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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49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21 02:05
조회
612
추천
13
글자
7쪽

6. 제국 설계자 (2)

DUMMY

결국 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부르지 않아도 친히 이리로 행차 중이시니.'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에, 황제가 그에게 건넬 첫 마디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게임 운영을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느냐고 원망 섞인 비난을 가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단숨에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 거꾸로 그에게 제국 경영의 비책을 물을 수도 있겠지.

도플갱어가 서로를 만나면 둘 중에 가짜인 한 쪽이 죽어버린다던데 어쩌면 그럴 수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척의 입에서 피식하며 실소가 새어나왔다.


마침 제국영토방어상임회의에서는 군감찰사령부에 의한 식민지 주둔군의 일부 군기해이 사례에 대한 보고가 한창이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나온 황태자의 냉소.

대한제국 군령권자의 차가운 실소가 보고자의 말 한가운데를 끊어 놓으며 깊숙히 파고들자 장성들의 얼굴에서 일제히 핏기가 사라졌다.

그날 회의 분위기는 역사적으로 최악이었다.


* * *


『제국의 운명』은 인과율을 매우 중요시하는 게임이었다.

무기와 군함의 생산공장을 짓는 것은 즉각 전력이 늘어나는 단기적인 투자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초기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돈만 빨아들이는 하마라는 악명을 가진 대표적인 두 가지 시스템도 게임 내에 동시에 존재했다.


교육시스템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그러나 게임 속 시간으로 최소한 10년이 지나고 나면 이 둘은 쌍두마차와 같이 제국의 찬란한 황금기를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제국 운영 초기에는 어떤 국가이던 전방위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기 마련.

그 와중에 예산을 더욱 쥐어짜내어 장기 투자에 배정 했는지가 승패를 갈랐다.

그리고 그는 그 두 장의 카드를 아주 잘 사용하는 플레이어였다.


비서관에게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황태자가 동궁의 꼭대기층 처소의 집무실에서 공식적인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식사 때를 제외하면 거의 한순간도 쉬지 못한 그였다.

사실 그의 진정한 일과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이제야 육군정복을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제국대학 교수진 명단을 가져오라. 조교수들까지 빠짐없이 기록된 명부여야 하네."


"예. 전하. 즉시 대령하겠사옵니다."


손영석 비서관이 깍듯이 고개를 숙인 채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잠시 그는 몇 모금의 커피를 들이키며 세종대로의 야간통행 교통량과 부분야간통행 금지령의 효율성을 가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관은 '긴급'이라는 한자 도장이 찍힌 두툼한 서류뭉치를 들고 돌아왔다.


이내 황태자는 집무실책상에 비스듬히 기댄 채 눈을 빛내며 찬찬히 명부를 훑었다.

경영대학과 문과대학 명부철을 책상으로 치운 그는 공과대학 교수진의 명단을 하나씩 손으로 짚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재료금속공학부? 아니야.. 지금의 그놈이라면, 신소재공학쪽일수도.'


짧은 한 줄의 설명으로 지나쳐간 인물을 기억해내야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게임 내내 세세한 인물 하나라도 이름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한참 동안 명부를 뒤지던 이척의 눈에 이름 하나가 들어왔다.

찾았다.


김창현, 남, 신소재공학부 조교수. 24세.

비고란에 써있는 신랄한 악평이 인상적이었다.


"전임교수평가 최악. 수업중 경고 2회. 학부생 폭행사례?"

"으하하하하! 이거 완전 미친놈이었구만!"


하루의 피곤함이 한순간에 날라가듯,

이척이 텅빈 집무실에서 파안대소했다.


* * *


마침내 시간이 되었다.

두려워하던, 한편으로는 기다려온 때가 도래했다.

북악산이 선선한 바람이 녹음섞인 자연 가득한 내음을 뿜어냈다.

산 어귀, 황궁 뒤편에 위치한 거대한 근위함대 기함전용착륙장.

그곳에서는 전장에서 막 돌아온 제국의 존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흑색 제복에 대비되는 금색 견장과 단추가 빛났다.

높은 근위모 앞에는 새하얀 깃털 장식이 바람에 살짝씩 흔들린다.

대한황실의 수호자인 최정예 근위대가 착륙지를 기점으로 좌우에 일제히 도열했다.

곳곳에 금을 씌운 후기형 광무소총의 앞부분에는 잘 닦아 광을 내 번쩍이는 총검이 달려있었다.


어전함대는 이미 제국 소내해(서해)상공에서 잠시 멈췄다.

이번 원정을 위해 권역별 함대에서 차출한 정예함들을 돌려보내기 위해서였다.

함대 분리를 마치고 남은 정규편성의 단독 근위함대는 이순신함을 둘러싸며 경인 지역으로부터 서서히 접근해왔다.

야트막한 인왕산을 순식간에 넘자 근접하기 시작한 제국 총기함의 거대한 위용이 제대로 들어왔다.


저 괴물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라는 임무에 망설임없이 그 작은 시험함으로 앞을 가로막았을 최참령을 생각하니 그의 용맹함이 썩 대견스러웠다.


서서히 속도를 줄인 기함이 측면으로 서서히 돌아서며 착륙장을 향해 서서히 내려앉았다.

기함을 제외한 나머지 근위함대는 북악산 산중턱을 깎아만든 정박지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쿠우우우웅..."


느리게 튀어나온 육중한 하중 지지대가 지면과 맞닿았다.

지지대에 설치된 유압 완충기가 압력을 상쇄시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이익 -"


측면에 새겨진 거대한 글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크기였다.

장차 저 배를 본 적국의 모든 군인들과 시민들은 저 거대한 글씨만 봐도 공포에 질릴 것이다.

제국군의 상징인 월계수가 둘러싼 오얏꽃.

좌우에 쓰인 대한. 총 기함을 의미하는 001 까지.


모두를 압도하는 실물의 기함은 게임 속 작은 유닛과 완전히 달랐다.

일반 부양순양함의 1.5배의 방어력과 2배 이상의 공격력을 갖춘 배.

2기의 반저항기관을 탑재하고 4단계 이상의 합금기술과 함교연동 다연장주포 기술을 연구완료해야 건설할 수 있는 대한제국 군대의 랜드마크.

이따위 설명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황태자 이척의 눈앞에 서있는 것은

전쟁, 그 자체였다.


식별표기 옆에 있던 문이 덜컹이며 열리자,

어전회의에 참석하는 제국의 모든 수뇌부가 일제히 자리에 부복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의 무사귀환을 감축드리옵니다!!"


일제히 부복한 자세로 귀환의 예를 표한 후에 자세를 바로 섰을 때, 문 앞에는 대한제국의 황제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붉은색 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에 올라선 황제가 느리게 모두를 훑었다.

이내 황태자 이척과 눈이 마주친 황제는 섬뜩하게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를 주시했다.

이순신함 측면_대지 1.png

<대한제국 총기함 이순신의 측면 방호장갑 및 함정식별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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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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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4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2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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