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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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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02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6.0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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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0. 북빙주(北氷洲)총독부

DUMMY

협상은 끝났고 태프트는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미국의 모든 언론사는 벌집을 들쑤신 듯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악관의 주인이 보고를 받은 직후 염려했을 바로 그 헤드라인들이 줄줄이 주류 신문사의 1면을 장식했다.


[패배!(DEFEAT!)]

[태평양 함대의 총체적인 무능!]

[미합중국의 태평양이 뚫리다.]


전함은 이 시대 군사력의 상징과 같다.

그만큼 한 척 당 건조 비용 역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쌌다.

대한제국이 부양함에 올인한 이유도 마찬가지.

예산의 압박은 내게 제공권과 제해권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했다.


바로 그 전함 아홉 척을 상실한 것이다.

단 한 번의 우발적인 교전으로 함대 전체가 나포당했고, 협상 과정에서 대한제국에 전함을 판매해버렸다는 미심쩍은 보고서는 의회와 국민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다.


비슷한 품질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대한제국산 공산품들이 조금씩 일상에 스며들자, 공장이 폐업하며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분노할 대상을 찾은 듯 백악관으로 모여들었다.


“루즈벨트를 탄핵하라!”

“실업자들에게 쓸 빵 한 덩이는 아깝고 그 비싼 전함은 그대로 팔아넘기다니!”


민주당의 강력한 주장으로 열린 군사 청문회에 끌려 나온 윈슬로우 제독의 체념한 표정은 연일 신문의 헤드라이트를 장식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보수당은 그즈음 여론을 뒤집을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대한제국이 알류샨열도와 알래스카를 비싼 값에 매입한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악을 쓰며 버티는군.”


바다를 건너온 워싱턴타임즈의 호외는 미국의 혼란 가득한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했다.


빼앗은 알래스카와 아홉 척의 신형전함.

태프트의 애원에 가까운 구걸로 미국은 명예를 챙겨갈 수 있었다.

배상금으로 영토와 군함을 받는 대신 외부에는 대한제국이 사들이는 형식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 대금은 미국이 전액 현금으로 우선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그 매입비용을 마련하는 것.

의회의 심사를 거치는 예산을 건드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그들에게 동석했던 하워드 대사가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태프트 대사님, 그 부분은 아무래도 우리 대영제국이 약간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은 그를 태프트가 죽일 듯이 노려본 기억이 선했다.

대영제국의 중동식민지인 홍해 식민회사(RSCC)에 미국은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해왔다.

원유 생산량이 폭증한 이후, 회사는 미국정부에 매년 높은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했다.

그 배당금을 향후 10년간 영국정부가 차지하는 조건으로, 대한제국의 하와이 매입대금을 영국 중앙은행이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협상장의 한 자리를 차지한 순간, 이미 여기까지 본국과 협의를 마치고 온 듯한 모양새.


공식적으로는 시추탐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며 수익률이 크게 악화하여 홍해회사의 적자가 이어지도록 조작될 운명이었다.

이것을 위해 영국 금융가의 정점, 시티오브런던에 소속된 분식회계의 전문가들이 동원될 예정.

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하워드 대사의 장담이 곁들여졌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독이 든 성배였다.


특명전권대사가 아니었다면 분명 워싱턴의 재가가 필요한 사안이었겠지만, 궁지에 몰린 태프트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한 그였다.

정권의 유지와 그토록 신성시하던 국민을 속이기 위해, 미국은 중동지역의 영향력을 스스로 상실하는 최악의 악수(惡手)를 두었다.


천상의 눈으로 본 미국 전역의 정보일람.

국가의 정치 상태가 현재 안정적임을 나타내는 연두색에서 불안정함을 의미하는 불길한 노란색 마크로 바뀌는 모습을 본 내가 미소 지었다.


눈이 뒤집혀 특종을 찾아다니는 맨해튼의 거대언론사들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진실을 가릴 수 있을지 흥미롭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이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는 순간, 루즈벨트 행정부는 그 즉시 파멸이었다.


그렇게 대한제국은 버마총독부 이후, 동시백력에 이어진 거대한 영토를 손에 넣었다.

사라진 미국령 알래스카는 대한제국의 새로운 식민지인 북빙주(北氷洲)총독부로 태어났다.


* * *


“또 한 번, 내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하겠소.”


“신 유지량, 폐하의 명을 추호도 모자람 없이 완수하겠나이다.”


