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54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03 17:49
조회
523
추천
15
글자
8쪽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DUMMY

황제가 용상으로 이동하며 공식적인 즉위행사는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허례허식을 극도로 싫어하던 태양제는 대한제국 설립과 동시에 황실의 모든 제례를 뜯어고쳤다.

말이 뜯어고친 것이지 사실상 통째로 날린 것과 다름 없었다.


황궁 앞뜰에서 어가를 타고 근정전으로 이동한 융희제가 어전에 올라 용상에 앉자 뒤따라온 문무대신들이 부복하며 만세를 불렀다.


"황제 폐하, 만만세! 만만세!"


"······."


시선을 또렷이 앞으로 두고 꼿꼿이 세운 자세.

혹자는 나를 보고 새 시대를 열게 될 젊은 황제라 칭할 것이고, 혹자는 아직 어설픈 애송이 황제라 칭할 것이다.


대영제국 총리와 하워드 공사가 다가왔다.

가슴팍에 손을 얹고 예를 갖춘 총리가 국왕의 축전을 품속에서 꺼내들었다.


황무대신이 축전을 받아들며 예를 보이는 사이, 나는 그들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마주친 짧은 시간 동안, 영국의 총리일행은 단상위의 황제가 전혀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믿겨지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대로였다.


[인터페이스 복구]


내가 바라보는 시야 오른쪽 아래.

인상적인 문구가 쓰여진 채 깜빡거리는 푸른색 네모 칸의 모습.

고개를 돌릴 때마다 오른쪽 아래에 그대로 위치한 것이 마치 VR이라도 착용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버튼을 주시하자 그 위로 짧은 설명이 보였다.


[버튼을 눌러 최소화된 인터페이스창을 복구하십시오.]


믿겨지지 않지만,

분명 저것은 스크린샷 모드라 불리는 상태.

게임도중 넘기기 아까운 장관이 펼쳐지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몇 차례 켜거나 껐던 기억이 있었다.

이곳에서 눈을 뜬 후 두번째로, 나는 격렬한 어이없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존경하는 대한제국 황제폐하!

양국의 신뢰와 번영이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기를 바랍니다!"


대영제국 총리.

제1대장경이자 서민원대표를 겸임하는 애스퀴스 백작이 고풍스러운 영국식 수사를 섞어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외무비서관이 과장된 몸짓의 영국 총리가 건네는 축하인사를 재빨리 통역했다.

중요한 정보를 축약하여 귀에 빠르게 흘려넣는 것은 덤이었다.


"영국 총리백작입니다. 폐하. 군사부문 외무장관역시 겸직하고 있으며 하워드대사와 함께 의회강경파의 수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오른손을 들어 그들에게 답하는 황제의 모습.

주변의 대신들과 국빈들은 마음속으로 깊은 안도를 느꼈다.

광폭하고 제멋대로 였던 태양제와 비교되는 인자한 미소.


그 미소는 대신들의 시선을 손이 아닌 얼굴로 돌리기 위함일 뿐이었다.

나는 들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시야에서 깜빡이던 푸른버튼을 슬며시 찔렀다.


삐빅..!


[시스템 시각화 활성화]

[마지막 설정기록에 따른 맞춤설정이 적용됩니다]


화악-!!

시야가 그대로 넓어지는 듯한 느낌.

인간이 한번에 볼 수 있는 시야각은 동물 가운데 가장 좁다.

한번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게임들은 대게 시야 거리를 광폭으로 늘릴 수 있도록 설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시각 이외에도 다른 감각을 활용하지만, 플레이어가 얻는 정보는 인위적으로 제공하는 음향을 제외한다면 화면을 통해 보는 시각이 유일하기 때문.


제국의 운명 역시 그 기능을 지원했다.

순간적으로 3D 멀미가 느껴지는 듯한 울렁임.

선명하게 떠오르는 각종 정보창이 시야의 주변을 가득 메운다.


'이런 미친.. 이.. 이게!'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내 방 풍경 만큼이나 익숙한 제국의 운명 기본 인터페이스.


근정전을 가득메운 대신들과 초대된 국빈들의 머리위로 이름과 설명이 떠올랐다.


[현재 진행중인 퀘스트가 있습니다. 퀘스트를 표시하시겠습니까?]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마주하던 하워드 대사가 미소지은 새 황제의 눈인사에 함께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분명 황태자 신분이던 몇일 전, 자신에게 휘둘렀던 저녁만찬의 치기어린 광오함을 너그러이 이해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퀘스트 : 즉위식 마치기]

난이도 : BB

단계 (13/17)

···

- 영국 총리일행을 접견하시오

(진행중)


손을 가볍게 오른쪽으로 휘젓자 중앙에 떠올랐던 퀘스트창이 가볍게 이동하며 오른쪽, 쌓여있는 퀘스트 목록으로 이동했다.


