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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46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25 20:52
조회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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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8쪽

7. 판을 뒤엎는 자 (3)

DUMMY

"세가 소유의 토지와 공장은 몰수한다."

"외무대신 한명후 백작의 귀족직위와 외무대신 직책을 박탈한다."

"문경한씨 일가의 모든 외무성 공직자를 삭탈관직한다."


한 문장씩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척.

그 하나하나가 한 가문 전체의 몰락 그 자체였기에 엎드렸던 한명후는 이를 악 물었다.


"본 명령은 황실수권법의 적법한 집행절차에 따른다."


제국 선포 당시부터 황실은 전제군주로써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황실 수권법(授權法)을 제정했다.

몇 차례 개정을 거치긴 했으나 황제 본인과 황제의 권한을 위임 받은 적법한 이에게는 초월적인 사법권한이 주어졌다.

황제가 두문불출하며 황태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지금, 이척은 대한제국 황제나 다름없었다.


제국의 최고존엄이 이리도 급박하게 움직이지만 않았더라면, 하다못해 제국 재상을 겸직하는 재무대신 김자운 공작이 자신을 몰아낼 계획을 세웠더라도 이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내가 평생을 바쳐 일군 권력과 재력이다.

이렇게 한순간에 모두 잃을 순 없다.'


엎드린 그의 눈에 핏발이 가득 섰다.

외무성 보안회의실에서 그의 가신들과 늘 하던 회의 중에 끌려온 그들이었다.

국가의 외교비급을 다루기 위해 설치된 회의실이었지만, 핵심 요직이 가신들에게 돌아간 이후에는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서 가신들과 가문의 중대사를 논의해온 그였다.

외무성 옥상으로 황실근위대의 묵빛 집행함 한 척이 무허가로 내려앉았고, 쏟아져나온 근위병들은 마침 옥상에서 가까운 꼭대기 층의 외무대신 집무실과 보안회의실 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우당탕! 네.. 네이놈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이..이게 무슨짓들이냐!"


"황명이오! 한명후 백작은 황명을 받으라."


수색에 반각도 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되었다.

요직에서 근무 중인 문경한씨 일파 전원을 보안회의실에서 한번에 일망타진한 것이다.

본가에 연락할 새도 없이 끌려왔으니 본가에서 재산을 처분할 시간도, 여유도 없을 것이다.

또한 본가 역시 집행함이 내려앉았을 터.

엎드린 한명후의 눈가에 절망의 빛이 서렸다.


* * *


저들이 굴비엮듯 금줄에 묶여 끌려나간다.

그간 자신이 살며 보아온 하늘에서 가장 높은, 마치 봉황같은 자들이었다.

그 누구에 공격에도 상처하나 나지 않을 것 같은 자들이었으나 찰나의 순간에 모든 영화로운 것들을 잃고 몰락했다.

전실 밖으로 끌려나가던 한명후 백작, 아니 이제는 평민이 된 그가 김창현 교수를 노려보았다.

눈에서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격노가 살인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쾅!"


거대한 황금 문이 소리를 내며 닫히자, 방 안에는 황태자와 그, 손보좌관까지 셋만 남았다.

이척이 서류철을 넘기며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한 줄씩 첨부된 도표에 손을 짚어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추정되는 금융재산은 약 이백억냥...

한성 남부 공장지대.. 선릉 근방이로군.

그쪽에 토지가 약 사십오만평...

소모품 생산 사업체 두개 더 있고 해군용 군수품 공장이 여섯개.

정밀 금속 가공 공장이 세 개.

호오.. 상표권이 세개인데 그 중 개경탄산수가 있구먼."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서류철을 덮은 황태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몰수한 가산은 황실의 소유가 아니라, 자네의 앞으로 가게 될 걸세."


"예.. 예?"

"그.. 그것이 대체 어인 말씀이신지.."


"제국 익문청에서 뒷조사를 좀 했네. 자네가 어렸을 적 한성 근처에서 작게나마 사업을 하던 부친말일세. 얼굴은 기억 하시는가?"


