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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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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00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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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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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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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DUMMY

“허억!.. 허억!”


깊은 사고를 할 겨를이 없다.

믿을 것은 전술용 소형 나침반과 현지 위장회사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엉성한 지도 뿐.


‘시간이 얼마 없다. 더 서둘러야 해.’


고개를 숙여 시각을 확인한 베런중위가 낭패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번 적진에 강하하면 추가적인 보급을 기대하기 힘든 부대의 특성상, 그들은 일반 전투병력보다 훨씬 무거운 군장을 짊어진 채 전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뒷열을 향해 거칠게 보낸 수신호.

더 속도를 올리라는 명령에 따라 이를 악문 부대원들이 머리까지 올라온 갈대밭을 헤치며 달렸다.


작전회의때 브리핑된 아군의 랜딩존은 불빛 하나 없는 야산이었다.

그 산은 ‘발굴지’와 인근의 항구가 나오기 전, 평야지대 너머에 있는 유일한 산이었기 때문이다.

산 뒤편의 배사면에 강하한 후, 해안을 끼고 빠르게 이동하여 항구를 급습한다.

이것이 계획이었다.


작전대로였다면 공수부대가 뛰어내리기 전, 현지에서 활동중이던 요원이 이미 착륙예정지역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강습함의 접근방향인 동북방향으로 조명신호기를 동작하면, 그 불빛을 보고 병력이 집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산을 잘못 찾아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현지요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맨 앞에서 강하중이던 베런중위가 비상작전메뉴얼에 따랐다.

그의 발에 붙어있던 발광억제 조명탄을 터트린 것이다.


“빌어먹을, 운 나쁘게 순찰병이라도 한팀 돌고 있었다면 모조리 날아다니는 시체가 되었겠군.”


조명탄의 작은 붉은 빛을 유도등 삼아 땅으로 향했지만 지상과의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결국 베런중위는 황금같은 여유시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야산에 넓게 퍼진 부대원들을 끌어모아 정비하는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버려졌다.


그나마 3년간 해온 어설픈 훈련이 없었다면 부대원의 절반 이상을 손실했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위안으로 삼을만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젠장.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해봐. 빠르게 수색해보고, 없으면 플랜B로 간다.”


가장 뼈아픈 것은 총 한발 쏴보기도 전에 전력의 손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차례에 걸친 인원체크에도 세명의 병사들이 실종되었다.


작전의 시작과도 같은 현지요원의 공수유도는 매우 중요했고, 지휘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아무일도 없다는 듯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지팀의 신상에 무언가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멈출 수가 없었다.

고고도 강습함이 무사히 그들을 내려주고 돌아간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었다.


이곳은 적국의 영토였고, 미합중국은 이곳의 하늘에 어떠한 제공권도 보유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북반구의 하늘은 대한제국의 것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그들이 노리는 것은 대한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이었다.


미 해군정보국 직속 특수임무부대.

나이트이글(Night Eagle)이 목적지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 * *


랜딩존에서 항구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드문 드문 불이 켜진 항구의 외벽을 경계중인 동양인 병사들은 반쯤 졸고 있었다.

이 항구에 지금 얼마나 귀중한 것이 잠들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항구로 들어서는 입구의 앞쪽 언덕에 엄폐한 나이트이글 부대원들이 숨죽여 주변을 살폈다.


베런중위는 조용히 속삭이듯 명령을 내렸다.


“윌리엄! 저격반을 이끌고 우측고지로 올라가.

신호하면 항구 중앙감시탑 놈들부터 저격한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몸을 날린 그가 몇 명의 병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며 낮은 포복으로 언덕을 향한다.


조준경이 달린 기본형 스프링필드 소총을 휴대한 저격반이 이토록 든든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저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대원들은 공수용으로 급히 개조한 단총열의 스프링필드 소총을 든 채였다. 강하의 충격과 이동이 잦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전투를 앞둔 지금은 내심 못미덥게 느껴졌다.


이제 시간이 정말로 다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씨우우우우웅....

쿠구궁... 쿠궁.. 쿠구구궁.


해안가 저 멀리서 들려온 소리와 함께 항구를 넘어 내륙 저편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충격.

태평양함대의 지원사격이 시작되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고요한 밤하늘을 찢어발기는 난데없는 포격음에 항구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우왕좌왕하는 병력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오합지졸과 같았다.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저 소리가 바로 전투개시음이다.


“각 팀은 동시에 진입한다. 항구를 손에 넣으면 즉시 배를 가동하고 전력으로 빠진다! 사격 개시!”


“타아앙!”


언덕위에 배치를 끝낸 저격반의 초탄이 신호탄처럼 쏘아졌다.

벽돌로 쌓아 보강한 항구 중앙의 감시탑.

함포사격음에 놀라 공포에 질린 병사의 머리가 그대로 꿰뚫렸다.

허여멀건 뇌수를 초소 벽에 뿜어내며 꼬꾸라진 병사의 모습에 옆에 있던 부사수가 비명을 질렀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같은 꼴로 변했다.


“탕.. 타탕! 탕!”


