두 개 밖에 없고 그들은 지금껏 제국이 박살내 온 아주의 작은 왕국들과는 차원이 달라."


정윤철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쟁의 때가 온다면 저를 포함한 모든 제국군이 한몸이 되어 싸울 것입니다."


"나 역시 그럴걸세."


최참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틀 동안 전투력 회복을 위한 대기 및 휴식명령이 떨어졌다.

물론 그동안 그는 시험보고서를 완료하고 본국에 송신해야 했다. 귀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전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연구소 규정에 따라 보안전신으로 직통보고 후 사본을 필사하여 제국보안우편으로 다시 보내야 했다.

보고서 원본을 들고 가는 것은 그였으니 총 3번의 보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한성의 높으신 분들은 이 놀라운 결과를 누구보다 빨리 받아보고 싶어하실 테니까..'


중요한 것은 보고서 그 자체보다 들어갈 내용이었다.

최무진은 방금 전 초도비행에서 겪은 놀라운 속도와 생전 처음 보는 효과를 떠올렸다.

4개의 반저항기관은 상호보완하며 출력의 부담을 완벽히 감당했다.

제국 소내해를 벗어나 더 남쪽으로 내려간 비익조함은 본격적으로 출력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시험목표속도에 가까이 도달했다.


"선체외부 진동폭이 점점 증가합니다!"


정윤철 정위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던 것이 생생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늘은 고요해졌다.

기체 뒤로 뿜어지는 새하얀 반원의 파동.

소리가 따라오지 못하는 듯, 비익조는 그 이름을 따온 전설의 새처럼 새하얀 비행궤적을 그리며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하늘을 날았다.


'이것이 실전에 배치된다면, 어쩌면 해볼만 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최무진은 그렇게 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우르르릉.."


"무슨.. 소리 들리지 않으십니까?"


거대한 것이 멀리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동을 동반하며 소리의 증폭에 시장 상인과 행인 몇 명이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급격히 커진 소리와 우레와 같은 진동이 시장을 가득 메우자 가게마다 잔뜩 걸려있던 만달레이산 보석목걸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유리 공예품도 여지없이 충격에 깨져나갔다.


놀라 흩어지는 시장의 상인과 행인들을 제치며 둘은 입구를 향해 뛰었다.

지진일수도, 쓰나미일수도 있었다. 어쩌면 대영제국의 신무기가 아닐까.

모두 상관없었다. 비익조함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혼란한 시장의 입구로 뛰어나온 그들을 반기는 것은 대한제국 버마총독부의 정예병이었다.

더이상 찢어질 굉음도, 진동도 들리지 않았다.


"양곤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 금방 찾아서 다행이오."


양손에 꼬치와 맥주를 손이 든 채 경황 없이 뛰어나온 그들에게 나이 지긋한 지휘관이 말을 건네며 앞으로 나섰다.

검은 군모아래 희끗한 흰머리.

버마총독부 직례총독 도경환 참장(소장급)이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최참령에게 적색갑호명령서를 내리셨소."


대한제국의 2인자가 직접 연락을 취한 초유의 사태.

생각보다 먼저 잘 훈련된 몸이 반응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튀어오르듯 부동자세를 취한 최무진 참령이 동북향, 한성방면으로 돌아서서 경례를 올렸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이틀 간의 휴가는 현 시간 부로 증발했음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꽤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작가의말

첫 작품이라 부족함이 많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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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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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8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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