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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138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18 13:30
조회
667
추천
13
글자
10쪽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DUMMY

도경환 참장은 힘차게 그의 경례를 받았다.

그러고는 품안의 명령서를 조심히 꺼내어 두 손으로 그에게 건넸다.


지금껏 그가 군문에 든 이래 지휘관 교육 때에만 짧게 본 경험.

그것을 제외하면 이 적색갑호명령서의 실물은 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규정에 따라 이 문서는 최고등급의 보안전신으로만 발신과 수신이 가능했다.

전신을 직접수신한 직례총독 이상의 지휘관이 수기로 작성한 후에 군령권자의 직인을 대행하여 완성된 것이다.


최근 두문불출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황태자 전하께서 내린 지엄한 군령(軍令).

분골쇄신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명령서를 받아든 최참령은 빠르게 읽었다.


-------------------------------

작전명령서

등급 : 적색 갑호


발신 : 대한제국 군령권자 부원수 황태자 이척

수신 : 제국전쟁기술연구소 북부시험항공원

시험비행전담관 최무진 참령

지원 : 버마총독부 직례총독 참조


갑. 본 명령서를 수령하는 즉시 보안취급등급을 제국직례총독과 동일한 등급으로 격상.

을. 보안보고 후 최최급(最最急)으로 비익조의 보급 준비를 마치고 이륙.

병. 비익조의 권장부양항행속도 상한을 해제.

정. 최최급 인도양 상공의 어전 근위함대 수색.

무. 근위함대 최근접, 점멸통신으로 무선침묵해제를 요청.

기. 별첨내역을 무선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별첨 관철.

-------------------------------


문서 아랫단에는 인도양 해상의 한 점에 대한 경.위도 좌표가 있었다.

어전함대가 마지막으로 교신한 내용에 따라 기록된 최종위치인 것이다.

그에 더해 현시점의 위치를 예상한 지도가 간략한 수치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넘긴 뒷 장의 별첨 내역에 적힌 무선보고의 내용.

이걸 반드시 관철시키라는 맨 마지막 명령까지.

눈을 부릅뜬 최무진이 도경환 참장을 보았다.


"이건 우리제국의 명운이 걸린 일이네.

내게 이것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더라도, 대답해줄 수 있는 건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뜻일세."


물론 잘 안다.

3700만 대한제국군의 군령권자가 내리는 명령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제국의 최남단 직례총독을 겸임한 일개 참장급의 장성이 아는 정보로는 다음 장, 별첨내역에 적힌 글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한정적일 터.

혼란스러워하는 최무진 참령을 바라보던 도경환 참장이 짧게 끊어지는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명령서상 '갑'항목의 보안보고는 최최급인 사안을 고려해 서면으로 전달하겠네."


그 말과 동시에 봉인된 종이뭉치가 옆에 서있던 부관으로부터 최참령에게 전달되었다.


명령하달은 끝났다.

다음 행동은 최최급으로 비익조를 이륙시켜 인도양으로 향하는 것.

작전명령서와 보안보고서류를 소중히 품안에 넣은 최무진 참령이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비익조가 주기된 군기지는 군경찰의 통제를 받아 주파하면 일각(15분)이면 충분했다.

가장 빠른 차를 빌리려 주변을 돌아본 최참령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봐, 젊은 친구.

자네는 적색갑호 등급의 명령을 처음 받아본 모양이군."


참장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최무진은 그제야 까맣게 잊고있던 시장에서의 굉음과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을 기억해냈다.


"대체 어딜가려는건가.

비익조함은 모든 보급을 마치고 함께 왔네."


대호급 중전차를 몇 대씩 가볍게 실어나른다는 무지막지한 능력의 지상수송함.

이층건물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전쟁기계 네 대가 그의 눈앞에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한대에 세줄씩 여섯줄.

전면을 가득메운 수송함 두 대의 지탱하는 총 열두줄의 육중한 광폭 궤도가 지면을 파고들며 이 거체를 앞으로 밀어낸 것이다.


양곤 시내 중심대로의 포장도로와 그 옆 인도를 모조리 찢어발기며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연결된 수송함의 평평한 상부에 놓인 구조물이 결박용 끈으로 단단히 고정된 모습.

두꺼운 흑색 방수포에 덮인 덮여진 거대한 구조물, 비익조함이었다.


"이 함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네뿐이더군.

지금 즉시 출항하게."


"하지만, 각하. 이곳에서 배를 띄우면.."


이른 저녁 탁트인 양곤 시내 한복판이었다.

비익조의 선체는 보안을 유지해야 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

전쟁기술연구소의 강현철 부원수님께서 내게 따로 보낸 을호명령서가 있다네."


도경환 참장이 품 안에서 얇은 은색 종이를 살짝 꺼내 흔들어보였다.

그가 오늘 받은 금색의 갑호명령서와는 다른 종이.

그 역시 몇 번 받아본 등급의 종이였다.