황궁 근정전, 어전회의는 총독부 신설과 관련한 사항을 의결하고 또 논의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새로이 창설된 북빙주총독부의 초대 총독으로 유지량 대원수가 임명되었다.

제국 내각의 원로이자 선대 황제의 심복이었던 그를 또다시 혹한의 외지로 보내야 함이 아쉬웠으나 그만큼의 적임자를 찾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북빙주총독부는 다가올 전쟁에서 적국과 가장 근접한 사지(死地)가 될 예정이었다.

한러전쟁의 전리품인 동시백력 일대의 광활한 영토에는 잠재적인 적국이 남아있지 않았다.

러시아 제국을 정복하고 유라시아 동쪽의 패왕이 된 대한제국에게, 중동을 거쳐 인도양으로 내려온 영국을 빼면 위협요소는 없다.


그러나 북빙주총독부는 달랐다.

최초로 얻은 아주(亞洲)너머 타대륙의 식민지.

미주대륙의 지배자는 얻어맞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적개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루즈벨트 행정부와 해군에 대한 강도 높은 질책과 별개로, 미국 상하원 의회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하며 해군에 태평양함대의 즉시 재건을 명령했다.

한번의 패배에도 저들은 태평양의 안주인을 포기할 마음이 없어보였다.

결국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북미대륙을 향해 뻗은 꼬리 끝에 붙은 거대한 프린스오브웨일스 섬은 미국 본토의 대도시인 시애틀과 고작 1000km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한미전쟁이 개전한다면 그곳이 바로 전장의 한복판이 될 거다.


나의 황명을 받은 유지량 대원수는 그 섬의 중심부에 대한제국에서 가장 거대한 전진기지를 건설할 예정.


그와 동시에 대한제국 내지와 식민지 전역에서 새로운 대륙에 신설된 총독부로 배치를 희망하는 병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북빙주 최전방 배치 신청이 가능하다고?”

“전공을 세우기 가장 좋은 곳임은 분명하네.”

“지나 출신인 나도 장급 지휘관에 오를 유일한 기회가 아닌가!”


대한제국 군대는 아주 전역에 걸친 식민지를 보유한 만큼 다양한 인종과 출신국을 자랑하는 다국적군의 형태를 띄었다.

물론 모든 언어는 대한제국 유일 공용어인 한국어를 사용했기에, 의사소통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강한 결속력과 연대 의식을 위해, 군은 병사들에게 확실한 위험이 따르는 일에는 확실한 보상을 해왔다.


또한 식민지의 시민들에게 군문에 들어서는 것은 자신이 흘린 땀과 피만큼 확실한 보상을 약속하며 입신양명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했다.


북빙주의 초대 총독이 전쟁영웅 유지량 대원수라는 사실 역시 자원하는 병사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북방의 험지를 향해 자원한 자들이 물밀듯이 이어지며, 심지어 이번 완승을 접한 한성의 젊은이들까지 불타는 애국심에 자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대한제국 내지와 식민지들로부터 모집한 병력들은 곧 북빙주총독부의 방어사단으로 개편되었다.

몇 달간 함께한 훈련을 통해 결속력을 다진 그들이 마침내 알래스카로 출발하던 때, 그들과 함께한 것은 제국광물자원공사의 연구진들과 시추기술자들이었다.


저들이 수어즈의 냉장고라 경멸하던 이 영토는 사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지하자원의 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백악관에서 시위대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을 루즈벨트의 표정이 다시 한번 일그러지는 꼴을 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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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북빙주(北氷洲)총독부 +9 21.06.01 394 11 8쪽
43 19. 승자독식 (3) +2 21.05.31 319 11 11쪽
42 19. 승자독식 (2) +6 21.05.28 347 11 12쪽
41 19. 승자독식 (1) 21.05.27 323 12 8쪽
40 18. 한성의 황금빛 밤 +2 21.05.26 325 11 9쪽
39 17. 압승, 그 이후 (2) 21.05.25 365 13 10쪽
38 17. 압승, 그 이후 (1) +1 21.05.24 338 12 9쪽
37 16. 대한의 발톱 (3) +3 21.05.20 357 15 11쪽
36 16. 대한의 발톱 (2) +2 21.05.19 361 14 12쪽
35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4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4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7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7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1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6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1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2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0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36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2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2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3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18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0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5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27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5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09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3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07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2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69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38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26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1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3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18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2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09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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