수풀에 숨어있던 부대원들이 산개하며 달려나가는 동안, 뒤쪽에 있던 병력은 엄호사격을 쏟아부었다.


“敵である!敵!”

(적이다! 적!)


알 수 없는 언어로 외치는 병사들.

대한제국 언어인지 모르나 어설프기엔 매한가지였다.

베런중위는 저들에게서 호승심과 투지가 없음을 눈치챘다.

대한제국 내지의 정예병이 아닌 모양.

‘발굴지’를 지키는 주력병력이 올 때쯤이면 작전을 완수한 우리들은 유유히 베링해로 향하면 될 일이었다.


“콰앙!”


그순간 정문을 향해 달려가던 돌격반의 선두조가 폭발에 휩싸였다.


“빌어먹을! 지뢰다! 다들 길에서 빠져!”

“으..으아아악!”


한러전쟁에서 대한제국이 즐겨 썼다던 소형 발목지뢰 서너개가 동시에 터지며 선두조의 돌격을 분쇄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정보다.

북쪽 출입구는 소수의 경비병력을 제외하고는 가장 저항력이 낮다고 기록한 요원을 찢어죽이고 싶었다.

발목이 잘려나간 병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으으윽..”

“탕..탕! 타다탕!”


부상당한 병사들이 북쪽 출입구 주변의 옹벽 앞에 몸을 욱여넣는 사이, 풀숲의 엄호조는 조준사격으로 십수명의 제국군을 쓰러트렸다.

찰나의 시간동안, 베런은 결정해야 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FULL FORCE CHARGE!”

(전군 돌격!)


우렁차게 외치는 명령과 함께, 단총열 스프링필드 소총을 움켜쥐고 뛰어나간 그가 지향사격을 갈겨댔다.


수십여명의 전대원들이 한번에 몰아치자, 겁에질린 항구의 수비병들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예비병력이 부상병의 공백을 메꾸며 접안시설로 쏟아져 들어가자, 항구의 주도권이 서서히 아군에게 넘어왔다.


선두전열에 함께 달리는 베런중위가 사전에 받은 정보를 토대로 부두에 접안한 배를 빠르게 훑었다.

서너척의 군수함 사이에 끼어있는 배.


“찾았다.! 스커지.”


그가 읽을 수 없는 글씨 ‘천벌’ 옆에 조그맣게 쓰인 영어 ‘scourge’가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불이 꺼진 수송함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대중이었거나, 혹은 내륙의 ‘발굴지’에서 대기중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든 간에, 천운이었다.


“부상자부터! 선두조는 접안시설에서 엄호하고 순차적으로 전원탑승해!”


빠르게 명령을 내린 그가 작은 함교의 조타실에 뛰어올라 항구를 내려다 보았다.


무질서하게 사격하는 대한제국군 수비병들 뒤로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불빛이 보였다.

지원병이다.


뒤쪽 하방격벽의 수송창고에서 ‘물건’을 확인한 엔지니어들이 함교로 직접 연락을 보냈다.


“봉인된 상태의 엔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저희 해군항공함이 쓰는 것과는 형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좋아. 이제 빠져나간다!”


뒤따라온 저격반이 부상자들을 이끌고 배에 탑승하는 사이, 함께 온 해군엔지니어 두명이 기관실로 뛰어들어가 수송함의 상태를 점검했다.


“빨리! 일단 배에 탄 후에 응급처치를 하자고!”


“중위님! 즉시 출항 가능합니다! 연료도 충분하고 조종계통도 국제표준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전방을 향해 녹색 신호탄을 쏘았다.

총격전 중이던 접안시설의 병력들이 이내 신호탄을 확인하고는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내 순차적으로 퇴각하며 한 명씩 배에 올랐다.

갑판위에 엄폐물에 몸을 숨긴 병사들도 지원사격을 쏟아부었다.


“탕.. 타탕! 탕!”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격음과 함께, 급히 출항한 수송함이 기우뚱거리며 항구를 빠져나갔다.


접안시설 가까이 다가온 수비병들이 쏘아댄 총탄이 배 주변의 바닷속으로 덧없이 가라앉았다.


완벽에 가까운 작전 성공.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던 육체가 그 과부하를 한번에 쏟아낸다.

강하 도중 느꼈던 불안감과 공포는 임무완수에 따른 쾌감으로 바뀌었다.

부대원들의 부상은 실종은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작전에는 희생자가 있는 법이었다.


"그나저나, 배 이름한번 개같군. 천벌(scourge)이라니. 대한제국놈들은 배에다 이딴 이름을 붙인단 말이야?"


긴장이 풀린 그가 작전시작 이후 처음으로 가벼운 조크를 날렸다.

부하 몇이 낄낄대며 웃었다.


대한제국의 정병들을 왜 이리 쉽게 이길 수 있었는지, 제국 최고의 보물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강습부대에는 일본어 능력자가 한명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


베런 중위의 귓가에, 마지막 돌격때 들려온 알 수 없는 일본어가 맴돌다 사라졌다.


“後退しろ!計画通りして!”

(물러나라! 계획대로 해!)


나이트이글의 첫 번째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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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07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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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3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18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2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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