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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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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글자수 :
17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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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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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 강림과 회군 (1)

DUMMY

재위 초기, 쓰러져가던 전조 조선의 세도정치 정점에는 안동김씨 세가의 군림이 있었다.

오만방자하게도 그들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송현동이라 불린 한성의 최고 노른자 땅을 사들여 그곳에 거대한 저택을 세웠다.


무진년, 왕위에 오른 어린 왕은 그 네번째 해가 다 지나기도 전에 훗날 조선 대격변의 첫번째 신호탄이라 불려질 무진년 친위정변을 일으켰다.


무진정변은 아직까지 완벽히 사료를 통해 전말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다.

어떻게 소년왕이 소수의 훈련도감 정병을 지휘하여 반정모의라는 대역죄를 정적들에게 모조리 덮어씌웠는지에 대한 역사는 아직까지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제국의 유일한 존엄인 태양제 고종황제의 직접적인 성과인 만큼 그것을 언급하는 것 역시 금기에 가까웠다.

중요한 것은 무진정변을 통해 지지기반이 부족했던 왕은 어전의 좌우에 늘어선 방해꾼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송현동의 아흔아홉칸 대저택은 정변이 마무리되는 즉시 몰수되었고, 당시 한성 전역에 흩어져 있던 군기시(軍器寺) 작업장과 개발소들을 긁어모은 조정은 조선의 무기 개발과 과학기술의 미래를 송현동에 몰아넣었다.


대한제국이 선포되자 군기감은 제국전쟁기술연구소로 바뀌어 대한제국행정부 전쟁성 산하의 조직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재무성이 가장 싫어하는 부서에 당당히 특등을 차지한 것은 덤이다.

성급 행정부처도 아닌 일개 연구소가 제국의 식민지 한 개 총독부의 예산을 그대로 빨아들였던 것이다. 이는 사할린 열도에서 특수대가 절반에 가까운 희생을 치루며 가져온 '어떤 물건'이 송현동으로 들어간 이후 급속도로 인력과 자원이 보충되며 더욱 가속화된 일이기도 했다.


'그 기물이 장차 황상의 바램대로 '심장'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재무대신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며 연구 개발을 위한 기밀예산의 집행명령서에 서명하는 동안, 송현동 아흔아홉칸 저택은 이미 계속된 증축을 거쳐 송현동 전체가 하나의 건물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연구 인력과 설비 시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옥 양식의 대저택을 마구잡이로 개조하듯 증축하였으니 더욱 위험한 것은 자명한 일.


"콰앙...! 으아악!"


"반저항기관 분석부에서 대형사고다! 빨리 금화도감(禁火都監) 송현동지부에 긴급으로 출동 인편 넣어! 빨리!"


폭음과 화약냄새가 늘 진동을 하는 송현동은 화재와 폭발이 늘 가까이 있었다. 경복궁과 가까이 붙은 탓에 근정전에 업무를 보는 황제와 대신들의 귓가로 은은한 폭발음이 마치 문묘제례악의 느린 도입부처럼 울려대었다.


제국이 막 세 번째 식민지를 확보했을 즈음, 식민지 수탈로 들어오는 자본의 종착지인 한성은 석회와 강철의 수도라 불리며 조금씩 건물의 높이를 높여갔다.

이는 황제의 주도 하에 벌어지는 한성의 고밀도 개발 계획에 근간을 두었다.

한성부는 제국의 수도라는 특별지위 아래 물자와 인력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한성의 중심에는 황제의 거처가 있었다. 대한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인 황제는, 가장 높은 곳에 머물기를 친히 바랐다.

경복궁이 지저(地底)로 30장(90m)는 족히 파내어져 곧 세워질 거대한 황궁의 기반이 다져지기 시작하자, 송현동의 제국전쟁기술연구소도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갔다.


"건물 전체를 짙은 흑색으로 칠하고, 보안과 방음을 위하여 창이 없는 두꺼운 외벽으로 건물를 덮으라."


황궁이 반쯤 지어질 무렵, 황제의 세세한 지시에 기반한 제국전쟁기술연구소 본청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입주와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정칠각형의 거대한 건물은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검은색으로 칠해져 한성 중심부에 육중한 자태를 드러냈다.


황궁의 기반공사때보다 족히 두배는 더 깊게 팠던 지하에는 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많은 연구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한성에 떠도는 야사에 따르면 황궁과 황태자가 머무르는 동궁에는 각각 연구소와 연결된 거대한 지하 통로가 있으며 연구소 근무자들은 시도때도 없이 작은 동력객차를 타고 터널 저편에서 소리없이 나타나는 황제와 황태자에 업무를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한성, 특히 세종대로 일대에 모여있는 정부부처의 모든 공무자들에게 악몽과 같은 도시전설이 되었다.


