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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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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24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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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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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쾌속비선 비익조 (1)

DUMMY

이제 막 40줄에 접어든 최무진 참령(소령급)은 대한제국 해군의 최정예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군인 중 한명이었다.


전조 조선군 시위영 소속 통역무관으로 군생활을 시작한 그는 일찍이 개화에 열린 시야를 가진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배워둔 덕을 톡톡히 본 청년이었다.


'앞으로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는 것은 제국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 그에게는 당연한 확신이 있었다.

지난 이십여년간, 대한제국이 치뤄온 위대한 성전의 최일선, 가장 높은곳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최무진 참령이었다.

그는 제국이 지닌 힘과 잠재력에 대해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것이다.


그렇기에 제국전쟁기술연구소가 신형 고기동 쾌속비선의 시험조종인원을 비밀리에 선발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망설임 없이 즉시 지원서를 넣었다.

곧장 한양의 연구소 본청에서 긴 면접을 본 뒤, 특수보직변경승인을 받고 일계급 특진을 약속 받고 장백산으로 향했다.


최무진은 도착하자마자 그가 타게 될 시험함을 찾았다.

거대한 격납고 안에 외로이 서있는 기체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날렵해보이는 유선형 선체에 은빛으로 칠해진 배는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평생 만나온 모든 전함과 부양함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회색에 군데군데 철판을 덧댄 흉측한 모습이었기에, 이것이 진정 군함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최참령님! 계십니까."


인수 당일 서류를 들고 찾아온 총책임연구원는 날렵한 배의 후미쪽에 사선으로 교차되는 부양 안전판을 서류철로 툭툭 두들기며 애착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참령님 같은 전쟁 영웅을 실제로 뵙다니, 영광입니다. 저는 연구소 반저항기관부 소속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년의 연구원이 눈을 빛내며 악수를 청했다. 얼굴 한쪽에 무수한 열십자모양의 흉터를 지닌 자 치곤 티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최무진 참령의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가볍게 웃던 연구원이 손으로 얼굴의 흉터를 살짝 문질렀다.


"저희부서가 초기설립때부터 참 .. 요란한 편이었지요. 하하.. 요물을 다루는데 그만한 대가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멋쩍은 듯 웃은 연구원이 서명을 부탁하며 서류를 건넸다. 받아든 서류 맨 위에는 이제 그가 곧 몰게 될 시험함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고기동성반저항기관시험함

쾌속비선 비익조


뒷부분은 시험함의 각종 수치들, 조종에 참고해야 할 사항, 기능과 구동부의 조작방법 등등.. 서류를 쓱쓱 넘겨가던 최참령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출발일이 내일이로군. 정주를 거쳐 버마총독부까지.. 전쟁성이랑 제국항공청에 비행경로 보고절차는 다 끝났소?"


"아.. 개별 기체의 해외 단독 실험이 앞으로도 많으실테니 익숙해지실 겁니다.

저희는 전쟁성보고면책특권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작전 때에는 도착지에만 직통으로 연락하면 그걸로 끝이지요."


"그럼 피아식별이 안되는 것 아니오? 제국 영토내에 일선 방공부대까지 연락이 들어가지 않으면 오인사격을 받을 수도 있소."


"사실은.. 그래서 최참령님같은 유능한 조종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비익조함의 비행사실이 사전에 유출되면 영미놈들이 눈에 불을켜고 달려들께 뻔하거든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실껍니다."


연구원이 씩 웃으며 다시 한 번 비익조함의 측면 선체를 쓰다듬었다.


"이 괴물같은 녀석을 격추시킬 수 있는 무기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우리 제국을 포함해 동시대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 * *


다음날 새벽, 최무진 참령은 준비를 마친 채 새벽 안개를 뚫고 격납고로 향했다.

전쟁기술연구소 산하의 북부항공연구원은 장백산 어귀, 빽빽하게 솟은 고목 사이에 숨겨져있었다.

짧은 시험비행용 활주로가 중간중간 거대한 반구형 터널로 덮인 채 철저히 위장된 모습은 장관이었다.

밥이 특히 맛있었던 이곳에 도착한 지 이틀만에, 그는 새로운 보직으로 버마를 향한 먼 길에 오를 참이었다.

그와 함께 걷는 중인 젊은 군인은 잔뜩 긴장한 듯 걸음걸이가 뻣뻣한 모습. 그 걸음걸이가 우스웠던지, 최무진 참령은 무뚝뚝한 말투로 한마디 농을 건넸다.