예상치 못했던 가족사가 언급되자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건실한 사업가였던 부친은 양반가의 먼 방계 출신이었다.

본가에서 거의 지원 받지 못했음에도 스스로 자수성가하여 집안에 부족함 없는 돈을 벌어왔다고 들었다.

그러나 행복한 유년기는 길게 가지 않았다.


명문세가에 직접 거래선을 연결해 주겠다던 사기꾼. 그놈에게 공장과 땅을 빼았긴 부친은 술과 노름에 빠졌다가 목숨을 끊었고, 이내 그의 모친도 뒤따랐다.

과거를 떠올린 그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자네 부친에게 접근한 사기꾼은 문경한씨 놈들의 끄나풀이었네.

성실한 애국사업가였던 자네 부친의 사업 영역과 토지를 차지하고 싶었던 게지."


"그.. 그럴수가. 그렇다면 저놈들이.."


"악연처럼 자네와 다시 얽히고 말았군.

이번엔 비극적이게도 나까지 함께 얽힌 탓에, 저들이 최후를 맞게 되었네만."


그의 곁에서 이척이 그의 등을 두드렸다.


"자네는 현 시간부로 제국 전쟁성 소속일세.

자세히 말하자면 전쟁기술연구소 산하 소재연구 부문장이자 수석연구원으로 임명하겠네."


처음엔 눈을 크게 뜨고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제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수석연구원이라니.

거기에 부문장은 한성본청에서 근무한다면 수백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내지나 식민지라면 개별적인 연구 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였다.

천재 연구자가 평생을 노력해도 천운이 따라야만 가능한 자리.

거기에 넘치는 부까지.


김창현은 그가 아까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꺼냈다.


"황태자 전하. 참으로 외람되오나...

제가.. 제가 정녕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시옵니까?"


이척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물론일세.

귀관은 이 제국의 흥망성쇠를 쥔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네.

나는 귀관이 대한제국의 무력을 한 차원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 확신하고 있어."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양, 황태자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한제국이 현재 운용하는 반저항기관.

그것의 기술 수준은 아직 갓난아이의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네.

그 기계는 단지 중량체를 부양하여 방향을 조율하는 기능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전하께서는 마치 미래를 보고 오신 것처럼 말씀하시옵니다."


"미래는 그저 현재의 여러 방향성에 대한 결과일 뿐. 나는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는 결단코 아닐세."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김창현 교수, 아니 이제는 수석연구원이 된 그가 수행해야 할 최종적인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개입한 자신의 선택이 이 제국에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될 것인가. 이척의 마음 한켠이 두근거렸다.

속마음을 뒤로 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대한제국 황태자이자 군령권자, 황제의 대행자인 이척이 연구명령을 내렸다.


"자네는 앞으로 이십년 안에 최소한 여의도 이상의 중량체를 한성 상공 고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네."


김창현 수석연구원의 경악하는 표정.

이척은 그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제국의 운명 』 속 대한제국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얼굴.

드랍률 극상으로 악명 높은 위대한 과학자.


처음 유닛을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이 어찌나 컸던가.

이척이 설명창의 기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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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 김창현 <제국기술의 수호자>

직책 : 대한제국 과학대신

등급 : SSS

드랍률 : 0.005%

(드랍률은 교육예산 및 과학기술분야 투자예산에 따라 소폭조정됩니다.)

능력 : 반중력엔진의 3차 개량기술 보유

* 본 과학자의 보유로 반중력엔진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거대 고고도 부양 요새의 건조기능이 개방됩니다.

* [특수유닛효과] 제국 우주시대가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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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

그가 플레이했고 또 패배했던 마지막 경기.


이규열은 그 경기에서

김창현을 드랍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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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7. 압승, 그 이후 (1) +1 21.05.24 339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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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6. 대한의 발톱 (2) +2 21.05.19 362 14 12쪽
35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7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6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4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7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7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5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9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1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9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2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4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5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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