* * *


제국전쟁기술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제국군 부원수급 장성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연구소 꼭대기층에 위치한 넓은 소장실 한쪽 벽은 지금껏 연구소가 개발해온 모든 병기와 기관, 부양전함들의 작지만 정교한 모형이 층층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쟁대신이 인도양 친정의 원정지휘관으로 자리를 비운 지금, 연구소장은 전쟁성 내 의전서열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고위직이었다.

제국 전역에 서른 곳이 넘는 초대형 연구시설과 다섯 곳의 전용 조선소, 물경 이십만에 달하는 휘하의 연구인력과 연구소 방어부대의 독립운용권한까지.

대한제국 대부분의 인간을 사시나무떨듯 떨게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쥔 그였지만 흥미롭게도 지금 그의 집무실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었다.


"황.. 황태자 전하..! 깨어나셨습니까! 옥.. 옥체는 강녕하신지요!"


황태자가 깨어났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다.

방금 전 참석했던 전쟁성확대회의에서도 혼수상태 장기화에 따른 군령권 대행절차 논의에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온 그였다.

그런데 그 군령권자가 제국육군정복도 아닌 사복, 그것도 추정컨대 잠옷차림으로 집무실 문 앞에 도달한 것이다.

땀을 줄줄 흘린 채 서서 급하다는 듯이 손을 휘젓고 있다는 사실은 덤이었다.


고개를 들어본 복도에는 이미 황실근위대 정병이 황태자의 이동경로를 따라 일제히 배치를 끝낸 상태였다. 황제가 한성에서 자리를 비운 순간부터 황태자는 대한제국 황제와 동일한 수준의 경호, 호위병력의 보호를 받았기에 이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연구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폐하의 인도양 함대에 즉시, 지금 즉시 연락을 넣을 방법을 찾으시오."


초췌한 안색의 황태자는 형형한 안광을 뿜으며 명령을 내렸다.

군 통수권자인 황제의 위치와는 별개로, 대한제국의 군령권자는 황태자가 지녔다.

전쟁대신이 황제의 최측근인 유지량대원수이고, 아직은 어린 황태자에게 상징적인 권한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눈앞에 부동자세로 선 연구소장은 황태자가 실질적인 제국군 군령권자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부동자세의 연구소장은 땀을 흘리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현재 함대는 작전에 들어갔으므로 가장 높은 수준의 무선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무선침묵이 시작되면 본토와의 교신은 즉시 중단된다. 함대 내 개별 전함끼리의 교신도 점멸암호로 주고받거나 그 역시도 최소화할 터였다.

그렇다면 해당 함대와 원격으로 교신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있었다.

쾌속 비선을 이용하여 근거리로 접근해 비상무선침묵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


거기까지 머리를 굴린 연구소장이 재빨리 벽에 붙은 대한제국 전도를 손으로 훑으며 한 곳을 점찍었다. 매일 쏟아지는 보고서 한귀퉁이에 있던 정보를 같이 기억해낸 참이었다.


"버마(미얀마)! 버마입니다. 전하!"


"그곳에 남방해상연구부에서 건조해 실험중인 고속함선이 지금 정박중으로 보고받았습니다. 양곤까지 이어진 고속전신으로 연락한다면 군항에서 대기중인 연락선을 즉시 인도양 상공으로 급파할 수 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마치자 황태자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시행하시오. 한시진, 아니 반시진 내로 함대를 돌려야하오."


마지막으로 원정함대의 위치가 전쟁성에 보고된지도 반시진은 족히 흘렀다.

직선거리로 역추적을 한다 해도 거대한 인도양 어디에서 함대를 찾고 또 돌릴 것인가. 함대를 찾았을지언정 정규군에 배치되어 있지 않은 시험함선은 그 기괴한 외형만큼이나 적선으로 오인하기 딱이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그곳에 황제가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제가 움직인 이상, 현재 대한제국의 본진은 한성이 아닌 인도양 상공이었다.


한성의 황태자는 황제에게 회군을 권고할 위치도, 권한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소장이 염려할 일이 아니었다.


복명복창을 마친 소장은 황태자의 확신에 찬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긴급 회선의 가동을 즉시 지시했다. 집무실에서 일사분란하게 지시를 내리는 사이, 소장은 황태자의 중얼거림을 듣고야 말았다.


"젠장,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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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39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7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2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0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49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35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1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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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2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17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89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4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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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4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07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2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06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0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67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37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25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0 12 9쪽
»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2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17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1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08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2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78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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