"정윤철 정위. 그렇게 걷다가는 격납고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리가 먼저 부러질 걸세."


"예.. 옙! 참령님. 설명만 잔뜩 들었지만 막상 저걸 띄운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틀 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교육을 들으며 부쩍 가까워진 둘이었다.

적절한 긴장은 작전에 반드시 필요했지만 과하면 즉시 대응과 장시간 비행이 힘들어진다.

최참령은 주머니를 뒤져 보급품으로 나온 초콜릿을 건넸다.


"이거라도 먹고 좀 긴장을 풀게. 난 자네와 오래 보고 싶으니 말이야."



* * *



실험함을 인수받는 기간 내내 이 배는 조종석 의자부터 수준이 다르다는 설명을 제기연 소속 선임연구원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제국대의 연구진이 석유를 어찌저찌해 뽑아낸 이름도 거창한 합성수지인가 뭔가로 만들었다던 의자다.


"이걸로 김용관과학기술상을 받았다던데.."


최 참령이 의자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가벼운 의자를 만드는 것 만으로 제국 최고 권위의 기술상을 받을 수 있다니, 예편한 이후에 고려할만한 좋은 진로가 아닌가 사료되었다.


급격한 회피기동 몇번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약해보였건만, 막상 앉아보니 군데군데 붙은 솜방석과 제 몸을 꼭 잡아주는듯한 안정감에 조종 실력마저 되레 늘어난 기분.


"3번부터 9번까지 순차개방 완료했습니다! 참령님 지시에 따라 최종가동 시작하겠습니다."


무선교신을 마치고 반저항기관 가동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기체설명서에 따라 출항을 준비했다.

지시에 따라 서서히 조작부를 당기자 비익조의 날렵한 선체가 슬며시 떠올랐다.


반저항기관 특유의 잡아당기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솟구친 기관을 배의 나머지 부분이 딸려가는 듯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이건 정말. 연구소 놈들, 괴물을 만들어냈구만."


이 정도까지 미친 물건을 만들어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옆을 보니 정윤철 정위도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솟구치는 고도계 수치와 함께 순식간에 장백산이 작아지며 비익조함이 구름 위로 떠올랐다.



* * *



제국해군이 각 선체마다 부여한 권장부양항행속도는 사실상 그 배들의 최대속력이나 마찬가지다.

기관에 과부하를 거는 것으로 전투의 긴급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동력과 속도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번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기관에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켰다.

따라서 침몰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나 전략적으로 함대 결전에서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과부하를 운용하는 것 외에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카드였다.


지금 비익조함의 항행속도는 지금껏 최참령이 운용해본 어떠한 부양함선보다도 세배 이상 빠른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몰았던 최신예 부양순양함이 만일 적색4등급 이상으로 기관에 과부하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이 배를 따라잡기에는 절반 이상의 속도가 부족해 보였다.

문득 그는 출발 전 마지막 교육 당시 총책임연구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참령님께서는 반저항기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흠.. 글쎄. 당신보다야 당연히 잘 모르지만 군인과 지휘관으로써 알아야 할 정도로는 충분하오."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연구원은 나름 제국해군의 엘리트로 명성이 높은 최참령이 가진 지식이 궁금한 모양새였다.

잠시 헛기침을 한 그는 짐짓 구체적인 설명을 이었다.


"위대하신 황제폐하의 어전함이자 제국해군 총기함인 이순신급 순양전함에서 가장 비싼 부분이 바로 그 기관이라 들었소만.

듣기로 한 함선에 두개의 기관을 집어넣은 최초의 배라지요?

그 무지막지한 힘으로 5만톤급 전함을 공중에 띄웠다고 들었소."


"반저항기관의 제작과 수급은 극도로 어렵다..

전투시 어떠한 인명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기관을 지켜내야 한다..

대한제국이 운용하는 반저항기관은 하와이조약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것에 비해 두세대 이상 신형이다..

기관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면 전 병력 퇴함 후 과부하를 유도시켜 최대고도 제한폭 이상으로 상승시킨다..

뭐 이정도요. 그래봐야 제국해군대학 연수때 들은것과, 지휘관급 교육 때 머리에 쑤셔박은 것 정도지."


"맞습니다. 참령님. 대단하시군요.

그런데 제가 보안취급등급 안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게 몇개 더 있을 것 같네요.

꽤나 흥미로우실겁니다."


연구원이 눈을 빛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비익조에 설치된 반저항기관은 총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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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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