"시내에서 시험함을 띄우면서 아무도 형태와 이륙방식, 구조를 알지 못하게 하라니, 필요하면 주변의 모두의 눈을 뽑아버리라고 하시더군.

강소장님 그 말투 과격한 건 언제 봐도 적응이 안된단 말일세."


가볍게 한숨을 내쉰 도 참장이 손을 내저어 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와 열을 맞춰 질서정연하게 온 병력들은 길다란 막대를 연결해 순식간에 5층 건물 높이의 견고하고 긴 장대를 만들었다.

고리마다 거대한 광폭천을 끼워 하나씩 연결하자 천으로 만든 높은 방벽이 순식간에 비익조함을 싣고 온 지상함을 에워쌌다.


"보통 전쟁성을 통해 내려오는 작전 계획은 이렇게까지 요란하지는 않네."


대로 건물의 꼭대기에 배치된 병력들이 흑색 연막을 난사하듯 쏘아댔다.

순식간에 초저녁의 하늘과 거리 전체가 시꺼먼 연막에 뒤덮였다.

지상함 위쪽에 있던 병력들이 단단하게 고정된 결박용 끈을 풀어내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작전의 성공을 비네. 최무진 참령.

그리고 축하하네. 자네는 현시간부로 대한제국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으니까."


어깨 너머 그의 뒤편에서 도경환 참장이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태평하게 대답할 겨를은 없었다.

이미 전력으로 질주해 지상함을 기어오른 최무진과 정윤철은 정신없이 출항준비를 마치고 거칠게 조작부를 잡아당겼다.


"쿠콰콰콰콰 .. "


배려와 예고 없이 그대로 밀어올린 반저항기관의 출력이 강력한 충격파를 수송함과 대지에 그대로 전달했다.

차양막이 그 충격에 갈기갈기 찢어지며 병사 몇 명이 바람에 휩쓸려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퍼져나간 충격파는 양곤 시내 최중심부 중층 건물들의 유리창을 깨부수며 점차 사그라들었다.


어느새 군용 지휘 차량에 뒷좌석에 깊숙히 몸을 묻고있던 도경환 참장이 그 위세에 눈을 찌푸렸다.


"복구 비용이 적지 않겠는데.."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애써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아직 식민지 안정화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고된 전쟁이었다.

또 다른 변수는 그에게 전혀 달갑지 않았다.

다가올 전쟁에서 이곳은 대한제국의 최전선이 될 확률이 매우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젊은 참령의 임무는 그조차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무거운 것이었다.

전쟁은 코앞에 있었고, 그는 피에 굶주린 악귀는 도통 아니었다.


* * *


제도 한성.

동궁의 꼭대기 층.


거대한 방 전체는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

비율빈(필리핀)총독부에서 실어나른 아름다운 흰무늬의 적색 대리석이 벽 전체를 장식했다.

대리석 한 칸마다 중앙에 박힌 거대한 홍보석(루비)은 분명 버마의 것이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정사각형으로 파여진 거대한 욕조가 있었다.

황태자 이척은 꽃과 약재가 가득 풀어진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은 궁녀 십여명이 그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황태자라는 녀석의 취향도 참..'


쓴웃음을 짓던 이척이 고개를 돌려 이제 어두워진 창 밖의 한성을 굽어보았다.

모든 건축물이 그렇지만, 황궁 역시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특히 대한제국의 황궁은 다른 제국의 거처들 가운데 최종 단계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했다.

이 거대한 건물이 자신의 과오로 불타 쓰러진 사실이 떠올리자 이척, 아니 규열은 마음이 쓰라렸다.


'나는 이 제국의 흥망성쇠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깨어나자마자 연구소로 뛰어들어 가장 큰 과오를 막기 위한 지시를 내렸다.

너무 늦게 깨어났고 거기에 또다시 너무 늦게 알아차린 그 스스로가 문제였다.

인도양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황제가 '그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가 보낸 한 문장을 받아볼 수만 있다면,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분명 그 혼자만 아는 일이었을테니까.."


중얼거린 그의 혼잣말에 궁녀 몇이 다가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손을 휘저어 모두 내보낸 이척이 욕조 밖으로 나와 창가에 서서 와인을 한잔 따랐다.


그의 머리속에는 이 세계를 만들고 지휘한 이규열의 정신과, 원래부터 당연하다는듯 존재하던 황태자 이척의 삶이 함께 있었다.


"돌아오실 때 까지.. 나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조용히 되뇌인 그가 불이 가득 밝혀진 세종대로 양쪽의 관공서들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건물 하나에 클릭 한번에 불과했던 것들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그의 어깨위에 15억명, 대한제국 신민들의 운명이 달려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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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4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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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19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4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39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7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2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0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49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35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1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1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2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17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89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4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26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4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07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2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06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0 13 10쪽
»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68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37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25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0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2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17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1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08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2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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