'참..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네, 진짜.'


왼쪽 아래에는 빛나는 테두리에 둘러싸인 미니맵이 보였다.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자 나오는 문구.


[3인칭 플레이 시점으로 변경하시겠습니까?]

[YES / NO]


'지금 여기서 하면 안될 것 같은데..'

'우선은 즉위식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먼저다.'


잠시 고민한 나는 곤룡포 아래로 손을 슬쩍 움직여 선택지를 취소했다.

뒤이어 순차적으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황제를 배알했다.

새로운 시대의 무운과 제국의 번창을 비는 행진은 끝날 줄 몰랐다.


'미치겠군..'


인자한 미소로 채운 용안의 가면을 뒤로하고, 말도안되는 능력을 손에 넣은 젊은 황제가 다급함으로 가득 찼다.


* * *


황궁 뒤편의 공중 정원.

태양제 고종과 이야기 나눈 것이 바로 얼마 전처럼 생생한 곳이다.

황제가 홀로 생각을 정리하던 때에만 나오던 곳이었기에 이곳에서 그는 완벽한 혼자였다.

최소 30미터 이상씩 거리를 유지하며 떨어진 제국 근위대가 나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물러나거나, 또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근위대의 머리 위에는 각각의 이름과 직책, 짧은 부대명이 떠 있었다.

물론 자세히 주시하거나 시야를 집중한다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도 많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 아래에는 녹색 바가 한개씩 떠있었다.


'허허.. 군사유닛이라 이건가'


컴퓨터 게임이 탄생한 이후부터 대부분의 유저들이 지겹게 보아왔을 생명력 바. 그 옆에 각기 다른 숫자는 아마도 저들의 전투력일 것이다.


나는 정원 중앙, 분수대 너머의 허공을 지긋이 응시했다.

깔끔하게 정렬된 인터페이스는 실시간으로 진행중인 정보를 표시했다.


'정녕 이곳이 게임 속인가.'


인터페이스를 천천히 훑자 눈에 띄는 균형 바가 보인다.

중앙 꼭대기에 선명히 떠오른 바는 맵 전체에서 활동중인 플레이어의 제국이 얼만큼의 국력을 차지하는지 말해준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균형추'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맵이란 결국 이 세계, 지구에서의 패권다툼을 의미하기에, 전체 퍼센트에서 과반에 가까워 질 수록 승리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한제국 21% , 대영제국 29%, 미합중국 33%, 기타27%


국력이 군사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것은 영토, 국민소득, 제국의 과학기술력, 생산성을 모두 더해 뽑은 지표.

경제력에서 압도적인 양키들이 1위. 이정도면 인도양 해전에서 패배하기 직전의 수치와 거의 비슷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가볍게 흔들었다.

정보의 과포화상태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잠시 분수대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달빛이 정원의 분수대를 비추자, 이척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꽉찬 만월의 달이 은은하게 빛을 뿌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떠오르는 것.


[만월]

[현재시각: 22: 50분]

현재위치 : 대한제국 한성 / 맑음

- 대한제국 한성 표준시 기준

- 야간군사작전시 암시야가 대폭 개선됩니다.


"에이, 씨발 진짜!!"


하루종일 과포화된 정보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대한제국의 2대 황제, 융희제가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제국 랭커강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대한제국 국토강역도 (35화 기준) +1 21.05.18 569 0 -
공지 [공지] 작품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2 21.05.03 514 0 -
44 20. 북빙주(北氷洲)총독부 +9 21.06.01 396 11 8쪽
43 19. 승자독식 (3) +2 21.05.31 323 11 11쪽
42 19. 승자독식 (2) +6 21.05.28 350 11 12쪽
41 19. 승자독식 (1) 21.05.27 327 12 8쪽
40 18. 한성의 황금빛 밤 +2 21.05.26 329 11 9쪽
39 17. 압승, 그 이후 (2) 21.05.25 366 13 10쪽
38 17. 압승, 그 이후 (1) +1 21.05.24 339 12 9쪽
37 16. 대한의 발톱 (3) +3 21.05.20 358 15 11쪽
36 16. 대한의 발톱 (2) +2 21.05.19 362 14 12쪽
35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7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6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20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5 12 9쪽
»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4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6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7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7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5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9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1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3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7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2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6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4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2 2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